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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58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11 12:00
조회
2,175
추천
34
글자
9쪽

8화-여자 친구(3)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8화-여자 친구(3)




기사단장이 세레니아를 배려해서 하루 휴가를 준데다 에네레실이 천연덕스럽게 식사를 대접했기 때문에, 팔콘기사단은 세레니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3일 후에나 알았다. 대노한 베르단디 공주는 에네레실의 머리채를 잡아다 왕궁에 무릎 꿇렸다.


<다 제 잘못입니다, 공주님>


에네레실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수첩에 글자를 적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공주님>


에네레실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수첩에 글자를 적었다.


<제가 세레니아에게 달아나라고 했어요. 세레니아는 군인 생활이 안 맞는 아이에요. 예전부터 구두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제발 세레니아를 놓아 주세요.>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베르단디가 소리를 쳤다.


“감히 황실의 은혜를 배신하다니, 내 세레니아를 잡아다 채찍을 치겠다!”


깜짝 놀란 에네레실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녀가 손을 저으며 무릎걸음으로 베르단디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에네레실이 수화로 뭐라고 했다. 베르단디가 치마를 잡아 뽑았다.


“뭐라는 거야? 글자를 써!”


<제가 대신 채찍을 맞을게요.>


에네레실이 간절하게 손을 모았다.


<제가 평생 여기서 일을 할게요. 제발 세레니아를 놓아 주세요! 세레니아는 수도 생활을 너무 힘들어 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 일도 없었어요. 공주님, 제발.>


베르단디가 소리를 쳤다.


“그 새끼가! 디트리히를 불러 와!”


에네레실이 기겁을 했다. 그녀가 베르단디의 손을 붙잡으며 다급하게 수화를 했다.


<공주님! 안 돼요!>


“디트리히 중위는 왜?”


저 멀리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위는 내 심부름으로 지방에 가 있는데. 무슨 일이야? 팔콘기사단은 내 소관이잖아, 누나.”


베르단디가 차갑게 웃었다. “드라마스.”


아침 햇살의 그림자 속에서 억세 보이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라마스 왕자였다. 올해 열아홉으로 지크보다 한 살 위였다.


“팔콘기사단의 일을 갖고 누가 궁에 소환되었다며. 내가 소환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누가 무슨 일로 그랬을까 하고 봤더니 역시 여기네.”


드라마스 왕자는 한쪽 눈이 없었다. 검은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면바지에 블라우스를 입었다. 가벼운 옷차림이지만 허리에 칼을 찼다. 부츠에 칼자루가 부딪혀 팅팅 소리가 났다.


“누가 보면 누나가 벌써 태자인 줄 알겠어.”


베르단디가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네가 기사단 관리까지 신경을 못 쓰는 것 같아서 내가 알아본 거야. 세레니아는 내 사관학교 동기잖니.”


“그럼 생일 때 축하 카드나 써 주던가. 팔콘기사단 일은 신경 안 써줘도 돼. 내가 충분히 신경 쓰고 있어.”


“세레니아가 왜 도망갔는지는 아니?”


“알지.”


드라마스가 에네레실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래서 중위를 심부름 보낸 거야. 세레니아 소위는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누나 친구는 털끝 하나도 안 다쳐.”


에네레실이 드라마스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다급하게 수첩에 글자를 썼다.


<왕자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소위가 탈영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 일은 현재 조사 중이야. 탈영이라고 밝혀지지 않았어.”


<제가 대신 채찍을 맞을게요.>


“일단 소위가 돌아오면 이야기하자고. 내 장담하는데, 일주일 안에 돌아올 거야. 죽어서든 살아서든 말이야.”


드라마스가 에네레실을 노려보았다.


“만약 탈영이라고 밝혀지면, 관계자는 벌을 받아야 할 거야. 날 누나 앞에서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다니. 그냥은 못 넘어가지. 당신이 최근에 눈을 떴다는 세레니아 소위의 친언니지?”


에네레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당신 방을 옮겨 줘야겠어. 우리 집 지하에 방 남은 게 좀 있거든. 문이 창살이지만 그래도 몇 달은 살만 할 거야!”


에네레실이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팔콘기사단을 탈영한 지 오늘로 5일째.


세레니아는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마 기사단에서는 그녀를 잡기 위해 추격조를 편성했을 터였다.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언니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 지금쯤 꼬리를 잡느라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겠지.


세레니아는 추격조를 피할 자신이 있었다. 누가 뭐래도 실력으로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에서 3등을 한 세레니아였다. 산에 숨어 한 3개월 버티다가 머리를 염색하고 얼굴도 불에 태우든지 칼로 긁어 버리고, 마을에 숨어들어 무두질 일부터 배운다.


그렇게 한 10년만 고생하면 구두장이 일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구두는 얼굴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거니까. 구두만 아름다우면 구두장이 얼굴은 미워도 된다.


세레니아가 품에 숨겨 놨던 스케치북을 꺼냈다. 구두 디자인을 바꾸고 또 바꿨다. 가장 만들고 싶은 하이힐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늘 얇은 바닥 신발만 신어야 했던 언니를 떠올렸다.


“언니. 잘 지내지?”


세레니아가 밤하늘을 향해 소근거렸다.


“베르단디 공주가 잘 해 주는 거지?”


잘 해줄 리 없다. 채찍이라도 안 맞으면 다행이지. 세레니아가 에네레실을 남겨두고 왕성을 떠난 것은 명백한 배신이었다. 하지만 디트리히의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더 이상 에네레실을 위해 자기 인생을 희생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바보 같아.”


세레니아가 혼자 하하 하고 웃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렇다, 세레니아는 디트리히에게 자기 마음을 한 마디도 말 못했다. 그저 혼자 1년이 넘도록 끙끙 앓기만 했다. 자기도 베르단디 공주처럼 당당한 성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진작에 차이고 훌훌 털어버렸을 텐데!


세레니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눈꺼풀 안쪽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 디트리히의 깊은 눈매가 떠올랐다. 세레니아가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쩌다가!”


세레니아가 가슴을 쳤다.


“어쩌다가 마음을 줬어!”


세레니아가 끄윽끄윽 울었다. 그녀가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멍청이!”


세레니아가 침낭에 얼굴을 묻고 자책했다. 침낭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니, 자기한테서 나는 냄새였다. 아무리 씻어도 자기한테선 이상한 냄새가 계속 났다. 디트리히를 좋아하고 나서부터 나는 냄새였다.


“난 정말 바보같아.”


세레니아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


세레니아가 화들짝 놀랐다.


검은 숲의 어둠을 뚫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디트리히가 말을 타고 나타났다. 디트리히가 말 위에서 침낭에 웅크린 세레니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디...”


세레니아가 입을 떡 벌렸다.


“디, 디트리히...”


세레니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놀랐지? 이 녀석 덕분에 찾았어.”


디트리히가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검은 말이 히히힝 하고 울었따. 말의 검은 눈동자가 세레니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 녀석의 이름은 초크스칼라야. 명마 중의 명마지.”


디트리히가 말했다.


“성질이 더러워서 마굿간이 조금만 더러워도 다 부숴 놓는 놈이야. 웬만하면 집에서 안 타는 말인데, 네가 워낙 귀신같이 숨어 버려서 어쩔 수가 없었어.”


디트리히가 말에서 훌쩍 내려섰다. 초크스칼라가 힝힝 하고 코를 훌쩍이더니 저 뒤로 돌아가 배를 깔고 앉았다. 누가 봐도 세레니아의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드라마스 왕자가 엄청 화났어. 베르단디 공주도 곧 알게 될 거고.”


디트리히가 팔짱을 꼈다.


“돌아가자. 세레니아 소위.”


“중위님.”


세레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눈물을 닦고 침낭에서 내려섰다.


“전 절대 안 가요.”


“왜지?”


“전 팔콘기사단 생활은 더 못 하니까요.”


디트리히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가 잠시 고민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져. 다 그런 거야.”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내가 장담해. 지크도 그랬어. 그 애도 원래 여자 친구가 있었어. 하지만 다 잊었다고.”


“거짓말 마요. 지크 소위도 안 잊었어요.”


세레니아가 크고 맑은 눈으로 디트리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저도 안 잊을 거예요, 중위님.”


디트리히가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놔 줄 수는 없어.”


“그럼 답은 나왔네요.”


세레니아가 칼을 뽑아들었다. 디트리히가 고개를 저었다.


“꼭 이래야겠어? 세레니아.”


디트리히가 두 팔을 늘어뜨렸다.


“약속할게. 내가 노력해 볼게.”


“뭘요?”


“널 좋아하려고 노력해 볼게. 그러니까 돌아가자.”


그 말을 들은 세레니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세레니아의 눈에 노기가 차올랐다.


“지금 뭐라고 했지?”


“세레니아, 난-”


“아아아아아아!”


세레니아가 밤하늘을 향해 소리를 쳤다. 이성을 잃은 그녀가 칼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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