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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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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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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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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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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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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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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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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143화 사주(四柱)

DUMMY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


도인 당귀 생지황 홍화

우슬 지각 적작약 길경

천궁 시호 감초


어혈을 제거하는데 쓰는 대표적 처방중 하나이다.


그는 며칠 전 박정옥 씨에게 혈부축어탕을 투약했다.


뇌출혈된 주변부의 남아 있는 어혈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이 처방은 여러 제 복용하기에 적합한 약은 아니다.


박정옥 씨에게는 5일 치인 10첩 정도가 적당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본방만으로는 약간 부족하다.


인경약(引經藥).


이 약을 그가 원하는 뇌로 끌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인경약을 추가할 필요가 있었다.


본방만으로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인경약을 추가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바로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감국(甘菊)과 고본(藁本).


그는 고심 끝에 혈부축어탕에 감국과 고본을 인경약으로 추가했다.


그는 건물주 내외와 진료실에서 마주했다.


“지난번에 지어주신 한약 다 먹었습니다. 원장님.”


건물주인 황종우님이 대신 말했다.


“아! 그러세요. 드시면서 불편하신 건 없으셨나요? 부작용이나 맛이나, 뭐, 그런 거요?”

“응. 조아 떠요.”

“상태는요? 머리가 덜 아프거나 맑아졌다거나? 그렇지는 않나요?”

“어어? 머디가 말가요?”


그녀는 아직 말이 어둔했다.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다행입니다.”


그는 그녀의 맥을 짚었다.


맥에서 깔깔하던 느낌이 많이 줄어들었다.


“됐습니다. 며칠 동안 드신 한약은 이젠 안 드셔도 되겠네요. 이번에는 처방을 바꿔서 다시 지어드리겠습니다.”

“원장님이 알아서 해주십시오.”


청심해어탕(淸心解語湯)


인삼 오미자 당귀 백작약

산조인(초) 백복신 석창포 맥문동

천궁 진피 치자(초) 감초

원지 황기 남성 창포

천마 강활 백강잠 목향


그는 박정옥 씨가 겪고 있는 언어장애에 중점을 두어 새로운 처방을 구성했다.


물론 상하지의 운동기능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처방이다.


“말씀하시는 건 좀 어떠세요?”


그는 이미 그녀의 언어장애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본인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조금. 조금 조아딘 거 가타요.”


그녀가 말했다.


“빨리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그래도 다리는 눈에 띄게 좋아진 걸요. 걸음걸이가 전보다 반듯하고 힘이 들어가는 것 같던데요. 그렇지? 여보?”


건물주는 그의 아내를 보며 동의를 구했다.


“엉. 조아져떠.”

“그런데 팔은 좀 더디네요. 원장님?”

“하지에 비해 상지는 신경이나 구조가 더 복잡합니다.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이고요. 그래서 하지에 비해 회복이 늦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군요.”

“사장님은 좀 어떠세요?”

“아유. 저는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실은 원장님 휴진 하시는 동안 전에 다니던 한의원에서 며칠 치료 받았거든요.”

“아! 그러셨어요. 잘 하셨네요.”

“그런데 원장님한테 치료 받는 거랑 차이가 많이 나던데요 ‘니 침 맞았나?’ 그러던 걸요.”


건물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 같은 한의산데요.”

“그나저나 원장님 아직 차가 없으신 것 같던데?”

“예. 아직 없습니다. 몇 달 전에 차를 계약했는데,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시구나. 저기, 원장님. 제가 외제차가 두 대 있는 거 아시나요?”

“아 예.”

“원장님 아시다시피 우리 부부 몸 상태가 이래서 외제차 두 대가 주차장에서 그냥 잠자고 있거든요.”

“두 분은 당분간 운전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박정옥 씨요.”

“아유. 그럼요. 하라고해도 못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원장님. 제가 싸게 드릴 테니 두 대 중 한대 사실 생각 없으신가요? 몇 년 된 차지만 새 차나 다름없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기다렸다 받으려고요. 요즘은 국산차도 잘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긴 하지만 원장님 정도 되면 외제차타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전 국산차로도 만족합니다.”

“그러세요!”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 침구실로 들어가시죠. 침 맞으셔야죠.”


그는 박정옥씨에게 자침했다.


지창, 협거에 자침했다.


백회와 사신총에도 자침했다.


그리고 곡지와 수삼리에도 자침했다.


하관과 팔풍에도 자침했다.


팔풍혈은 각 발가락이 만나는 뿌리부위의 혈자리이다.


그러니 한쪽에 네 개. 양쪽 합해서 여덟 개이다.


그래서 팔풍혈인데 풍기를 해소하는데 효과가 좋다.


오늘 침치료는 언어와 상지 치료에 중점을 두었다


#


지현이 내원했다.


그는 진료실 침대에서 그녀의 허리 상태를 점검했다.


“어! 다 나았는데. 이젠 허리 안 아플 텐데요?”


그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조금 아파요. 하루 더 맞아야겠어요.”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더 뭐라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요! 그럼. 침구실로 가요.”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재미 좋으셨수?”


그녀의 말투가 어째 뾰족하다.


“뭐? ??? 아아! 리주하 씨하고요? 말도 말아요. 나, 그 날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왜?”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는 왜에요? 리주하 씨 때문이지.”

“걔가 왜? 뭐, 어떻게 했는데요?”

“아니. 새벽 4시까지 날 붙잡고 놔주질 않는 거예요 우와! 잠을 안 재워.”

“어머! 세상에. 걔가 그 정도에요?”


그녀는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뭐! 정말 대단하더구먼. 판타스틱한 게.”

“크, 클럽 갔다가 그, 그다음엔 어딜 간 거예요?”

“호텔이요.”

“호, 호텔에서 새벽 4시까지? 미쳤어. 정말 미쳤어. 그러다 죽어요.”

“지현 씨.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예요?”

“내, 내가 뭐? 호텔 갔다면서?”

“리주하 씨가 새벽 4시까지 클럽에서 춤추면서 날 놔주지 않는 바람에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요.”

“하아! 나, 난 또.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죠.”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지. 내가 어떻게 말했는데요?”

“호텔 얘기를 하니까 사람이 놀라잖아요.”

“리주하 씨가 호텔에서 지내니까 바래다 줘야지. 그러면 그 시간에 여자 혼자 가라고해요?”

“그, 그건 그렇죠. 자, 잘 했네요.”


그녀의 표정이 약간 편안해졌다가 이내 다시 굳어지더니,


“다른 일은 없었고요?”

“다른 일 뭐요?”

“이를테면······. 아, 아니에요. 침구실로 가면 되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침구실로 향했다.


#


선 회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현이 치료받고 돌아간 지 20분 정도 후였다.


-허 원장. 알지? 화장품 대박 난 거?-

-그럼요. 지현 씨한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하하하. 고마워. 이게 다 허 원장 덕분이야. 리진 회장하고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허 원장이 출발점 아닌가!-

-고맙습니다. 회장님.-

-그건 그렇고 나, 리진 회장하고 큰 투자를 할까하는데 말이야.-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떤 투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회장님.-

-전화로 말하기는 그렇고. 나, 오늘 밤에 서울 가. 그러니 내일 늦은 오후에 나 자네한테 침 좀 맞게 예약 좀 해주시게.-

-어디 불편하신가요?-

-나 여기서 리진 회장하고 골프 몇 번 쳤거든. 그러면서 사업 얘기도 하고. 아, 그런데 스윙에 문제가 있었는지 허리가 영 신통찮아서 말이야.-

-아, 그러면 중국에서 치료 받으시지 그러셨어요?-

-아, 여기도 좋은 의사들 많지. 그래도 난 자네한테 맞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알겠습니다. 예약해 두겠습니다.-

-자네 내일 저녁에 약속 없지?-

-예. 아직은 없습니다.-

-그럼. 약속 잡지 마. 자네하고 저녁 식사하면서 투자 얘기 좀 하고 싶으니까.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회장님.-


#


리주하가 오후에 치료 받으러 내원했다.


쌩쌩했다.


놀라울 정도로.


“새벽까지 신나게 춤추고도 피곤하지 않았어요?”


그가 봐도 그녀의 얼굴에서 피로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놀 때는 너무 신나서 몰랐는데, 많이 피곤했나봐요. 어제는 늦잠 잤어요.”

“안 피곤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그래도 푹 자고 났더니 지금은 괜찮아요.”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놀면 삼차신경통 통증이 또 올까봐. 난 그게 걱정이지.”

“사실은 저도 그걸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괜찮아요. 어제도 오늘도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전에는 어땠어요?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통증이 오거나 그렇지는 않았나요?

“그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어요.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무리했는데도 괜찮단 말이죠?”

“예.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원장님이 보기에는 어때요?”

“글쎄. 내가 보기에도 분명히 차도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통증이 수시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판단하기 참 애매하네요.”

“원장님. 우리 언제 또 가요?”

“어딜요?”

“클럽에요. 다음엔 이태원이나 강남클럽에 가요. 그 쪽은 홍대하고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고 하던데 어떻게 다른지 가보고 싶어요.”


그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저기. 나도 주하 씨하고 클럽에 같이 가고 싶은데 일 해야 해요.”

“일하셔야죠. 낮에는 환자 진료하고, 클럽은 밤에 가면 되잖아요.”

“주하 씨. <키즈 인 타운> 알아요? 아이돌 그룹이요.”

“알죠. 저도 <키즈 인 타운> 광팬이에요. 우리 언니는 혜민이 팬이고, 저는 주노 팬이에요.”

“아하. 그렇구나.”

“주노. 와우! 춤 죽여. 죽여요. 춤이 예술이야. 예술.”


그녀는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사실은 <키즈 인 타운>이 2집 앨범 준비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저도 알아요. 언니하고 나하고 <키즈 인 타운>에 대해서는 다 알아요.”

“내가 <키즈 인 타운> 2집 앨범에 실을 곡을 만들어야해요.”

“어머! 원장님. 작곡도 하세요?”

“아니 아니. 이제 시작해보려고요.”

“원장님. 너무 멋있어요.”

“곡 작업을 진작부터 했어야하는데 중국도 가고! 또 이런 저런 일로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당분간은 밤에도 시간 내기가 좀 힘들어요. 어떡하죠?”


그녀는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죠, 뭐.”


“클럽은 나중에 친구들하고 가고 지금은 치료가 급하니까. 자. 침구실로 들어가요.”


그는 그녀와 침구실을 향해 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주하씨. 저기, 혹시 리진 회장님 생년월일 아세요?”

“그럼요. 당연히 알죠.”

“난 시(時)는요?”

“난 시도 알아요.”


그는 메모지를 그녀 앞으로 내밀며,


“그러면 여기다 회장님하고 언니 청하씨하고 생년월일하고 시하고 다 적어주시겠어요?”

“어머! 원장님. 사주 봐주시려고요?”


놀라는 표정 반, 웃는 표정 반.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맞구만 뭘. 원장님은 못 하는 게 뭐에요? 작곡도 하고 사주도 볼 줄 알고, 거기다가 침도 잘 놓으시고.”

“허어!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요.”

“세상에! 나 이러다 원장님께 반하는 거 아닌가 몰라!”

“에헤이. 사람 심장마비 걸리게 무슨 그런 농담을!”

“호호호. 원장님. 저도 봐 주시면 안돼요?”

“뭐어. 안 될 거야 없지. 그러면 주하 씨도 적어보세요.”

“사주도 사주지만 원장님하고 저하고 궁합 봐주세요. 우리 궁합이 잘 맞는지요!”


그의 등줄기로 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건 말건 그녀는 신이 나 메모지에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


다음 날.


퇴근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선 회장이 한의원으로 왔다.


그는 선 회장의 허리의 이곳저것을 찬찬히 만져보았다.


“그래도 상태가 많이 나쁘지는 않으시네요. 하루 이틀만 치료 받으시면 괜찮아지겠네요.”

“엉! 내 생각에도 그래. 알아서 잘 놔주시게.”


허리 치료가 끝난 후.


두 사람은 고급 일식집 룸에 마주 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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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화 화상 +1 23.09.12 736 23 12쪽
147 147화 사고 +1 23.09.11 788 25 12쪽
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3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3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4 24 12쪽
»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2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4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0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4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897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86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3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0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5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1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3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1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0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4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89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1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3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49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35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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