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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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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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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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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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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DUMMY

8년 전 어느 날.


지현은 선배 연기자와 식사를 한 후 노상주차장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서 나란히 걷던 마 대표가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툭, 쳤다.


“아구구! 내 정신 좀 봐. 핸드폰을 식당에 놔두고 왔네. 지현아. 여기서 잠깐만 기다릴래. 금방 올게.”


마 대표는 다시 식당으로 달려갔다.


마 대표가 다시 돌아올 때쯤이었다.


후다닥!


누군가가 지현이 들고 있던 핸드백을 낚아채더니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100만원의 거금을 들여 큰마음 먹고 산 핸드백이었다.


겨우 백만 원?


검소한 편인 그녀로서는 큰돈이었다.


“도둑이야!”


그녀는 소리친다고 쳤지만 입 밖으로 터져나가지 않았다.


겨우 자신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남자는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그런데!


참 운도 없는 소매치기였다.


소매치기는 하필 마 대표 쪽으로 튄 것이다.


소매치기는 그 자리에서 마 대표에게 잡혔다.


“가만있어, 인마.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소매치기를 해? 안 되겠어!”


마 대표는 소매치기의 멱살을 틀어쥐고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전화 걸지 마세요.”


지현이 마 대표를 제지하고 나섰다.


“뭐? 왜?”

“전화 끊으세요. 제발!”

“왜? 이 자식 소매치기야. 잡아넣어야 다신 이런 짓 안 하지?”


그녀는 생각이 달랐다.


소매치기는 아직 어렸다.


미성년자임이 확실해보였다.


눈매가 선했다.


얼굴 그 어디에서도 불량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전문 소매치기는 아닌 것 같았다.


#


그녀는 소매치기를 데리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 선배 연기자와 함께 식사했던 바로 그 음식점으로.


그녀는 제법 많은 음식을 주문했다.


물론 지현과 마 대표가 먹을 음식은 아니었다.


소매치기는 테이블 위의 음식을 미친 듯이 먹어치웠다.


염치 따위는 던져 버린 사람 같았다.


“천천히 먹어.”


그녀는 유리컵에 물을 채워 소매치기 앞에 놔주었다.


마 대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소매치기를 째려보았다.


그녀는 소매치기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짐승처럼 먹어치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민망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운 그는 예의 바른 말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너, 인마. 도대체 얼마나 굶은 거냐?”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소매치기는 마 대표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대답만 했다.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 같았다.


보면 안다.


연기인지 진심인지.


굳이 연기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좀 더 확인하고 싶었다.


“너, 이름이 뭐니?”

“양재원이라고 합니다.”

“양재원! 너, 이런 일 한 지 얼마나 됐니? 보통 솜씨가 아니던데.”


그녀는 일부러 재원을 쿡, 찔러봤다.


보통 솜씨인지 아닌지, 그런 건 잘 모르면서.


“아, 아니에요. 저 소매치기 아니에요.”


재원은 좌우로 고갯짓을 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인마?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마 대표가 눈을 부라렸다.


“그, 그건······.”

“소매치기가 아니면? 노상강도? 강도짓은 언제부터 한 거냐?”


마 대표가 빈정거리는 투로 물었다.


그녀는 마 대표에게 그러지 말라고 눈짓했다.


“남자가 여자 핸드백이 필요해서 일 것 같지는 않고, 돈이 필요했니?”


그녀가 타이르듯 물었다.


재원은 그녀와 눈도 못 마주쳤다.


“배가 너무 고파서요.”


#


재원은 보육원 출신이었다.


1년 전.


보육원을 나왔다.


언젠가는 나와야하지만 조금 일찍 나왔다.


야구가 하고 싶어서였다.


야구 선수로 성공하는 게 돈 벌기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다.


보육원에서 가까운 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몇 년 동안 야구를 하긴 했다.


그러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뒀다.


그리고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


그는 야구만 열심히 했다.


야구에 자신의 인생을 다 걸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너 잘하는데! 잘 키우면 크게 될 놈이네.”


감독님은 재원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나 돈이 문제였다.


살 집을 마련할 돈이 없었다.


먹고살 돈도 없었다.


독서실을 전전하는 것도, 찜질방에서 자는 것도, 친구 집에서 신세 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쉽지는 않았다.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물론 음성적으로.


하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보육원 출신이라는 낙인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야구선수로 성공하면 그 낙인을 지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아르바이트자리를 구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끼니를 거르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이런 상태로 야구를 계속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계획적인 짓은 아니었다.


윤지현의 핸드백을 낚아챈 게 바로 그 일이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지현은 생각에 잠겼다.


전부 다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다 거짓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말이야 얼마든지 꾸며서 할 수 있다.


그러나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표정까지 거짓으로 꾸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탁월한 연기자에게도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확신했다.


‘이 아이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의 눈이, 그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아이를 경찰에 넘기면 자칫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에게 소년원 출신이라는 낙인이 하나 더 찍히게 된다.


‘아무 문제 삼지 않고, 이 아이를 보내주면?’


또 소매치기나 도둑질을 할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럴 거 같지는 않았다.


그의 눈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너, 또 나쁜 짓 할 거니?”


그녀가 물었다.


“아, 아닙니다.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


그는 대답을 못했다.


그 점이 오히려 미더웠다.


그가 그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그런데 억지로 믿음을 주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면, 그녀는 오히려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너, 핸드폰 번호 불러봐.”


지현이 말했다.


“저, 핸드폰 없어요.”

“요즘 핸드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핸드폰 요금이 부담스러워서요.”

“처음부터 없었어?”

“전에는 잠깐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불편할 텐데?”

“좋은 점도 있어요. 있어봤자 친구들하고 괜히 수다만 떨고. 그럴 시간에 야구 연습하는 게 더 좋아요. 재미도 있고요.”


그녀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지갑에서 오만 원 짜리 지폐 여섯 장을 꺼내 재원 앞에 올려놓았다.


재원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난, 너 믿어. 그래서 이 돈 너한테 주는 거야.”

“왜요?”

“돈 한 푼 없다며? 돈 없으면 또 나쁜 짓 할 거 아냐?”

“아뇨. 돈 안 주셔도 돼요. 저, 절대로 나쁜 짓 하지 않겠습니다.”


재원은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경제적으로 후원했다.


몇 년 후.


재원은 SG드래건즈에 입단했다.


#


지현은 잘 구워진 고기를 재원 앞으로 밀어 주웠다.


“지금 시즌 중이지?”

“예.”


그녀는 사실 야구에 대해 잘 몰랐다.


재윈을 알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뭔 놈의 경기 룰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지!’


머리가 다 지끈 거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용케 시간을 냈네?”


고기를 맛있게 먹던 재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누나! 나, 야구 그만 할까 봐요.”

“왜?”

“그만 두는 게 아니라 팀에서 쫓겨나게 생겼어요.”

“너, 사고 쳤어?”

“아, 아뇨.”

“그런데 왜? 너 잘했잖아?”

“잘했죠, 잠깐이기는 했지만요.”


#


재원은 SG드래건즈에 입단하자마자 제 5선발로 발탁됐다.


7승 6패.

방어율 3.75

삼진 65개


신인왕이 될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성적이었다.


시즌 초반보다 후반이 더 좋았다는 점이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성적 시즌은 마감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의 성적이었다.


롯데와의 경기였다.


그는 선발로 출전했다.


3회 말까지 2대 2.


그는 이번 경기를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다.


4회


1아웃. 1볼 노 스트라이크 상황.


그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공이 포수의 미트에 닿기도 전에 우측 팔꿈치에 찢어지는 통증이 왔다.


그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우측 팔꿈치의 척골측부인대가 파열됐습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재활치료를 받았다.


효과가 있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수술해야겠네요.”


그는 수술대위에 누웠다.


그는 재활 훈련도 열심히 했다.


그 다음 시즌.


5월이 끝나갈 무렵.


그는 패전 처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성적은 기대이상이었다.


5명의 타자를 맞아 안타 하나만 허용했다.


1주일 후.


그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역시 패전 처리 투수로.


이번에도 만족할 만한 투구내용을 보였다.


그는 다시 부활한 것이었다.


마침 선발요원중에 한 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는 다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리고 두 번 째 시즌을 6승 5패로 마감했다.


방어율 3.8


심각한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까지 한 투수치고는 꽤 만족스런 결과였다.


그는 다음 시즌.


팀의 제 4선발로 발탁 됐다.


출발이 좋았다.


그는 첫 등판 경기에서 7회까지 책임졌다.


3안타 1실점, 삼진 7개.


그는 팬들의 박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 동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는 7대 2로 이겼다.


1승을 챙긴 그날 밤.


그는 숙소의 침대에 누워 올 시즌 마감 성적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15승!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그의 어깨위에 오래 앉아 있지 않았다.


잠시 머물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두 번 째 등판에서 그의 오른쪽 팔꿈치에 충격이 왔다.


이번에도 우측 팔꿈치 척골측부인대 파열.


그는 다시 수술대위에 누웠다.


석 달 전 일이었다.


재활훈련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회복은 첫 부상 때보다 훨씬 더뎠다.


“아무래도 같은 부위에 재발한 거라 회복이 더딘 것 같습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그를 바라보는 감독의 눈빛이 싸늘했다.


쓸모없는 선수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예감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팀에서 쫓겨나겠구나!’


잘하면 트레이드.


아니면 선수 생활 끝!


#


재원의 말을 다 들은 지현은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몰랐다.


“몰랐네. 첫 부상당한 거는 알고 있었지만 얼마 전에 또 부상당한 줄은 몰랐어. 미안해, 재원아.”

“아니에요 누나. 누나가 얼마나 바쁜지 다 아는데요.”

“지금 팔꿈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60%? 70% 정도 회복된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것 같아요. 회복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려요.”

“오래 걸리더라도 열심히 재활훈련 열심히 하다보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니?”

“하하. 누나도 참. 프로세계가 얼마나 냉정한 지 잘 아시면서요.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부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뭐,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겠지만 아니다 싶으면 버려요.”

“거기도 경쟁이 치열하구나!”

“뭐, 어쩔 수 없죠. 잘 하는 선수는 많고 자리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지현은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재원아. 너, 혹시 한방 치료도 받아본 적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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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33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44 21 12쪽
»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53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72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75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1,006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1,00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1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35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60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9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5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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