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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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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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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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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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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124화 장사꾼

DUMMY

지현은 내지른 김에 한 번 더 내질렀다.


“올해 안 넘기고 결혼할 거라고 하셨죠, 아마?”

“예? ???”


그는 놀라서 지현을 쳐다보았다.


지현이 테이블 밑으로 그의 발을 툭 찼다.


“아 예. 그, 그런가? 그, 그럴까? 아, 아니 그래요. 그래요. 맞아요. 저, 결혼합니다, 회장님.”

“아깝다. 아까워.”


리진 회장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허 원장님. 그러면 베이징에 와서 사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베이징에요?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베이징에 와서 우리 가족 주치의가 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글쎄요. 갑자기 말씀하시니까 당황스럽습니다.”

“베이징으로 오시면 제가 연봉 2000만 위안 드리겠습니다.”


그는 위안화에 익숙지 않아서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마 대표가 검색하고 나서 그에게 속삭였다.


“38억! 38억!”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38억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몇 이나 되지?’


10명? 20명?


“우리 가족만 건강관리 해주시면 되니까 일이 힘들지는 않을 겁니다.”

“회장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여기서 하는 일이 많아서요. 몇 년간은 서울을 떠나기 힘듭니다.”


그는 마 대표를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계신 마 대표님과 DS엔터 가족들 진료를 해주기로 약속 했는데, 계약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후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그가 리진 회장의 목을 깨끗이 낫게 해준 후로.


리진 회장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리진 회장과 리청하가 우리나라 드라마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지현과 기념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았다.


지현의 사교성이 분위기를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지현은 그 날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우리가 새 드라마를 하나 준비 중인데 그 드라마에 윤지현 씨를 여주인공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리진 회장은 정중하게 지현에게 부탁했다.


제의는 지현이 받았는데 마 대표가 더 좋아했다.


“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회장님.”


오케이 라는 글자가 눈에서 튀어나오는 게 빤히 보이는데, 지현은 그렇게 말했다.


‘아유. 저, 어우!’


리진 회장은 시원시원했다.


지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리진 회장은 한 번 더 질렀다.


“우리 대화 그룹의 계열사 중에 전기차 회사가 있습니다. 그 전기차 광고 모델을 윤지현님이 해주시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호호호.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유통 회사의 광고 모델도 맡아주십시오. 광고 두 편에 백 억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회장님. 호호호.”


당장이라도 계약서에 싸인이라도 할 기센데,


‘말은 계속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대, 치이!’


뿐만 아니라 리진 회장은 <키즈 인 타운>의 중국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아유, 감사합니다. 회장님께서 나서주시면 저희는 언제든지 좋습니다. 하하하.”


마 대표도 좋아죽는다.


리진 회장은 그에게 물었다.


“원장님께도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들어 주시겠습니까?”

“말씀 하십시오. 회장님.”

“우리 대화 그룹의 계열사 중에 바이오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에서 나오는 한방관절염 약과 빈혈약 광고에 출현해 주십시오.”

“예? 제가 광고출연을요?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리진 회장은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원장님. 이 제의만은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는 몹시 당황해 즉답을 하지 못하고 지현과 마 대표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광고 한 편당 500만 위안, 두 편 다 출연해주시면 1000만 위안(19억) 드리겠습니다.”


이 때 옆에 앉아있던 지현이 식탁 아래로 그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야, 하며 비명이 나와야 할 텐데, 중국음식을 먹고 난 후라서 그런지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쉐쉐.”


아는 중국말이 별로 없었지만, 딱 알맞은 타이밍에 알맞은 말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광고 계약이 성사되었다.


비록 구두 계약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배제된 사람이 마 대표였다.


마 대표는 드라마 출연 제의도, 광고 출연 제의도 받지 못했다.


더 안타까운 일은 젊은 시절, 제이와이피 박진영의 백댄서 출신이라는, 확인하고 싶지 않은 주장을 하는 마 대표였지만, 공연제의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큰 수혜자는 어쩌면 마 대표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계약이 성사되면 DS 엔터의 주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말이다.


마 대표도 머릿속으로 이런 계산을 했는지 그저 싱글벙글 이다.


오늘따라 마 대표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단무지가 황금색으로 빛났다.


#


지현이 운전하는 차는 준영의 집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는 조수석에 앉아 운전하는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만 좀 쳐다봐요. 내가 아무리 이쁘기로서니 대놓고 쳐다보면 어떡해요? 사람 민망하게.”

“한 가지 물어봅시다. 윤지현 씨. 내가 누구하고 결혼합니까?”

“그거 알아서 뭐하게요?”

“뭐하다니? 아니, 내가 결혼을 하는데, 누구하고 결혼하는지도 모른다니 그게 말이 돼요?”

“준영 씨. 결혼하지 말라고 그런 거예요.”

“왜요?”

“내가 가만 보니까 혼자 살아서 불행한 사람은 없어도. 결혼해서 불행한 사람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아, 아냐. 다 불행해.”

“차암! 자기가 남의 개인사를 다 들여다봤나?”

“딱 보면 알지 그걸 왜 몰라요?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은 다 불행해. 다. 결혼해서 행복한 건 한 삼일? 그 후론 죽지 못해 사는 거라고요. 오죽하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말이 있겠어요!”

“남들 들었으면 한 열 번쯤 결혼한 사람인 줄 알겠네.”

“그걸 해봐야 알아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래서 하고 후회한다잖아요?”

“그거 옛말이에요. 요즘은 안 하고 후회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요.”


그는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남자한테 얼마나 심한 상처를 받았으면 저럴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지현 씨는 결혼 안 하려고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요.”


그 말에 측은한 마음은 사라지고 성질이 뻗혔다.


“뭐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하면서 나보고는 결혼하지 말라니! 무슨 심뽀가 그래요?”

“내가 그만큼 준영 씨 걱정을 많이 한다는 뜻이잖아요.”

“자기가 우리 엄마야 뭐야?”


끼익!


차가 멈췄다.


“집에 다 왔네요. 내리셔야죠.”



#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선 회장이 한의원으로 달려왔다.


원래 약속대로라면 저녁일 텐데,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달려왔다.


“나, 안 바빠! 사람들은 내가 많이 바쁜 줄 아는데, 내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한가해.”


선 회장이 전에 했던 이 말을 그 때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사실인가 싶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님들이 다 이렇게 한가한가?’


경제가 잘 돌아가는 걸보면 그렇지는 않을 텐데!


“다섯 명이서?”


선 회장은 일층 백반 집에 앉자마자 그에게 물었다.


“예. 리진 회장 뒤에 남자가 한 명 서 있기는 했지만, 그 사람이야, 뭐.”

“허전했겠네. 여섯 명이면 딱 좋은데.”

“다섯 명이라 오붓한 게,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리진 회장님이 무슨 말씀하시던가?”

“그런 거까지 다 말씀 드려야 되나요? 회장님과 관계된 말씀은 없으셨는데요.”


선 회장은 서운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은 대화그룹하고 우리 성원그룹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 아. 대화그룹 아프리카에 코발트 광산 갖고 있거든. 흑연 광산, 리튬 광산도. 우리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다 하지. 자네도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광물이 많이 필요하거든. 우리도 광산을 사들이고 싶은데, 리진 회장한테 자문을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말이야.”

“안 가르쳐 줄 거 같은데요.”

“그렇겠지. 하지만 한 번 찔러 보는 거지, 뭐. 그것뿐만이 아니야. 전자분야, 유통 분야. 아, 그리고 자네가 대주주로 있는 성원생명과학도 서로 협력하면 윈윈 할 수 있거든.”

“회장님. 말씀 들어보니까 그러네요.”

“자네가 조금만 신경 써주면 리진 회장하고 만나서, 우리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지.”

“회장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회장님 말씀을 꺼내기가 좀 그렇잖습니까? 원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요.”

“그래. 하긴 만나자마자 그런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 이해해. 내 말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네가 자리를 한 번 만들어달란 말이야.”


그는 생각에 잠겼다.


“약 광고 찍기로 했다며? 그러면 중국에 가야할 거 아냐?”

“그냥 구두로 계약한 거지, 정식으로 한 건 아닙니다.”

“정식으로 계약하면 중국 가야하잖아?”

“아마 그렇겠죠!”

“그러면 그 때라도 기회를 봐서 자리를 마련해보라는 말이지.”

“회장님도 중국 가시겠다고요?”

“못 갈 거 뭐 있나? 비행기타면 금방인데. 아니, 돈 되는 일이라면 지옥도 갈 판에 장사꾼이 중국 못 갈 이유가 뭐 있어? 나 장사꾼이라는 거 몰라?”

“그건 그러네요.”

“이보시게, 허 원장. 이게 우리 성원만 좋자고 하는 일인가? 거시적으로 보면, 이거 애국하는 일이기도 해. 내 말 틀렸어?”

“회장님 말씀 다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말을 꺼내는 건 내키지 않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좀 소심한 편이라 서요.”

“좀 소심한 편인가? 심하게 소심한 편이지. 장사꾼이 그래서 무슨 장사를 해?”

“저는 장사꾼 아닙니다.”

“의사는 장사꾼 아냐?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선 회장의 그 말에는 그도 할 말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돌아가는 게 다 장삿속이야. 아니야? 대학교수도 장사꾼. 공무원도 장사꾼. 기자도 장사꾼. 다 장사꾼이야.”

“······.”

“어떤 놈들은 고상한 척 기업인들을 장사꾼이라고 우습게보지? 내가 알아. 그런 놈들이 돈 앞에서는 제일 먼저 무릎 꿇어. 난 그런 놈들 정말 경멸해. 난 장사꾼인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 왜? 돈이 어때서? 세상에 가장 정직한 게 돈이야. 내 말 틀렸나? 틀렸으면 틀렸다고 말해 봐.”

“맞습니다. 회장님 말씀 다 맞습니다.”

“자네는 능력도 있고 다 좋은데 너무 고지식한 게 탈이야.”

“제가 좀 그런 면이 있기는 하죠.”

“자네 관시(關係:인맥과 비슷한 뜻)라는 말 알지? 중국은 관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란 말이야. 인맥이 없으면 될 일도 안 되고, 인맥이 있으면 안 될 일도 될 수 있는 사회란 말이야. 내 말은 안 될 일을 되게 하자는 게 아니라, 될 일인데 인맥이 없어서 안 되는 억울한 일은 당하지 말자는 말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무슨 말씀이신지는 벌써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꺼낼 만큼 돈독한 사이가 아니라서요.”

“리진 회장도 그런 관시 없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겠나? 중국처럼 관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택도 없는 일이야.”

“······.”

“그 양반도 장사꾼, 나도 장사꾼. 서로 계산이 맞으면 원수지간에도 손 잡는 거고, 계산이 안 맞으면 부모 자식 간에도 원수 되는 거야.”


그 때 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라! 리청하 씨가 나한테 웬일로 전화를 했지?”


선회장의 눈이 커졌다.


“뭐? 리청하 씨라고? 받아 봐, 얼른.”


그는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리청하 씨? 저, 허준영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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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7화 사고 +1 23.09.11 791 25 12쪽
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5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6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6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4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8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3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6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5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0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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