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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하얗게 되고 싶은 까만늑대의 책방

비검(非劍)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Blackwolf
작품등록일 :
2013.02.18 22:47
최근연재일 :
2018.06.19 06:3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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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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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7

DUMMY

엘더 포레스트의 넓이는 끝없이 보이는 수풀로 실감하였다. 하늘을 보면 울창한 가지와 나뭇잎. 바닥엔 빼곡히 자라있는 풀과 꽃들. 눈앞엔 치렁치렁 늘어져있는 식물 줄기와 날벌레들. 숨을 들이마시면 풀내와 흙내가 뒤섞여 들어왔고, 입맛을 다시면 언제 입에 들어왔는지 모를 흙 알갱이와 잡벌레가 씹혔다. 침과 함께 불순물들을 뱉어내며 로이트는 속으로 이 저주받은 숲을 욕하였다. 대체 끝이 보이질 않는다. 걸은 지 몇 시간이나 됐는 데도 진즉 보였어야할 바깥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있다간 지쳐서 죽겠단 생각에 적당히 뿌리가 패여있는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숨을 고른다. 끈적하게 젖은 숨결이 피로를 가중시키는 것 같다. 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밖에서 들어왔을 땐 얼마 안걸렸던 것 같은데…… 너무 지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길을 잘못 든 것일까. 온갖 불안감이 로이트를 괴롭혔다.




"아후……"




괜히 흙더미를 움켜쥐어 바닥에 뿌렸다. 짜증이 솟구친다. 아카데미에서도 숨겨왔던 감정이 계속해서 폭발했다. 처음엔 분노, 그 다음엔 원망. 지금은 그 누구보다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죽어서 숲의 비료가 되진 않을까. 흙 묻은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댄다. 단정했던 갈색 머리칼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 헝클어졌다. 한숨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난 로이트는 자신이 정해둔 방향으로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없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숲을 뒤지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은빛이 도는 갑옷으로 무장하였고, 얼굴조차 세로로 여러 갈래 눈구멍이 난 덮개를 제외한다면 금속으로 뒤덮고 있었다. 단순한 무장 단체라고 보기엔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금속질 무장이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화려했고, 어깨에 고정되어있는 검푸른빛 망토는 재질도 고급인데다 그 위엔 화려한 검과 날개가 금색 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부락 쪽은?"




이들을 이끄는 자로 보이는 이의 물음에 주변을 보고 있던 여섯 무장인들은 하나같이 고갤 저었다. 이들의 답에 리더인 갈로스는 머리가 아팠다. 자신의 도련님이 내린 명령을 듣고 왔건만 이 숲에 있는 건 고블린 부락과 짐승 몇 마리가 전부였다. 정말 이곳에 있는게 맞을까. 그렇게 의심하려고 해도 헛소리를 할 인물이 아니란 걸 아는 갈로스는 다시 한 번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리가 오기 전에 달아났다."




그게 아니면 부락에 잡혀있거나 못해도 가죽이 벗겨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락에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포로도, 전리품도 없었다. 간혹 낡아빠진 단검을 들고다니는 녀석이 보였지만 그 정도야 이곳을 떠돌다 비명횡사한 모험자의 것을 뺏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함정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하다."




부락 근처의 함정을 조사해보니 무언가가 기어나온 흔적과 안쪽 벽에 박혀있는 가시들을 보고 자신들의 목표물이 그 함정에 빠졌다가 탈출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쓸려있는 몸의 자국도 얼핏 들은 신상 정보와 일치.




"고블린 하나, 혹은 둘 이상에게 발견되었고 격전 끝에 하나는 사살하였다."




근처에 파리와 함께 널부러져있던 고블린 시체 하나. 못해도 하루 이상 지났는지 곳곳에 부패한 흔적이 있었고 몸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여기까진 모든 것이 확실했다. 헌데……




"팔 한쪽이 없는 건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의 혼잣말에 나머지 인원들이 고갤 저었다. 그들도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일단 목표물은 고블린 하나와 일 대 일의 전투를 벌였고 녀석을 죽인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검에 베인 흔적은 없었다. 목에 눌려있는 손자국을 보고 질식사 시켰단 것을 알아냈다. 검을 배우는 녀석이 어째서? 그건 둘째치더라도 왜 고블린 시체에 한쪽 팔이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사냥했단 표식?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과했다. 이빨이나 귀로도 충분할테니까. 애당초 그는 버려졌고, 달아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걸 챙길 여유가 있을까. 다른 하나의 가설을 떠올렸지만 고갤 저었다.




"어떤 미친 놈이 몬스터의 시체를 뜯어먹겠어."




심지어 불을 피운 흔적조차 없었으니 날로 먹었단 소린데…… 고블린의 시체는 인간의 것보다 역하다. 그렇다고 육질이 좋지도 않으니 식량으론 탈락이다. 무엇보다 포레스트 종은 독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시신에서 독성이 흘러나올 수도 있었다. 굶주림을 없애기 위하여 먹는단 도박은 있을 수 없었다. 그건 도박이 아니라 그냥 기부나 다름 없는 짓이었으니까.


갈로스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길을 찾아가는데 막다른 골목이 있는가 하면 있지도 않는 길을 찾아야했다. 이렇게 지체될수록 명령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온다. 그러한 조바심이 그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펠곤과 아르단테는 부락 쪽을 다시 살펴본다. 우리가 있는 걸 들켜도 섣불리 공격은 하지 않을테니 너희도 경계만 하도록. 리스톤과 메덤, 엘거스는 부락 주변의 놈들 영역을 샅샅이 뒤진다. 단, 실버팽과 오거의 영역은 넘지 말 것. 마지막으로 케플리쉬는 나와 함께 흔적을 되짚어 간다."


"예!"




흩어지는 그들을 보며 갈로스는 케플리쉬를 보며 물었다.




"몇 번이고 되짚어봤지만 흔적은 없었다. 그렇지 않나."


"예. 마치 일부러…… 누군가 뒤쫓아오는 것을 염려하여 흔적을 지운 것 같았습니다."




케플리쉬는 갈로스의 버릇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혼잣말이나 선문답같은 두루뭉술한 질문에도 곧잘 응해주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 헤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자신들이 찾는 대상은 상식을 넘어선 행동을 계속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학생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고블린과 일 대 일로 난전을 벌이고, 검을 쓰지 않고 숨통을 졸라 죽인 데다가 팔 한쪽을 잘라가고 독침에 한 발 내지 세 발에 맞은 상태로, 추격을 피하기 위해 냄새와 발자국을 지우며 달아났다. 그것도 하룻 밤 사이에! 웬만큼 단련된 기사라 해도 이러한 일을 하려면 육체적인 수련도 필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정신적인 강대함이 없다면 몇 시간도 못 가서 바닥에 널부러져 휴식을 취해야 했다. 헌데 아직 졸업도 안한 소년이……?




"말이 안되는 녀석이야 정말……"




그의 하소연같은 말에 케플리쉬는 고갤 깊이 숙였다.




"상식을 깨야겠다."


"예……?"


"지금부터 기존 상식을 깨고 눈에 보이는 대로 추리하여 쫓는다. 그렇지 않으면 답은 커녕 그 주변에조차 갈 수 없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카무챠는 패여진 발자국의 흙을 한 줌 들어 코에 대고 힘껏 숨을 들이켰다. 모래알갱이가 콧속에 박혔지만 아랑곳 않고 그 안의 정보를 감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킁킁. 어렴풋이 느껴지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신기루같은 정보가 잡히자마자 흐려진다. 콧김을 뿜으며 고갤 턴다. 역한 꽃냄새. 분명 이건 부락 주변에 기르고 있는 꽃의 꽃가루였다. 설마 상대가 메실리아 꽃을 사용할만큼 지능적인 것인가. 그렇다면 이건 함정이 아닐까? 카무챠의 머릿 속에선 불길한 상상이 스쳐지나갔다. 어쩌면……?




"라 코라! 튜라!"




주변, 근처, 여기. 건져라, 찾아라, 보아라. 두 문장이 조합되어 이 주변을 수색하란 문장이 되었고, 그를 따라온 고블린들이 코를 벌름거리며 바닥과 나무 주변을 건드렸다.


델브라의 지식으론 고블린들이 매우 겁이 많다고 되어있었지만 그건 반만 맞았다. 그들은 매우 세심하고, 신중했다. 사냥을 할 때에도 최선을 다하고, 쉽게 싸움을 걸지 않았다. 몇 지식인들은 고블린들 스물이면 오거 하나를 사냥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어느 누구도 듣지 않았다. 위험 레벨 4. 기사단 하나(스물에서 서른)와 맞먹는 전력이다. 그리고 이 레벨에 해당하는 몬스터가 오거다. 그에 비해 고블린은 위험 레벨 1. 기껏해야 쇠스랑을 든 농민 수준에 불과하단 판명이었다. 밭이나 일구는 소작농들이 농기구를 들고 십자궁의 쿼렐을 튕겨내고 악력으로 다 자란 나무를 우그러뜨리는 그런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단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야말로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기에 어느 누구도 고블린의 '신중함'과 '조심성'을 언급하지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매장된 이야긴 사실이었고, 추격을 시작한 고블린들은 차츰 흔적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부러진 나뭇가지, 잎 사귀에 튀어있는 다섯 방울의 혈흔, 어설프게 덮은 발자국과 이끼가 쓸려있는 돌멩이를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그러모았다.


상대는 독침에 적중당했거나 부상을 입었다. 발자국 사이에 찍혀있는 불규칙적인 구멍은 몸뚱이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고, 시야가 흐리거나 한쪽 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게 분명했다. 한 마디로 녀석은 쇠약해졌고 그들의 사냥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단 소리다. 어쩌면 함정에 걸려서 탈출한 녀석과 같은 녀석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 지쳐있을테지!


하지만 방심해선 안된다. 녀석이 자신들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일 수도 있고, 일부러 약해진 척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함정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독은 터프한 오크조차 절뚝거릴 정도로 강했으니 말이다. 만의 하나란 것에 집중하던 녀석들은 각기 카무챠에게 이 사실을 말하였고 이들을 이끄는 그는 녀석들보다 더 큰 고민에 빠져들었다.


계속 쫓느냐, 마느냐. 자신의 판단에 이들이 온전히 돌아갈 수도 있고, 누구 하나 죽거나 다쳐서 돌아갈 수도, 혹은 전멸할 수도 있었다.




"루!"




의미없는 말소릴 내며 녀석들을 집중시킨다. 카무챠는 입술을 꾹 다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녀석을 쫓는다. 고블린들은 어설프게 만든 돌단검과 투박한 뼈 대롱을 잡고 발을 굴러댔다. 준비됐다! 카무챠는 그들의 뜻을 확인하고 다시 걸음을 나섰다.


이쪽이다.




























쓰레기더미로 하크의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진다. 음식물 쓰레기에 범벅이 되어서도 그는 어떤 소리도 안내고 바들거리면서 일어났다.




"이 벙어리 새끼…… 기껏 여기에 붙어있어서 한다는게 쓰레기나 뒤지는 거였냐?"




잘못 걸렸다. 아무리 쓰레기라지만 엄연히 이곳의 '재산'이었다. 그래서 하나에서 둘 정도 순찰하는 사람이 있었다. 늘 그들을 피해서 로이트의 강아지에게 고기를 가져다 준 것인데, 축제 기간이라 경비가 허술할 것이라고 생각한게 실수였다. 심지어 그가 기억하기론 가장 사나웠던 동급생에게 걸려버리다니. 아마 어디 한 군데 부러지는 건 당연할테고, 잘못하면 온갖 누명을 뒤집어 쓰고 이곳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하크는 입술이 터지며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눈앞의 두 청년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록크롬 자작가의 삼남 웰피쉬. 칼릭소 공작가에 연줄을 대어 검술서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 중인 가문으로, 웰피쉬는 그런 가문에서도 둔재로 취급되는 골칫덩이다. 비록 체력적으론 우수하다곤하지만 그에겐 검술에 대한 의지는 물론, 강해지고파하는 의욕조차 없었다.


다른 한 명은 벨러 자작가의 장남 림퍼즈. 제법 수완이 있는 벨러 자작이지만 자식 복이 없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림퍼즈의 낭비벽은 심했다. 기껏 벌어들인 상단의 수익을 빼돌려 술과 여자에 쓰는가 하면, 제멋대로 상단의 거래를 주도하여 큰 손해를 끼치게 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뒤처지는 상황에서 차남인 겔러가 큰 거래를 성공시킴으로서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림퍼즈는 어마어마한 열등감에 시달리며 아카데미에 들어섰다.


아무튼 가문에서 무시당하는 그들이 아카데미에 와서 시선이 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한 놈들 사이에서 비교도 못할 멸시의 눈빛을 받았고, 덕분에 그들의 심성은 뒤틀려졌다. 만일 그 둘이 과거의 성정이었다면 뼈 몇 군데 부러뜨리는 것으로 끝냈겠지만 그들의 시선엔 하크가 '반항적인 시선'으로 노려보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가"




경쾌한 타격음.




"빌어먹을 장애인 새끼…… 기껏 아카데미에서 써주니까……"




쓰러진다. 헌데 몇 번이고 더 들려야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크를 두들겨패던 웰피쉬의 어깨를, 림퍼즈가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왜? 무슨 이유로 그를 말린 것일까. 웰피쉬의 의문스러운 눈빛을, 림퍼즈는 두려움에 떠는 눈으로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웰피쉬도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가 입을 다물고 피묻은 주먹을 뒤로 뺐다.


찰랑이는 붉은 머리칼. 도저히 검사라고 여겨지지 않는 굴곡있고 여리여리한 몸을 가진 여인. 헤스타가 살벌하게 빛나는 눈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을 잡았던 손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매끄러운 손을 들어 둘을 가리켰다.




"둘이서 뭘하고 계신 건가요."


"그……"




말을 잘해야 한다. 림퍼즈는 비열했지만 그만큼 눈치가 빨랐다. 헤스타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그의 머리는 단숨에 자신들의 상황을 계산했고, 그게 그녀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했는지 산출해냈다.




"이건……!"


"두 번 말하게 할 건가요."




말을 못 잇고 버벅이는 그를 향해 헤스타가 낮게 읊조렸다. 그건 정말 크지도 않은 소리였지만 둘에겐 어마어마한 파동이 되어 몸을 때렸다. 땀으로 등이 축축해진다. 실력이면 실력, 인맥이면 인맥, 배경이면 배경…… 뭐하나 뒤처지는 것이 없는 그녀에 대해서 그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을 못 찾고 있었다.




"이번 건 못 본 걸로 해드릴테니…… 가세요."




둘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여기서 굳이 나서서 해명하려들다간 괜히 그녀가 결정을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림퍼즈는 웰피쉬의 옆구리를 툭 치며 급히 자리를 떴고, 웰피쉬는 이를 빠득 갈며 그를 따라갔다.


하크는 입 안이 터지면서 흐른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고 헤스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을 보는 눈빛은 동정도 아니요, 경멸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무감정하게 보고 있었다. 왜일까. 수도 없이 봐온 노골적인 눈빛임에도 유독 그녀의 눈은 하크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었다.


쓰레기를 뒤지다 들킨 것이 창피해서? 힘없이 얻어맞는게 민망해서? 여자에게 도움을 받는게 자존심이 상해서?


아무리 이유를 되짚어봐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거북스러운 눈을 하는 헤스타를 보며 하크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삔 거 같다. 그래도 부러지지 않은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왼쪽 발을 절룩였다. 하지만 적응되지 않은 걸음마는 하크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순간 앞으로 휘청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의외의 상황은 다시 한 번 벌어졌다. 헤스타의 가녀린 두 팔이 하크를 받쳐준 것이다. 헤스타조차 자기가 한 일에 놀라고 있는데 하크는 오죽할까.


고고하다. 아름답다. 강하다. 굉장하다. 눈부시다. 경이롭다. 빼어나다. 훌륭하다. 놀랍다.


온갖 긍정적인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그녀가 어찌하여? 귀족층에서 자란 그들이 보는 평민이란 노예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 끽해봐야 돈으로 쉽게 사기 힘든 자들 정도. 접촉은 물론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께름칙해하는게 귀족이 아닌가. 아무리 아카데미가 모든 계급층과 공존하는 곳이라지만 그러한 의식이 희석되는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서 더 극렬해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웰피쉬와 림퍼즈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이건 우연이었다. 헤스타 역시 하크를 좋게 보지 않았다. 평민. 장애인. 심지어 약자. 그녀가 싫어할만한 온갖 것들이 뭉쳐져있었다. 동정심조차 일지 않았다. 그런데 넘어질 뻔한 그를 잡아준 이유는? 없다. 그저 극도로 단련된 검사의 감각이 정신보다 육체를 먼저 움직였고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헤스타는 팔에 오물이 묻은 것도 잊고 하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크 역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갤 푹 숙이더니 최대한 빠르게, 절뚝이며 자리를 떴다.




"……하"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든 헤스타는 팔을 슥슥 닦고 바닥에 내버렸다. 가문의 직인이 찍혀있는 것인 데다 아주 값비싼 재질로 만들었어도 그걸 다시 쓸만큼 헤스타는 가난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단 자신을 당황하게 만드는 지금 상황을 곱씹어보느라 다시 주울 생각조차 못했을 뿐이지만……
























"파 쿠츠 튜라!!"




전언을 얘기하는 한 문장, 파. 그 이후에 알아냈다란 문장과 주변, 근처, 여기란 문장이 뒤섞이며 바로 이 근처에 있다란 뜻이 전달되었다.


카무챠의 외침에 다섯 고블린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모였다. 그중 하나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루 코라?"




의문을 얘기하는 문장을 말하며 이 주변에 있냐고 묻는다. 카무챠는 고갤 끄덕이며 가느다란 녹색 손가락을 들어 저 먼 곳을 가리켰다. 고블린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그리고 성난 소리를 내며 돌단검과 뼈대롱을 잡아들고 소리쳤다.




"라 카호!!"




사냥에 성공했을 때나 외치는 소리를 내뱉으며 고블린 다섯이 나무줄기와 덩굴을 타며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카무챠 역시 그들의 뒤를 따르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앞서 나간 동족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앞으로 날았다. 그리고 날카롭게 벼린 켈르석(성벽의 주 재료로 쓰이는 암석) 단검으로 힘껏 내리찍었다!


깡!


로이트는 고블린의 외침을 들었고 저 멀리서 자신을 가리키는 것도 보았다. 그의 입에선 상스러운 욕설과 함께 날아오는 고블린을 막기 위한 방어 자세가 이루어졌다. 아랫 입술에서 삐져나온 송곳니가 윗입술을 찌르고 있는 녀석. 머리도 질끈 묶은 것이 책에서나 봐왔던 밀림의 야만족을 연상케 했다. 공격을 받아내자 녀석이 검을 내리누름과 동시에 두 발로 검면을 힘껏 차버렸다. 그러자 잠깐 허공에 떠서 대치하고 있던 고블린의 몸이 뒤로 힘껏 날아가 바닥에 내리앉았다.




"루!"




고블린, 카무챠는 바닥에 내리 앉자마자 뒤늦게 전투에 합류할 고블린을 향해 소리쳤다.




"가르! 포타!"




그 말에 고블린 셋이 대롱을 꺼내 입에 물었다. 나머지 둘은 카무챠 곁으로 떨어져내려 착지하여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대롱을 입에 문 고블린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 로이트를 향해 독침을 쏘자 카무챠가 목청껏 소리치며 로이트의 정면을 향해 날아들었고, 두 고블린은 각기 측방을 노리며 단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연계 공격으로 짓쳐들어오니, 가뜩이나 힘없고 경험없는 로이트는 무방비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왼쪽 어깨에 독침 한 방을 맞았다. 그리고 카무챠의 공격을 막아내고서 양쪽 옆구리를 베였다. 깊지 않은 상처였지만 일 대 다수의 싸움을 하는 데다 지쳐있는 로이트에겐 매우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고블린의 독에서 갓 벗어난 왼팔을 다시 쓸 수가 없게 되버렸다. 심지어 꿰뚫렸던 오른쪽 다리의 상처는 아물지도 못하고 피가 터졌다. 굶주림과 피로로 몸은 힘이 들어가지 않은 데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최악.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짓을 해야하는가. 고블린 하나도 힘겨웠는데 지금 눈 앞엔 여섯이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이들을 지휘하는, 십인장이나 백인장 정도로 보이는 지휘관이다. 로이트의 뇌는 헝클어졌다.




"루! 파고!"




카무챠가 손을 들어 외치자 대롱을 물고 있는 고블린 셋이 독침을 쏠 준비를 하며 겨누었고, 고블린 둘은 날이 밑으로 향하도로 쥔 단검으로 언제든 로이트를 찍을 준비를 했다. 카무챠는 콧김을 훅 뿜으며 한 발 다가섰다.


신중해야 한다. 사냥감이 가장 위험한 시기는 사는 것을 포기했을 때. 심지어 로이트처럼 눈에 독을 품고 있다면 동족 중 몇은 다치거나 죽을 게 분명하다.


확실함.


그것이 필요했기에 카무챠가 직접 나섰다.


한편 로이트에겐 상상치도 못한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로이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굳이 길을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원인은 있었다. 바로 고블린의 신중함. 그 특유의 조심성이 로이트에게 행운을 불러온 것이다. 그렇다고 나아지진 않았다. 그 신중한 녀석이 멀리서 독침을 쏴대는게 아니라 단검을 들고 다가온다는 건 독침보다 단검술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이트도 그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는지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덜렁이는 왼팔. 독을 먹은 자신의 일부를 힐긋 본 로이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툴루크! 툴루크!"




단검을 든 고블린 둘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땅을 굴러댔다. 그게 단순히 싸움의 흥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카무챠를 응원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로이트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건 아닌 것 같았다.


바람 소리와 함께 카무챠의 단검이 로이트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 든다! 뒷걸음질치며 검을 옮겨 막은 로이트는 카무챠의 힘에 몸이 뒤로 밀리는 걸 느꼈다. 대체 어떤 미친 인간이 고블린의 위험 레벨을 고작 1로 지정했을까. 아무리 성장기의 몸이라지만 나름 단련에 단련을 거친 몸이다. 헌데 이 작은 체구의 몬스터에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것도 견제를 위해 날린 듯한 단검질에 균형이 깨질 뻔했다.




"찻!"




카무챠는 더 몰아붙이지 않고 공격이 실패하자 검을 뒤로 뺐다. 로이트는 그 틈을 노려 있는 힘껏 검을 뒤로 빼더니 카무챠를 향해 내질렀다. 찌르기. 본래 두 손으로 해야하는 자세였지만 충분한 근력을 가진 로이트는 무리없이 위협적인 관통 공격을 선보였다. 헌데 상대가 나빴다. 만일 상대가 좀 더 둔중하고, 약점이 확실했다면 모를까. 작고 날렵한 카무챠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저 두 발짝 옆으로 옮기는 것으로 로이트의 공격을 피하곤 카무챠가 그와 똑같은 자세로, 단검을 내뻗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른쪽 허벅지를 꿰뚫린 것이다. 로이트가 고통에 소리칠 때, 다시 카무챠가 뒤로 물러섰다.




"끄윽……"




아프다. 안 그래도 제대로 서기가 힘들었는데 오른쪽 다리는 이제 다리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불균형한 자세 때문에 공격조차 쉽지 않은데다 피하는 건 꿈도 못 꾸게 되버렸다. 그리고 카무챠가 노리는 것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지쳐 쓰러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연계 공격을 펼치지 않고 한 번의 공격 후 곧바로 물러난 것이었다. 그 얄팍한 술수를 알아채고나선 그도 화가 뻗쳤다. 안그래도 약한 녀석에게 방심조차 하지 않고 이렇게 최선을 다해 덤벼들다니! 그것도 동료도 잔뜩 불러서! 악에 받친 로이트가 검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찌르기!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번엔 왼쪽 옆구리를 스쳤다. 만일 그의 상체가 더 느렸다면 배를 찔렸으리라. 저 작은 몸과 단검을 붙잡고 싶었지만 공격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오른손의 검 뿐. 마음같아선 왼쪽 팔을 내어주고서라도 그를 묶고 공격하고 싶었다. 이기고 싶다! 살고 싶다! 그의 갈망이 몸에 깃들었다.




"……어"




왼쪽 손가락이 잠깐 꿈틀거렸다. 로이트는 자신의 손을 힐긋 보다가 고블린들을 살폈다. 그리고 이를 까득 물곤 이번엔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베는 동작을 선보였다. 물론 준비자세에서 카무챠가 파고들더니 정확히 배를 찔러버려 공격은 무효로 돌아갔다. 로이트는 피를 한 웅큼 토하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리곤 나무에 기대어 앉은 자세로 고갤 푹 숙였다.




"루 카호……?"




카무챠가 혼잣말을 뱉으며 로이트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이 공격으로 쉽게 죽을 놈이 아니다. 카무챠는 언제라도 뒤로 물러날 자세를 하며, 잡초를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로이트가 초인적인 힘으로 검을 휘둘렀고, 카무챠는 씩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로이트의 두 눈이 흐릿하다. 그가 검을 늘어뜨리고 눈에 띄게 지친 호흡을 보였다.


위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지쳤고, 이 점을 카무챠도 간파했다. 꿈틀거리는 오른손을 보며 이제 더 휘두를 힘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설사 공격을 하더라도 자기가 좀 다칠뿐, 녀석은 확실하게 죽일 수 있었다. 카무챠가 단검을 빙글 돌려 거꾸로 쥐어잡았다. 확실히 숨통을 끊기 위해 서서히 다가갔다. 로이트가 검자루를 콱 잡더니 검을 들어올렸다. 헌데 검끝이 바닥에 붙은 것 마냥, 전부 들어올리지 못하고 달달 떨다가 툭 손을 떨어뜨렸다. 힘이 빠진 것이다. 카무챠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로이트의 코 앞에서 힘껏 단검을 들었다. 로이트의 아련한 두 눈이 카무챠를 올려다보았다.




"라…… 타하르……"




로이트의 입에서 인간의 언어가 아닌 다른 종족의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 말의 뜻은 '살려달라'였다. 카무챠의 두 눈이 눈에 띄게 흔들린다. 이제껏 어떤 인간도 고블린의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있다해도 되는대로 내뱉는게 고작이었다. 상황에 맞는 말을 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변수.


100%를 추구하는 그들에게 크나큰 위험 요소였다. 카무챠는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감을 눈치챘다. 이윽고 움직일리 없는 로이트의 왼팔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그의 손은 무언가를 쥐었다가 힘껏 뿌렸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로이트에게 쓰려고 가져온 가루를 뽑아내는 꽃이었다. 경직된 카무챠의 이마에 얻어맞은 꽃은 꽃가루를 토해냈다. 그 이물질은 그의 두 눈에 들러붙고, 호흡기로 침투했다. 순간 눈에서 불이 나는듯 하며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게 되자 카무챠가 목을 부여잡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변수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어찌하여 독침을 맞은 팔이 움직인단 말인가! 이미 한 차례 맞은게 아닌 이상…… 그리고 카무챠는 자신이 놓친 부분을 떠올렸다. 로이트가 이미 독침에 한 번 맞고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


실수다!


카무챠는 따가운 눈을 꽉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다시 한 번, 그것도 두 가지의 실수를 범한 것을 안 건 나중이었다. 우선 로이트가 던진 꽃에 당하자마자 뒤로 뺐어야 했고, 그 직후 부하들을 다스려 로이트를 격살해야했다. 하지만 카무챠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변수에 놀라 대처를 하지 못했고, 로이트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었다.


여지껏 들리지 않은 척 했던 그의 검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내질러졌다. 워낙 둘의 거리가 가까웠기에 앉아서 지르는 공격임에도 카무챠의 왼쪽 팔을 꿰뚫기 충분했고 뼈 사이로 검이 파고드는 통에 뒤로 빼지 못한 카무챠가 고통에 겨워 소리쳤다. 로이트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검을 빙글 돌려 뼈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비틀거리던 카무챠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곤 로이트의 품에 쓰러졌다. 로이트는 주저없이 입을 벌렸다. 그리곤 카무챠의 오른쪽 어깨를 꽉 깨물었다!




"키아악!"




카무챠가 고통에 겨워 소리친다. 살점이 뜯겨질 정도로 턱에 힘을 준 로이트는 왼쪽 발을 들어 카무챠의 배에 얹었고, 턱이 아파 힘이 안들어갈 정도로 깨물고나서야 발에 힘을 주어 그를 내찼다. 몇 미터는 굴러 뒤로 나동그라진 카무챠는 방금 로이트에게 물렸던 어깨를 감싸쥐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제 꽃가루가 가셔 시력이 돌아온 것이다.




"툴루크……!! 차라 툴루크!"




분노로 찬 카무챠의 손 끝이 로이트를 향했다. 뜯겨진 피부를 입에 물고있던 로이트는 녹색 피를 뚝뚝 흘리며 웃고있었다. 순간, 카무챠는 물론 그를 경계하던 다섯 고블린이 무언가를 느꼈다. 그건 형용키 힘든 감정. 공포도 아니요, 연민도 아닌…… 황당함이었다.




"차라……"




카무챠가 로이트를 향해 당황스러운 소리를 내뱉다가, 뒤늦게 그를 처단키 위해 명령을 내리려할 때…… 귀를 자극하는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부락에서 사냥을 간 고블린들을 소집하는 뿔피리 소리였다. 고블린들의 뾰족한 귀가 흔들거렸다. 뿔피리는 족장의 엄명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들어야하는 것이다. 눈앞에서, 그것도 죽기 직전의 사냥감을 두고 돌아가야 했다.




"……차라…… 라카푸 코르……"




카무챠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다섯 고블린들에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본인도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나타났을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진 그들을 보며 로이트는 고갤 떨구었다. 극도의 피로감. 그걸 느끼며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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