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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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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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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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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20 09:10
조회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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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DUMMY

선 회장는 준영과 리청하의 통화내용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는 리청하와의 통화를 마쳤다.


“뭐래?”

“리진 회장님이 저한테 한 번 더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시네요.”

“왜? 뒷목이 다시 아프시대?”

“뒷목은 전혀 안 아프답니다. 그런데 전부터 왼쪽 팔꿈치가 자주 아팠다고 합니다. 아마 골프를 쳐서 그런 모양입니다.”

“팔꿈치 아픈 게 치료가 어렵다고 하던데?”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난치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 정도면 중국에도 고칠 수 있는 의사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굳이 저한테 치료 받고 싶어 하신 다네요. 원래는 오늘 밤에 중국으로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출국도 미루고요.”

“자네가 그렇다니까. 자네한테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어. 나 봐. 나. 자네한테 중독되어 폐인 다 됐잖아.”

“차암 회장님도. 중독은 무슨 중독이요.”

“리진 회장도 자네한테 치료 받고 싶으니까 출국도 미룬 거 아니겠나?”

“그러게요.”

“어서 일어나. 당장 나하고 같이 가세.”


선 회장은 반쯤 일어났다.


“지금요?”

“당연하지. 아니, 리진 회장이 찾는데 당장 가야지, 그럼.”

“저, 오후 진료해야하는데요?”

“어휴! 이 답답한 사람. 아니, 이런 상황에 그 코딱지만 한 한의원을 계속 해야겠나? 그깟 하루 진료해봤자 얼마나 번다고?”

“예. 아니 회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얼마면 돼? 그깟 한의원 내가 다 사버릴 테니 얼마면 문 닫겠나?”

“지금 회장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저는 환자들과 약속을 한 겁니다. 오늘 오후에 치료해주기로요. 그런데 그 약속을 제 마음대로 어기라는 말씀이십니까?”

“알지. 알지만 자네 앞에 돈 덩어리가 막 굴러오는 게 안 보이나?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냐. 이런 기횔 놓치면 자네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안됩니다. 후회해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리진 회장님한테는 저녁에 가도 됩니다.”

“지금가면 더 좋지. 사람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고?”

“저도 돈 좋아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하아! 알겠네. 자네 고집을 누가 꺾겠나? 그러면 갔다가 저녁에 다시 올게.”

“회장님이 왜요? 회장님도 침 놓으실 줄 아세요?”

“아니 그냥 같이 가자고. 내가 같이 간다고 침이 효과가 안 나는 거 아니잖아?”


선 회장은 버럭 화를 냈다.


“리진 회장님이 싫어하실 것 같은데요!”

“우이 씨이! 정말 확 패버릴까 보다. 나 싫어하는 사람 하나도 없거든. 자네 말고는.”

“······.”

“같이 좀 가자. 엉!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아,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이거야, 원.”

“그러면 주책 안 부리겠다고 약속 하십시오.”

“뭐? 주책? 어른한테 주책? 이걸 그냥 확!”


선 회장은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는 몸을 뒤로 살짝 빼더니,


“죄송합니다. 주책은 좀······, 제가 말이 좀 지나쳤네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제 체면도 좀 생각해달라는 말씀입니다.”

“체면? 무슨 체면?”

“너무 촐랑, 아, 아니······ 하여튼 뭐냐? 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잖아요?”

“알아. 아니까. 자네는 리진 회장님 치료해 드릴 준비나 철저히 해. 알았나?”

“회장님이 제 상관입니까? 왜 명령을 하십니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다 합니다.”


선 회장은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하며,


“아이고 그러시겠죠. 어련하시겠습니까. 제가 귀한 분을 몰라 뵙고 지시를 했네요. 죄송합니다아∼아아. 원장님.”


#


그는 하루 진료를 마무리하고 한의원을 나왔다.


선 회장이 한의원 바로 앞에서 차를 대기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직접 운전하시게요? 기사는 어떡하고요?”

“어! 내가 운전하면 돼. 기사 있어봤자 속 깊은 말도 못하고 안 좋아.”

“저는 기사가 있으면 더 좋은데요.”

“지금 전화해서 기사 부르라고?”


선 회장이 눈을 부릅떴다.


“타라. 시간 없다.”


그는 가급적이면 선 회장과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고 싶어 승용차 뒷좌석에 탔다.


선 회장이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앞에 타.”“예?”

“조수석에 타라고, 인마. 남들 보면 내가 운전기사고 네가 성원그룹 회장인줄 알잖아,”

“아 예. 알겠습니다.”


그는 마지못해 조수석에 탔다.


“어휴. 저걸 그냥! 돈 때문에 내가 참는다.”


선 회장이 운전하는 승용차는 호텔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준영은 눈을 감은 채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경이한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성원생명과학에서 새로 나온 화장품 말이야. 중국 업체하고 계약을 진행 중이었는데, 그게 성사가 될 듯 될 듯하다가 안 됐거든.”

“······.”

“짜식들이 너무 심하게 요구를 한 모양이야. 걔들 요구 다 받아주면 우린 밑지고 팔아야 하는데, 미쳤어? 내가 그런 짓을 하게.”


준영은 잠을 청했다.


“만약 대화하고 이야기가 잘 되면 그 자식들하고 계약 무산된 건 오히려 잘 된 일이야. 우리가 만들고, 대화 라벨을 붙여 팔수도 있고, 아니면 대화에서 수입해서 팔수도 있고. 뭐든지 계산만 맞으면 되거든.”

“······.”

“만일 중국내에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면, 그 다음은 발모제 팔고. 다음다음, 또 그 다음. 줄줄이 사탕이지. 중국에서 대화 브랜드 가치는 어마어마하거든.”

“······.”

“게다가 대화의 유통망을 활용하면 상상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 그렇게만 되면 성원생명과학의 주가는 열배? 아니, 오십 배, 백배도 갈 수 있어. 자네가 갖고 있는 주식이 오 백억, 천억이 될 수도 있단 말이야. 어떤가? 내 말이 허풍 같나?”

“······.”

“자네 지금 잤지?”

“자기는요? 안 잤습니다.”

“내 말 안 듣고 있었잖아?”


선 회장이 그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다 듣고 있었습니다.”

“내가 조금 전에 뭐라고 했는데?”

“아유. 좋은 말씀 하셨잖아요오∼.”

“어! 듣고 있었네!”

“그럼요오∼오오오.”

“그러고 보니 자네 차 없지? 내가 차 한 대 사줄까? 큰 일하는 사람이 차 한대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됐습니다. 차 예약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나 기다리래?”

“계약할 때는 한 일 년 걸린다고 하더니, 얼마 전 연락이 왔는데 조금 빨리 받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육 개월 정도만 기다리라고 하던데요.”

“아아. 이 사람 정말 답답한 사람일세. 내 전화 한 통화이면 금방 받을 텐데 뭐 하러 육개월이나 기다려? 어느 회사 차야?”


선 회장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됐습니다. 회장님. 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아, 회장님께서 절 데려다주시는데 뭐가 불편합니까? 불편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전화하지 마십시오.”


#


이번에는 호텔내 중식당이 아니었다.


선 회장이 머물고 있는 호텔 객실에서 만났다.


객실은 농구코트만했다.


리진 회장이 선 회장의 예고 없는 방문을 불편해할까봐 내심 걱정도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두 회장은 너무 반가워했다.


피를 나눈 형제도 저렇게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돈의 힘은 역시 강했다.


두 회장은 서로 얻을 게 있을 거라는 동물적인 감감이 발동한 모양이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호텔이 흔들릴 정도로 두 회장은 웃어 제쳤다.


준영에게 팔꿈치 치료를 받은 후, 리진 회장은 선 회장과 함께 호텔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다.


남자가 준영에게 다가왔다.


중식당에서 리진 회장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던 바로 그 남자였다.


그 역시 우리말에 아주 익숙했다.


어찌 보면 한국 사람인 것 같기도 했다.


“어제 회장님께서 말씀 하셨던 광고 계약서입니다.”


남자는 그의 앞에 계약서를 내밀었다.


“읽어보시고 서명 하시면 됩니다.”


계약서는 영어로 되어 있었다.


그는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한 후, 서명했다.


“계약금 10%는 내일 원장님 통장으로 입금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원장님 같은 훌륭한 분을 모시게 되서 저희가 오히려 영광입니다.”


남자는 정중하게 말했다.


#


남자는 이번에는 리청하가 머물고 있는 객실로 그를 안내했다.


리진 회장의 객실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제법 컸다.


이 객실에는 리청하가 아들과 함께 있었다.


리청하는 낮에 전화로 아들에 대한 얘기를 간단하게 했었다.


장인모. 57개월, 남.


그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 눈에 봐도 몹시 예민해 보였다.


엄마의 품에 안겨서도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발버둥을 쳤다.


“우리 인모가 자다가 갑자기 울고, 소리 지르고, 보채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야경증(夜驚症))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습니까? 언제부터 그런가요?”

“육 개월 정도 됐나 봐요. 처음엔 심하지 않았는데 몇 달 전부터는 부쩍 심하네요.”


야경증은 수면상태에서 뇌의 일부가 활성화돼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즉, 잠에서 깨서 생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면 중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는 이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야경증은 뇌가 충분하게 발달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으로 잠이 들기 시작해서 2시간 내지 4시간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매일 밤마다 그러나요?”

“어떨 때는 일주일에 서 너번 정도? 하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그렇고요.”

“한 번 시작하면 얼마나 지속되나요?”

“일정치는 않아요. 짧으면 일이십 분 정도요. 대개는 삼사십 분 그러다 지쳐 잠들기도 하고요. 길면 한 시간 이상씩 그럴 때도 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사람이 미칩니다. 저나 남편도 잠을 못 자니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피곤해서 너무 힘드네요.”

“아이가 그러면 가족들은 정말 힘들죠.”

“원장님께 한 번 보이고 싶어 서울로 보내라고 했더니 이렇게 왔네요. 오늘 낮에 왔어요.”

“아이가 평소에 활동적이죠? 잠시도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맞습니다. 원장님.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밥 한 번 먹이려면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고, 한바탕 난리를 피워야해요.”

“땀을 많이 흘리겠군요? 평소에도 그렇고 잘 때도 그렇고요.”

“맞습니다. 원장님 말씀하신 따∼악 그대롭니다. 이불을 덮어줘도 다 걷어차 버려요.”

“중의사에게 보이지는 않았나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침을 맞히기가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병원에만 몇 번 데려갔는데 신통한 치료 방법이 없나보더라고요. 그냥 크면 괜찮아진다고만 하고요.”


그는 아이의 맥을 짚지는 않았다.


소아들의 진맥법이 따로 있기는 하다.


돌 전의 아이에게 행하는 액맥법(額脈法:눈섭위 이마에 손가락으로 진맥)도 있다.


대여섯 살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일지삼부맥법(一指三部脈法)도 있다.


이는 손목의 요골동맥 위 촌관척(寸關尺)의 세 부위를 손가락 하나도 누르는 맥법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맥법은 활용하지 않는다.


아이는 신체의 모든 부위가 미성숙 단계이듯이 맥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의 병을 진찰할 때는 문진(問診)과 망진(望診), 복진(腹診)을 더 선호한다.


“인모의 손바닥을 좀 보겠습니다.”


그는 인모의 왼쪽 손바닥을 펼친 다음 찬찬히 살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식지(食指: 두 번째 손가락)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식지의 세 마디를 손바닥 쪽에서부터 손가락 쪽으로 가면서 차례로 풍관(風關), 기관(氣關), 명관(命關)이라 한다.


풍관(風關)에 지문모양의 문선(紋線))이 나타나면 치료가 어렵지 않다고 보는데, 인모의 풍관이 그랬다.


그리고 인모의 왼쪽 뺨에 푸른색이 돌았다.


이는 간의 경풍(驚風)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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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0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4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897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86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3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0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5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1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3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1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0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4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89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1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3 24 12쪽
»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49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35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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