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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꿈을 향해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5.12.30 15:39
최근연재일 :
2016.01.17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6,470
추천수 :
1,817
글자수 :
126,136

작성
16.01.01 20:05
조회
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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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글자
10쪽

004

DUMMY



운석의 효능(3)



그럴 리가 없다. 운석이 진짜 소원을 들어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들이 일어날리 만무했다.

그가 빌었던 소원은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수록 도리어 미궁의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붙잡고 늘어져봤자 혼란스러움만 가중될 뿐.


체념한 기분으로 '후우' 하고 한숨을 불어낸 이동화는 고개를 흔들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차창에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창 너머 하늘도 비 머금은 먹구름들이 잔뜩 끼어 우중충해 보였다.

꼭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동화는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영화의 필름처럼 휙휙 지나가는 주위전경을 살폈다.


'거의 다 왔네.'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그 끝, 지평선에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어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평화로운 광경을 보자니 옛 기억이 떠오르는 듯 했다.

이동화는 씁쓸한 표정을 그렸다.


근 1년 만에 찾아온 곳임에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아마 바다에 부모를 빼앗긴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해서 일 것이다.

터미널로 들어온 버스가 멈췄다.


끼이익! 덜커덩!


이동화는 출입문이 열리기 무섭게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으아함! 드디어 다 왔네.”


지루함을 떨쳐 내려고 기지개를 쫙 폈다. 그러며 주위를 감상하듯 둘러보았다.

해남 종합버스터미널의 모습은 크게 바뀐 게 없었다. 오히려 그 점이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마치 기억 속 저편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푸근한 미소처럼……. 언제나 변함없이 말이다.


버스 터미널을 빠져나온 이동화는 슈퍼에 들러 선물 세트 하나를 산 후, 땅 끝 마을에 위치한 남성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백일도로 들어갈 생각.

도착해 보니 항구는 낚시어선으로 가득했다. 어떤 어선은 관광객들을 잔뜩 실고 출항하는 것도 보였다. 부슬부슬 비가 내림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관광객들의 입가는 미소로 가득했다.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배편을 끊고 섬사랑 1호 여객선에 올랐다. 1시가 넘어가자 배가 출항하기 시작했다.




하얀섬 백일도에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겨우 100명. 20년의 세월을 살아왔던 까닭에 섬 안 사람들은 모두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완도에 볼일이 있어서 들른 아저씨조차도.

말없이 어선을 몰던 슬이 아버지가 말을 걸어 왔다.


“그래, 밥은?”

“오는 길에 먹었어요.”

“그래봐야 라면이나 먹었겠지. 도착해서 나랑 같이 가자."


무뚝뚝한 어투.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이동화는 안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일은? 할 만해?"


물음에 이제 일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내색하는 멍청한 짓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명랑하게 말했다.


"예. 할 만해요."

"몸 관리 잘해. 젊어서 고생하면 나이 먹고 힘들어."


부쩍 주름진 얼굴과 달리 아저씨는 5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탄력 있는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도 운동하시나 봐요?"

"취미는 하나 있어야지. 그건 그렇고 자주 좀 와. 슬이 엄마가 너 많이 찾더라.”


섬에서 어머니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아줌마였다. 항상 동갑내기 친구인 슬이 보다 자신을 더 챙겼던 분. 손에 들고 있는 선물세트도 아줌마를 드리려고 사온 것이었다.


“네.”


푸른 바다를 가르며 쭉쭉 뻗어나가던 배가 어느새 남쪽 선착장에 도착했다.


“태풍 때문에 쓰레기가 장난 아니다.”


우려 섞인 아저씨의 말을 들으며 선착장 너머로 보이는 쓰레기 더미들을 바라보았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들.

저걸 다 치우려면 고생께나 할 것 같았다.




배를 댄 아저씨의 뒤를 따라 포장길을 걸었다. 마을 입구 갈림 길목에서 낡은 건물의 <선박 출입항 신고 대행소>를 지나자 낡은 단층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슬이네 집이다.

마당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인기척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반가운 웃음을 짓던 이동화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건강하셨죠?"

"아이쿠. 동화 왔네. 자주 좀 오지. 얼굴 잊어버리겠다."


반갑게 맞아 주시는 아주머니에게 선물 세트를 건네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올게요.”

“뭘 또 이런 걸 사왔어.”

“오는 길에 보이 길래 하나 샀어요.”

“하여간 애는! 앞으로는 빈손으로 와! 남에 집 오는 것도 아닌데 뭘 이런 걸 다 사와.”


엄하게 꾸짖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이동화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뒤에서 말없이 서 있던 아저씨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잔소리 그만하고 밥상이나 차려!”


그제야 아주머니가 말을 멈추고 손을 잡아끌었다.


“우선 방에 들어가 있어. 동화 좋아하는 갈치 잔뜩 해줄 테니까.”

“네.”


그리 대답한 이동화는 방안으로 들어갈려던 찰나에 아주머니가 갑작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자고 갈 거지?”


친구의 약속을 잠시 떠올리던 이동화는 결국 간절한 아주머니의 눈빛에 못 이겨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네. 오늘은 자고 갈게요.”





진수성찬과 더불어 갈치조림, 회까지 먹고 나서 이동화는 해가 질 무렵에 바다를 찾아갔다.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지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들고 온 쇼핑백을 해변에다 내려놓고 소주를 꺼냈다.

두 개의 종이컵에 가득 술을 담고 나서 그 옆에다 친구 녀석이 준 꽃다발을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이동화는 경건한 마음을 담아 바다를 향해 두 번의 절을 올렸다.


“엄마, 아빠. 나왔어. 동화 왔어.”


철썩대는 파도소리와 그의 목소리가 섞여 바다를 향해 뻗어나가는 듯하다. 왠지 모를 슬픔이 찾아드는 듯싶다.

한 마디 말조차 남기지 못하고 곁을 떠나간 부모님. 얼마나 많이 원망했는지 모른다.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었던 숱한 나날들은 아직까지도 가슴 한편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원망하고 슬퍼해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곳을 찾을 때마다 원망스러운 것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동화 본인 스스로는 그 원망이 자신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아서 일 것이다.

때문에 그는 항상 이곳을 찾을 때마다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언제고 돈 많이 벌어 반듯한 모습을 보여주겠노라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그 희생 덕분에 성공했노라고 항상 다짐하고 또 했던 것이다.

잘게 부서지는 파도를 한없이 바라보던 이동화가 술잔을 집어 들고 바다에 뿌렸다. 연거푸 몇 잔을 더 부운 후에야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갈게. 나 걱정 말고 둘이 꼭 안고 있어. 그래야 안 춥지.”


씁쓸함을 내뱉고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쥔 채로…….




증권사에 취직해 교육을 받고 있는 슬이부터 시작해 그간의 일들을 풀어놓던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자정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것저것을 계속해서 캐묻던 아주머니도 그것을 느꼈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주책없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네. 피곤할 텐데 어서 자.”

“예. 주무세요.”


아주머니가 안방으로 건너간 후에 잠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불을 껐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창틈으로 스미는 달빛을 벗 삼아 눈을 감았다.


갑자기 잠자리가 바꿔서일까?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잠이 오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감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러자 오른쪽 허벅지가 따끔거렸다.


'아, 운석.'


운 좋게 얻은 운석을 잃어버릴까 해서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깜박 잊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호주머니에서 운석을 빼들어 힐끔 쳐다보았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평범한 돌.


이 돌을 얻고 나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도 놀라운 일들이.

비록 소원은 들어주지 않았으나, 이 정도 행운을 가져다 준 돌이라면 생긴 것과는 다르게 행운의 돌이라 칭해도 충분하리라.

물끄러미 운석을 바라보던 그가 조심스레 스마트폰 옆에 두었다. 그러며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1시간 정도 흐르자 방안에 낮은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척이던 그가 결국 잠든 것이다.

그때만을 기다렸음인가?


돌덩이 취급을 받던 운석에서 신비로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방안을 휘휘 내돌던 그 빛들이 어느 순간 모여든다 싶더니 잠들어 있는 이동화의 몸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후, 빛이 사라지자 방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함으로 가득 차 버렸다.




자리에 누워 있던 이동화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뭐야?'


대체적으로 잠에서 깨면 정신이 몽롱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신이 뚜렷했다. 마치 본래부터 깨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쩐지 이상스러운 느낌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절반 쯤 돌아갔을 까?


순간 그의 고개가 빳빳이 굳는다 싶더니 눈이 찢어질듯 부릅떠졌다.


"!"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 했다.

숨 쉬는 것조차 잊게 할 만큼 큰 충격이 해일처럼 밀려와 머릿속을 단번에 집어 삼킨 것만 같았다.

한동안 넋 나간 표정을 짓던 이동화가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작가의말

“말도 안돼.....”

“뭐가?”

“말도 안돼....”

“뭐가?”

“말도 안돼......”

“그러니까 뭐가?”

“궁금하시면 내일 이시간에....”


퍼퍼퍼퍼퍼퍼퍽!!-몰매때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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