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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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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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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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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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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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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DUMMY

-화장품이 대박이 났다고요?-

-내 인기가요.-

-화장품은요?-

-대화 쇼핑 행사도 대박이 났고요. 윤지현 윤지현. 팬들이 난리도 아니었어요.-

-???-

-우와! 그걸 준영 씨가 봤어야 하는데. 그래야 나한테 함부로 안 하지.-

-아 정말. 자꾸 이럴 거예요? 화장품은 어떻게 됐냐고요?-

-당연히 대박 났죠. 나 때문에요.-

-와우!-

-준비했던 물량이 다 매진됐어요. 뭐어, 사람들이 이건 윤지현 효과다. 그러긴 하더라고요.-


그는 그녀의 잘난 척을 받아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러면 화장품을 중국으로 빨리 보내야겠네? 서울도 물량이 충분한가 모르겠네?-


그녀는 자신의 자랑을 그가 받아주지 않자 살짝 삐졌다.


-선 회장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중국으로 보낼 물량은 충분하대요?-

-내가 그런 거까지 알아야해요?-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하여튼 사람 약 올리는 데는 선수야 선수.-

-키킥! 장난쳐 본 거에요.-

-선 회장님은 서울로 전화해서 물건 빨리 보내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시면서도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시던데요.-

-그러시겠죠. 왜 안 그렇겠어요. 계속 돈만 축내던 자식이 처음으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준영 씨는 좋겠다. 성원생명과학 대주주라면서요?-

-대주주라고 해봤자 지분이 얼마 안돼요.-

-나한테 귀띔 좀 해주지. 그 회사 주식 미리 좀 사둘걸 그랬어요.-

-낸들 이렇게 대박이 날 줄 알았겠어요?-

-아무튼 중국에서 화장품 대박 난 거 알려지면 성원생명과학 주가가 날아가겠네요.-

-뭐,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나저나 지현 씨는 서울 언제와요?-

-상해에서 있을 대화 쇼핑 행사만 끝나면 서울로 갈 거예요.-

-난 내일부터 한의원 진료 시작하려고요. 너무 오래 비워놔서 환자들한테 욕 무지 얻어먹을 것 같아요.-

-그래요. 수고해요.-

-지현 씨도 무사히 돌아와서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그럼 안녕.-


#


다음날.


그는 오랜만에 한의원에 출근했다.


나흘간 휴진한다고 해놓고 일주일이나 휴진했다고 몇 몇 환자분에게 한 소리 들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연신 환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환자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침마취가 우리 의료현실에서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하여튼 주식 시장 놈들.


정말 빠르다.


그가 어제 지현과 나눴던 통화내용을 몰래 들었나?


그 날 성원생명과학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의 주식 지분 가치가 단 하루 만에 십억이 훨씬 넘게 늘어났다.


그는 성원생명과학의 수급을 분석해보더니 중얼거렸다.


“오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쌍끌이 매수가 들어왔네! 흐음.”


그는 매수 창구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게 끝이 아니네. 좀 더 오르겠는 걸!”


#


건물주 황종우 씨는 속이 상했다.


아내 박정옥에게 간병인을 붙여주고 자신은 허준영 한의원으로 치료 받기위해 전화했다.


그런데 나흘 동안 휴진한다는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아파 죽겠는데 무슨 나흘씩이나 휴진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부터 단골로 다니던 한의원으로 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전에는 몰랐는데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허준영 한의원이 다시 문 열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휴진을 며칠 더 연장한다는 안내 목소리가 또 흘러나왔다.


며칠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여보. 나도 한의원에서 치료 받아야겠어.-


입원실에서 두 사람만 있을 때 정옥은 남편에게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느렸다.


느린 게 당연했다.


사실은 느린 것도 아닌데, 정옥의 성에 차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직은 안 돼. 병원에서 치료 좀 더 받아보고. 이 병원만 해도 뇌출혈이 온 환자 중에 삼 개월, 사 개월은 보통이고 일 년 넘게 입원해 있는 환자도 있던데, 뭘. 당신 이제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이러면 어떡해?”


그러나 그건 건물주의 마음이고 정옥의 마음은 조급했다.


혀가 말을 듣지 않으니 수다를 못 떨었다.


수다를 못 떠니 사는 맛이 안 났다.


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은 건 더 불편했다.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이렇게 소중할 줄은 몰랐다.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는.


하루라도 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정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을 다그쳤다.


그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퇴원을 감행했다.


의사들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부부는 한의원행을 감행했다.


그들은 택시에 몸을 실었다.


택시 기사까지 도와줬는데도 그녀를 태우는 일은 꽤 힘이 들었다.


“차암 나! 생각할수록 기가 차네.”


택시가 대로변으로 접어들 때쯤 황종우가 혀를 찼다.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주차장에 외제자 두 대를 세워놓고 우리는 택시 타고 가네.”

“그더게 으떠게······.”


그녀는 말을 멈추고 문자를 보냈다.


-당신도 나도 운전할 몸 상태가 아닌데.-

“그러게 말이야. 몸 망가지고 나니까 수억 짜리 외제차도 아무 소용이 없네.”


건물주는 헛웃음을 웃었다.


“하아! 10억 가까운 돈이 주차장에서 먼지 덮어쓰고 있네.”


두 사람은 허탈한 표정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리를 걷은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택시 기사는 백미러로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잠깐 머물다 이내 사라졌다.


#


그는 진료실에서 건물주 내외와 마주했다.


난감했다.


아무리 봐도 박정옥 씨는 병원에서 퇴원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최소한 두 달은 더 치료 받고 한의원으로 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 년이 지나오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는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퇴원을 감행한 후.


무엇보다 그녀의 입장이 단호했다.


더 이상 그녀의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두 분이 병원에서 갖고 온 CT 촬영 자료도 확인했다.


운동중추와 언어충추 주변에 손상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이어 그녀의 맥을 짚었다.


왼쪽 수족에 마비가 와서 맥의 흐름도 왜곡된 상태였다.


그러나 안 짚는 것보다는 짚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이어 오른쪽 맥도 짚었다.


그는 맥상을 통해 치료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침마취를 성공한 이후여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자, 그러면 오늘부터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고칠 수는 있겠습니까?”


건물주가 물었다.


“저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치료 성공여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입니다.”


평소의 그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건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70-80 % 회복은 가능해 보입니다.”

“하아!”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 예전처럼 말도 하고 걸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건물주가 물었다.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단 지나친 욕심은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건물주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원장님 말씀 들었지? 지나친 욕심만 버리면 당신 병 고칠 수 있대!”


그녀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리주하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가 한의원에 왔다.


설마 했는데!


“리주하 씨.”


그는 대기실에서 그녀를 진심으로 반겼다.


“원장님. 저 어제 왔어요. 잘 했죠?”


그녀는 다짜고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는 이 말괄량이 아가씨 때문에 놀랐다.


그녀의 이 돌발적인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려웠다.


말 그대로 그냥 반가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야릇한 색칠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담백하게!


아주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가 담백하게 받아들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차 선생, 조 선생은 리주하의 이 돌발적인 행동에 몹시 놀랐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환자분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목격자들은 그녀의 이 돌발적인 행동에 끈적끈적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눈빛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어쨌든 서울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기는 했다.


그는 그녀가 불쾌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밀어낸 다음 말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왔네요?”


“그럼요. 아버지가 빨리 서울로 가서 원장님께 계속 치료받으라고 얼마나 성화이신지. 그래서 어제 왔어요.”


그녀는 진료실 의자에 앉아서 실내를 둘러봤다.


한의원 규모가 자신의 예상보다 크지 않아 약간 실망하는 것 같았다.


“잘 왔어요? 주하 씨. 그나저나 몸 컨디션은 어때요?”

“좋아요. 기분도 좋고요.”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오늘은 화장을 한 것 같네요?”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살짝 해봤어요? 저 예뻐요?”

“그럼요. 예쁘네요.”


맨 얼굴도 예뻤지만 화장한 얼굴은 더 예뻤다.


‘화장하다가 통증이 온 트라우마는 극복한 건가!’


또 다른 변화도 있었다.


입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치료하던 첫날.


심하지는 않았지만 침을 놓을 때, 그녀의 입 냄새가 약간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이 역시 양치를 하던 도중, 강한 통증이 왔던 트라우마로 인해 유발된 구취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난 모양이었다.


그녀에게서 호전되고 있다는 증거정황은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통증 완화나 해소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답답한 심정이었다.


#


서울에 온 이후.


리주하는 정말 열심히 치료 받았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의원에 왔다.


그 덕분인지?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통증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치료만하고 보내기 미안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백반집으로 갔다.


“원장님. 중국은 잘 다녀오셨어요?”


혜리는 말은 그에게 하면서도 눈으로는 리주하를 스윽 훑어보았다.


“아 예. 잘 다녀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 다녀 온 이후로는 백반집에 처음 오는 거였다.


혜리는 주문한 음식을 식탁위에 놓으면서도 한 번씩 주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지현 씨 귀에 들어가겠군!’


그는 그녀가 식사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봤다.


식사에 대한 두려움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맛은 어때요? 입에 맞나 모르겠네요?”

“예. 맛있어요. 저, 식성이 별로 까다로운 편은 아니거든요.”


그녀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하 씨.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건가요?”

“걱정이라면 걱정이죠!”

“???”

“너무 심심해요. 서울에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원장님 밖에 없어서요.”

“아아! 그렇구나.”

“원장님한테 치료받고 호텔에 가면 하루 종일 방에 혼자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지 말고 여기저기 관광을 해보지 그래요. 서울에도 가볼만 한데 많은데.”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원장님. 서울에 자주 왔던 친구들이 그러던데. 홍대는 꼭 한 번 가보라고 하던데요.”

“홍대? 홍대가 그렇게 좋은가?”

“원장님은 홍대 한 번도 안 가보셨어요?”

“그 앞으로는 여러 번 지나가 봤지만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어요.”

“어머! 말도 안 돼. 아니 서울에 살면서 어떻게 홍대를 안 갈 수가 있어요?”

“??? 아아! 홍대가 아니고, 홍대 앞 클럽 말하는 거구나?”

“예. 클럽이요. 그러면 뭔 줄 아셨어요?”

“저기 주하 씨. 홍대는 클럽이 아니라 대학교에요. 클럽은 홍대 캠퍼스 앞 쪽에 있는 거고요.”

“그래요? 몰랐네요.”

“홍대 나오신 분들 들으시면 화내시겠네.”

“아무튼 홍대. 거기 가 보고 싶어요.”

“가면 되죠. 오늘 밤에라도 가보세요. 택시 타면 금방이에요.”

“저 혼자 어떻게 가요?”

“아, 그런가? 그러면 어떡하지? 누구하고 같이 가나?”

“원장님하고 같이 가면 안돼요?”


그는 봤다.


진혜리의 눈이 가늘게 찢어지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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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질투 +1 23.09.06 838 22 12쪽
»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4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4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7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6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0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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