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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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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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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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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3
글자수 :
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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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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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DUMMY

선 회장이 그들과 같이 있다는 것은 조금 생뚱맞기는 했다.


그와 지현은 대화그룹의 광고 촬영을 위해서 중국으로 가는 거다.


“이왕이면 연휴에 스케줄을 잡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의원을 너무 오래 비우면 환자들이 불편할 수 있거든요.”

대화의 실무진은 그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지현에게도 부탁했다.


“알았어요. 저도 준영 씨 스케줄에 맞춰볼게요. 대신 나한테 잘해야 돼요?”

“나 지금까지 지현 씨한테 무지 잘해줬는데!”

“치이! 잘하긴. 잘해주는 남자 구경도 못했나봐!”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을 도와 줄 매니저가 필요했다.


“아냐. 매니저는 무슨 매니저? 내가 같이 갈게. 그래야 마음이 놓여.”


마 대표도 속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거대한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싶은 것이었다.


사업가의 이런 마인드는 당연한 것이다.


선 회장과 민경은 업무목적으로 간다.


성원생명과학이 내놓은 화장품의 대화쇼핑 입점이 임박했다.


성원생명과학의 실무진 몇은 이미 중국으로 가 있었다.


그러니 선 회장은 준영과 무관하게 중국으로 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일부러 그와 스케줄을 맞췄다.


“걱정하지 마. 비행기 값과 호텔 비는 내가 다 낼 테니.”


선 회장은 원치 않았는데도 그를 포함한 세 사람의 여행비용을 다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담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받은 것 이상으로 토해내야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거절한다고 물러설 선 회장이 아니다.


선 회장은 그에게 묻어가면서 성원생명과학이 출시했던 발모제도 중국에서 한 번 팔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또. 또. 또.


선 회장이 중국에 팔아먹고 싶어 하는 건 차고 넘쳤다.


안정적인 판로만 개척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선 회장은 안정적인 판로를 대화 그룹을 통해서 확보하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리진 회장을 통해 다른 거물급 인사를 소개받은 것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준영의 도움이 절실했다.


‘혼자 가서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허 원장 등에 업혀 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암. 그렇고말고!’


선 회장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허준영 옆에 묻어가면 안 될 일도 되고, 될 일은 더 잘 됐다.


그래서 선 회장은 이번에도 그에게 묻어갈 생각으로 공항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준영도 포기했다.


선 회장이 귀찮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어른께 죄송한 표현이지만, 선 회장이 귀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아주 가끔!


“회장님. 오늘 멋있으시네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허 원장. 나 멋 좀 부려봤어. 나, 어때요? 윤지현 씨?”

“멋있으세요, 회장님.”

“고맙소이다. 우리 윤지현 씨같은 슈퍼스타와 함께 가게 돼서 영광입니다.”

“별 말씀을요. 회장님.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다섯 사람은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그는 자신의 호텔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선 회장은 자신의 방에서 성원생명과학의 실무진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대화쇼핑 입점 작업은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젠 D-day만 기다리면 됩니다. 회장님.”

“그래. 그동안 수고 했어. 내 귀국하면 자네들 보너스 생각해볼게. 하하하.”


선 회장은 회의가 끝난 후 준영에게 전화 걸었다.


-허 원장. 나 회의 끝났어.-

-어떻게 됐습니까? 회장님.-

-으응. 준비 완료. 자네 벼락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야. 화장품만 대박나면 순식간이지, 뭐. 안 그런가?-

-수고 하셨습니다. 회장님.-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리고 우리 서울 팀 같이 모여 저녁 식사하자고. 술도 한잔 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러나 그는 선 회장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왜? 조금 전에 같이 저녁 먹기로 했잖아?-

-리진 회장님께서 좀 보자고 하시는데요.-

-그래! 알았어. 내가 허 원장 방으로 갈게. 같이 가면 되겠네.-

-회장님. 저 혼자요. 조용히 만나자고 하시네요.-

-난?-

-저 혼자요.-


선 회장이 삐졌다.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일찍 끝나면 연락드릴게요. 시장하시면 서울 팀과 먼저 식사하시던가요?-

-내가 알아서 할게.-


어째 분위기가 싸하다.


#


그는 리진 회장이 보낸 사람을 따라갔다.


엘리베이터만 타고 올라가면 됐다.


같은 호텔의 최고급 객실.


그가 객실로 들어서자, 리진 회장은 두 팔을 활짝 치켜들며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허 원장님. 피곤하실 텐데 뵙자고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회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지난 번 서울에서 허 원장님께 치료받고 난 이후로 아주 잘 지냈습니다.”


옆에는 딸 리청하도 있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젊은 여자도 있었다.


“제 동생입니다. 리주하라고 합니다!”


그는 리주하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리주하는 그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건성으로 인사했다.


거만한 태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불쾌하지는 않았다.


특이한 점은 여자치고는 머리가 짧았다.


그리고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인데다가 웃지도 않아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꽤 미인이었다.


미인이기는 하지만 초췌한 모습이었다.


다소 신경질적인 것 같았고 피로에 찌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원장님을 이렇게 따로 뵙자고 한 건 제 동생 주하때문입니다.”


그는 리주하에게 시선을 한 번 준 후, 다시 리청하를 쳐다봤다.


“사실은 얘가 삼차신경통으로 몹시 고생하고 있습니다.”


“아! 삼차신경통(三叉神經痛)이요?”


우리 몸의 뇌신경은 12개가 있다.


그 중 다섯 번 째 신경이 삼차신경이다.


삼차신경에는 세 개의 신경가지가 있다.


안신경(眼神經), 상악신경(上顎神經), 하악신경(下顎神經).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이 신경들이 혈관과 떨어져 있어야하는데 붙어 있은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혈관 박동으로 인해 신경이 자극을 받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오른쪽 뺨이 얼마나 아픈지 세수도 잘 못해요.”


삼차신경통은 대개 한쪽부위에만 나타난다.


“그래서 화장도 안 하신 거군요?”

“예. 세수도 못할 정도이니 화장하는 건 사치죠.”

“그러면 머리를 짧게 자른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맞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머리카락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해도 아프고, 밥도 못 먹고, 양치도 못 하고, 잘 때는 몸부림도 못 친대요.”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통증은 가히 살인적이다.


질병으로 인해 유발된 통증 중 가장 심한 통증의 하나이다.


심한 치통(齒痛)의 열 배, 스무 배 정도?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통증은 수초에서 수 분 정도 지속된다.


대개는 마치 번개 치듯 통증이 온다.


“전에는 가끔 아팠고 한 번 아프면 잠깐 아팠는데, 얼마 전부터는 훨씬 자주 아프대요.”

“······.”

“그리고 한 번 아프면 전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죽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든대요. 으흑!”

리청하는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런 통증이 지속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창백한 미인이었구나!’


그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 부터 그랬나요?”

“한 1년 됐나?”


리진 회장이 말했다


“예. 그 정도 됐어요.”


리주하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치료는 받으셨나요?”

“물론입니다. 처음에는 한동안 양약으로 치료를 받았어요.”


리청하가 계속 말했다.


“그런데 복용할 때는 조금 좋아지는 듯 하다가 다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장장애 때문에 계속 복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얘가 원래 위장이 안 좋기는 했어요.”

“수술은요?”

“여려가지 수술 방법이 있기는 한데, 다 장단점이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동생이 수술을 거부해서 못 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거부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은 한 2년 전 쯤에 동생이 성형수술을 했거든요.”

“아아. 네에.”


그는 다시 한 번 리주하를 바라봤다.


성형미인이었나?


‘그렇다면 수술이 기가 막히게 잘 됐네! 수술한 티가 전혀 안 나잖아! 서울에서 했나보네. 우리나라 성형수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 아닌가!’


그는 새삼 수술솜씨에 감탄했다.


“원장님. 저기, 얼굴이 아니라 가슴이요.”

“아! 가슴이요!”


그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내려갔다.


아차차!


‘허준영! 멈취! 시선 내리까는 거 아냐! 알면서 왜 그래?’


워워!


그는 급하게 시선을 올렸다.


파리 한 마리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객실료도 안 낸 놈이!


“그런데 성형수술 도중에 마취가 깨는 바람에 동생이 많이 놀랐어요. 그 후로는 수술을 거부하네요.”

“그 후로는 다른 치료는 안 받으셨나요?”

“왜요? 당연히 받았죠. 중의치료도 받았습니다.”

“······.”

“원장님. 혹시 대화 병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대화 병원? 아! 상해에 있는 대화 병원 말씀 하시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사실은 우리 대화 그룹에서 설립한 병원입니다.”

“아아! 그러시군요!”


대화 병원은 그에게도 익숙했다.


대화 병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침으로 마취해서 수술을 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의사인 그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병원이다.


“사실은 그 대화 병원이 상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북경에도 있고 텐진에도 있습니다.”

“그건 몰랐네요.”


리청하는 살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그 대화 병원의 이사장이고요.”


그의 눈이 계란만 하게 커졌다.


“대화 그룹? 대화 병원? 아아, 그렇군요! 이거 영광입니다.”

“별 말씀을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대화 병원에서 침으로 마취하는 걸 꼭 한 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침마취술을 한 번 시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대화 병원의 이사장이 리청하라니!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 대화 병원의 중의사에게도 침을 맞았습니다. 한약도 복용했고요.”

“효과는 어땠나요?”


그의 눈이 다시 계란만 해졌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완치는 되지 않았어요.”


하긴!


‘완치되었다면 굳이 나를 찾지는 않았겠지.“


그의 심장이 뛰었다.


그는 한의학의 본거지인 중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원장님께서 주하를 치료해주실 수 있겠는지요?”


그가 기다리던 말이 리청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는 약간 뜸을 들였다.


“광고촬영을 위해서 이곳에 오신 분께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요.”

“으흠!”

“부탁드립니다. 원장님. 우리 주하 병 좀 고쳐주십시오.”


리청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리진 회장과 리주하도 허리를 굽혔다.


그도 벌떡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곧바로 확답하지는 않았다.


그는 심사숙고하는 척했다.


내일 광고촬영을 위해서 연기연습도 해야 했다.


‘연기의 대가 윤지현도 끊임없이 연기연습을 하는데, 초보인 주제에 뭘 믿고 안 해!’


연기연습의 좋은 기회이다.


그는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리진 회장과 자매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장님.”


연기?


‘좋아! 아주 좋아!’


비록 자체 평가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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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3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3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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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2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4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0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4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897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86 25 12쪽
»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4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0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5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1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3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1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0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4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89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1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3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49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35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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