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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하얗게 되고 싶은 까만늑대의 책방

비검(非劍)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Blackwolf
작품등록일 :
2013.02.18 22:47
최근연재일 :
2018.06.19 06:3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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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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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9

DUMMY

"아무래도 음식 쪽은 길거리에서 소모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을 성 싶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제껏 했던 졸업식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브렘비는 얼굴을 찡그리며, 칼슨 보조교관의 말을 곱씹었다. 평소같으면 졸업식에 소요되는 자금 일부를 가져가 교관들끼리 자축을 하는데 썼겠지만…… 아니, 이번 졸업식에도 그럴 것이다. 헌데 졸업식에 책정된 예산이 예정보다 훨씬 많아졌다.

라르카 백작.

생각조차 하기 힘든 자금력을 가진 그가 아카데미에 돈을 기부한 것이다. 분명 밀레트에게 소정의 금액(……?)을 받았고, 얼마의 금액이 더 지불될 거란 소릴 듣긴 했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1만 길드.

알카드마에게 책정한 현상금이 3만 길드란 것을 생각한다면 비교적 금액이 작아보이지만, 터무니 없는 금액인 건 확실했다. 이 정도 돈이면 호화스럽게 하여도 10년 간 졸업식에 대한 예산 걱정이 없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재산이 들어오다니…… 멜베스크조차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브렘비는 생각에 잠겼다. 적당한 돈이 들어온다면 빼먹기 쉬웠겠지만, 막상 이렇게 거금이 들어오니 횡령하기가 께름칙했다. 칼슨 역시 그의 심정을 이해하였기에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일단 최대한 사용하도록 하지. 그리고 교수진과 경비대에게 갈 위로금도 책정하고, 아카데미 내의 노후한 시설 보수 역시……"


브렘비는 이후로도 십여 가지나 되는 일을 제시하였다. 아카데미를 뜯어고칠 생각인가 싶을 정도로 과한 방안에도, 칼슨은 당황하지 않았다. 되려 이렇게 말한 방안에 돈을 쏟아부어도 반의 반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렘비는 머리를 긁어대며 간신히 세 가지의 자금 소모 방법을 제시하고서 이마를 감싸쥐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나머진 칼슨이 멜베스크 총교관에게 보고함으로서 끝날 것이다.


"아, 렘피룬트 교관님."


렘피룬트가 교육을 끝내고 돌아왔는지 퀭한 눈으로 브렘비를 바라보았다. 브렘비는 그와 밀레트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안쓰러운 웃음을 흘리며 옆에 다가섰다.


"졸업식은 아마 생각 이상으로 잘 진행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학생들끼리 놀고 먹는 파티일 뿐인데 준비는 무슨."


그 답지 않게 냉랭한 답변에, 브렘비는 허허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하였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 덕에 저희도 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모두가 좋은 일이지요."


그가 대답이 없자, 브렘비는 수염을 벅벅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으십니까? 에너텔이 좋은 술 구해놨다고 저한테 은근히 부탁하던데……"


렘피룬트는 아카데미에 있어서 그렇지, 기사들 사이에선 제법 명망이 있었다. 검을 잡은 젊은이치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하물며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는 에너텔에겐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그에게 검에 대한 담소를 나누기 위해 은밀히 초대 해본 게 많았지만 늘 실패하였다. 그 이유는 아카데미의 일이 바쁜 것도 있고, 렘피룬트가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해서였다.

그래서 교수진이 가장 한가해지는 졸업식을 노린 것이지만, 갓 교관이 된 에너텔이 모르는 그의 버릇이 있었으니…… 졸업식 때마다 렘피룬트는 아카데미를 나가 돌아오지 않는단 것이다. 브렘비가 알기로 홀로 술에 취해 돌아다닌단 것 뿐, 그 이상 자세한 건 몰랐으나 에너텔의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았기에 속으로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음."


렘피룬트는 곧장 답을 내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졸업식 날로부터 이틀 간은 술에 취해 밤거리를 산책해야했다. 물론 기사로서 하기엔 조금 저급한 계획이지만, 아카데미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 생긴 버릇이자 연례 행사이기도 했다.

술. 기사도, 레이디도 당연히 익혀야할 예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어떤 기사도 렘피룬트처럼 얼근히 취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 온전하지 않은 정신 상태야말로 기사도를 망치는 행위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렘피룬트도 이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고, 교수진인 에너텔도 모르고 있었다. 그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진실이기 때문에……


"되도록 가는 쪽으로 생각해보지."


그의 대답에 브렘비가 애써 환하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가 이렇게나마 대답해주는 것만으로도 에너텔을 포함한 기사들에게 얼마나 배려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주 미미한 것이기에 브렘비처럼 눈치가 빠르지 않고서야 아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어찌됐든 약속은 약속이니만큼 그가 소홀히 하진 않을 것이다. 최소한 파티에 얼굴이라도 비춰주겠지. 그 생각을 한 브렘비는 졸업식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떴다.
















"되도록이면 블렘산 와인을 쓰는 것으로 하고, 가용되는데로 루블산 와인을 구입하도록 해. 음식은 주방 쪽에서 알아서 할 터지만, 왠지 술은 영 아니란 말이야. 저번에 고기에 사티 와인을 내놓았었지 아마? 지가 만든 걸 먹어보긴 하는 건지……"


입맛을 쩍쩍 다시며, 크람이 주변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하고 엉덩일 들었다. 양피지에 적힌 그대로 주문을 마친 크람은 콧김을 씩씩 뿌리며 다가오는 거한을 보며 알은 체를 했다.


"렐프."

"씨발, 그 꼬맹이 새끼는 왜 미친 짓을 벌여가지고."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니, 친우에게 낯짝이 두꺼운 크람조차 표정이 일그러졌다. 척 보기에도 좋은 말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크람은 부하 일꾼들을 손짓으로 물렸다.


"뭔데 그래?"


사람들을 보내고 크람의 말투는 자연스레 퉁명스레 변하였고, 렐프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최대한 목소릴 누그러뜨렸지만 그 안엔 분노가 끈적하게 깔려있었다.


"거 참, 그놈 있잖아. 아카데미 기생충."

"로이트?"

"갑자기 탈이 났다면서 실려갔는데, 말을 들어보니까 황당하더라고. 배고파서 메실리아 열매의 씨까지 먹었다나봐."


크람은 컥컥거리며 가슴을 두드렸다. 아이들이나 저지를법한 실수에 놀라, 숨을 잘못 들이켜 사래가 들렸다.


"미친…… 뒤지진 않았대?"

"그렇다는데, 당분간은 쉬어야한대. 으으 거지같은 새끼, 하필 이렇게 바쁠 때……"


아마 노련한 일꾼이라면 로이트가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생각했겠지만, 이 둔중한 사내들의 머릿 속엔 괘씸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령, 일하기가 싫어서 일부러 그런 것이라든지…… 크람의 그런 추측은 렐프의 화를 돋워주었다.


"이 새끼를 그냥!"

"참아. 괜히 아프단 새끼 건드렸다간 우리만 보기 안좋아져. 특히 그 기사나리들."


크람이 아니꼽단 표정으로 아카데미 건물 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빙빙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노예 새끼를 그렇게 생각해줄까?"

"학생은 학생이야. 그 놈이 돈도, 능력도 없어서 여기에 머물고 있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우린 그놈 건드리지도 못했어. 알잖아."


그의 지적에 렐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었다. 직위로 따지자면 그들같은 일꾼들이 최하위고 학생들은 중간 정도이다. 어른이 애들보다 못 하다니! 그래서 괜한 자격지심에 렐프처럼 노예학생이 된 불쌍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자들이 있었다. 학생이긴 학생이되, 돈이 없어서 노동력을 대신하여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 그것이 노예학생이었다. 그렇다해도 일단 학생이 아닌가? 그 생각을 하기엔 아카데미에서 그들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다.

돈도 안되는 노동력이나 갖다 바치는 밥버러지.

그래서 일꾼들이 그들을 험하게 다루어도 교관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되려 그걸 조장하기라도 하듯, 폭력을 모른체 해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일꾼들의 손속은 날로 거세졌고, 그래서인지 노예학생이 되고서 오래 버틴 아이는 없었다. 로이트나 하크 같은 독종을 제외하곤……!

아무튼 아카데미에서조차 노예학생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아도, 바깥의 시선이란 것이 있기에 실려간 로이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치료하는 마법사가 블루 크리스털 출신의 수련 마법사(3단계)란 걸 생각하면 더욱 할 수 없었다. 기사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 마법사가 있는 곳에서 소란이라니, 렐프같은 일꾼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리자니 배알이 꼴린 렐프는 콧김을 쉭쉭 뿜어대며 모략을 꾸몄다. 허나 부족한 머리로 어디까지 짜낼 수 있을까. 고작 돌아왔을 때 쌓여있을 일거리가 그의 사악한 상상력의 한계였다.


"근데 넌 한 명 빼돌리고도 그렇게 불평해?"

"아."


크람의 말뜻을 알아들은 렐프가 멋쩍어하며 머릴 긁어댔다.


"프롭이 벼르고 있는 거 알지? 안 그래도 힘든 일인데 왜 애를 빼가냐고 난리야."

"컴…… 나중에 술 몇 잔 사주면 되겠지 뭐……"

"그렇게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닐텐데……"


렐프는 크람의 걱정에도 가슴을 팡팡 때리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크람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뜻에 동조해주기로 했다.













창고에 도착한 하크의 눈엔 라호드 노인과 얘기를 나누는 청년이 보였다. 보라색…… 아니, 파란색인가? 색깔을 구분짓기 어려운 머리색에 하크의 눈매가 좁혀졌다. 이렇게 해가 높이 떠오른 시간에도 알아보기 힘들다니…… 아마 어두웠다면 그냥 또래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크 왔누……?"


라호드가 대화를 하다 말고 저 먼 곳을 보며 말하자, 고르든이 미심쩍은 눈으로 라호드를 보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갤 돌렸다. 쭈뼛거리며 서있는 아이, 하크를 보며 고르든이 눈을 크게 떴다. 이곳에 와서 검은 머리칼을 가진 사람은 딱 1명이었다.

비하크마 대공의 자제, 제트.

검은색은 좋지 않다, 나쁘다란 인식이 있음에도 그는 유일하게 이 아카데미에 어울렸다. 악마란 소리도 듣지 않았고, 해괴하단 말도 듣지 않았다. 그 이유야 배경이 두둑하기 때문일 것이다. 괴물도 살 수 있는 돈과 권력의 위력을 알고 있기에, 하크처럼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아이가 이곳에 남아있는게 신기할 뿐이었다.


"쟨 누구에요?"

"하크라고…… 로이트랑 아- 주 친한 친구란다……"


라호드가 덜덜 떨며, 이가 다 빠진 잇몸을 보이며 말하자 고르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하크는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다가, 고르든의 안좋은 표정이 자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슬그머니 다가왔다.


"고르든이라고 해. 로이트랑 같이 일하게 됐어."


손을 건넨 고르든은, 하크가 아무말 없이 손을 잡고 흔들자 아주 과묵한 아이라고 느꼈다. 숫기가 없다면 손을 잡는 것도 망설였을 것이고, 이렇게 다가오지도 않았겠지. 그러나 그 생각은 라호드의 말로 깨져버렸다.


"하크는 말을 못 한단다. 그러니 고르든이 이해해주려무나……"

'벙어리……?'


고르든은 화들짝 놀란 하크가, 망설이다가 그의 손등에 손가락을 끄적이는 걸 보았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글을 어깨 너머로 배운 로이트와는 달리, 고르든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분위기를 보니 첫 인사를 건넸거나, 자기소개를 했다고 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


"하크라 했지? 보아하니 너도 나랑 비슷한 처지인 거 같은데, 서로 잘 해보자고!"


고르든이 목에 팔을 두르자, 하크가 당황하여 그의 팔뚝을 두드렸다. 마치 육식동물에게 잡힌 초식동물의 발버둥같달까…… 조금 안쓰럽지만 흐뭇한 광경에 라호드는 하크의 불쌍한 눈망울을 보고서도 허허 웃었다.












'큰일 날 뻔한건가.'


로이트는 스스로의 무모함에 놀랐다.

그가 이렇게 실려온 이유는 '독의 제조'가 한 몫 했다. 메실리아의 꽃은 시들어버렸기에 창고 구석에다 뒀고, 씨앗만큼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눈앞에 놓여진 3개의 씨앗을 보며 로이트는 고민에 빠졌다. 이 씨앗의 독이 얼마나 강한 지 몰랐기에 고민하였다. 만약…… 만약의 경우지만 렘피룬트를 죽이는데 이 메실리아의 씨를 썼는데 독이 별 볼일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죽는 건 자신이다. 렘피룬트는 고블린도 단 한 번에 두 토막을 낼 만큼 강했다. 그리고 평소에 그 무거운 판금 갑옷을 입고 다닐만큼 육체적으로도 단련되었다. 굳이 그가 검을 들지 않더라도 맞아 죽을 수도 있단 소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수단에 도박을 건다는 건 무모하다.

그래서 로이트는 무모한 짓을 저질렀다.

그 결과, 메실리아의 씨는 굉장한 독을 가졌단 걸 알았다. 고작 껍질 안의 속살을 조금 뜯어먹었을 뿐인데 전신에 마비가 오고 기절해버렸으니…….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 열매의 씨앗까지 먹나? 쯧쯔."


수련마법사, 하스본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젊어보이는 사내였다. 입가에 깊게 난 팔(八)자 주름과 이마에 올올이 박혀있는 고랑만 아니었다면 20대로 봤을 정도였다. 로이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하스본을 살폈다.

마법사 특유의 챙 달린 고깔모자에 두꺼운 로브를 착용하고, 한 손엔 잘 깎은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손등만 봐도 그가 얼마나 귀하게 자랐는 지 알 수 있을만큼 부드러웠고, 이따금 바닥에 끌리는 로브 밑에서 코가 뾰족한 구두가 보였다.

처음 본 마법사의 소감은 '어릿광대'였다. 수염조차 기르지 않고(델브라에서 남자가 수염을 기르지 않는단 건 사내답지 못하다) 옷차림도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가 '마법사'이기에 무시하지 못 했다. 로이트가 누워있는 나무 침대에 새겨진 갖가지 문양은 제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는데, 이것들이 그의 회복을 돕고 있었다.

이 문양은 대체 뭘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질문을 던져오자, 하스본은 흔쾌히 답해주었다. 침대에 쓰여진 건 룬 문자이며, 이걸 통해 발휘한 룬 마법이라고 하였다. 마법적으로 새겨진 문자는 지워지기 전까진 쓰여진 법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힘을 발휘하며, 침대에 쓰여진 건 보온과 보냉, 보습, 마음의 안정, 회복력 증진, 독극물 정화라고 했다. 특히 보온과 보냉은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마법을 일궈내기 힘들었다며 자랑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룬 마법……. 그 경이적인 힘에 놀랐다. 당장 죽을 것 같았던 몸이 침대에 눕고, 하스본이 뭐라 중얼거리자 서서히 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치유되었다. 거기다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답답함이 전혀 없고, 오히려 아무 것도 안 입은 듯한 쾌적함까지 느껴졌다.

비현실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자. 로이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하스본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3일 정도만 있으면 독도 완전히 가라앉고 평소처럼 나다닐 수 있을 거다. 거, 몇 년 동안 중노동을 하면서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단 놈이……"


하스본이 동정 가득한 눈으로 로이트를 내려다보았다.

노예 학생, 로이트. 아카데미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건 새로 들어온 사람 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로이트는 유명했다. 1년도 아니고, 4년 째 괴로운 일을 견디면서까지 아카데미에 남는 그의 의지에 놀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고된 노동, 같은 학생들의 멸시, 상급자의 횡포, 고립감…… 모든 고통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일진데…… 하지만 그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누군가 배고픔에 숙소를 탈출하여 주방에 숨어들어왔어도 먹을 걸 내준 주방장 제리, 그런 제리에게 언제나 잔소리를 퍼붓는 쓰레기 담당원 톰, 누구에게나 기분좋은 웃음을 보여주는 문지기 터크, 건물 내부 청소가 일상인 청소부 로던, 마구간을 깨끗히 하는 게 일인 프롭…… 성격이 좋아도, 같은 평민이라 해도, 처지가 비슷하더라도 누구도 로이트를 돕지 않았다.

라르카 백작의 입김? 그런 건 전부 핑계일 뿐이다. 그들도 아카데미 내에선 저 멀리 있는 귀족의 힘이 절대적이지 않단 걸 알고 있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뒤에서 몰래 도와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허나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왜?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리다고 불쌍하여, 자식이 생각나서 위로의 마음에, 괜한 동정심에, 홧김에 그를 도왔다간 어떻게 될까. 귀족의 눈밖에 나는 건 두 번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건 같은 평민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버릴 수도 있단 점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는 없었다. 불쌍한 이를 나서서 돕는 걸 비난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그들의 선행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로이트를 고립시켰다.

하스본은 그 점이 이해하지 못했다. 기사와 같이 준귀족의 대우를 받는 마법사이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예로부터 이렇게 동족끼리, 혹은 같은 세력끼리 분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런 내부 싸움은 밑의 층에서 더욱 심했다. 소위 '뒷골목'이라 불리우는 깡패들은 물론이거니와 물길과 비료로 다투는 농민들, 심지어 노예들도 서열 싸움을 벌였다. 서로 도와가며 살 지는 못할 망정, 없이 사는 처지에 뺏어갈 생각만 하다니…… 인간만큼 야만적이고 어리석은 생물이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병실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였다. 로이트는 메실리아 씨를 어떻게 쓸 지, 그리고 마법의 기이함을 생각하고, 하스본은 인간의 괴이함을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노예처럼 일하던 학생 하나가 사라졌다고 아카데미의 일이 흐트러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를 기억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듯, 아카데미는 하루의 아침을 시작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처음엔 면박을 받던 고르든도 차츰 일의 능률이 오르면서 렐프의 흡족한 웃음을 뽑아냈다. 사실 여기엔 그의 걸걸한 입담과 막나가는 성질머리가 한 몫 하였다. 아무래도 뒷골목 출신이다보니 웬만한 하층민들이 겪는 고뇌를 알고 있었고, 이것은 렐프와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따금 자신을 관리하는 상급자 관리인(준귀족)에게 한 소리를 듣고 오면 렐프를 대신하여 시원하게 욕을 쏟아내주었다.


"하여간 씨벌, 윗대가리들 목 뻣뻣한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요. 거기다 진짜 귀족도 아닌 어정쩡한 짝퉁, 반쪽짜리가 뭔 우두머리 행세람!"


잔뜩 화가 난 렐프가 눈치를 볼 정도로, 고르든의 혀는 신랄했다. 렐프는 조용히하라며 주의를 주면서도 얼굴은 싱글벙글 했다.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익숙하고 험한 말로 욕해주는데 누가 싫어할까. 어쩔 때 보면 한참 어린 그가 친구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헛 참, 널 누가 이곳 학생으로 보겠어. 암만 봐도 일꾼이 딱인데 말이야."

"심한 소리 말아요. 제가 여기 기사 되려고 왔지, 일꾼되려고 온 건 아니거든요?"

"크흐흐…… 맹랑한 놈…… 너 몇 주 일하고 나면 그 새끼 얼굴을 어떻게 본다냐……"

"로이트요?"


렐프가 콧김을 슉슉 뿜었다.


"차라리 걔 대신 너가 왔으면 좋겠어. 하는 꼬라지가 드럽게 마음에 안들거든."

"걔가 왜요? 일 잘 하지, 말 잘 듣지, 잘 안 지치지……"

"그리고 오래 했지."


고르든이 닦던 검을 늘어뜨리고 렐프를 바라보았다.


"노예학생이란 건 실상 이 곳에서 나가란 말과 같아. 모두가 얘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 그리고 아주 당연시 되는 거야."

"예?"


뜬금없는 말에 고르든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렐프가 심드렁한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에게 있어서 아주 당연한 일이 달라졌다고 생각해봐. 가령…… 그래. 네가 심부름을 시키던 찌질이가 갑자기 널 쓰러뜨리는거지."

"말도 안 돼!"

"그래. 말도 안되는 일이지."


고르든은 비유가 이상하다고 말하려 했으나 렐프가 한 발 빠르게 말을 막았다.


"로이트가 바로 말이 안되는 경우야."

"그게 무슨……"

"너 같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게 좋겠어, 아니면 평소처럼 찌질이를 심부름 보내는게 좋겠어?"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규칙'을 뭉개선 안된다. 렐프는 이걸 말해주고 싶었지만 고르든은 그저 자신이 약한 놈의 심부름이나 한다는 가정에 한눈 팔려 있었다. 렐프가 머릴 저었다.


"나처럼 무식한 새끼라도 로이트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된단 걸 알아. 그건 일종의 '반항'이니까. 넌 기르던 소가 반항하면 어째? 두들겨 패지? 윗대가리들에게 있어서 로이트는 말 안듣는 소야. 그러니 뒤지게 패고 있지."

"그거야 지가 감당할 일이잖아요? 말 안듣고 두들겨 맞는데 웬 오지랖……"

"아카데미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고르든은 뒤늦게 노예학생이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기사가 되기에 부적합한 아이가 스스로 나가길 권유하는 벌주. 근데 그것을 거부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고르든의 부족한 머리로는 그 이상의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나도 주워들은건데 말이야. 로이트같은 '변종'은 있어선 안된다더라고. 말을 듣지 않는단 건 반항을 한단 소리고, 그렇게 되면…… 그러니까 그게 뭐냐…… 그걸 불러일으킨데."

"아, 저도 알아요. 가정의 불화죠?"

"그, 그게 아닌데​…… 뭐였더라……"


손가락을 튕기며 씁씁, 침을 삼켜대는 렐프와 옆에서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민하는 고르든. 검을 닦다말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둘을 보며 학생들은 수근거리며 지나갔다.


"아, 그래 생각났다."

"뭔데요?"

"귀족 체제의 전복."














"과민반응 아닌가요? 겨우 그런 걸로 귀족 계급 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니……"


뾰루퉁한 얼굴로 묻는 건 헤스타였다. 그녀는 밀레트와 라이가스의 은밀한 만남을 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 그들이 로이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걸 듣고 한 가지 물었다.

어째서 밀레트가 로이트를 그렇게 견제하는가.

이 말에 밀레트는 피식 웃었다. 견제가 아니라 단순한 '제초 작업'일 뿐이라고 얘기했다. 그가 어떤 연유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진 알지 못했다. 그저 밀레트에게 미움을 받았기 때문에, 찍혔다는 말 밖에 듣지 못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온 답은 '반란의 조짐을 막는다'였다.


"포스티어 제국이 어떻게 통일하셨는지 아십니까?"

"그야 개국공신들의 활약으로……"

"아뇨. 결정적인 원인은 내부의 반란 때문입니다. 전부 말이죠."


라이가스의 말에 헤스타가 적잖이 충격받은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반란이 평민들이 일으킨 것입니다. 혹독한 세금 징수에 대한 반발, 귀족의 횡포에 대한 방어, 생명의 위협에 대한 반격, 지속된 굶주림으로 인한 반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나라를 짓밟기 위해 일어났죠."

"그럼……"

"포스티어 제국은 그런 식으로 통일을 이뤘습니다. 그럼 제국에서 가장 견제할 건 무엇일까요?"


반란. 그것도 만만하다고 여긴 평민들이 일으킨 반란. 이미 한 나라가 무너진 사례가 있었고, 그걸 직접 주도한 그들이었기에 그에 대한 방비를 하는 것이다.

헤스타가 눈매를 좁혔다.


"그렇다고 아카데미에 의구심을 품는 걸로……"

"저도 그 일 때문에 아카데미의 목적을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밀레트?"


라이가스가 밀레트를 부르곤 빤히 쳐다보았다. 밀레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을 주었다.


"귀족이 하는 말이라면야."

"그럼 제 추측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카데미는 반란군들을 조기 진압할 무력이자, 제국에 충성할 신하를 양성키 위해 세워졌습니다. 실제로도 제국 전역에 그렇게 알려져있고요."

"그렇…… 지……?"

"전 이걸 일종의 '입막음'으로 보았습니다. 배고픈 개에게 고기를 먹게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말이죠."


총명한 헤스타였지만 제국의 정세가 주제인만큼 생각을 깊게 해야만 했다. 다행히 라이가스는 중요한 말만 콕콕 짚어 얘기해주었다.


"그러니까 반란의 가능성은 포스티어 제국 역시 있고, 영토가 넓어진만큼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그리고 아마 그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누구에게나 기사가 될 기회를 준 것일 겁니다."

"……어려운 걸."


귀족과 평민 사이의 벽은 지극히 높았고, 그걸 이해하기엔 헤스타는 너무 어렸다. 물론 라이가스 역시 그녀처럼 평민을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제가 알기로 평민들은 기사 작위에 목숨을 건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예들은 말한 것도 없고요. 신분상승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받고…… 졸업만 하면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입니다."

"그럼 기사가 무분별하게 많아질텐데 질도 떨어지고 자연히…… 아……!"


헤스타는 아카데미가 세워진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단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아카데미 내부의 가득한 비리를 떠올렸다.


"굳이 위험한 자들을 합격시킬 필요 없이 자연스레 떨어져나갈 겁니다. 제 풀에 지치든, 제국의 감시망에 걸리든 말이죠."

"그럼 그 노예학생은……"

"아,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제가 봤을 때 아카데미의 존재 의의는 제국을 반란으로부터 지켜주는 성벽이고, 로이트는 그것을 의심하는 '금'입니다."

"금?"

"예. 의심이란 건 정말 뜬금없이 나타납니다. 혹시, 란 생각이 의심이 되고 확신으로 변하죠. 지금껏 잘 지켜온 성벽을 누군가 의심하여 금을 내버린다면 그 성벽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무너져내린다. 헤스타는 입만 뻥긋거렸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자체적으로 불량품을 걸러내는 '노예학생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것입니다. 굳이 귀찮게 건드릴 필요도 없고, 아카데미의 인력으로 쓸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생각'을 못 하게 하니까요."

"흠."


밀레트가 라이가스의 말에 심드렁한 소릴 냈다. 헤스타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되는 건 버티지 못하고 나가야할 학생이 계속 아카데미에 머무르고 있단 점입니다."

"그건……"

"예. 아카데미를 의심하는 것만큼이나, 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있어선 안될 '반항'이죠. 이런 반항이 한 번만 터질 거란 보장도 없고, 그것이 연쇄 작용이 벌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밀레트가 그를 혹독하게 몰아붙인 것이구요."


헤스타는 뒤늦게 '기어오른다는 애'에 대한 상담을 왜 했는지 알아챘다. 그리고 블루 크리스털에서 따돌리는 방법을 기억해냈다.

심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이 나쁘단 인상을 심어지지 않게 괴롭힌다. 그리고 점점 그 강도를 높이거나, 동조자를 늘려가며 '따돌림'을 당연하게 만든다. 한 명이 말하면 소용없다. 둘이 말하면 그저 그렇다. 하지만 셋, 넷, 다섯이 얘기하면 그건 어느 순간부터 사실이 된다. 실제로 솔턴 남작가의 가니아는 있지도 않은 애인 문제로 다투고, 뒤에서 험담을 하는 아이로 찍혀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녀를 응징하기 위해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똑같이 몰래 욕을 하였고, 심지어 그녀의 자리에 음식물을 뿌려놓기도 했다.

그녀와 로이트를 비교해보니, 왠지 불쌍하게 느껴졌다. 애당초 지식이 없는 자로서 멋모르고 뱉은 말일텐데…… 겨우 그걸로 이런 일을 당하다니! 하지만 귀족에게 대드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에 헤스타는 그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상쇄시켜버렸다.

그때, 밀레트가 손뼉을 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난 라이가스, 너가 이렇게 말을 잘 하는줄 처음 알았어."

"굳이 입을 열 필요성이 적었을 뿐이지, 저도 밀레트 못지 않게 말재주에 자신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여자들을 기분좋게 하는 말은 하지 못하잖아?"

"의외로 과묵한 걸 좋아하는 여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밀레트처럼 떠들썩한 것보다 제가 더 낫단 말들이……"

"뭐? 그런 말이 어디서 돌아!"


헤스타는 물론, 라이가스도 밀레트가 이 이상 얘기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런게 아니라면 잘 있다가 말을 뚝 끊어버리진 않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로이트에 대한 것도 머릿 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러자 떠오르는 건 졸업식…… 그리고……


"그럼 제 궁금증도 풀렸으니, 훼방꾼은 사라지겠습니다."

"엉? 훼방꾼? 헤스타. 너가 그런 말을 하고 가버리면 분위기가 이상해지잖아."

"저도 밀레트보단 조숙한 규수가 더……"

"뭐어?"


밀레트가 말끝을 높이자, 헤스타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후후…… 가볼게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구요."

"무…… 수련 말하는거지 헤스타? 응? 헤스타……!"


헤스타는 미련없이 연무장을 빠져나왔고, 라이가스는 앞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한숨을 뱉었다.


"후우…… 밀레트 때문에 원치도 않은 스캔들이 터지겠군요."

"뭐? 나도 원하지 않아 이런 스캔들! 레이디들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제 혼삿길이 막히면 책임지셔야합니다."

"어엉?! 이게 아까부터……!"


졸업식 4일 전. 아직까지 아카데미에선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말

질질질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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