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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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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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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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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9
글자수 :
8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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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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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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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140화 침마취

DUMMY

다음날.


그는 리주하의 치료를 마친 후 다시 대화 병원으로 갔다.


딱 한 번의 침마취 참관만으로 중국의 침마취 수준을 판단한다는 것은 경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대화 병원의 수술진은 그를 조금 불편해했다.


그러나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병원 이사장과 함께 왔던 사람을 홀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속내에 신경 쓰지 않았다.


공부를 위해서는 이런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그 날은 맹장수술이었다.


침마취 방법은 첫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도 합곡에 침을 놓은 다음 전침의 집게로 침병을 집는 방식.


그는 약간 실망했다.


“아! 이게 다인가?”


아니면 일부러 숨기는 걸까?


그래도 삼세번이다.


그는 하루 더 참관한 후 그날 밤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


다음날.


그는 리주하에게 갔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몸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다.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통증만 없다면, 그녀의 건강 상태는 상위 3%안에 든다고 자부할만했다.


“원장님께 치료받고 난 후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통증이 없었어요.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제가 봐도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요.”

“지난 몇 달 동안은 이 주에 한 번 꼴로 통증이 왔거든요. 한 일주일만 이 상태가 유지되면 나았다고 믿어도 될 것 같은데요. 원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일주일요?”

“아, 그렇다고 원장님께 일주일 더 계셔달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말과는 달랐다.


“사실은 저 대화병원에 침마취로 수술 하는 거 참관하고 오늘 밤에 돌아 갈 생각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리주하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리주하 씨.”

“아니에요. 언젠가는 가셔야죠. 하지만 저도 서울 가면 되니까요. 그래도 되죠?”

“그럼요. 되고말고요.”


그녀는 배꽃 같은 웃음을 웃더니,


“오늘은 제가 원장님 모시고 대화병원으로 갈까요?”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습니다만 괜찮으시겠어요? 사람들 만나는 거 피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젠 괜찮을 거 같아요. 그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렇겠네요.”

“가요. 원장님.”


그녀는 그의 팔짱을 꼈다.


그는 몹시 당황했다.


그는 리주하에게 연행되듯이 질질 끌려 대화병원으로 갔다.


#


두 사람이 수술실로 가는 동안 병원 의사 몇 명을 복도에서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통증에 시달려 병색이 완연했던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혈색 좋은 얼굴로 병원에 나타났으니, 그들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가지런한 이를 다 드러내면서 웃기까지 하니!


기절할 일이었다.


두 사람은 병원 사람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수술실로 향했다.


오늘은 담석증 환자의 수술이었다.


모든 수술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그런데 침마취를 해야 할 중의사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허어! 무슨 일 있나?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던 분인데. 전화 연락은 해봤어?”


집도의는 어시스트에게 물었다.


“계속하고 있답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합니다.”

“큰일이네. 이 환자는 통증이 심해서 빨리 수술해야하는데!”


집도의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수술 베드에 누워있는 담석증 환자를 내려다보았다.


초음파 검사상 돌의 지름이 3센티가 넘고, 내벽이 두꺼워져있고, 용종이 발견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환자는 이 세 가지 요건이 다 충족된 상태였다.


더구나 몇 년 전.


마취제로 마취하고 수술했는데, 호흡부전이 와서 목숨을 잃을 뻔한 전력이 있었다.


그러니 이번 수술의 침마취는 환자가 강력히 원해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데 침마취를 해야 할 중의사가 오질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 또 배가 아파와요. 빨리 수술해 주세요. 눕혀만 놓고 수술은 안 하면 어떡하자는 겁니까? 엉!”


환자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집도의에게 항의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해드리겠습니다.”


수술진들은 모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50 대의 남자 환자의 비명은 점점 더 커졌다.


“아. 수술 안 할 거야? 엉. 아파 죽겠는데 손 놓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날 죽일 셈이냐? 이놈들아!”


수술진은 환자를 달래기에도 지쳤다.


지금은 어떤 해명도 통하지 않을 게 뻔했다.


그 때 수술실 문이 열렸다.


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집도의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침마취해야할 중의사가 교통사고를 당해 조금 전 병원으로 실려 왔습니다. 매우 위독한 상태입니다.”


집도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아! 이거 어쩐다?”


집도의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정면으로 내려다보지 못했다.


리주하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집도의에게 다가갔다.


“박사님. 침마취를 허준영 선생님께 맡겨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 분에게요?”


집도의는 그를 바라보았다.


“저 분도 한의사입니다. 한국에서 온 대단한 한의사입니다.”

“예.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아, 아뇨. 저는 곤란합니다.”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중의사보다 더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왜요? 원장님 실력이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리주하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자신이 없어서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사실은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왜 안 하시겠다는 말씀이세요? 네?”


리주하는 계속 그를 다그쳤다.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제 한의사 면허는 우리나라에서만 인정됩니다. 제가 이 곳 중국에서 의료행위를 하면 이는 불법입니다. 침마취! 그래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런 이유라면 원장님은 이미 불법 의료행위를 하셨잖아요?”


리주하가 반박했다.


“저한테 이미 침을 놔 주셨잖아요.”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 저 분 침마취를 해주세요. 호흡부전으로 마취제도 쓸 수 없는 환자라고 하잖아요.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요. 원장님.”


그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환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어 수술진들도 쳐다봤다.


수술진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침마취를 하는 것이 내키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안 되면 아버지가 나설 겁니다. 아버지는 그럴 힘이 있으신 분이에요. 원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는 잠깐 망설인 후 결심했다.


환자가 겪는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환자가 내지르는 비명이 수술실을 뒤흔들었다.


그는 침을 집어 들었다.


그는 이 순간 조선 최고 명의 허준영을 떠올렸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밀고 올라왔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가 그동안 연구했던 마취혈은 여러 군데가 있다.


상지에도 하지에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개발한 상하지의 신혈에 자침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상하지에 자침할 경우 수술진들의 동선과 겹쳐 여러 가지 불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진의 동선과 겹치지 않는 곳!


그는 환자의 귓바퀴에 침을 하나 놓았다.


집도의의 두 눈이 커졌다.


집도의는 지금까지 합곡혈에 자침해서 침마취를 하는 것만 봐왔기 때문이었다.


다른 수술진들도 불안감을 느꼈다.


‘이 사람을 믿어도 되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느끼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불안감을 그들의 몫일뿐이었다.


그는 귓속에 침을 하나 더 놓았다.


첫 번 째 혈 자리 바로 옆이었다.


환자의 비명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침 시술과 무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세 번 째 침을 놓았다.


예풍혈!


그는 세 번의 자침을 완료하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전침은 안 거시나요?”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집도의가 그에게 물었다.


그가 긴장한 나머지 전침 집게 거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전침은 쓰지 않을 겁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가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안 걸어도 됩니다.”


집도의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불안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시간이 흘렀다.


“선생님. 안 아프신가요?”


그가 환자에게 물었다.


“예. 안 아픕니다.”

“전혀 안 아프신가요?”

‘예. 하나도 안 아프네요. 신기하네요.“


환자의 통증이 멎었다고 마취가 잘 걸렸다고 단정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그는 침으로 환자의 몸 여기저기를 찔러보았다.


예민한 곳만 골라서.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침을 놨을 경우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이 우리 몸에서 분비된다고 한다.


그는 마치 지금 이 순간 환자 몸의 어느 부위에서 친인체적인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잠깐 했다.


됐다!


그는 집도의에게 오케이 싸인을 냈다.


집도의는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는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아! 담낭을 찾았습니다.”


집도의가 말했다.


“담낭이 아주 잘 생겼네요?”


환자가 웃었다.


“우리 환자분 얼굴보다는 담낭이 더 잘 생겼네요. 아아, 이거 떼어 내기 아까운데!”

“하하하. 그래도 떼어 내야지 어떡하겠습니까? 궁금하네요. 얼마나 잘 생겼는지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박사님.”

“떼어 내고 나서 보여드릴 테니 한 번 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환자분. 지금 불편하신 데는 없으시고요?”

“예.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담낭을 제거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도의는 담낭을 제거했다.


노련한 솜씨였다.


그리고 남은 부분을 담관과 연결하는 작업도 했다.


“휴우!”


집도의는 안도의 숨을 내쉰 후 제거한 담낭을 환자에게 보여주며 말헸다.


“자! 이거 보이시나요? 환자 분 몸에서 제거한 담낭입니다.”

“아아!”


환자는 신기한 듯이 담낭을 올려다보았다.


“보셨죠? 제 말이 맞죠? 환자 분보다 얘가 더 잘 생겼죠?”

“아유, 선생님도 참.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제가 훨 낫구먼요. 하하하.”

“우린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수술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자! 이젠 마무리 하겠습니다.”


집도의는 준영을 보며 윙크했다.


그도 집도의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


침마취의 장점이 여러 가지 있다.


수술 중에 환자의 의식이 또렷하다는 점.


그래서 대화도 가능하다는 점.


수술 중에 부작용이 적다는 점.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점.


그리고 수술 후 예후가 양호하다는 점.


#


그날 밤.


그는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그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대화병원에서의 침마취를 되새겨보았다.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타고 돌았다.


“예스!”


그는 침마취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에서의 침마취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세계에 발 들여 놓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 침마취의 성공을 통해서 자신이 크게 성장했다고 믿었다.


지현이 SNS를 통해 문자를 보냈다.


-준영 씨. 서울로 갔다면서요?-

-나 지금 서울 집 내 방이에요.-

-와! 이 의리라고는 멸치 똥만큼도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가면 간다고 말이나 하고 가야지.-

-지현 씨 행사로 바쁜 거 아니까요. 그냥 조용히 들어왔어요. 그나저나 화장품 입점 행사는 어땠어요?-

-대박. 대박!-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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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족집게 +1 23.09.10 826 24 12쪽
145 145화 이별 +1 23.09.09 870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57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66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69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85 23 12쪽
» 140화 침마취 +1 23.09.04 868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44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925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51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43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76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62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67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72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92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9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1,02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1,024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3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5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79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73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8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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