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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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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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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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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9.11 09:10
조회
787
추천
25
글자
12쪽

147화 사고

DUMMY

“원장님. 저, 이젠 말 잘하게 됐어요. 혀가 잘 놀아요.”

“예. 제가 봐도 정말 놀랍습니다.”


박정옥 씨의 언어기능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물론 아니었다.


70% 정도?


그러나 그것만으로 놀라운 치료 효과였다.


듣기에 약간 부자연스러울 정도이지 답답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다.


그녀는 불과 며칠 사이에 혀놀림이 부드러워진 것에 크게 만족해했다.


세 번의 염천혈 자침으로 이렇게 좋아졌으니 계속 치료받으면 얼마나 더 좋아질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서였을 것이다.


“야아! 원장님. 난 무슨 마술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며칠 만에? 내가 직접 안 봤다면 절대로 안 믿었을 겁니다.”


그는 대화 병원에서 경험했던 침마취 경험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염천혈에 침놓자고 자꾸 꼬드길 때, 처음부터 맞을 걸 그랬어요. 그랬다면 지금쯤 더 좋아졌을 거 아니에요.”

“알고 계셨어요? 제가 꼬드기는 거요.”

“아이고. 제가 바본줄 아세요? 그런 눈치도 없게요.”

“그랬군요. 오늘부터는 팔 다리 운동기능회복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겠습니다.”

“언어치료는 이젠 안 하고요?”

“당연히 더 해야죠. 이젠 하루 걸러 한 번씩 해도 될 것 같아서요.”


#


퇴근 후, 하루 두 세 시간 정도.


거의 매일이다시피 작곡프로그램과 씨름한 지 열흘 만에 곡 하나를 만들었다.


그도 직감했다.


‘아! 내가 작곡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건 아닌가보다.’


어떤 영감이 떠오는 것과 동시에 피아노 앞에서 곡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던 예찬이와 비교하면.


그리고 그렇게 뚝딱 만들어낸 곡의 퀄리티가 기가 막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치이! 걔는 천재니까. 작곡가 중에 그런 천재가 몇이나 된다고? 그래도 처음 만든 곡이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나?’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하며 가사를 붙였다.


곡에다 가사까지 다 만든 그는 삼일동안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셨다.


날계란도 하루 두 개씩 꼭 챙겨먹었다.


도라지 달인 물도 마셨다.


참기름도 몇 숟갈 먹었더니 하루 종일 입에서 고소한 내가 진동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그는 보컬 녹음을 시작했다.


전문 가이드 보컬에게 의뢰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불렀다.


열 번쯤 불렀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그는 보컬 녹음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하고나서 벅찬 감동을 느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오! 신이시여! 진정 이 노래를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궁금했다.


이 곡이 세상에 공개되면 대중들은 어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지?


그 전에 지인들의 평가가 궁금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지현이었다.


그러나 지현의 독설이 무서웠다.


그래도 예찬이가 만만하다.


-내가 이번에 새로 만든 곡인데 한 번 들어보고 평가 좀 해줄래?-


그는 예찬이에게 문자를 보낸 다음 음악파일도 보냈다.


십분 후 예찬이 문자를 보내왔다.


-구려요.-


끝?


끝!


딱 세 글자가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


“짜식이. 작곡은 잘 하는데 듣는 귀가 싸구려란 말이야.”


그는 이번에는 지현에게 음악파일을 보냈다.


십분 후 지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현 씨 노래 들었어요? 내가 처음으로 작곡한 곡인데 들었어요? 어때요?”

“이 노래 부른 남자. 누구에요?”

“누구기는! 가이드보컬이지. 왜요?”

“돈 줬어요?”

“당연히 돈 줬지. 누가 공짜로 가이드보컬을 해줘요?”

“얼마나?”

“아니 그냥 남들 주는 대로 줬죠. 왜 그래요?”

“바가지 썼네. 바가지 썼어. 아니 음정도 하나도 안 맞는데, 이런 실력으로 무슨 가이드보컬을 해요? 이 사람,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이네.”


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래 잘하는 가이드보컬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이런 사람한테 돈 주고 가이드보컬을 시켜요?”

“아, 아니. 저기 보컬은 지우고 새로 녹음하면 되니까, 그것보다 곡은 어때요? 가사는요?”

“나는 준영씨가 노래갖고 장난 안 쳤으면 좋겠어요. 아니, 음악이 준영씨 장난감도 아닌데 왜 음악을 갖고 장난을 쳐요? 가사는 괜찮은데 곡은 여∼어엉. 아니, 노래가 한 소절이라도 귀에 딱 꽂히는 매력이 있어야지. 이건 뭐,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의 등줄기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아! 오늘 날씨도 좋아 하루 종일 기분도 좋았는데, 이 노래 때문에 기분 다 망쳤네.”

“입 닥쳐요.”

“뭐라고요?”

“닥치라고오오∼.”

“아니, 어떠냐고 먼저 물어본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닥치래?”

“전화 끊어요.”

“야. 허준영.”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우와! 우와! 이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음악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아니 내 주변사람들은 하나같이 독설가들뿐이야? 야아. 독하다 독해.”


그는 다시 한 번 음악을 재생시켰다.


“아니! 이 음악이 어때서 그래?”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후라서 그런가?


음악이 어째 좀 상한 것 같기는 했다.


괜찮게 들리던 음악이 영 아니올시다, 이다.


그는 급하게 음악을 삭제했다.


“다시 만들면 되지, 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자기도 무명 연기자일 때는 연기 못 한다고 PD한테 욕 얻어먹은 거 내가 다 아는데. 이거 왜 이래?”


#


박정옥 씨의 언어장애는 많이 좋아졌다.


치료의 무게 중심을 상하지의 운동기능 개선 쪽으로 옮긴지 이틀이 지났다.


지금까지 언어 장애와 운동 장애의 치료비중이 7;3 이었다면 3;7로 바꾸는 중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녀의 왼손 마비를 호전시키기 위해 왼쪽의 상하지 혈에 자침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반대편에 자침할 생각이었다.


“자, 침을 놓겠습니다.”


그는 오른손의 신문혈(神門穴)에 자침했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노혈(臂臑穴)과 천부혈(天府穴)에도 자침했다.


비노혈은 수양명대장경의 혈로서, 손상된 신경기능을 회복시켜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습사(濕邪)를 제거하는데도 효험이 있다.


습사(濕邪)는 기와 혈의 순환에 장애를 일으킨다.


천부혈은 수태음폐경의 혈로서, 상완의 마비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박정옥 씨. 침이 많이 아프세요?”

“아뇨. 원장님 침은 하나도 안 아파요. 오히려 시원해요.”


척택혈(尺澤穴)과 합곡혈(合谷穴)에도 자침했다.


척택혈 역시 수태음폐경의 혈로서, 천식에 탁효가 있는 혈자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척택혈에 자침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합곡혈은 수양명대장경의 혈로서 한방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혈자리 중 하나이다.


중풍으로 마비가 온 환자에게 합곡혈에 자침하면 마비부위의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는 체열진단기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혈관이 확장하고, 신경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결국 마비가 온 부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주특기인 수기(手技)를 구사할 생각이었다.


그는 수기를 구사할 혈로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의 행간혈(行間穴)을 선택했다.


행간혈은 엄지 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만나는 뿌리부위의 혈자리인데, 박정옥 씨의 몸에 남아있는 풍사(風邪)를 제거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그는 행간혈에 자침했다.


사암침법을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사암침으로 자침했다.


일반호침보다 더 강력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수기를 시작했다.


30초 후.


그의 손끝에서 짜릿한 느낌이 왔다.


그는 그런 느낌을 이번에는 박정옥 씨의 왼쪽 상지로 보냈다.


왼쪽 상지로 보내기 위해서는 왼쪽 행간혈에 자침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그러나 그는 오른쪽 행간혈에 자침했다.


다음에는 왼쪽 행간혈에 자침할 생각이었다.


어느 순간 박정옥 씨의 왼쪽 상지가 꿈틀거렸다.


처음엔 미세한 움직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심하게 요동쳤다.


마치 갓 잡아 올린 물고기 같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건물주의 눈이 커졌다.


“왜 이래요? 원장님. 집 사람 팔이 왜 저럽니까?”

“기혈의 순환이 복구되고 있는 겁니다.”

“아 예.”

“박정옥 씨. 지금 왼쪽 팔로 어떤 느낌이 오나요?”

“예.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으세요?”

“예. 좋아요. 원장님. 따뜻하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따뜻하면서 시원한 건 또 뭐야?”


건물주 황종우씨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뜨뜻한 데 몸을 지지면 시원하잖아요.”

“아아! 그런 거! 뜨거운 국물 마시면서 아, 시원해, 하는 뭐, 그런 거요?”

“맞습니다. 딱 그런 느낌입니다.”


그의 대답에 건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거기서 수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그러자 왼손의 다섯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경련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다섯 손가락의 움직임이 점점 더 활발해지는 것이다.


아주 역동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는 이런 수기를 5분 정도 더 한 다음 발침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하루 쉬었다 오세요.”

“왜요?”

“오늘 강한 치료를 했거든요. 연 이틀 계속 치료하는 건 박정옥 씨가 받아내기 힘들 수도 있어요.”

“아 예.”


부부는 동시에 대답했다.


“댁에서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모레 치료 받으러 오시면 됩니다.”


#


다음 날 아침.


그는 출근하자마자 연이어 세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그리고 자신의 진료실 의자에 앉아서 환자에게 투여할 처방을 구성하고 있을 때였다.


건물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원장님. 마누라가 어제 침을 맞고 너무 좋아졌습니다. 왼쪽 팔의 움직임이 좋아졌고 힘도 들어간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그런데 어쩌죠? 마누라가 오늘도 치료 받고 싶다는데요. 원장님께 전화 한 번 걸어서 부탁해보라고 얼마나 성화를 부리는지 이렇게 전화 드렸습니다.-

-어제 강하게 치료를 해서 오늘은 집에서 쉬시는 게 좋습니다. 치료도 욕심을 내시면 탈이 날수도 있거든요.-

-그렇죠? 제 생각에도 그런데 마누라가 말을 들어야 말이죠. 원장님 침에 맛을 한 번 들이더니 난리네요.-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오시라고 잘 말씀 드리세요. 어르신.-

-할 수 없죠. 내일 치료 받으러 가겠습니다. 하하하.-

-예. 내일 뵙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우리 부부 재결합하기로 했습니다. 몸만 재결합하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다시 부부가 되기로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에 꼭 참석하겠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이 나이에 결혼식은 무슨. 그냥 혼인신고만 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예.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원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지현이 전화를 걸어온 건 밤이었다.


그는 집에서 작곡프로그램을 켜놓고 창작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나, 내일 자월도에 갈려고요. 혜리하고 매니저하고 같이요.-

-아! 자월도. 나, 고등학교 다닐 땐가? 친구들하고 자월도에 놀러 갔었는데. 정말 아름답던데. 놀러가는 거예요?-

-내가 전에 말 안 했었나? 자월도가 내 고향이에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거기서 살았어요.-

-그렇구나. 처음 듣는 말이네요.-

-전에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갔는데, 나도 오랜만에 가는 거예요.-

-나도 가고 싶다.-

-같이 갈래요?-

-엥! 스캔들 나면 어쩌려고?-

-크크. 그런가?-

-얼마나 있을 생각이에요?-

-봐서요. 한 삼사일 생각하고 가는 거예요. 더 오래 있고 싶지만, 거기 뱀이 많거든요. 나, 뱀 되게 무서워하거든요. 만일 뱀 만나면 무서워서 더 빨리 올지도 몰라요.-

-잘 다녀와요.-

-갔다 와서 봐요.-


그녀는 자월도에 입도한 그 날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마지막 배편으로.


자월도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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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이별 +1 23.09.09 833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4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1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4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0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4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897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86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3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0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5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1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3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1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0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4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89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1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3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49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35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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