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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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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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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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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DUMMY

객실에는 이미 침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 객실로 그를 안내했던 남자가 테이블 위에 007가방을 올려놓더니 열었다.


“대화 병원에서 가져온 침입니다.”


리청하가 말했다.


가방 안에는 많은 종류의 침이 들어있었다.


길이에 따라.


굵기에 따라.


그리고 재질에 따라.


대충 봐도 십 여종이 넘었다.


준영은 서울에서 가져온 자신의 침으로 치료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손에 익숙한 침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침 중에 두 가지를 골랐다.


짧지만 굵은 침 한 세트.


가늘지만 조금 긴 침 한 세트.


리주하의 입장을 배려해서였다.


그가 우리나라 침에 익숙하듯이 리주하는 중국침에 익숙할 테니.


더구나 그녀는 수술에 대한 공포감과 우울증의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심정을 배려하는 게 의사의 도리야!’


그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삼차신경통은 대개 지속적으로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간헐적이면서도 순간적으로 엄청난 통증이 온다.


2,3 초 정도!


길면 수 분!


그러니 리주하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말할 때마다 통증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꺼려하는 것이었다.


식사도, 양치도.


화장하다가 심한 통증이 온 경험이 있어 맨 얼굴로 있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는 그녀의 이런 트라우마 제거도 치료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들어 올 때는 몰랐는데 객실 한 쪽에 치료용 침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리주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


그는 그녀 옆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그런 다음 맥을 짚었다.


긴맥과 약맥이 잡혔다.


그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혔다.


두 맥은 조화를 이루는 맥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지 않겠는 걸!’


삼차 신경통의 통증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라 호전상태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그는 나흘 일정으로 이곳에 왔다.


그녀를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도 없었고, 예후를 지켜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리주하 씨. 윗옷을 벗으시고 엎드려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


그는 그녀의 뒷목에서부터 어깨, 등을 따라 꼼꼼히 만져보았다.


손끝에 감각을 모으기 위해서 눈도 감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놀라웠다.


‘이 젊은 여성의 몸에 수십 개의 경결점이 있다니!’


심한 노동을 했을 리도 없는데.


그러나 역설적으로 말하면 다행이었다.


경결점이 없거나 몇 개 안된다면 오히려 난감하다.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는 찾아낸 경결점을 푸는 데서부터 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리주하 씨. 뒷머리, 뒷목 부위에 심하게 뭉쳐 있는 것부터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먼저 예풍혈에 자침했다.


이어 풍지혈과 견정혈에도 자침했다.


이런 식으로 십여 개에 달하는 경결점을 풀었다.


“리주하 씨.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시원해요.”


처음으로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이 사실에 잠깐 놀랐지만 이내 더 물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얼굴이 시원해요. 특히 오른 쪽으로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통증을 느끼던 오른쪽으로 시원한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다음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수많은 침법 중 사암침법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사암침법을 선택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ㆍ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침법이기 때문이다.


대화 병원의 중의사들이 침치료를 했음에도 신통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의 침법으로 시도해 보고 싶었다.


물론 중의사도 사암침법을 익혔을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고, 숙련도도 떨어질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자, 반드시 누워 주세요. 리주하씨.”


그녀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양 무릎을 세워주시고요.”


그는 자침을 시작했다.


위정격.


양곡과 해계를 보했다.


임읍과 함곡을 사했다.


그는 이 네 곳의 혈자리에 상당히 강한 자극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부위라서 자침으로 인한 통증이 상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얼굴도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이럴 때, 그는 자신의 실력이 아주 높은 경지에 올라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리진 회장과 리청하도 안도했다.


그의 표정을 통해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십 분 후.


그는 발침했다.


오늘의 치료는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내일은 광고 촬영이 있는데 어떡하죠?”


그가 물었다.


“열시부터죠?”


리청하가 되물었다.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광고 촬영 전에 우리 주하부터 치료해주시면 좋겠는데.”


리진 회장이 말했다.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촬영은 상황을 봐서 한두 시간 늦게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제가 그렇게 조치해 놓겠습니다.”

“저는 좋습니다.”


#


그가 리진 회장의 객실에서 리주하를 치료하는 동안, 호텔 앞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윤지현이 오전 비행기로 북경에 왔고, 지금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었다.


급기야 중국의 취재진과 윤지현의 중국팬들이 호텔 앞으로 몰려들었다.


호텔앞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질서유지를 위해 치안요원들이 출동해야할 정도였다.


그녀는 원래 쏘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화장도 다 지우고 편한 옷차림으로 있었다.


“저기, 지현아! 아무래도 나가서 얼굴이라도 한 번 비춰야하지 않을까?”


마 대표의 말에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옷 입고 화장도 또 하라고요?”

“아냐. 넌 맨 얼굴이 워낙 이뻐서 화장 안 해도 돼. 그냥 옷만 갈아입고 나가자.”


그녀가 마 대표를 흘겨봤다.


“야. 화장은 좀 해야지. 아주 쪼오∼끔만. 그게 팬들에 대한 예의 아니겠냐?”

“하아! 그냥 쉬고 싶은데.”


그녀는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럼 어떡하니? 그게 대스타의 운명인걸. 앞으로 중국에서 드라마도 해야 하잖아. 그러다보면 방송에도 나가야되고, 인터뷰도 해야 될 텐데. 나가자 지현아. 엉!”


마 대표는 그 큰 덩치로 그녀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


그녀는 그 꼴이 보기 싫어 창가로 갔다.


커튼을 걷고 호텔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인파는 전혀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너도 잘 알잖아? 사람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거. 중국 사람들한테 미운털 한 번 박히면 회복하기 정말 힘들어.”

“그렇긴 하죠. 알겠어요. 대표님. 준비해서 나갈게요.”

“통역 알아볼까? 없어도 돼?”

“자신은 없지만 제가 한 번 해볼게요. 이럴 때 써먹으려고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어 공부했잖아요.”

“그래. 실수 좀 하더라도 네가 직접 중국말로 인사 하는 게 여기 사람들한테 예의지. 다들 좋아할 거야.”


#


선 회장이 마 대표를 찾았다.


마 대표는 선 회장이 머무는 객실로 갔다.


선 회장은 마 대표를 테이블 앞으로 이끌었다.


“윤지현 씨가 뭐랍디까?”

“준비해서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아아, 그래요? 저기, 마 대표님. 우리 성원생명과학에서 새로 나온 화장품 대화 쇼핑에 입점 앞두고 있다는 거 아시죠?”

“그럼요. 회장님 그 일로 중국에 오신 거잖아요.”

“나, 머리 자르고 꼬리 자르고 몸통만 말씀 드릴게.”


선 회장은 목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우리 화장품. 윤지현 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예? 지현이를 화장품 모델로 캐스팅 하겠다는 말씀이세요?”

“뭐어, 말하자면 그렇죠.”


마 대표는 내심 좋으면서도 겉으로는 약간 어이없어했다.


“하하! 아니 그런 일이라면 서울에서 계약을 하셨어야지. 지금 막 나가려는 지현이한테? 회장님도 참.”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중국에서도 윤지현 씨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줄 몰랐죠. 우리나라에서의 인기야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미안합니다. 마 대표.”


선 회장은 마 대표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 아닙니다. 자랑 같아서 제 입으로 말씀 드리기 송구합니다만. 우리 지현이 국내용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통하고 동남아, 아랍에서도 통하는 국제 스탑니다. 하하.”

“내가 그걸 몰랐네. 그걸 몰랐어. 어허, 참.”

“그럴 수도 있죠, 뭐.”

“그래서 말인데 우리 계약합시다. 윤지현 씨를 광고모델로. 엉?”

“지금요? 이 자리에서요?”

“이 자리에서는 곤란하지. 정식계약은 서울에서 실무자들과 이런저런 조건 맞춰가면서 해야지 여기서 무슨 계약?”

“그러니까요.”

“여기서는 구두계약만 하자는 말이죠. 이 자리에서 구두계약하고 지금 당장 우리 화장품 윤지현 씨 얼굴에 바릅시다.”

“허어, 이것 참. 제가 계약 많이 해봤지만, 이런 계약은 처음입니다. 회장님.”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겠소?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믿음이 있다면 문제될 게 뭐 있습니까? 어차피 화장품 모델은 필요하고요.”

“그러면 여태 화장품 모델이 없었습니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성원생명과학은 지금까지 해마다 수백억 씩 적자가 나던 회사였소.”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어 죽겠는데 모델은 무슨 모델! 있는 모델도 빼버리고 싶은 심정인데요.”


마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이 미운 자식이 얼마 전부터 이쁜 짓을 하지 뭡니까? 그래서 상을 주려는 거지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윤지현 씨가 오케이만 하면 성원생명과학이 모델을 기용하는 게 오 년만인가 육 년만인가 아마 그럴걸요?”

“회장님 말씀 알겠습니다. 지현이한테 의향을 물어보겠습니다.”

“어허! 물어볼 게 뭐 있소?”

“그렇지 않습니다. 회장님. 당사자한테 물어봐야 합니다.”

“성원생명과학의 대주주중 한 명이 허 원장입니다. 허 원장한테도 좋은 일인데, 윤지현 씨가 싫다고 하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물어봐야합니다. 회장님.”

“그럼 그렇게 하시고. 그나저나 허 원장은 리진 회장 만나러가서 뭐 하는지 압니까?”

“저도 그건 모르겠습니다.”

“에헤이! 소속사 대표가 그런 것도 모르면 어쩌누?”

“회장님. 허 원장은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이 아닙니다.”

“아아. 그렇지. 참. 아아, 이거 궁금해 죽겠네.”


한 시간 후.


지현은 성원생명과학의 새로 나온 화장품을 바르고 호텔 광장으로 나갔다.


민경이 그녀의 화장을 도와 그나마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녀가 호텔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팬들이 환호했다.


그녀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윤지현! 윤지현!


팬들은 윤지현을 외쳤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 중국어로.


마 대표와 선 회장은 놀랐다.


그녀의 중국어 실력에.


#


선 회장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급한 마음에 저지른 실수였다.


‘윤지현이 성원의 화장품을 발랐다는 걸 중국 팬들에게 어떻게 알리지?’


‘손에 화장품을 쥐어서 내보냈어야하나?’


속이 들여다보인다.


욕먹기 딱 좋다.


‘저, 성원에서 새로 나온 화장품 발랐어요. 어때요? 예쁘지 않나요?’


이 말을 해달라고 윤지현한테 부탁을 했어야하나?


이건 더 이상하다.



그러나 이런 고민조차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팬들과의 번개 만남을 끝내고 다시 객실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아깝네. 나도 이젠 한물갔어. 예전의 내가 아냐.”


선 회장이 뒤늦게 자책하고 있는데 준영에게 전화가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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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50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43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07 26 12쪽
»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898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33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21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54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31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43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51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69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73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1,004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1,000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12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33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58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47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55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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