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9,944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9.10 09:10
조회
825
추천
24
글자
12쪽

146화 족집게

DUMMY

리진 회장은 연설을 시작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실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금융 산업은 어떻습니까? 다른 산업에 비해서 성장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왜 그럴까요? 왜 그럴 것 같습니까, 여러분!}


리진 회장은 객석을 한번 둘러본 후 연설을 이어갔다.


{관치금융! 관치금융이 중국의 금융산업발전을 막는 가장 주된 이유입니다.}


객석이 술렁거렸다.


그러나 리진 회장은 연설을 멈추지 않았다.


{금융의 본질은 신용관리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중국은 제대로 된 금융체계가 구축되어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바로 이 금융시스템의 부재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객석이 조금 전보다 더 술렁거렸다.


{현재 중국은행은 저당과 담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금융은 전당포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젠 첨단 금융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객석이 크게 술렁거렸다.


{<대화 페이>! 우리 <대화 페이>가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혁신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미래의 중국 금융을 이끌어나갈 주인은 바로 이 <대화 페이>가 될 것입니다.}


리진 회장의 연설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모든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비공식적인 보도라인을 통해서만 뜬소문처럼 전해졌다.


중국 4대 금융담당자가 모여 회의를 했다.


<대화 페이>의 상장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중국인민은행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중국은보감회


중국외환관리국


그들은 리진 회장을 이 회의에 소환했다.


예약 면담!


중국에서의 예약 면담은 통상적으로 책임추궁을 의미한다.


#


우당탕탕!


출입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선 회장이 한의원에 들이닥쳤다.


사전연락도 없이.


점심시간 바로 전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오신 건 아니었다.


선 회장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 원장! 지금 점심시간이지?”


선 회장은 그의 손을 잡더니 다짜고짜 끌고 나갔다.


일층 백반 집으로.


선 회장은 자리에 앉아마자 물 한 컵을 다 마셨다.


서빙을 하던 혜리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 회장님 왜 이러세요’, 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보시게. 허 원장. 자네 말이 맞았어. 자네 말이 맞았다구!”

“뭘 말씀이세요? 회장님.”

“리진 회장.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 아무도 몰라.”

“회장님. 알아듣게 말씀해 주십시오.”

“모르나?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예. 모르겠습니다.”

“아니. 세상사를 다 꿰뚫고 있는 자네가 모르는 것도 있나?”

“회장님. 저 모르는 거 많습니다. 아니!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찬찬히 말씀 주십시오. 아니. 리진 회장님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니! 그 분께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선 회장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라! 이 사람 보게. 이젠 아예 내숭을 습관적으로 떠네.”


그가 끝까지 모른다고 하자, 선 회장은 자초지종을 말했다.


대화호텔의 컨벤션 센터에서 있었던 리진회장의 연설내용.


그리고 그 이후 있었던 일과 일련의 소문들.


“리진 회장이 공안당국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는 소문도 있고, 감금당했다는

소문도 있네. 아무튼 확실한 건 며칠 째 회사에 안 나오고 있다는 거야. 회사에서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자네 정말 몰랐나?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예. 제가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서 몰랐나봅니다. 회장님.”

“아냐 아냐. 우리나라 뉴스에도 아직 안 나왔어. 며칠 후에 나올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그도 목이 말라 물 한 컵을 다 마셨다.


혜리가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잠시 중단됐다.


“자네가 며칠 전에 그랬잖아? 리진 회장이 구설수로 큰 화를 입을 거라고 했잖아?”


선 회장은 혜리가 멀어지자 한껏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딱 들어맞았어. 딱. 우와. 소름 끼쳐. 소름. 으으으.”


선 회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그거야 뭐. 명리를 조금만 볼 줄 알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건데요. 별 거 아닙니다.”


선 회장이 갑자기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걸 그는 보고 말았다.


“다른 데서 보셨군요? 제 말이 못 미더워서요.”

“아니. 투자전문가들은 몇 십 년 만에 한 번 올까말까한 절호의 투자기회라고 하지.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다 투자에 나선다고 하지. 그런데 우리 성원만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런데 자네는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내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지. 안 그런가?”

“얼마나 주셨어요? 복채요?”

“말하면 자네 나 죽이려 들 거잖아?”

“제가 어떻게 회장님을? 그냥 듣기만 할 테니 얼마 주셨는지 말씀해 보세요.”


선 회장은 그의 눈치만 보고 차마 말을 못한다.


“백만 원이요?”

“······.”

“천만 원이요?”

“······.”

“일 억이요? 설마!”

“천만하고 일 억 사이.”

“우와! 회장니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선 회장이 이를 봤다.


“주먹 펴. 주먹 펴라고. 나, 안 죽일 거라고 약속 했잖아.”


그도 깜짝 놀라 자신의 주먹을 보더니 이내 폈다.


“회장님 정말 돈 많으시네요. 그런 놈한테 그 큰돈을 낼름 주시다니요?”

“내가 좀 그렇지.”

“그래. 하래요. 그 사람이 투자하래요?”

“이런 걸 왜 망설이냐고 오히려 비웃던데.”

“투자 하셨어요? 얼마나요? 1조? 3조? 5조?”

“아니. 투자 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지. 그런데 자네가 했던 말이 내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돌면서 떠나질 않는 거야.”

“그래서? 안 하신 거예요?”

“안 했지.”

“아, 아깝다. 아까워. 했어야 몇 조 그냥 날리는 건데요.”

“에이. 사람. 소름 끼치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회장님. 저는 그런 놈한테 복채로 몇 천만 원이나 줬다는 사실이 더 소름끼치거든요.”

“나도 그래. 내가 미쳤었나봐. 자네 말을 들어야하는데.”


그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이보시게 허 원장. 자네 차 한 대 사줄까?”

“겨우 차 한대요?”

“아니, 차도 몇 억짜리 많아.”

“됐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 안 드렸나요? 차 주문하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지금 뭐로 출 퇴근 하나?”

“전철로요.”

“전철. 백억이 넘는 자산가가 전철로?”

“택시 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차는 그렇고. 자네 아파트 한 채 사줄까? 결혼해서 젊은 부부가 살기에 딱 적당하게 한 칠 팔십 평짜리로.”

“아. 모르시나 보네요. 회장님. 저 아파트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입주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 몇 평짜리?”

“32평이요. 방 3개 화장실 2개에.”

“됐고. 그러면 빌딩 하나 사줄까? 강남에 빌딩 하나 사줄까? 한 오 백 안팎이면 괜찮겠나?”

“회장님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지난번에도 그러시더니 또 그러시네요.”

“아니. 자네 덕에 내가 안 날리고 굳힌 돈이 얼만가? 지난 번 미국 회사 건도 그렇고, 이번 대화 페이 투자 건도 그렇고. 그런데 내가 자네한테 이 백반 하나 사주고 입을 싸악 닦는 나쁜 놈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 나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 아니야. 줬으면 두 배로 받아내고, 받았으면 최소한 백 분의 일은 주자. 이게 내 인생 철학인데, 자네 때문에 내 평생 신조가 무너지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더럽다고.”

“나중에 제가 힘들면 그 때 회장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안 힘들다?”

“조금 전에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잖습니까? 저도 몰랐는데, 제 재산이 백억이 넘는다면서요. 그 정도 자산가가 힘들다, 고하면 사람들한테 욕 얻어먹습니다.”

“자네가 도둑질해서 번 돈이야?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해서 번 돈이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누가 욕해? 욕하는 놈들이 나쁜 놈이지.”

“그건 됐고요. 회장님. 리진 회장님 두 따님은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그거야 일도 아니지.”

“그럼 좀 알아봐 주십시오.”


선 회장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자네 혹시 거, 누구야? 리청하 동생.”

“리주합니다.”

“그래. 그 리주하하고 좋아하는 사이였나?”

“아닙니다. 치료하던 환자라서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겁니다.”

“그래!”

“소식 아시는 대로 저한테 알려 주십시오.”

“그러지 뭐. 그리고 말이야. 우리 민경이도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

“민경씨요? 민경씨 사주는 지난번에 말씀 드렸는데요?”

“사주 말고 궁합. 자네하고 궁하∼아압.”

“회장님. 국 식겠습니다. 어서 드시죠.”


선 회장은 그를 째려보더니 수저를 들었다.


#


다음날 선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아! 이거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네.-

-왜요? 회장님.-

-<대화 페이> 말이야. 상장취소 됐어.-

-아니 그만한 일에 상장 취소라니! 너무 하는데요?-

-중국 아닌가! 중국. 리진 회장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중국 정부에 완전히 밉보였나봐.-

-그래도 그렇지. 대화 페이에 투자한 사람들은 무슨 잘못이 있다고요.-

-그것 때문에도 지금 난리가 난 모양이야. 이미 투자한 사람들은 돈 날릴지도 모른다고 난리 났대. 뭐어, 물론 날리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자금이 묶이는 건 불가피할 것 같은데. 그것만 해도 큰 피해지.-

-이거 잘못하면 외교 분쟁까지 일어날 수도 있겠는데요?-

-이미 시작됐어. 외교 분쟁. 일본계 자금이 이미 투자됐다네. 그런데 상장을 며칠 앞두고 취소하니, 열불 나겠지.-

-중국은 정부 마음대로군요?-

-중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제일 꺼려하는 게 바로 그 점이야. 중국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릴지 알 수 없으니까.-

-원래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 아닙니까?-

-내 말이 그 말이지. 안 그래도 두 나라가 사이가 껄끄러운데 이 일로 더 껄끄럽게 생겼어.-

-그건 그렇고. 회장님. 리진 회장님 두 따님은요? 알아보셨나요?-

-누구 말이라고 안 알아봤겠나? 그런데 안 좋은 소식이야. 세 사람 다 출국금지조치 내려졌대.-

-그러면 당분간 서울에 못 나오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두 딸은 가택연금 됐고, 핸드폰은 압수당하고.-

-하아! 이것 참.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새로운 정보 들어오면 내가 전화할게.-

-고맙습니다. 회장님-

-고맙긴. 고마운 걸로 치면 내가 천 배 만 배는 더 고맙지. 우하하하. 허 원장. 알지? 내가 자네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래. 우리 다시 또 전화 하세. 하하.-


그는 선 회장과의 통화를 마치고 생각에 잠겼다.


국경을 넘은 리주하와의 사랑은 중국정부의 방해로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는 그녀의 저돌적인 대시가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끝나니

허탈했다.


‘이게 뭐야!’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부가 남녀 간의 사랑문제에까지 개입하다니!


이건 정말 아니다.


그는 혹시나 해서 리주하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휴대폰을 압수당했다는 선 회장의 전언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


박정옥씨의 염천혈에 3회 연속 자침했다.


두 번 째 자침할 때는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통각 둔화목적의 침시술 혈자리를 세 곳에서 두 곳으로 줄였다.


박정옥씨가 만족할만한 적응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침 치료에서는 오로지 염천혈에만 자침했다.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랑의 한의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 5회 연재 23.06.28 250 0 -
공지 제목 변경 23.05.18 3,264 0 -
150 150화 사랑의 한의사 +8 23.09.14 1,005 31 14쪽
149 149화 희망을 보다 +1 23.09.13 810 22 12쪽
148 148화 화상 +1 23.09.12 767 23 12쪽
147 147화 사고 +1 23.09.11 820 25 12쪽
» 146화 족집게 +1 23.09.10 826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70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57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66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69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85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66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44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925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51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4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76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62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67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72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91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9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1,02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1,024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3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5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79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73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81 2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