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 서재입니다.

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8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7.30 12:00
조회
3,753
추천
45
글자
9쪽

5화-불경기(1)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2. 검의 길


5화-불경기(1)




“형!”


“꽉 잡아!”


지크가 사납게 말을 몰았다. 안나가 사 준 젊은 말이 히히힝 하고 울부짖으며 바위를 뛰어넘었다. 지크가 박차를 찼다.


“빨리! 더 빨리!”


세루크가 비명을 질렀다.


“떨어지겠어!”


“안 떨어져!”


아이들을 허리에 묶은 지크가 이를 악물었다.


“절대 안 떨어져!”


뒤통수가 시려웠다. 지금 지크를 쫓는 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디트리히, 디트리히가 기절시킨 순찰대, 이아이누와 아케메네스의 군사들까지.


지크가 지금까지 군사들을 한 명도 만나지 않은 것은 운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지크의 수호신이 그를 지켜주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형, 조금만 쉬자.”


세루크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허벅지가 너무 아파.”


“절대 안 돼!”


왠지 누군가가 그를 계속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모닥불이 계속 따뜻하게 타고 있었고, 나무 위에는 꼭 어제 보이지 않던 새집이 있었다. 꼭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를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디트리히일까봐 지크는 무척 불안했다.


눈 앞에 또 바위다. 말이 앞다리를 높게 쳐올렸다.


“아아아악!”


아이들이 말의 갈기를 붙들고 비명을 질렀다. 지크가 눈을 질끈 감았다.


히히히힝-


말이 가까스로 바위를 뛰어넘었다. 지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디트리히와 군사들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지크는 이렇게 험한 산길을 택했다. 이 길은 진나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택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너무 위험해. 너무!”


세루크가 울먹였다.


“너무 무서워...”


“조금만 참자, 조금만!”


지크가 아이들을 달랬다. 등에 묶어 놓은 앙리가 끄윽끄윽 하고 울었다. 지크의 어깨가 뜨거운 눈물로 따뜻해졌다. 앙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크가 밭은 숨을 내쉬며 말을 몰았다.


그렇게 바위를 몇 번이고 뛰어넘으며 말을 달리자, 어느새 거대한 바위 절벽이 나타났다.


“형...”


세루크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저긴 말이 못 올라가. 어떻게 해?”


지크가 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앙리를 업고 절벽을 올라간 뒤, 또 내려가서 세루크를 업고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라간 다음엔? 말이 없이 어떻게 하지?


“형. 돌아가자. 이 길은 아닌 것 같아.”


세루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긴 아니야.”


지크가 숨을 몰아쉬며 잠시 생각했다. 말을 몰아 히스토리아 산맥 아래를 달린 지도 일주일, 이제 2주만 더 가면 자카룸 정글이 나올 것이다. 거기서 취업을 해서 돈을 모은 뒤, 진나라로 가는 배를 타는 것이 지크의 목표였다.


2주라는 것은 말을 타고 갔을 때다. 말을 안 타고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세루크.”


“응?”


“여기가 어디쯤이지?”


세루크가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 펼쳐들었다. 명석한 세루크는 늘 지크에게 도움이 되는 고마운 동생이었다. 세루크가 작은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야.”


“페라보라 성 쪽이구나.”


페라보라 마을은 호미미르의 숲과 히스토리아 산맥의 경계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페라보라 마을과 두세 개의 마을을 더 지나 죽 남하하다 보면 자카룸 정글이 나온다.


하지만 도저히 자카룸 정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여기서 말을 버리고 도보로 가는 건 불가능하고, 이제 와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너무 위험하다.


세루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도를 살폈다.


“형, 길이 없어. 다시 몽상드리아 쪽으로 올라가서 여기 여기로 이렇게 돌아가야 해.”


“너무 많이 돌아가야 하네. 지도에는 이런 절벽이 있다는 건 안 나왔었는데.”


“여기까지 누가 왔겠어. 약초도 짐승도 없는데.”


지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무 앞서나갔나 봐. 너무 성급했어.”


“아냐. 지도가 틀렸던 거야.”


지크는 디트리히에게 넘어가 순찰병들을 기절시키게 뒀던 걸 후회했다. 그냥 거기서 얌전히 순찰병들에게 잡혀갔다면, 적어도 세루크와 앙리는 이런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세루크가 지크를 올려다보았다.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형, 마을로 가자.”


지크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지친 말을 마을로 몰았다.




페라보라 마을 경비병은 말에 올라앉은 세 형제를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봤다.


“뭐 하는 애들이냐? 심부름 왔어?”


“엄마를 찾아왔어요.”


지크가 거짓말을 했다.


“엄마가 여기 살아요.”


“엄마 이름이 뭔데?”


지크가 대충 산에서 찾아낸 죽은 사람의 이름을 댔다. 경비병이 인상을 썼다.


“진짜야?”


“네.”


지크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좀 들여보내 주실래요? 거지 아니에요. 얜 다쳤어요. 보세요.”


경비병이 앙리의 다리에 감긴 붕대를 보더니 턱짓을 했다. 지크가 졸음을 참으며 말을 몰았다. 세루크가 손짓을 했다. 붕대와 핀셋 간판이다.


지크가 의원의 문설주에 말을 묶었다. 그가 세루크의 손을 잡고 터덜터덜 계단을 올랐다. 의사가 지크의 꼬라지를 보더니 인상을 썼다.


지크가 바닥에 앙리를 내려놓자 아이가 으으, 하고 신음했다. 그가 주머니에 남은 동전 몇 닢을 내보이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한데요. 돈이 이것밖에 없어요. 제 동생이 많이 아파요. 제가 여기서 허드렛일을 할 테니까 동생을 봐 주세요. 네? 부탁드려요.”


의사가 동전을 셌다.


“안 되겠는데.”


지크가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제발 부탁드려요. 동생을 살려주세요!”


세루크가 울음을 터뜨리며 같이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동생을 한 번만 봐 주시면 안 돼요?”


의사가 난처해하며 볼을 매만졌다. 그가 앙리에게 곁눈질을 했다. 여섯 살 난 아이가 얇은 두 다리에 칭칭 붕대를 감고 의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났다.


“알았어. 의사 되어서 돈만 밝힐 순 없지. 일단 보자.”


“고맙습니다!”


지크가 앙리를 침대에 눕혔다. 의사가 앙리의 붕대를 조심스럽게 벗겼다. 아이의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의사가 아이의 다리를 만져 보더니 말했다.


“언제 부러졌니?”


“일주일 됐어요.”


“음...”


의사가 인상을 썼다.


“조금... 한 20도 뒤틀어지겠구나. 다리를 절긴 하겠지만 걸을 순 있을 거다.”


“전다구요?”


지크가 울음을 터뜨렸다.


“안 돼요!”


“이미 늦었다. 봐라. 무릎이 틀어졌어. 지금 제대로 붙이려면 또 뼈를 분질러야 해.”


의사가 지크의 어깨를 짚었다.


“그것보단 낫지 않겠니? 네가 할 수 있겠어?”


세루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물었다.


“앙리. 넌 어떻게 하면 좋겠어?”


앙리가 울음을 터뜨렸다. 앙리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세루크가 말했다.


“선생님, 같이 분질러서 다시 붙여요!”


“안 돼!”


지크가 비명을 질렀다.


“그런 짓은 못 해!”


“형! 앙리를 위해서야!”


“미친놈이! 안 돼!”


지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못해!”


“내가 할게!”


“안 돼! 그러기만 해 봐!”


지크가 이를 갈았다. “널 죽여 버릴 거야!”


세루크가 말을 멈췄다. 그가 눈물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세루크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크가 세루크를 안아 올렸다.


“미안해. 미안해.”


세루크가 계속 울었다. 지크가 바닥에 주저앉아 같이 울었다. 의사가 난처해하며 앙리의 이마를 짚었다.


“선생님, 그럼 저는 평생 못 뛰어요?”


“그렇게 된단다.”


“지금 분지르면 얼마 만에 붙는데요?”


“앙리!”


지크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대여섯 살이면 어리니까, 6주?”


“가만 놔두면 낫는데 얼마나 걸리는데요?”


“한 달이면 나을 거야.”


앙리가 지크의 손을 잡았다.


“형. 빨리 하자. 나 병신 되기 싫어.”


“앙리.”


지크가 울었다.


“선생님, 빨리 해요.”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난 못 해!”


세루크도 같이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그냥 하지 말자.”


“안 하겠니?”


“빨리 해!”


앙리가 소리를 쳤다.


“날 병신으로 만들 거야? 평생 원망할 거야!”


앙리가 악을 썼다.


“평생! 평생!”


지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세루크를 내려다보았다. 세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을 병신으로 만들 순 없었다.


지크가 의사의 손을 잡았다. 세루크가 앙리의 눈을 가렸다. 의사가 저 쪽에서 윤이 반짝반짝 나는 구리 지팡이를 가져와 앙리의 다리에 끼웠다. 차가운 지팡이의 감촉이 느껴지자, 앙리가 콧망울을 부르르 떨었다.


앙리가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 베르세르크가...”


세루크도 울며 박자를 맞췄다. “카레왕 베르세르크! 일만 광년 머나먼 우주에서 감자를 갖다 심은 베르세르크!”


지크가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붙잡았다.


“별로 안 아플 거다.”


의사가 거짓말을 했다.


“아직 덜 붙어서 괜찮아.”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멍했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선생님.”


의사가 침을 삼켰다. 그도 이렇게 어린 아이의 뼈를 부러뜨리는 건 처음이었다.


“하나, 둘, 셋!”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선독&댓글 부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악물고 출세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10화-권위와 긍지(6) 18.08.25 1,441 24 15쪽
37 10화-권위와 긍지(5) +3 18.08.24 1,523 25 17쪽
36 10화-권위와 긍지(4) 18.08.23 1,528 29 11쪽
35 10화-권위와 긍지(3) 18.08.22 1,572 28 14쪽
34 10화-권위와 긍지(2) 18.08.21 1,610 26 13쪽
33 10화-권위와 긍지(1) +1 18.08.20 1,686 28 11쪽
32 9화-첫 출전(8) +3 18.08.19 1,665 27 12쪽
31 9화-첫 출전(7) 18.08.18 1,752 32 13쪽
30 9화-첫 출전(6) 18.08.17 1,772 30 13쪽
29 9화-첫 출전(5) +3 18.08.16 1,797 30 17쪽
28 9화-첫 출전(4) 18.08.15 1,907 32 15쪽
27 9화-첫 출전(3) +2 18.08.14 1,920 35 12쪽
26 9화-첫 출전(2) +2 18.08.13 2,114 35 12쪽
25 9화-첫 출전(1) 18.08.12 2,271 35 14쪽
24 8화-여자 친구(3) +2 18.08.11 2,176 34 9쪽
23 8화-여자 친구(2) +2 18.08.10 2,219 41 10쪽
22 8화-여자 친구(1) +2 18.08.09 2,573 40 19쪽
21 7화-검의 길(3) +1 18.08.08 2,631 45 8쪽
20 7화-검의 길(2) +1 18.08.07 2,694 47 8쪽
19 7화-검의 길(1) 18.08.06 2,877 51 8쪽
18 6화-스승과 친구(3) 18.08.05 2,938 40 13쪽
17 6화-스승과 친구(2) 18.08.04 3,047 43 10쪽
16 6화-스승과 친구(1) 18.08.03 3,232 51 13쪽
15 5화-불경기(4) 18.08.02 3,140 38 8쪽
14 5화-불경기(3) 18.08.01 3,182 39 11쪽
13 5화-불경기(2) 18.07.31 3,357 37 9쪽
» 5화-불경기(1) 18.07.30 3,754 45 9쪽
11 4화-첫사랑(3) 18.07.29 3,846 46 7쪽
10 4화-첫사랑(2) +1 18.07.28 4,126 52 9쪽
9 4화-첫사랑(1) +2 18.07.27 4,698 47 8쪽
8 3화-다크엘프의 숲(2) +2 18.07.26 4,920 45 8쪽
7 3화-다크엘프의 숲(1) +2 18.07.25 5,581 56 8쪽
6 2화-소년가장(3) 18.07.24 5,970 75 7쪽
5 2화-소년가장(2) 18.07.23 6,344 75 8쪽
4 2화-소년가장(1) 18.07.22 7,127 82 10쪽
3 1화-재로 빚은 추억(2) +4 18.07.21 8,394 97 10쪽
2 1화-재로 빚은 추억(1) +4 18.07.20 10,998 105 9쪽
1 0화-프롤로그 +8 18.07.20 18,179 12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