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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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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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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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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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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9화 계획 변경

DUMMY

-어! 허 원장. 리진 회장 만나러 간 일은 잘 됐고?-


선 회장은 귀를 쫑긋 세웠다.


-예. 뭐, 그럭저럭 이요. 그리고 리진 회장님께서 저녁 초대를 하셨는데 회장님도 꼭 모시라고 해서요.-

-날? 리진 회장이 날?-

-예. 회장님과 상의할 일이 있으신가 보던데요.-

-그래. 알았어. 아아, 아깝네. 저녁은 내가 살까 했는데 말이야.-

-누가 사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한 시간 후에 제가 회장님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


이 호텔에 이렇게 큰 음식점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음식점의 룸에 서울 팀원들이 모였다.


중국 팀은 리진 회장과 리청하!


리주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음식이 끝도 없이 나왔다.


그때마다 리청하가 요리 이름을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중요한 건 맛인데, 아주 맛있었다.


술도 몇 순배 돌고 난 뒤에 리진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윤지현 씨께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한테요? 회장님.”

“예. 낮에 호텔 광장에 윤지현 씨 팬들이 모여 있는 걸 봤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스타라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회장님.“


그녀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며칠 후면 성원생명과학의 화장품이 대화쇼핑에 입점합니다.”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입점하는 날 윤지현 씨께서 대화쇼핑에서 홍보행사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진회장은 선 회장을 보며 말했다.


“선 회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선 회장은 반색했다.


그의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좋습니다. 회장님. 하하하.”


선 회장은 옆에 앉아 있는 윤지현을 쳐다보며 의향을 물었다.


이제는 그녀만 오케이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글쎄요. 회장님께서 갑자기 말씀을 하시니까 당황스럽습니다.”


최고의 연기자다운 연기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당황하는 척했다.


오케이할 줄 알았던 리진 회장의 마음이 조급했나?


리진 회장은 좀 더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윤지현 씨의 위상에 걸맞은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이번에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마 대표는 똥줄이 탔다.


‘지현아! 뭘 망설여?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는데 오케이 해야지.’


마 대표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 대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준영은 속으로 웃었다.


‘아이유! 저 여우! 속으로는 오케이 했으면서 튕기는 것 좀 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가증스럽다는 듯이 그녀를 흘겨보았다.


‘치이! 시간을 좀 달라고 하겠지.’


그녀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 저를 그렇게 평가 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그녀는 우아하게 미소까지 지었다.


‘윤지현. 길게 튕기지 말고 하루만 여유를 달라고 해. 길게 튕기다가는 일이 다 틀어진다!’


그는 눈으로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갑자기 말씀하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만 더 시간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요. 그럼요. 당연히 생각하실 시간을 드려야죠.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최대한 빨리 확답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리청하가 말했다.


‘내일 날 밝는 대로 확답을 주겠다고 해. 여우야.’


그가 다시 눈으로 재촉했다.


“그렇겠군요. 그러면 제가 내일 날 밝는 대로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희한한 일이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런 내숭이 통한다.


‘이번 내숭도 통하겠는 걸!’


그는 씨익 웃으며 맥주잔을 비웠다.


#


다음날 아침.


그는 리주하가 있던 객실로 다시 갔다.


이번에도 리진 회장과 리청하, 그리고 리주하가 함께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회장님?”

“허 원장님도 잘 주무셨소?”


그 바쁜 리진 회장이 딸 주하의 치료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좀 어떠세요? 리주하 씨?”


“저, 어제 너무 잘 잤어요. 원장님. 얼마 만에 잠을 푹 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네요.”


리주하가 이렇게 길게 말한 건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아,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어제보다 표정도 밝았다.


훨씬 덜 예민해보였고 훨씬 덜 피곤해보였다.


“다행입니다.”


그는 통증의 감소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통증이 있었다면 잠을 푹 잤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표정도 저렇게 밝을 수 없다.


‘그리고 어차피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니까.’


그는 어제처럼 그녀의 맥부터 짚었다.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긴맥이 조금 완화됐고, 약맥이 조금 살아난 정도였다.


“리주하 씨. 어제처럼 윗옷을 벗으시고 돌아 앉아 주시겠습니까?”


그는 돌아앉은 리주하의 뒷목과 어깨를 찬찬히 눌렀다.


어제 풀었던 경결점이 다시 뭉친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좋은데요. 아주 좋습니다.”


리진 회장과 리청하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늘은 나머지 경결점을 풀겠습니다.”


그는 척추 옆의 배수혈을 따라 자침했다.


폐수와 궐음수를 풀었다.


심수와 격수, 간수도 풀었다.


“머리가 맑아지네요. 눈도 시원하고요.”


묻지도 않았는데 리주하가 먼저 말했다.


같은 혈자리에 자침을 해도 수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효과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요리사의 솜씨에 따라서 맛에 차이가 나듯이!


그는 자신의 수기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느꼈다.


“그리고 배가 고프네요. 원장님.”


리주하가 말했다.


“아침 식사를 안 하셨습니까?”

“아침은 원래 잘 안 먹을 때가 많았어요. 얼마 전부터는 더 안 먹게 되었거든요.”

“왜 안 드시나요?”

“전에 음식을 씹다가 순간적으로 심한 통증이 왔었거든요. 지금까지 네 번인가 다섯 번인가?”

“아아, 역시!”

“그 후론 겁이 나서 먹는 걸 꺼려하게 되더라고요.”

“음식을 씹다가 또 그런 통증이 올까 봐요?”

“예. 그래서 배가 몹시 고프지 않으면 먹는 걸 주저하게 되고요.”


놀라운 변화였다.


그녀가 지금까지 말한 것만 해도 어제의 열 배 분량은 될 것 같았다.


그는 배수혈의 경결점을 푼 다음 다시 사암침법을 활용할 생각으로 짧고 굵은 침을 잡았다.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대장정격이었다.


족삼리와 곡지를 보했다.


양곡과 양계를 사했다.


그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자침했다.


편안한 표정이었다.


#


그는 치료를 끝내고 광고 촬영 현장으로 달려갔다.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따지지 않았다.


언짢은 표정도 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친절했다.


리진 회장이 광고 팀 최고 책임자에게 전화한 게 분명했다.


광고촬영은 큰 문제없이 끝났다.


“원장님은 연기자를 하셔도 잘 하시겠어요.”


CF 감독의 칭찬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이번 중국행 일정은 사실상 끝난 셈이었다.


애당초 광고촬영이 중국행의 목적이었으니까.


중국은 처음 오는 거라 하루 이틀 정도 북경을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


그가 중국에 온지 나흘 째 되는 날이었다.


지현과 마 대표, 그리고 선 회장 부녀는 대화쇼핑으로 가고 없었다.


성원의 화장품이 입점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행사를 마치고 톈진으로 갈 계획이었다.


톈진의 대화쇼핑 행사에도 참석하기로 계약했다.


그는 호텔에 혼자 남아서 리주하의 삼차신경통을 치료하고 있었다.


리주하의 몸 상태는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다.


그렇다고 삼차신경통이 완치됐다는 뜻은 아니다.


호전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가 치료 후 통증이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었다.


리청하가 대화 쇼핑 행사에 가지 않고 리주하 곁에 있는 걸보면 그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나흘 째 치료를 마감했다.


자매는 몹시 아쉬워했다.


“원장님. 오늘 밤 비행기로 서울 가셔야 되죠?”

리청하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예. 내일부터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해야 합니다.”


“아휴. 그럼 어떡하죠? 주하가 원장님께 계속 치료 받고 싶어 하거든요.”


그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니. 그러면 나도 원장님하고 같이 서울 갈래. 나 서울 가서도 계속 치료 받어.”

“여기 일은 어쩌고?”

“지금 일이 문제야? 나, 병부터 고치고 싶어.”


그는 지금이 말을 꺼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리청하 씨! 대화 병원 이사장이라고 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부탁 한 가지 드려도 될까요?”

“예. 말씀 하세요. 원장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요.”

“대화 병원에서 침으로 마취하고 수술할 때, 제가 참관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침으로 마취한 후 수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972 년 우리나라 한의학 박사 1호이신 류근철 선생님이 최초로 침 마취를 통해 맹장수술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침 마취는 명맥이 사실상 끊어진 거나 다름없다.


한· 양방의 갈등이 엄존하는 분위기에서 협진을 통해 침 마취 수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로서는 중국에서의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거야 뭐어 어려울 게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서울은 안 가시고요?”

“며칠 늦추겠습니다. 리주하 씨 치료도 며칠 더 해드리고요.”


자매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런 다음 리주하 씨가 서울로 오셔서 저한테 계속 치료 받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언니. 그렇게 해줘. 나 허 원장님께 계속 치료 받고 싶어. 응!”

“알겠습니다. 대화 병원 측에서 오케이 한다면 내일이라도 참관하시죠.”


#


-엥! 오늘 밤에 못 온다고?-


엄마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며칠 후에나 갈 것 같아요. 엄마.-

-며칠 후 언제?-

-그건 저도 몰라요. 상황를 봐서요.-

-너 전에도 아무 연락도 없이 해외여행 가더니 또 그러냐? 너, 그러다 버릇 된다.-

-아니에요. 엄마. 그런 거.-

-무슨 문제 생긴 건 아니고?-

-아유. 나쁜 일 아니에요. 좋은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좋은 일? 너, 혹시 중국 여자하고 눈 맞았니? 그래서 중국에서 살림 차리려고 그려는 거야 뭐야?-

-아유. 엄마는 상상을 해도. 참!-

-준영아! 내가 너 중국 갈 때도 말했지만, 난 중국 며느리 좋아. 살림 차리는 것도 찬성이고. 그렇지만 살림을 차리더라도 서울에 와서 차려라. 여기에 집도 있겠다, 뭐가 문제냐?-

-엄마. 저 여기서 침으로 마취하고 수술 하는 거 참관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며칠 더 있다 가는 거예요.-

-그거 봐서 뭐하게?-

-예?-

-아니 침마취 배워도 어차피 여기 와서 써먹지도 못할 거 아냐?-

-그,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래도 도움이 될 거에요. 엄마. 아무튼 저 오늘 못 가니까 그런 줄 알고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알았다. 변동 사항 있으면 다시 전화하고.-

-그럼요. 들어가세요. 엄마.-


#


다음 날 오전.


그는 리청하와 함께 대화 병원으로 갔다.


의료진들과 직원들이 병원 현관까지 뛰어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승용차에서 리청하가 내리자 그들은 일제히 인사했다.


그는 새삼 리청하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 지 절실히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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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795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36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26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34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37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43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37 23 12쪽
»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1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0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27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1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48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24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36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44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65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99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992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0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26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2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39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47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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