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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372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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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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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6

DUMMY


시간은 흐른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화면에 나타난 일들은 여태 추측해왔던 일들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믿을 수 없는 영상에 이동화는 자신의 눈을 쓱쓱 문질렀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분명 미니 캠코더로 잠자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좀 전까지 본 동영상은 한편의 짧은 영화를 본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CG(컴퓨터그래픽)요소를 부각시킨 현대 마법물 티쳐 정도?

길지도 않았다.

대략 5분 정도의 동영상.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현실적이지 못해 상당한 괴리감을 선사해 주었다.


특히 빛이 번쩍거리는 부분은 더더욱 그랬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봤다면?

동영상속의 일이 진짜로 벌어진 사건이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할 것이다.

이동화는 마른 침을 삼킨 후에 다시 한 번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삐 소리와 함께 미니 캠코더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왔고, 이어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되는 부분은 별달리 특이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동영상 촬영을 한다고 의식해 이리저리 뒤척거리는 모습이 낯부끄러울 정도.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화아아악!


방안에 쌕쌕 숨소리가 울려 퍼지자, 마치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목에 걸린 운석에서 찬란한 빛이 해일처럼 뿜어져 나왔다.

무슨 자신이 마법의 목걸이라도 되는 줄 알고 찬란한 빛을 마구 내뱉어댄다.

워낙 방대한 양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터라 어두웠던 방안이 금세 환해졌다.

마치 짙은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찾아오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


벌써 두 번째 보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절로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온몸이 오싹해오는 듯한 감동이랄까?

하여간 가슴이 터질 듯한 감동을 느낀 것만은 분명하다.

그 진한 여운에 할 말은 잃었다.

이동화는 허탈한 웃음을 그리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말도 안 돼. 지금까지 저런 일이 벌어졌는데 여태 몰랐다는 게 말이 돼?'


정말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물론 잠들었으니 몰랐다는 건 당연하다. 하나 저토록 눈부신 빛이 매번 뿜어져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단 한 번도 눈치 채지 못할 수가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잠을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방안의 불을 켜면 살짝이라도 잠에서 깨기 마련 아닌가?

물론 과도한 음주로 인해, 혹은 누적된 피로로 인해 깊게 잠들었다면 다를 수도 있다.


그럼 그 외에는?

눈치 챘어야 정상이 아닌가?

자신이 이토록 둔한지 몰랐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내저은 그가 다시금 캠코더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운석에서 뿜어져 나온 빛들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방안을 놀이터 삼아 쉴 새 없이 움직여대고 있었다.


마치 수천,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빛을 내며 허공을 부유하는 듯 했다.

동화 속 요정처럼 깔깔 대며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

뜻하지 않은 빛의 향연은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숨 쉬는 것조차 잊게 만들었다.

이동화는 넋 나간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와…….'


단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찌르르 떨렸다.

만일 저 장엄한 광경을 실제 눈앞에서 봤다면?

성스러운 빛의 축제에 압도되어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있을 때쯤, 방안을 휘휘 내돌며 까르르 장난을 치던 빛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잠든 이동화를 향해 일시에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몸 쪽으로 몰려든 빛들.

정말 거짓말처럼 온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물이 스펀지에 흡수되듯 빠르게 말이다.

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유독 머리와 눈 부분에 많은 빛이 스며든다는 점이다.


그것을 느낀 순간 이동화는 단번에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기억력과 시력.'


미래로 넘어가면 기억력과 시력이 월등하게 좋아진다.

저 빛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머리와 눈일까?


머리를 굴려도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동화는 고개를 내저었다.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어. 시간이 흐르면,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알 수 있는 문제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다.

잡념을 떨치고 다시금 영상에 집중했다. 총 4시간 58분짜리의 긴 동영상이라 대충 눈으로 훑으며 빠르게 넘겨 버렸다.

마지막 영상까지 모두 확인한 이동화는 캠코더를 바닥에 내려놓고 눈썹을 찌푸렸다.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처음 CG같은 영상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자고 있는 모습이 찍었을 뿐이다.

이는 뭔가?

시간이 흘러 아침이 찾아왔다는 소리다.

예지몽 아니면 타임 슬립처럼 미래로 넘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평범하게 시간은 흘렀다.


그래서 아침이 오고 정확히 6시에 눈을 떴다.

지금이 미래가 아니었던가?

이동화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며 가방 속에서 든 영어회화 책을 꺼내들었다. 몇 장을 넘기며 눈으로 쓱 훑었다.

책을 덮고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Let's keep in touch. 계속 연락해요. Yes, I'll contact you soon. 네, 제가 곧 다시 연락드릴게요. Send me an e-mail.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떠오르는 단어들.

이는 뭔가?

지금이 미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캠코더 속 영상은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미래는 미래인데, 잠을 자고 일어난 그 다음날 아침?

이걸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까?


타임 슬립을 한 것도 아니고, 예지몽을 꾼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루 전날의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바가 없어 이동화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책가방 위로 삐쭉 튀어나온 책을 무심코 확인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벤자민?’





농협 협동조합 중앙회로 향하는 이동화의 기분은 좀 복잡했다.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억대의 당첨금을 찾는다는 사실은 기쁘다.

반면, 지금은 그저 미래라서 그 돈을 진짜로 얻지는 못한다는 비애감도 들었다.

게다가 아침에 깨달은 운석의 비밀은 정말 놀랍기까지 했다.

추측이 맞는다면 운석의 진정한 효능은 결코 예지몽 따위가 아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현재와 과거를 넘다드는 타임 슬립과 같은 시간여행도 아니었다.


벤자민.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벤자민의 시계처럼 운석의 진정한 효능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하루의 시간만 되돌린다는 점.

처음은 그 원리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시간은 정상적으로 흐르는데 미래로 넘어가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한데 벤자민의 시계처럼 시간이 거꾸로 흐르게 되면 이게 가능해진다.

생각해보라.


어떤 영화를 보다가 잠깐 딴 짓을 해서 어느 한 부분을 놓쳤다 치자.

그럼 그 부분을 다시 보려면 어떻게 하겠는가?

간단하다.

되감기를 하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면 하루를 두 번 살아볼 수 있다.

운석의 원리는 이것.


대신 하루에 한번만! 아침 6시에 기상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물론 이것들은 모두 추측이다.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맞다’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중의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알아냈음에도 그의 얼굴을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로또 당첨금 생각하랴, 오늘이 미래라는 걸 인지하랴, 운석의 효능에 대해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고스란히 표정으로 드러났다.


이동화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전면 유리로 된 농협 정문을 바라보았다.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복잡한 표정.

양손을 들어 입 꼬리를 좌우로 쫙 잡아 당겼다.


‘웃어야지. 기쁜 날인데.’




“당첨금 수령하러 왔습니다.‘


당첨금이란 말에 보안요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1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1등 당첨금 수령자들만 탈 수 있다는 VIP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기관 고객부 복권팀’으로 향했다.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15층 실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월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한산하기만 했다.

은행을 찾은 사람도, 직원도 별로 없는 곳.

하지만 1층 창구와는 달리 왠지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아마 억 단위의 돈을 수령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서 일 것이다.


“복권팀 전담 이미연이라고 합니다. 우선 저쪽으로 가실까요?”


사전에 연락을 받았는지 40대 초반의 여자가 웃으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상담실 안은 적절한 가구 배치와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웃으며 실내를 감상하자 이미연 과장은 의외라는 얼굴을 그렸다. 그러며 자리를 안내했다.


“이쪽으로 앉으실까요? 그런데 당첨금 수령자 치고는 상당히 차분해 보이시네요.”


떨릴게 없었다. 지금은 현실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사건일 뿐이니까.

시합 전 준비과정정도랄까?

이런 사실을 모르는 그녀가 어찌 지금의 심정을 이해할까.

이동화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 너무 떨었더니 그런가 봐요.”


이미연이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직된 표정이나, 여유 없는 얼굴, 불안한 표정을 짓는데 종종 고객님처럼 그런 분들이 있기는 한답니다. 물론 어떤 고객님들은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너무 떨려서 1시간이 넘도록 참는 분들도 있어요.”


분위기를 풀려는 의도인지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그녀가 본론을 꺼내들었다.


“일단 고객님께서 소유하고 계신 로또 용지 좀 볼 수 있을까요?”


호주머니에 넣어둔 로또들을 꺼내 건넸다.

로또를 받아 든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똑 같은 번호를 세 줄이나 입력하셨네요?”


이동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천천히 로또 용지를 훑으며 말했다.


“예전에 어떤 고객님은 같은 번호를 두 줄 입력......?”


도중에 말을 멈춘 그녀가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 이거 세 줄 모두 일 등이네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말에 이동화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겁니다.

“저,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할 말을 잃고만 그녀가 복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복권단말기에 복권 용지를 가져다 댔다. 바코드로 당첨여부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딩동댕!


복권단말기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연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이동화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




작가의말

부, 부럽당

로또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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