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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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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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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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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3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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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DUMMY

“예. 침 몇 번 맞아본 적 있어요.”


재원은 지현의 물음에 대답했다.


“효과가 어땠어?”

“괜찮았어요.”

“재활치료보다?”

“비슷한 정도요! 그런데 왜요? 누나, 혹시 허준영이라는 한의사 선생님께 치료 받아보라는 말씀 하시려고 그러는 거죠?”

“그래. 맞아! 재원아. 너, 그 분한테 치료 한 번 받아보지 않을래?”

“사실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누나한테 전화 드린 거예요. 오랜만에 누나 얼굴도 한 번 보고요.”

“그랬구나. 잘 됐네.”

“그런데 누나. 그 분 소문처럼 정말 실력이 대단하신가요?”

“소문 이상이야.”

“그래요!”

“더 이상 망설일 것 없어. 허준영 원장님께 치료 받자. 그 분이 못 고치면 아무도 못 고쳐. 난 그렇게 생각해.”

“알았어요. 누나.”


#


준영은 저녁을 먹고 새 집으로 갔다.


얼마 전 샀던 집.


산책하는 기분으로.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건축 자재 특유의 냄새가 훅, 덮쳤다.


인테리어 공사도 끝난 지 제법 됐는데도 불구하고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아직도 거부감이 들었다.


그는 창문을 연 다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침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킹사이즈.


혹시나 해서 킹사이즈로 샀는데, 장가갈 것 같은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에휴! 넓다. 넓어도 너∼어무 넓다. 침대가 월드컵 경기장보다 더 넓네. 나도 미쳤지!’


거실로 나오니 텔레비전이 보이고, 소파도 보였다.


주방에는 냉장고. 작은 방에는 책상, 컴퓨터 등등.


이 정도면 진시황도 안 부럽다.


만인 위에 군림하던 진시황도 없는 게 많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진시황에게는 없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여자만은?


음메 기죽어!


그는 환기를 마치고 새 집에서 나왔다.


엄마 심부름으로 계란을 사러 마트를 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지현 씨?-

-저녁 식사는요?-

-어! 먹었죠. 새 집에 잠깐 들렀다가 계란 사러 마트 가는 거예요.-

-입주는 언제해요?-

-아직 냄새가 나서 엄두가 안 나네요.-

-집도 샀겠다. 빨리 결혼을 해야 할 텐데.-

-나 침대 괜히 킹사이즈 샀나봐. 킹 사이즈사면 여자가 빨리 생길까싶어 샀더니 상관없나 봐요.-

-바보 아냐!-

-그나저나 바보한테 전화는 왜 하셨을까? 천재 양반께서.-

-나 내일 진료 예약하려고요.-

-왜? 어디 아파요?-

-아뇨. 나 말고. 양재원이라고 야구하는 동생이 하나 있는데 치료 좀 받았으면 좋겠는데.-

-알았어요. 우리 선생님하고 통화해서 날짜하고 시간 잡으면 되겠네. 그런데 내일은 안 되고 사오일 걸릴 거예요. 아마!-


-으∼으응. 내일 해 줘요. 엉!-


그녀는 애교를 부렸다.


-아우, 토할 것 같아.-

-뭐라고요?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이러면 남자들이 팍팍 쓰러지는 거 몰라요? 뭐? 토할 것 같다고?-

-크큭. 아무튼 새치기는 안 됩니다. 순서를 기다리셔야 한다고요오∼오.-

-한 번만 사정 좀 봐줘요.-

-어허! 안 된다니까 자꾸 그러네-

-내 후배 여자 탤런트가 준영 씨 소개해달라고 그러는데, 안된다고 해야겠네.-

-내일 몇 시로 잡을까요. 예약?-

-오전 11시나, 12시? 아니면 오후 3시. 어느 시간이 좋겠어요?-

-지현 씨 좋은 시간 아무 때나 와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어요? 돼. 돼. 아무 때나 와요.-

-알았어요. 그러면 내일 같이 갈게요-

-예에. 기다릴게요∼오오.-

-그나저나 후배한테는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기는요? 날짜하고 시간하고 장소 잡으면 되는 거지.-

-아니, 준영 씨가 안 된다고 하니까.-

-그게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내 말은······.-

-아이유, 알았어요. 후배는 내가 알아서 기분 안 나쁘게 거절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끊을게요. 내일 봐요.―


탁!


-여보세요. 지현 씨. 그게 아니라-


아아! 끊었네.


#


다음 날.


그는 진료실에서 양재원과 마주 앉았다.


지현은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재원의 호소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중요한 내용은 차트에 기록하면서.


그렇게 15분이 지났다.


“죄송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다보니 원장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네요.”

“아닙니다. 처음 오신 환자 분 진료에는 대개 이 정도는 걸립니다. 더 오래 진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재원은 벌써 그에게 믿음이 생겼다.


“더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하셔도 됩니다.”

“아, 아닙니다. 생각나면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진맥 하겠습니다.”


현긴삭맥(弦緊數脈)이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몸의 많은 부분이 뭉쳐 있음을 맥으로 알 수 있었다.


“양재원 선수! 그 뒤에 있는 침대 위에 올라가셔서 윗옷을 벗으시면 좋겠습니다.”


재원은 윗옷을 다 벗었다.


“지금부터 어깨, 뒷목, 등, 옆구리, 상체 여기저기를 다 눌러보겠습니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기 위해서입니다.”

“알겠습니다, 원장님.”


그는 재원의 뒷목과 어깨 주변을 다 눌러보았다.


“제가 조금 전에 눌렀던 부위는 평소에 심각한 통증을 느끼던 곳은 아니시죠?”

“가끔 아플 때가 있기는 하지만 심각하게 아픈 부위는 아닙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어깨 주변 몇 군데에서 경결점이 잡히네요. 이곳을 치료해야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는 메모지에 뭔가를 끄적거린 후 다시 척추 주변을 눌러보았다.


“척주 주변에도 몇 군데 문제가 있네요.”


그는 다시 메모지에 뭔가를 끄적거렸다.


인터폰이 울렸다.


-원장님. 대기실에 환자 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계시는데요.-

-알겠습니다.-


그가 재원을 진료한 지 30분이 지났다.


그는 태연했다.


재원이 오히려 미안해했다.


그러나 그의 진료 스타일을 알고 있는 지현은 담담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재원의 오른손과 손목을 촉진했다.


특히 수소음심경과 수태양소장경을 따라 꼼꼼히 촉진했다.


그는 다시 메모를 한 후 재원에게 말했다.


“저는 간혹 야구 중계를 보기는 하지만 양재원 선수처럼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음,“

“???”

“혹시 투구 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받으신 적 있나요?”

“예.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이요.”

“어떤 지적이었나요?”

“투수 코치님 말씀이 공은 팔로만 던지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거든요.”

“공을 팔로 안 던지면? 그럼 뭐로 던져?”


듣고만 있던 지현이 끼어들었다.


“옆구리와 허리로 던져야 돼요.”


그는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와 허리를 만지며,


“이 부위를 쫙 펴면 어깨가 자연히 올라가잖아? 그렇게 던져야 어깨와 팔꿈치에 무리가 안 간다는 말이지. 그래야 타자 앞에서 공 끝이 살기도 하고.”

“에휴! 난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우리말인데도 어째 영어보다 더 어렵냐?”


그러나 준영은 알아들었다.


“공을 쥔 손에도 힘을 빼고, 어깨에도 힘을 빼고 던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투수 코치님이 하라는 대로 하셨나요?”

“노력은 많이 했죠. 그런데 이게 습관이 안 들어서 그런지 안 될 때가 많더라고요.”

“투수 코치님께 많이 혼나셨겠네요?”

“예. 코치님한테 자주 혼났죠. 팔꿈치 인대가 파열된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던데,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코치님 말씀이 맞습니다.”


재원의 오른 팔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상완근에도 경결점이 여러 개 잡혔다.


장단요측수근신근, 총지신근, 소지신근.


“아무튼 손의 거의 모든 근육에서 경결점이 잡히네요.”

“그렇게 안 좋습니까?”

“그렇습니다.

“경결점이 이렇게 많으면 운동선수가 아니라도 통증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운동선수야 말 할 필요도 없겠죠.”


재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지나간 얘기 계속해봐야 마음만 아프고, 자, 이제부터 치료를 시작합시다.”

“예, 원장님. 꼭 고쳐 주십시오.”


재원은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양재원 선수는 아직 나이도 젊고 체력이 좋으니까 며칠 동안은 치료를 약간 공격적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원장님이 판단하셔서 치료해 주십시오.”


#


그는 재원을 침구실로 안내했다.


“자! 침을 놓겠습니다.”


그는 메모지에 기록해뒀던 경결점 25개 중 우선 8개를 골라 침으로 풀기 시작했다.


지금은 혈 자리를 따질 게제가 아니었다.


우선 경결점부터 풀고, 혈 자리에 자침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도 된다.


양재원을 붙들고 씨름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환자 두 분이 짜증을 내며 돌아갔다.


“자! 팔을 한 번 움직여 보시겠습니까?”


재원은 팔을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 투구 모션도 여러 번 했다.


“아! 조금 가벼운데요? 그리고 운동 범위가 조금 넓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와인드업 자세를 하면 팔꿈치 안쪽에 약간 쩌릿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간혹 통증이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좋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건 같네요. 실전에서 70, 80개 이상은 던져야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원장님.”

“자, 이제 침을 하나만 딱 놓겠습니다.”


그는 후계혈에 자침했다.


침은 부드럽게 들어갔다.


‘제대로 자침했군!’


그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수기(手技)를 시작했다.


그가 가장 잘 하는,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수기이다.


침향을 팔꿈치 방향으로 보내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 전에 손목으로 먼저 보내야한다.


“지금 침이 꽂혀 있는 곳에서 손목 쪽으로 쩌릿한 느낌이 드나요?”

“예. 쩌릿쩌릿합니다. 원장님.”


그는 이번에는 재원의 팔꿈치 내측으로 침향을 보냈다.


“지금은 어디로 가나요?”

“아아. 팔꿈치요. 수술한 그 쪽으로요?”


득기에 성공했다.


그는 좀 더 자극을 강하게 줬다.


그는 염전침법을 계속했다.


침을 시계방향과 시계반대방향으로 똑 같이 돌리는 침법이다.


보사를 적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 방향을 같은 힘과 속도로 해야 한다.


그래야 보사의 효과가 상쇄된다.


“아아아아! 으아아아!”


재원의 표정이 묘했다.


“침이 아프세요?”

“아뇨. 아픈 게 아니라. 키킥.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요? 쩌릿하면서 시원하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드네요?”

“시원하면서 따뜻한 건 또 뭐야? 무슨 말이 그래?”

“하하하. 아냐. 누나. 정말이야. 이거 왜 이래, 누나? 희한하네.”

“침은 네가 맞는데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애를 완전히 잡는구나, 잡아. 호호호.”

“환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겁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거죠. 그래서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맞죠? 원장님. 제 말이 맞죠?”

“예. 표현 제대로 하신 겁니다.”

“맞다니까 누나는.”

‘난 그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효과는 좋았지만.“


그는 십 분 정도 수기를 한 후 발침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장님.”

“술은 안 마시는 게 좋습니다.”

“저 술 안 마신지 몇 년 됐습니다, 원장님.”

“그러면 다행이고요. 그리고 또, 투수코치님 말씀대로 투구폼은 꼭 교정하는 게 좋겠네요. 안 그러면 치료에도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완치가 되더라고 또 재발할 수밖에 없거든요.”

“예. 원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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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7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5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0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8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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