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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2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7.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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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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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9쪽

5화-불경기(2)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5화-불경기(2)




지크는 말을 판 돈으로 의사 선생님의 집 한 켠을 얻었다. 의사 선생님은 혼자 사는 노총각으로, 이름은 라노르였다.


라노르 선생님은 앙리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 주었고, 세루크는 라노르의 집을 정성들여 쓸고 닦았다. 앙리는 세루크의 등에 업혀 살다시피 했다. 다행스럽게도, 앙리의 새 상처는 빠르게 아물어 갔다.


지크는 의사 선생님의 소개로 마굿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앙리의 다리가 낫는 6주 안에 새 말을 살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자카룸 정글을 넘어 딥스로트 해안에서 배를 타고 진나라에 가기만 하면 이 고단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었다.


라노르 선생님의 집에는 퇴역하면서 가지고 온 오래 된 칼이 있었다. 지크는 그 칼로 하루에 한 시간씩 검술 연습을 했다. 라노르 선생님이 가르쳐 준 기본 자세만 연습하는 게 다였지만 왠지 실력이 느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언젠가는 비싸고 질 좋은 칼을 차고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디트리히처럼 말이다. 세루크와 앙리가 다 자라서 학교도 졸업하고 취업도 하면 그렇게 살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려면 최소한 10년은 멀었지만.


디트리히. 지크는 가끔씩 디트리히를 생각했다. 긴 머리칼을 망토처럼 늘어뜨리고 가벼운 몸짓으로 칼을 쓰던 동년배의 용병. 이제 그도 지크처럼 15살일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뭘 배웠길래 그렇게 절륜한 검술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할까?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크가 마굿간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주인은 오늘 말을 많이 빌려주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가 짜증을 냈다.


“뭘 했다고 들어가?”


“네?”


“여물통 채우고 가!”


지크는 애써 인상을 펴고 여물통을 채웠다. 한 시간이나 더 일을 했다. 의사 선생님과 아는 사이니 품삯을 떼 먹진 않겠지. 지크는 짜증을 꿀꺽 삼키며 집에 돌아왔다.


라노르 선생님의 집에 돌아오니 아홉 시가 넘어 있었다. 세루크가 앞치마를 두르고 달려 나왔다.


“밥은?”


“먹었어.”


지크는 거짓말을 했다. 그가 대야에 담긴 물을 아껴가며 몸을 씻었다. 그래도 누울 곳이 있어서 행복했다.


“앙리는 어때?”


“많이 좋아졌어.”


지크가 침대에 누운 앙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앙리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더니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처음 왔을 때보다 볼에 살이 많이 올랐다. 지크가 세루크를 안아올렸다.


“기특한 놈!”


“뭐가?”


“열심히 일하잖아.”


세루크가 코웃음을 쳤다. “형이 더 열심히 일하잖아.”


지크가 세루크의 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세루크는 열한 살 치고는 굉장히 작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지크는 세루크와 앙리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밤에도 할 수 있는 일 없나?”


“그러다 쓰러져. 밤에는 쉬어.”


“칼만 잘 썼어도 훨씬 벌이가 좋았을 텐데.”


“그런 일 위험해. 하지 마. 그냥 농사나 짓자 우리. 난 학교도 별로 안 가고 싶어.”


지크가 세루크를 내려놓았다. 둘은 같이 라노르 아저씨와 세 형제의 빨래를 갰다. 세루크는 빨래를 개자마자 쓰러져 잤다. 지크는 빨래를 서랍에 집어넣고 검술 연습을 했다. 지크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뭐라구요?”


“다음 달에 줄게.”


마굿간 주인이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월급은 다음 달에 준다고.”


지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너도 알잖아. 야. 봐라.”


마굿간 주인이 팔을 벌렸다.


“돈이 나올 구멍이 없잖아. 이번 달에 말 빌리러 온 사람 몇 명이야? 너 알지?”


“열 둘이요.”


“그 중에 몇 명이나 갖다 줬어?”


“열 명이요.”


“그래. 그런데 너한테 줄 돈이 어디 있겠어.”


마굿간 주인이 인상을 썼다.


“다음 달에 줄 수밖에 없단 말이야.”


지크가 소리를 쳤다.


“난 2주 후에 여길 떠난단 말이에요!”


“2주만 더 있어. 틀림없이 줄게! 난 라노르하고 친하잖아. 내가 설마 떼먹겠어?”


지크가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돈으로 안 줘도 좋으니까 딴 걸로라도 줘요.”


“무슨 소리야?”


“말을 팔아서라도 달라구요.”


“미쳤어?”


마굿간 주인이 소리를 쳤다.


“그럼 난 망하란 말이야!”


지크가 같이 소리를 쳤다.


“고발할 거예요!”


“고발해 봐!”


주인이 코웃음을 쳤다.


“보나마나 도망다니는 신세 같은데.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지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크가 씩씩댔다. 마굿간 주인이 하 하고 웃었다.


“내 말 맞지? 어쩐지 이상하더라 했어!”


마굿간 주인이 하하 하고 웃었다.


“너, 도둑질이라도 한 거야?”


“아니에요! 난 3급-”


지크가 말을 삼켰다. 마굿간 주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3급?”


“아니에요.”


지크가 당황했다.


“하여튼, 2주 후에 꼭 받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각서라도 써 줘요.”


마굿간 주인의 얼굴이 풀렸다. 그가 펜과 종이를 꺼냈다.


“그래! 자자.”


주인이 각서를 썼다. 주인과 지크가 각각 지장을 날인했다.


“됐다!”


주인이 웃었다.


“내일도 나올 거지?”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굿간 주인이 지크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네 덕분에 이번 달도 먹고 살 수 있게 됐어.”


그가 지크의 손을 몇 번이고 흔들어 댔다. 살이 쪽 빠진 지크의 어깨가 이리 저리 흔들렸다. 주인이 씩 웃었다. 물론, 주인은 끝까지 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크는 아침을 먹을 때마다 라노르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굿간 주인은 분명 지크가 어디서 뭐 하다 온 놈인지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라노르 선생님은 모른 척했다.


“선생님.”


월급을 못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지크가 아침을 먹으며 말을 꺼냈다.


“마굿간 주인이 별 말 없어요?”


라노르가 나물을 씹으며 말했다.


“돈을 못 줘서 미안하다고 하더구나.”


“다른 말은 없어요?”


“마련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래.”


“더 기다리라구요?”


“뭐... 얼마나 걸릴 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물어보렴.”


지크와 세루크가 약속이나 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앙리가 울상을 지었다. 앙리는 요즘 목발을 잡고 걸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어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돈을 결국 못 받으면 어떻게 돼?”


지크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지. 돈이 없으면 여기서 아무데도 못 가. 선생님께 다음 방세도 드려야 하고.”


“방세 걱정은 마라.”


라노르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희가 뭐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세루크가 집안일을 도와줘서 난 좋다.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좋아.”


“고맙습니다 선생님.”


지크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방세를 드려야죠.”


“뭐 생기면 내고.”


라노르가 물을 마시며 말했다.


“그 놈이 이번 달에도 돈을 안 주면 내가 그 놈 마굿간을 다 부숴 버릴 거다.”


지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마굿간 주인은 끝까지 돈을 안 줄 생각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크는 그 사실을 라노르에게 이르지 않았다. 그가 라노르가 세 형제에게 베풀어 준 호의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지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었다.


라노르가 지크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라노르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크가 접시를 개수대에 놓고 인사를 했다.


“다녀올게요. 세루크, 아저씨 점심 맛있는 거 해드려. 앙리도 잘 돌보고.”


“웅. 앙리. 가자.”


세루크가 앙리를 업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갔다. 라노르가 앙리를 안아올려 대신 계단을 올라 주었다. 세루크가 예의 바르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라노르가 말했다.


“잠깐만 마굿간에 다녀오마. 지크한테 뭘 줄 게 있었는데 잊어버렸어.”


“제가 갖다올게요.”


“괜찮아. 넌 앙리랑 같이 있어라.”


라노르가 앙리의 다리를 부러뜨릴 때 쓴 구리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친구라고 맡겼는데. 가만두지 않겠어.”


“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세루크가 라노르의 손을 잡았다. 세루크는 지크가 더 이상 시비라든가 싸움이라든가 전쟁이라든가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라노르가 세루크의 얼굴을 보더니 그의 손을 놓았다.


“걱정하지 마라. 받을 것 받으러 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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