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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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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4,578
추천수 :
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9.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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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
추천
22
글자
12쪽

142화 질투

DUMMY

그는 진혜리를 못 본 척하고 말을 이었다.


“나요? 에이, 나는 안돼요.”

“왜요?”

“나도 대학 다닐 때 몇 번 가봤는데 안 간지 오래됐어요. 마지막으로 가본 게 한 칠 팔년 됐나? 하도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네.”

“오랜만에 가면 좋잖아요. 저하고 같이 가요. 원장님. 네?”

“주하 씨. 홍대클럽은 주하 씨처럼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에요. 난 이젠 글렀어요. 그런데 가기에는 너무 늙었어요. 다음 생이라면 모를까!”

“원장님이 왜 늙었어요? 아직 젊어요.”

“홍대클럽 입장에서 보면 난 할아버지에요. 홍대클럽에는 경로석이 따로 없어요. 왜 없겠어요? 오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물 흐린다고.”

“그래도 같이 가요. 쫓겨나면 다른데 가면 되잖아요.”

“허어, 이것 참!”

“으으응. 가요. 원장님하고 같이 가고 싶어요. 예?”


그녀는 콧소리로 그를 유혹했다.


밥 먹다가 이게 뭐하는 건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혜리를 흘끔 쳐다보았다.


혜리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딴청을 피웠다.


“안될 텐데! 개망신 당할 텐데.”


그녀는 집요했다.


“그래요. 같이 한 번 가요.”

“와우! 정말이죠? 약속 하셨어요?”

“약속해요. 불금은 너무 복잡하지 싶고. 음, 그러면 이번 주 토요일에 갈까요?”

“좋아요. 원장님. 토요일에 가요.”


#


부모님이 계신 집에는 며칠에 한 번 씩 간다.


두 분의 저녁 식사 시간과 그의 시간이 맞지 않아 엄마가 두 번 차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가 차려 먹을게요. 엄마는 드라마 보세요.”


아들이 저녁을 차려먹든말든 드라마에만 온 신경을 쏟으실 엄마가 아니다.


아무리 드라마 마니아인 엄마도 그건 잘 안되시나 보다.


“네가 어떻게 차려 먹어? 어디에 뭐가 있는 줄 알고?”


그냥 저녁만 차려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부터 엄마의 애창곡이 시작된다.


“아이고. 이 나이에 아들 저녁 차려주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거다.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아들들이 전부 장가가서 애도 낳고 지들끼리 알콩달콩 재미나게 산다던데, 내 팔자는······.”


저녁 차리면서 시작된 엄마의 노래는 밥 먹는 내내 계속된다.


“언제쯤 네 뒤치다꺼리 졸업하는 거냐? 넌 여자한테는 관심이 없는 거야?”

“관심 많아요. 엄마.”

“그런데 왜? 왜 여자를 못 사귀는 거냐고? 엉! 안 사귀는 거야 못 사귀는 거야?”


이쯤 되면 안 체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래서 그는 퇴근 후 아파트 입구에 있는 육개장 전문점에서 저녁을 사 먹고 집으로 들어왔다.


새 집에 들어와 산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아직은 혼자라는 외로움보다는 자유가 좋았다.


“아이고! 남자 팔자 이 정도면 상팔자지. 뭐. 결혼? 급할 거 있나? 천천히 가지, 뭐.”


그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지현의 전화!


“아! 지현 씨 언제와요? 중국에서 눌러 살 작정이에요?”

“나 어제 저녁에 왔어요.”

“아, 그렇구나. 다 같이 온 거에요?”

“대표님하고만 들어왔어요. 선 회장님 부녀는 며칠 더 있다가 들어오신대요.”

“아직 일이 덜 끝났나보네요.”

“그런데 나, 허리가 아파요. 공항 계단 내려오면서 허리를 삐끗했어요. 심하지는 않는데 미리 치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심하지 않으니까 다행이네요.”

“내일 치료 받았으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가능해요. 중국 간다고 한동안 진료를 못 했더니 환자가 미어터지는 정도는 아니거든요.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네 시까지 하는 거 알죠? 그 전에 와요.”

“알겠어요. 내일 봐요.”


#


다음 날.


지현이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자가 들어왔다.


대기실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한 순간에 지워버릴 만큼 빼어난 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 윤지현 씨 아니세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의 여성이 일어나서 몇 걸음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러자 빼어난 미인도 지현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미인에게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잠시 후.


지현은 진료실 침대에 엎드렸다.


그는 그녀의 허리 근육상태를 점검했다.


“오른쪽 척추 기립근이 약간 뭉쳐있네요. 다행히 심하지 않아서 뭐, 한두 번만 맞으면 괜찮겠네요.”

“저기 근데 대기실에 있던 젊은 여자 분 누구예요? 굉장한 미인이던데.”

“아아. 주하 씨. 리주하 씨 말하는 거구나.”


리주하?


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유명한 사람인가!


“지현 씨 주하 씨 몰라요?”

“모르겠는데.”

“??? 아아! 모를 수도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서울 팀이 중국에서 머무는 동안, 그만 주하를 만났다.


리진 회장과의 저녁식사자리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리진 회장님 따님이요. 리청하 씨 동생.”


그녀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악! 아아. 또 삐었어. 또.”

“아! 촐랑대긴. 조심해서 천천히 일어나야지 그만한 일에 놀라고 그래요?”

“아니! 저 사람이 왜 여기 와 있어요? 중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요?”

“나한테 치료 받으러 온 거예요.”

“중국에서 여기까지?”

“중국에서부터 치료를 해줬는데 아직 덜 끝나서 온 거에요. 계속 받고 싶다고해서.”

“어디가 아파서요?”

“그냥 좀 아파요.”

“나는 더 이해가 안 되네. 내가 알기론 한방은 중국이 종주국이잖아요? 중국에도 실력 좋은 의사들 많을 텐데 왜?”


그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약간 거만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참았다.


“그러면 중국의사들도 못 고친 걸 준영 씨가 고친 거예요?”

“고친 건 아니고 고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뭔가가 생각난 듯이,


“가만! 전에 리진 회장님이 서울에서 우리하고 식사했었죠? 준영 씨한테 치료도 받으셨고요?”

“그런 인연으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키즈 인 타운> 공연장에서 리청하 씨 치료해줬고, 뭐, 그런 인연으로요.”

“그렇죠. 그 때 리진 회장님이 준영 씨한테 리청하 씨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한 번 만나 볼 의향이 없냐고 했던 거 같은데?”

“기억나요.”

“그러면 그 때 그 딸이 바로 리주하 씨?”

“딩동댕!”


그녀는 몹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치료는 핑계고, 혹시 두 사람 사귀는 거 아니에요?”

“치료가 왜 핑계에요? 치료하는 거 맞거든요.”

“사귀는 건요?”

“왜? 우리가 사귀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처녀 총각이?”

“그, 그런 거 아니지만.”

“치료 안 받을 거예요? 허리 삐어서 침 맞으러 온 거 아닌가요?”

“그, 그렇죠. 맞아야죠.”

“자, 침구실로 갑시다. 침 놔 줄 테니.”


그는 진료실 문을 열더니 침구실로 가자는 고갯짓을 했다.


그녀는 허리에 침을 맞았다.


심하지 않아서인지 그 자리에서 침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허리는 안 아픈데 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지?’


그녀는 치료를 받고 대기실로 나왔다.


4시가 조금 넘었다.


하루 진료가 마감되었다.


환자들이 다 돌아갔는데도 리주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주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리주하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윤지현 씨 맞죠?”


주하는 우리말을 했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에는 별 문제 없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리주하 씨. 조금 전에 준영 씨, 아, 아니 원장님께 말씀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주하는 폴짝폴짝 뛰더니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아! 여기서 뵐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 윤지현 씨 팬이에요. 윤지현 씨 나오는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다 봤어요. <바람의 나라>. 저 그 드라마도 몇 번을 봤잖아요.”

“그러셨어요? 감사합니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감정 표현이 솔직했다.


그녀는 주하의 요구에 따라 싸인도 해주고 사진도 몇 장같이 찍었다.


그가 대기실로 나왔다.


“자, 오늘 진료는 끝났으니 갑시다. 선생님들 주말 잘 보내시고요?”

“예. 원장님도 리주하 씨하고 오늘 밤 재미있게 보내세요.”

“고마워요.”


지현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준영을 끌고 침구실로 데려갔다.


“오, 오늘 밤 재미라니? 무, 무슨 재미?”

“아아! 주하 씨가 홍대클럽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요.”

“미쳤나봐. 저, 어린앨 델고 가긴 어딜 가요?”

“어린애는 무슨 어린애요. 참나. 주하 씨 스물다섯이에요.”

“준영 씨에 비하면 어린애지. 주책이야 정말. 폭삭 늙어서 홍대클럽은 무슨? 물 흐린다고 쫓겨날걸요?”

“아니,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쫓겨나면 다른데 가면 된다고 생떼를 쓰는데 낸들 어떡해요?”

“다, 다른 데 어디? 다른데 어디?”

“그거야 그 때 봐서.”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아니 근데 우리가 어딜 가든 지현 씨가 왜 이렇게 발끈하는 거예요?”


그 때.


리주하가 침구실로 들어왔다.


“원장님. 여기서 뭐 하세요?”

“아,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주하는 그의 팔짱을 끼더니,


“어서 가요.”


그런 다음 주하는 지현에게 인사했다.


“다음에 뵐게요. 언니.”

“어어! 그래요. 잘 가요. 주하씨.”


#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었다.


클럽 타임은 아직 멀었다.


“주하 씨. 가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요. 어디든지 데려다 줄 테니.”

“전 원장님하고 같이 가면 어디든지 다 좋아요.”


경복궁을 갈까? 인사동을 갈까?


한참동안 고민한 후에 잠실 OO 월드로 갔다.


어린애도 아닌데 이런 델 좋아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까악! 까악!”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청룡 열차. 바이킹. 열기구.


그렇게 신나면 혼자 타면 될 일.


“같이 타요. 원장님. 그래야 재미있죠.”


죽는 줄 알았다.


해가 지고 나서 홍대거리로 넘어갔다.


홍대거리는 젊은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었다.


외국인도 제법 보였다.


민망한 옷차림의 여성들도 제법 많았다.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으응. 나도 저런 옷 입고 싶어요. 원장님.”


그녀는 거의 헐벗다시피 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그래서 홍대거리에 있는 옷 가게에 들러 그녀의 옷도 사줬다.


모자, 액세서리. 선글라스.


그러지 않아도 빼어난 미모인 그녀에게 뭇 남성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녀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았는데, 그는 그게 싫었다.


“자! 이제 클럽에 가볼까요?”


그녀가 많은 클럽 중에 한 곳을 찍었다.


하필 춤추는 클럽이었다.


그녀가 왜 ‘클럽클럽’ 노래를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날아다녔다.


밥 먹고 춤만 췄는지 걸 그룹멤버보다 더 잘 췄다.


미친 듯이 날 뛰었다.


그녀의 주위로 미친 듯이 날 뛰던 남자들이 접근했다.


‘괜찮을까? 저러다 뭔 일 나는 거 아냐?’


아슬아슬해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일어나 춤을 추면서 그녀에게 대시하는 남자들을 자연스럽게 막았다.


“주하 씨. 12시가 넘었네요. 그만 갈까요?”

“가기는요. 원장님도. 이제 시작인데요.”


그녀는 그를 붙잡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


일요일.


그는 낮 열두시까지 잤다.


집에는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왔다.


그녀를 호텔에 데려다주고.


그는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생각했다.


‘아니, 아무리 삼차신경통의 통증이 수시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나? 밤새도록 미친 듯이 춤을 추다니? 환자가 말이야?’


그는 한 번 더 몸을 뒤척였다.


‘나한테 치료 받으러 서울 왔다는 건 핑계고, 클럽행이 주목적 아냐? 리진 회장 눈 피해서 놀려고 말이야.’


다 나은 거 아냐?


에휴. 모르겠다.


며칠만 더 지켜보자.


그는 밥도 굶고 또 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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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화 화상 +1 23.09.12 738 23 12쪽
147 147화 사고 +1 23.09.11 791 25 12쪽
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5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6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6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4 23 12쪽
» 142화 질투 +1 23.09.06 838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3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6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5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39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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