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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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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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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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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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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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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8화 화상

DUMMY

그녀는 자신의 고향 자월도에서 어릴 때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대스타로 우뚝 선 그녀가 반가웠다.


뭐든지 퍼주고 싶었다.


잘 대접한다는 게 탈이 난 것이다.


큰 냄비에 매운탕을 끓였다.


해주는 음식에 익숙한 그녀는 매운탕 끓이는 것도 작은 재미였다.


펄펄 끓는 냄비 속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주걱으로 한 번씩 집적거려보기도 했다.


“어머! 뱀이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놀란 그녀는 몸의 중심을 잃었다.


중심을 잡는다는 게 왼손을 끓는 매운탕에 집어넣은 것이다.


왼쪽 뺨도 매운탕 국물에 들어갔다 나온 모양이었다.


화상은 응급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응급조치를 잘못하면 예후는 몹시 불량해질 수 있다.


다행히 그녀는 침작했다.


흐르는 물에 계속 환부를 씻어냈다.


환부를 습윤드레싱한 상태로 서울병원으로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의료시설이 충분치 않은 섬이었기 때문이다.


#


그녀는 서울의 어느 화상전문병원으로 갔다.


그도 혜리의 전화를 받고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혜리와 매니저는 사색이 되어 그를 쳐다보았다.


“지현씨는요?”

“지금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혜리의 말에는 울음이 반이었다.


그는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녀의 왼쪽 뺨과 왼손은 드레싱한 상태였다.


그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녀의 뺨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다정하게 손도 잡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를 위해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마 대표가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마 대표의 거친 숨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


의사는 3도 화상이라고 진단했다.


“진피층과 근육의 일부가 손상됐습니다.”

“선생님. 그, 그러면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치료가 끝나도 흉터가 남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마 대표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흉터가 남는 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 아시죠? 지현이 연기자라는 거요?”

“그럼요. 저도 윤지현씨 팬입니다.”

“연기자가 얼굴에 흉터가 생기면! 이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집니다.”

“저도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지만 흉터가 남더라도 최대한 작게 남도록 최선을 다해 봐야죠.”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까?”

“그, 글쎄요. 그, 그건 아무래도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 대표가 한 번 휘청거렸다.


“그러면 저 손은요?”

“저 손도 문젭니다. 화상을 심하게 입으면 피부가 오그라들게 되어있습니다.

가령 물질이 불에 타면 오그라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요?”

“그런 것처럼 손바닥의 피부가 오그라들어 관절의 구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절이 구축이라면?”


의사는 자신의 손을 쥐었다.


“이렇게요.”

“조, 조막손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 아니. 조막손까지는 아니라도. 음, 그 비슷하게 될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요?”

“외관상 좀 안 좋을 정도일 가능성이 20% 정도요? 더 심해질 가능성 80%정도?”


으어어억!


마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의사의 진료책상에 이마릍 몇 번 찧었다.


그런 다음 얼굴을 들었다.


마 대표의 이마는 금방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그러면 손이 멀쩡할 가능성은 제로, 라는 말씀이시네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녀는 닷새 동안 입원했다.


통증이 심했다.


그리고 균 감염이 염려됐다.


그래서 주사를 맞았다.


화상부위에 딱지가 생기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습윤드레싱도 했다.


딱지가 생기면 새 살이 돋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입원해있는 닷새 동안 매일 저녁 입원실을 찾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얼굴과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그녀 옆에서 세상의 모든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만일 그녀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게만 해준다면 그 어떤 신이라도 평생 숭배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의 모습을 한 악마일지라도!


#


진료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진료 도중에도, 차를 마시다가도, 눈을 감고 있어도 수시로 그녀가 걱정되었다.


퇴근 후 저녁마다 하던 곡 작업도 사고 이후론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일층 백반집도 안 간지 며칠 되었다.


혜리를 보면 지현이 떠올라서 힘들었다.


{탑스타 윤지현! 왼쪽 뺨과 왼쪽 손에 화상입어!}


{그녀의 연기자 생명은 끝인가?}


그녀에 대한 우려의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우려인지 호기심인지 애매한 기사는 훨씬 많았다.


온갖 소문, 추측이 난무했다.


사실에 근거한 소문만 난 것은 아니었다.


퇴원하고 며칠 째 통원 치료 중인 사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알 수 있는데도 흉흉한 소문은 끊이질 않았다.


{윤지현! 중환자실 입원.}


{의식불명!}


웬만한 것에는 둔감해진 사람들은 조금 더 자극인 기사를 원했다.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기사도 나왔다.


{탑스타 윤지현! 사망?}


그녀의 불행을 조롱하는 동영상도 여러 개 등장했다.


그녀의 얼굴에 영화 <배트맨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 검사의 심하게 손상된 얼굴을 합성한 사진도 인터넷과 O튜브에 떠돌았다.


차 선생이 말해줘서 한 번 봤는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참을 수없는 분노를 느꼈다.


인간의 사악함에 환멸을 느꼈다.


이런 영상을 만든 사람들을 잡아서 흠신 패주고 싶었다.


#


DS 엔터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현의 사고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지 닷새 만에 DS 엔터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그에게 DS엔터의 주가 폭락은 남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주가야 아무려면 어때?’


그녀가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마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원장님께 상의 말씀 드리고 싶어서요. 저하고 점심같이 하시죠.-


그들은 일층 백반집으로 갔다.


며칠 만에 본 혜리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지현이는 좀 어때요, 대표님?”


그녀는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집에 머물고 있어서 저도 지현이 얼굴 못 본지 며칠 됐습니다. 매니저가 같이 지내면서 돌보고 있는데, 걔 말로는 시원한 차도는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녀는 눈물까지 보였다,


주문을 받고 그녀가 사라지자, 마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원장님. 지현이 화상 말입니다. 원장님이 치료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차마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가 내심 바라던 바였다.


한의사치고는 화상치료 경험도 적은 편은 아니었다.


“저도 하고 싶습니다만, 지현씨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저도 저지만 지현이가 더 원하고 있습니다. 지현이가 원장님을 얼마나 믿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지현씨 치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두 사람은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 마 대표가 한의원 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그가 조수석에 타자 마 대표의 차가 움직였다.


마 대표는 그의 무릎위에 놓인 한약 백을 내려다보았다.


“아! 지현 씨한테 먹일 한약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먹이고 싶어 대표님 다녀가신 이후에 곧바로 달였습니다.”


탁리소독음(托裏消毒飮)!


금은화 진피 황기(鹽水炒) 천화분


방풍 당귀 천궁 백지


길경 후박 천산갑 (炒焦) 조각자


이 처방은 기혈을 보하고, 내부에 있는 농독(膿毒)을 외부로 배출시키는데 활용한다.


즉 화농성질환에 쓰는 처방이다.


그러나 그는 이 처방을 그녀의 화상치료에 쓰려고 하는 것이다.


#


그가 집으로 들어가자 거실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가 일어났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대신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그는 테이블위에 놓인 티슈 곽에서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무 걱정 말아요. 지현씨. 내가 고쳐줄게요. 내가 지현씨 원래 모습대로 돌려놓을게요.”


그녀는 처음으로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름다운 눈이다!


“지현씨. 나 믿죠? 나 믿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그럼 된 거에요. 나 절대로 지현씨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반드시 고쳐줄게요.”


그는 지어 온 한약에 대해 그녀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이 약은 화상으로 입은 피부와 근육의 독을 제거해주는데 큰 도움이 될 거에요.”


그는 이어 옆에 서 있던 그녀의 매니저에게 설명했다.


“냉장고 야채박스에 보관하고 하루 세 번 식사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복용하면 돼요.”

“수고스럽더라도 네가 꼭 좀 챙겨줘라.”


마 대표의 지시에 따라 매니저는 한약을 냉장고에 보관했다.


“지현씨. 소파에 누우세요.”


그녀는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을 하면 화상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왼쪽 뺨에!


“왼쪽 얼굴이 하늘을 보게 모로 누워요.”


그녀는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이젠 침을 놓을 거예요. 당분간은 환부에 놓지 않고 다른 부위에 놓을 거예요.”


그는 그녀의 첫 치료 혈자리로 귓바퀴를 선택했다.


그는 얼마 전 중국의 대화병원에서 침마취를 할 때도 귀에다 침을 놓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얼마 전 박정옥씨에게 염천혈에 자침할 때도 그랬다.


두 차례다 본치(本治))를 하기 위한 전 단계의 침시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귀에 침을 놓는 자체가 본치라는 점에서.


귀는 엄마 뱃속의 태아가 거꾸로 있는 모양과 흡사하다.


여기에 착안해서 출발한 게 이침요법이다.


이 귀안에는 150여개의 혈자리가 있다.


그리고 귀를 열 두 구역으로 나뉜다.


상지, 하지, 소화기, 자궁, 척추, 머리 등으로.


그는 이 치료법을 계속 활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얼굴과 왼쪽 손에 한 습윤드레싱의 의존도가 지금보다 떨어지는 단계로 접어든다면 이 치료법은 중단하고 다른 치료법으로 전환할 생각이었다.


그는 그 시기를 일주일 후로 예상하고 있었다.


“지현씨. 침 놓을게요. 안 아프게 잘 놓을 테니 너무 염려 말아요.”


그는 그녀의 왼쪽 귓불에 자침했다.


음!


그녀가 짧게 신음했지만 그게 다였다.


귓불은 얼굴에 해당한다.


그리고 귀가 아닌 다른 부위에 자침을 계속해 나갔다.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두유혈(頭維穴)와 승읍혈(承泣穴)에 자침했다.


두유혈은 손상된 안명신경을 복원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혈자리이다.


승읍혈은 주로 안과질환에 활용하는 혈자리이다.


원시, 근시, 시신경염, 야맹증, 각막염 등등.


그가 승읍혈에 자침한 것은 화기(火氣)가 시신경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외관상으로는 확인이 안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의 천정혈(天井穴)와 수삼리혈(手三里穴)에도 자침했다.


천정혈은 화상을 입은 손바닥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위해서였다.


수삼리혈 역시 그런 목적으로 자침한 것인데, 천정혈보다 오히려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왼쪽 손도 습윤드레싱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의 예풍혈(翳風穴)과 지구혈(支溝穴)에도 자침했다.


예풍혈은 이명과 이하선염에도 많이 활용하지만 안면신경을 자극해서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구혈은 협심증과 견비통에 활용하지만 손의 신경기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혈자리이다.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의 청회혈(聽會穴)과 양백(陽白穴)에도 자침했다.


청회혈은 중이염이나 치통에도 쓰지만 역시 안면신경을 되살리는데 효험이 있다.


양백혈은 안과질환에도 많이 활용하지만 역시 안면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1차 자침을 마쳤다.


그는 침이 꽂힌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말도 없었다.


그저 숨만 쉬고 있었다.


15분 후 그는 발침했다.


“지현씨 침을 한 군데 더 놓을 거예요? 괜찮죠? 힘들지 않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준비해 온 여러 침들 중에서 제법 굵고 긴 침을 손에 집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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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5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6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6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4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8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3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6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5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0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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