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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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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4,599
추천수 :
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9.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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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
추천
24
글자
12쪽

145화 이별

DUMMY

그는 그녀의 표정이 어둡자 불길함에 사로잡혔다.


“주하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삼차신경통 통증이 온 거에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휴우!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원장님. 저 오늘 밤에 베이징으로 가야해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왜요?”

“원장님. 혹시 <대화 페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대화 페이? 예.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 회사가 우리 대화 그룹의 핵심 금융사이거든요. <대화 페이>를 모태로 해서 금융업을 키울 생각이에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요?”

“그 회사가 며칠 후에 IPO를 연대요. 우리 대화 호텔에서요.”


그는 이미 선 회장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다.


“그 행사 준비 때문에 빨리 가야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걱정스런 일인가요?”

“제 마음 같아서는 원장님께 계속 치료도 받고 싶고 클럽에도 가고 싶거든요.”

“무슨 문제예요? 행사 마치고 다시 오면 되죠. 서울에서 북경까지 비행기타면 얼마 안 걸리잖아요?”

“그래도 왠지 서운해요. 원장님은 안 서운하세요?”


그녀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대답 잘 해야 한다.


“아, 물론 저도 서운하죠. 서운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좋은 소리는 못 들어도 욕먹지는 않을 것 같았다.


“원장님. 제 마음 아시죠?”


그녀가 뜬금없는 말을 날렸다.


“제가요? 제가 그걸 어떻게?”


그는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의 시선은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원장님. 저, 다시 올 때까지 다른 여자 만나지 마세요.”


더 뜬금없다.


다른 여자를 만나지 말라니!


‘우리가 뭐? 뭐? 입을 한 번 맞추기를 했나? 손을 한 번 잡았나?’


그는 당황했다.


“예? 왜, 왜요?”

“저, 중국에 가 있는 동안 우리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려고요.”

“우리관계요? 우리관계 뭐요?”


아니, 치료해준 거. 그리고 클럽에 끌려가서 같이 춤춘 거.


그게 다인데, 관계는 무슨.


“그러니 제가 다시 서울올 때까지 다른 여자 만나지 마세요. 저, 다시 와서 원장님께 프러포즈할지도 모르니까요.”

“프러포즈요? 주하씨 마음대로요?”


아. 프러포즈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가?


그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리주하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더니 새끼손가락을 걸려고 했다.


“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바람 안 피우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예? 바, 바람? 야, 약속이요?”


그는 손을 빼려고 했다.


소용없었다.


얼마나 꽉 잡았는지!


손이 빠지지 않았다.


“아니. 주하 씨. 이러면 안 돼······.”


그는 그녀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손가락을 건 게 아니라 걸렸다.


그런 다음 어디서 배웠는지 손바닥을 쓰윽 문지르기까지 했다.


복사!


“원장님은 이제 내 꺼 되기 일보직전이에요. 그런 줄 알고 계시면 돼요.”


그녀는 촉촉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떠났다.


그는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구미호!


‘꼬리가 있었나!’


못 본 것 같은데.


한참 후.


정신이 돌아온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이게 뭐야? 이게 중국 스타일인가?”


그는 순식간에 임금의 간택을 기다리는 궁녀의 신세가 되었다.


그녀가 그를 간택하느냐 안 하느냐?


거기에 따라서 자신의 운명이 확 바뀌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나한테는 결정 권한이 없는 건가?’


그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


건물주 황종우 씨는 교통사고 이전의 상태로 거의 회복됐다.


“제가 보기에는 90% 정도 수준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 생각에도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람들이 보더니 깜짝 놀라던데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좋아질 수 있냐고요. 하하.”

“사실은 저도 이렇게 빨리 회복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여기저기 원장님 선전 많이 했는데, 제 소개로 사람들 많이 왔을 텐데요?”

“예. 사장님 존함 말씀 하시면서 치료 받으러 오셨던 분들이 제법 됩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물주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한의원에 오실 때 택시 타고 오셨나요? 이젠 조심조심 운전해서 오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이 정도 몸 상태면 제가 생각해도 얼마든지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지 운전대 잡기가 겁이 나네요.”


그가 생각해도 몸 상태보다 트라우마 극복이 더 문제이기는 했다.


“며칠 전에 연습 삼아 운전석에 한 번 앉아봤는데, 진땀이 삐질 삐질 나는 게 여어엉. 아휴. 아직은 안 되겠더라고요.”

“차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컸네요.”

“그래서 며칠 전에 차 한 대 팔았습니다. 몇 년 타던 차라고해도 워낙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내놓자마자 금방 팔리던데요. 값도 제법 후하게 받았고요.”

“아, 그러셨어요? 잘 하셨네요.”

“나야 언젠가는 다시 운전할 수 있겠지만, 마누라는 건강이 회복돼도 운전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또 본인도 운전은 꿈에도 생각 안 하고 있고요.”

“꿈이요? 아! 요즘도 악몽을 꾸시나요? 사모님께 버림받는 악몽을 매일 꾼다고 하셨는데요.”

“크큭! 그 꿈 우리 마누라가 가져간 지 한참 됐습니다.”

“그렇습니까?”

“몸이 저러니 내가 자길 버릴까봐 내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


그는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아무리 마누라라도 너무 얄밉더라고요. 요즘 매일 악몽을 꾼다고 하니까 고소하던데요.”

“······,”

“마누라가 얼마 전부터 다시 합치자고 하는데, 제가 튕기고 있는 중입니다.”

“복수하시는 건가요?”

“복수죠. 복수. 내가 그 문제로 얼마나 속을 썩었는지 너도 한 번 당해봐라, 싶은 생각이 솔직히 듭디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애간장 좀 끓게 만든 후 때를 봐서 다시 합쳐야죠. 서류상으로도요.”

“애간장 너무 끓게 하시는 건 박정옥 씨 회복에 방해될 텐데요?”

“저도 그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게는 아니고 며칠만 더요.”


#


박정옥 씨에게 청심해어탕을 투약하면서 한편으로는 침시술도 병행했다.


때로는 지창에, 때로는 신문에.


때로는 협거에, 때로는 소부에.


그러나 이런 혈자리는 그가 진정으로 자침하고 싶은 혈자리는 아니었다.


그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정말 자침하고 싶은 혈자리에 자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의사와 환자사이의 절대적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박정옥씨가 자신을 신뢰한다는 느낌이 들자, 그는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박정옥씨의 염천혈(廉泉穴)을 손가락으로 슬쩍 누르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몇 마디씩 던지곤 했다.


“아! 여기 침을 놓으면 정말 효과가 좋을 텐데.”


염천혈!


아래턱과 방패연골의 중앙지점위의 오목한 곳.


“어떠대 효까가 이느데여?”


박정옥 씨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언어장애를 치료하는데요.”

“아! 무떠어. 그기 노으며 죽지 아나여?”

“그럴 거 같죠? 그런데 죽지 않습니다.”

“······.”

“위험할 것 같죠?”

“에.”

“그냥 그런 느낌만 드는 거지. 사실은 잘 놓기만 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제가 이 자리에 침을 놓아본 게 수백 번도 넘을 걸요. 한 번도 탈이 나 본 적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그는 그녀를 조금씩 세뇌시켰다.


서 너 차례 그런 식으로 세뇌작업을 했더니, 박정옥씨도 어느 순간부터 솔깃해하는 것 같았다,


됐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그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그 날이 오늘이다.


그는 중국에서 경험했던 침마취를 박정옥씨에게 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경우, 정확히 말하면 침마취라는 용어는 적합하지 않다.


그는 염천혈에 자침하려는 것이지 수술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침마취라는 거창한 용어보다는 통각둔화나 통각소실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적합하다.


원래 염천혈은 연하장애(嚥下障碍: 삼키는 기능의 이상)가 왔을 때 도움이 되는 혈자리이다.


그러나 손상된 혀신경을 회복시키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의서에 기록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의 경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단 언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염천혈에 직자하면 혀신경 회복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혀쪽으로 사자해야한다.


그러나 사자만으로도 부족하다.


혀와 연결된 경락을 자극할 수 있는 바로 한 점.


머리카락 한 올의 지름보다도 더 작은 한 점.


바로 그 한 점을 침으로 자극해야하는 것이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깊이도 중요하다.


얕아도 안 된다.


깊으면 더 안 된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침에서부터 발침할 때까지.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자침중에, 환자가 공포감을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거나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아아! 끝장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싫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침마취가 아닌 통각둔화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점심시간에는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박정옥 씨에게만 전념할 수 있다.


그는 점심도 안 먹었다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박정옥 씨. 침대 위에 반드시 누우시겠어요.”


황종우씨가 옆에서 거들어줬다.


“배게는 빼고 대신 뒷목에 수건을 돌돌 말아서 받쳐 드릴게요.”

“예.”


그렇게 하자 머리가 약간 뒤로 넘어갔고, 아래턱이 들렸다.


그녀의 입도 자연스럽게 약간 벌어졌다.


‘음. 이 자세가 좋아.’


그는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세뇌시킨 덕분이다.


그리고 치료효과가 그녀의 기대이상이었다는 점도 당연히 한몫했다.


“자! 박정옥씨. 귀에 침을 놓을게요.”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귓바퀴에 침을 하나 꽂았다.


‘저는 하나도 긴장하지 않았어요.’


콧노래는 그런 의미이다.


박정옥씨 역시 그런 의미를 읽었나보다.


그녀는 그의 콧노래를 듣더니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는 귓바퀴 속에 하나를 더 자침했다.


여기 까지는 그가 중국 대화 병원에서 시행했던 침마취 혈자리와 같았다.


세 번째 혈자리는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그는 협거혈에 자침했다.


담석증 때처럼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입주위의 근육을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어 협거혈을 취한 것이다.


염천혈 자침시의 공포감과 혹시 있을지 모를 통증만 해소하면 되기 때문에 강력한 마취효과는 필요 없다.


그러니 마취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확인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자! 침 놓겠습니다.”


그는 염천혈에 자침했다.


자신 있게!


그는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얼굴도 찡그리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는 혀를 겨냥해서 사자했다.


침으로 혀를 찌른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혀와 연계된 경락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원하는 경락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자 자연히 콧노래가 멈췄다.


어느 순간!


그의 손끝에 원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됐어! 여기야.’


그는 수기를 시작했다.


염전수기면 충분하다.


그는 2분 정도 수기한 후 손을 멈췄다.


그는 그녀를 지켜보기만 했다.


15 분 후.


그는 직접 발침했다.


“자! 오늘 치료는 이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1시 55분.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


그는 미리 사뒀던 김밥을 급하게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


대화 호텔 컨벤션 센터.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투자자들로 컨벤션 센터는 북적거렸다.


중국의 금융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의 고위직들도 많이 참석했다.


리진 회장이 연설자로 무대 위로 올랐다.


그가 객석을 향해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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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5 24 12쪽
» 145화 이별 +1 23.09.09 837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6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4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8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4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4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7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6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0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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