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54,597
추천수 :
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25 09:10
조회
965
추천
23
글자
12쪽

130화 악몽

DUMMY

정은실 씨는 반색했다.


건물주가 한의원에서 치료받고 싶어 퇴원했다는 말에.


“잘 생각하셨네요, 어르신. 지난번에는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그 때는 미쳤었나 봅니다.”

“아닙니다. 저도 잘 한 건 없죠. 아, 아니. 제가 잘못 했습니다. 제가 받은 합의금은 다시 원장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가 건물주를 뒤따라 나오더니 그렇게 말했다.


“그 합의금은 저한테 주시지 말고 정은실 님께 드리면 됩니다.”

“그걸 왜 저한테 줘요? 원장님께서 부담하신 건데요.”


정은실 씨의 눈이 커졌다.


“황종우님께 합의금으로 안 드렸다면 정은실님께 드릴 생각이었거든요.”

“아닙니다, 원장님. 그동안 베풀어주신 은혜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요.”


정은실씨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아직 젊어서 열심히 일하면 돈 많이 벌수 있습니다.”

“그래도요.”


건물주가 정은실씨를 쭈욱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목발은 안 짚고 오셨네요?”

“원장님께서 얼마나 치료를 잘해주셨는지 이젠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어요. 안 짚고 다닌 지 며칠 됐어요.”

“아, 그러시군요.”


건물주의 표정이 환해졌다.


“황종우님도 원장님께 열심히 치료 받으시면 그 목발 필요 없는 날이 곧 올 거예요”

“저도 고칠 수 있을까요, 원장님?”


건물주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희망을 놓지 마시고 열심히 치료받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제발이요.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침구실로 들어가시죠. 침 놔 드리겠습니다.”


그는 건물주를 모시고 침구실로 들어갔다.


#


그는 목 보호대를 푼 황종우님의 뒷목 주변을 꼼꼼히 촉진했다.


“어르신.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부딪히면서 뒷목이 심하게 손상 됐습니다.”

“뒷목이 너무 아파요, 원장님. 잘 돌아가지도 않고요.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자다가 깨다가. 에휴!”

“뒷목의 모세혈관이 터졌습니다.”

“혈관이 터졌다고요? 그러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요?”


건물주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크게 놀라실 일은 아닙니다. 동맥이나 정맥이 터졌다는 게 아니라 실핏줄이요.”

“아아! 실핏줄!”

“예. 실핏줄이 터지면 당연히 출혈이 되고, 그 피는 죽게 됩니다. 죽은 피는 우리 몸에서 약이 아니라 독이 되니 빨리 제거해야합니다.”

“지금도 제거할 수 있습니까, 원장님?”

“흐음. 조금 더 일찍 제거했으면 좋기는 하지만, 뭐어, 지금이라도 해야죠.”

“그러면 그렇게 해주시죠, 원장님.”


그는 건물주의 뒷목주변에 부항을 붙였다.


우선 건부항이다.


이는 색소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어혈이 있는 부위는 다른 부위보다 붉은 색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심하면 검붉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수포반응(水泡反應)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분대사가 잘 일어나지 않을 경우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다.


건물주는 만성적인 경우는 아니라서 두 군데에서 붉은 색소반응이 나타났다.


수포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르신. 지금부터 삼릉침으로 찔러 죽은 피를 제거하겠습니다.”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원장님.”

“예. 하겠습니다. 자, 찌릅니다.”


타타타닥!


그는 삼릉침으로 해당부위를 찌른 후 부항을 붙였다.


부항단지 안으로 피가 송골송골 맺혔다.


그는 건물주의 뒷목에서 어혈을 제거했다.


“어르신. 시원한 느낌이 드시죠?”

“예. 시원하네요, 원장님. 뭔가가 쑥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죽은 피 때문에 막혔던 경락이 뚫리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겁니다.”

“아 예.”

“배탈이 났을 때 설사를 좍좍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시잖아요? 그런 것처럼 독이 몸 밖으로 배출되니 시원하신 겁니다.”

“아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자, 이젠 목을 천천히 움직여 보시겠어요? 상하좌우로요.”


건물주는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


“아, 부드러운데요. 훨씬 편합니다.”

“자, 이번에는 침을 놓겠습니다.”


그는 격수혈(膈兪穴)에 제일 먼저 자침했다.


격수혈은 외부충격으로 인해 어혈이 발생했을 경우 어혈을 제거하고 기혈의 순환을 돕는데 탁효가 있는 혈자리이다.


부항요법으로 어혈을 제거했지만 일부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천종혈(天宗穴)에 자침했다.


극하근(棘下筋)을 눌러서 통증이 있을 때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혈자리이다.


다음은 양노혈(養老穴)에 자침했다.


근육이 뭉쳐있으면 혈액순환에 방해 받은 것은 당연하다.


양노혈은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는데 탁효가 있다.



그리고 견정혈(肩井穴)과 대추혈(大椎穴)에도 자침했다.


“어르신. 오늘 치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장님.”

“그리고 한약을 쓰는 게 도움이 되는데 어떡할까요?”

“아,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먹어야죠. 지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


“치료 잘 받았어?”


건물주의 아내 박정옥 씨는 남편을 맞이했다.


“하루 치료 받았는데도 많이 좋아졌어.”


건물주는 서운했다.


한의원으로 치료받으러 가는데도 동행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불안했다.


그는 요즘 마누라 눈치를 더 심하게 본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한 몇 년 전부터 그렇기는 했지만 교통사고 후 부쩍 심해졌다.



그는 전 재산을 마누라 앞으로 해놓고, 자신은 용돈을 타 쓰는 처지였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난 후 그는 대오 각성한 바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 마누라에게 슬쩍 물어봤다.


“여보. 아무래도 세금 체납한 거 말이야. 1억 8천만! 그거 납부하는 게 좋지 않겠어?”


아내가 그 말에 발끈하는 것이었다.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엉! 그럴 거면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미쳤다고 그 고생을 했겠어? 차라리 세금 다 내고 발 뻗고 편하게 자지?”

“아니, 내가 이번에 사고 나고 보니까 돈이 다가 아니더라고. 몸이 다 망가졌는데 돈이 많으면 뭐해?”

“허이구. 생전 안하던 말을 하는 거 보니 사람이 변했네. 사람이 안하던 짓하면 어떻게 된다는 말도 몰라?”

“여보. 그러지 말고······.”

“시끄러! 입 다물어. 사람이 나이 들수록 제일 미더운 게 돈이야.”


마누라의 얼굴에 서릿발이 잔뜩 끼었다.


“돈 없으면 사람들한테 괄시 받아. 자식들한테는 대접 받을 거 같아?”

“1억 8천만 원 내고도 남은 돈 많잖아? 그 돈만해도 우리 죽을 때까지 다 못써. 그러니 여보. 우리 세금내고 발 뻗고 편하게 살자.”

“이 양반이 정말 말이면 다 하는 줄 알아? 사람이 할 말 못할 말이 따로 있지.”

“내자. 제발.”

“난 못해.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

“그리고 이 참에 우리 합치자.”

“합치긴 뭘 합쳐? 우리가 여태 따로 살았어? 비상상황일 때만 잠깐잠깐 찢어서 살았지,”

“이젠 세금만내면 비상상황은 끝이잖아. 그러니까 세금내고 우리 서류상으로도 다시 합치자고 내 말은.”

“어머어머. 이 양반 좀 봐. 당신은 황혼이혼, 또 뭐냐? 졸혼. 그런 게 유행이라는 거 몰라? 사람이 유행 따라 살아야지 새삼스레 합치긴 뭘 합쳐?”

“황혼이혼은 무슨 황혼이혼?”

“아, 몰라. 난 우리 이혼 잘 한 거 같아. 후회 안 해. 우리 위장 이혼 하고 난 뒤로 당신 나한테 벌벌 기잖아. 바람도 안 피우고.”

“내가 언제는 바람 피웠어?”


박정옥은 건물주를 째려봤다.


“안 피웠다고?”

“아, 그거야 잠깐.”

“세금내고 싶으면 당신 돈으로 내. 그게 내 앞으로 나온 세금이야?”

“내가 돈이 어디 있어? 당신 앞으로 다 옮겨놨는데.”

“아, 몰라. 몰라. 난 모르는 일이니까 세금 내든지 말든지 당신이 알아서 해. 난 죽을 때도 손에 돈 쥐고 죽을 거니까.”


그 말만하고는 아내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날 밤 건물주는 심한 악몽에 시달렸다.


마누라가 젊은 남자와 함께 5억 짜리 외제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으악! 으아악! 여보. 가지마. 날 버리면 안 돼.”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를 수십 번.


그 때마다 마누라는 옆에 없었다.


온 집을 뒤져보면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잠에 취한 마누라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랑의 밀어를.


“여보. 사랑해. 알지? 나한테는 당신 밖에 없다는 거. 나 버리면 안 돼.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응?”


그는 잠든 마누라의 뺨에 입을 맞췄다.


십 년 만에!


#


선 회장을 만났다.


전에도 온 적이 있는 갈비집의 특실에서.


“허 원장. 그동안 잘 있었나?”

“예. 저는 잘 지냈습니다. 회장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자네 덕분에 잘 지냈지.”


선 회장은 잘 익은 고기를 골라 그의 앞에 놔주었다.


그는 선회장이 내준 고기를 낼름낼름 받아먹었다.


“어째 오늘은 고기질이 전 같지 않네요?”

“엥?”


선 회장은 당황했다.


“육즙이 적어서 그런가? 착착 감기는 맛이 덜 하네요.”

“그래!”


선 회장도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었다.


긴가민가한 표정.


“괜찮으세요, 회장님은?”

“어어! 글쎄.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선 회장은 보이지도 않는 갈빗집 사장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아아, 이 사람. 안 되겠네. 내가 지금까지 팔아준 고기만 해도 아파트 한 채 값은 될 텐데, 이딴 고기를 줘?”


들릴 리 없다.


“이보시게. 허 원장. 다른데 가세. 기분 나빠서 고기 먹겠나?”

“아닙니다. 제가 요즘 일도 많고,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많아서 그런지 입맛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러니까 결혼을 해. 남자는 결혼을 해야 안정이 되고, 그래야 큰 일도 하지.”

“예. 천천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그러다 환갑 돼, 이 사람아.”

“크큭. 설마요.”

“그건 그렇고 자네는 중국 언제가나? CF 찍으러?”

“글쎄요. 아직은 아무 연락이 없네요. 때 되면 연락 오겠죠. 계약금까지 줘놓고 설마 잊지는 않겠죠?”

“그럼. 사업하는 사람이 그런 일을 잊어버릴 리는 없지.”


그는 선 회장의 빈 잔에 술을 부었다.


“저기. 지난번에 보니까 리진 회장이 자넬 사위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알고 있습니다.”


선 회장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거야 립서비스 아니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혹시나 해서 말이야.”


선 회장은 얼굴을 그에게 들이 밀었다.


“리진 회장이 자기 딸을 한 번 만나보라고하면 적당히 둘러대고 피하게. 자네 거절하는 거 주특기잖아.”

“회장님께서 그런 말씀 안 하셔도 저도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네.”


선 회장은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술잔을 비웠다.


“그건 그렇고 중국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안 그래도 내가 그것 때문에 자네 전화만 기다렸는데, 어째 그렇게 전화 한 통 없나? 야속한 사람 같으니라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내가 전화한 걸세.”

“죄송합니다. 가신 일은 잘 되셨고요?”

“잘 될 것 같아. 느낌이 좋아.”

“다행입니다.”

“사업이란 게 한두 번 만나 밥 먹고 말 몇 마디 놔 눴다고 자판기 커피처럼 뚝딱 성사되는 게 아니니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 일단 리진 화장 같은 거물 기업인하고 안면을 텄다는 것만도 어딘가? 자네 말대로 민경이를 데리고 간 것도 잘 한 것 같아.”

“민경 씨도 이 참에 많이 배웠을 겁니다.”

“그렇다고 친분만 쌓고 왔나? 그건 아니지. 하하.”

“성과가 있었나보네요?”

“성원생명과학에서 만든 화징품 다음 달부터 대화쇼핑에 들어가.”


선 회장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랑의 한의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 5회 연재 23.06.28 240 0 -
공지 제목 변경 23.05.18 3,252 0 -
150 150화 사랑의 한의사 +8 23.09.14 957 30 14쪽
149 149화 희망을 보다 +1 23.09.13 777 22 12쪽
148 148화 화상 +1 23.09.12 739 23 12쪽
147 147화 사고 +1 23.09.11 791 25 12쪽
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5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6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6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4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8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3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4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7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 130화 악몽 +1 23.08.25 966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0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