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 서재입니다.

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7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04 12:00
조회
3,046
추천
43
글자
10쪽

6화-스승과 친구(2)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6화-스승과 친구(2)




지크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아케메네스 장군을 다시 만났다. 아케메네스 장군은 아침 일찍부터 관복을 차려 입고 식탁의 맨 윗자리에 앉아 있었다. 깨끗한 옷을 입은 지크와 앙리, 세루크가 식탁 주변에서 우물쭈물했다.


“뭐 하니? 앉아라.”


“장군님, 어디 앉아야 하나요?”


“아버지라 불러라.”


지크가 깜짝 놀랐다.


“네?”


“이제 아버지라 불러라.”


아케메네스 장군이 부드럽게 말했다.


“너희를 내 양자로 들일 생각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군법 재판을 무마할 수가 있다.”


“장군님!”


세 형제가 무릎을 꿇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장군이 하하 웃었다.


“이제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케메네스가 손짓을 했다.


“오른쪽에 있는 의자 하나에 지크가 앉고, 맞은편에 너희 둘이 앉아라. 나이 순대로, 아니면 직급 순대로 오른쪽으로 앉는 거다. 자리가 넓은 좌석에 높은 사람이 앉는 거고.”


세 형제가 자리에 앉았다. 아케메네스가 말을 했다.


“식기는 제일 바깥쪽에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써야 한다. 늘 오른쪽에 칼, 왼쪽에 포크가 있지. 왼손잡이가 있다면 고쳐라. 오늘부터 무조건 오른손으로 식칼을 쓰는 거다. 람세스.”


아케메네스 옆에 서 있던 빨간 머리와 구릿빛 피부의 소년이 고개를 숙였다.


“장군님.”


“이 녀석의 이름은 람세스다. 너희 셋의 문학과 예의 스승이지. 생활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이 녀석에게 배워라. 오늘 식사 순서는 어떻게 되지?”


“애피타이저로 새우가 나옵니다.”


“새우가 뭔가요?”


“바다에서 나는 생선 같은 것이다. 나도 물고기는 잘 모른다. 하지만 새우는 궁에서 자주 먹는 것이니 어떻게 먹는지 알아야 한다.”


람세스가 접시에서 새우 하나를 집어들었다. 꼭 벌레 같이 생겼다. 세 형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벌레예요?”


“아니다. 먹는 거다. 잘 봐라.”


람세스가 솜씨 좋게 머리를 떼어 내고 껍질을 벗겼다.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람세스가 세 아이들에게 새우를 하나씩 주었다.


“해 보시죠, 쿠아디스 경.”


지크가 머뭇거리며 따라했다.


“처음 치고는 잘 하시네요. 어찌나 주물럭거렸는지 누가 보면 양념을 하는 줄 알겠어요.”


람세스가 다시 새우를 던졌다. 아케메네스가 소리를 쳤다.


“뭐 하니? 다시 하거라!”


셋은 주춤거리며 다시 새우를 까기 시작했다.




셋은 새우를 여섯 마리나 까고 난 후에야 애피타이저 시험을 끝낼 수 있었다. 셋은 아침을 먹자마자 기진해서 방에 쓰러졌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음 선생이 그들을 찾아왔다. 지크가 지독하게 싫어하는 그림 선생이었다. 그들은 마치 외양간의 소가 강제로 여물을 먹듯이 꾸역꾸역 수업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딱 하나 재미있는 게 있었다. 검술 수업이었다. 지크는 검술 하나만은 기를 쓰고 집중했다. 한 달이 지나자 칼을 잡는 게 꽤나 익숙해졌다.


제일 힘든 건 역시 아케메네스 장군과 람세스가 가르치는 식사 예절 수업이었다. 지크와 세루크, 앙리는 매일매일 찾아오는 아침 식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 되었다.


아케메네스 장군은 식기에서 조금만 소리가 나도 호통을 치며 다그쳤다. 지크가 다리를 덜덜 떨어도 다그쳤고, 세루크가 후루룩 하고 수프를 먹어도 다그쳤다. 앙리가 후암 하고 하품을 해도 다그쳤다. 참다 못한 앙리가 말했다.


“근데 아빠는 밥 안 드세요?”


“이 놈!”


아케메네스가 벼락처럼 고함을 쳤다.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라 부르라고 했지! 그리고 누가 팔꿈치를 그렇게 놓으라고 했느냐!”


람세스가 번개처럼 앙리에게 다가왔다. 앙리가 람세스를 째려보아다. 람세스가 앙리 앞에 있는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었다.


“안 돼요! 아까도 했잖아요!”


앙리가 모래시계를 빼앗아 옷 안에 숨겼다. 모래시계가 내려갈 때까지, 앙리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했다.


람세스가 앙리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앙리가 손을 꺼냈다. 람세스가 모래시계를 다시 빼앗았다.


그가 모래시계 한 쪽으로 모래가 내려갈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두꺼운 구릿빛 손 안의 모래시계가 앙리 앞에 탁 내려섰다. 앙리가 입을 꾹 다물고 모래시계만 쳐다보았다.


식사를 다 끝낸 지크와 세루크가 앙리의 모래시계만 세월아 네월아 하고 쳐다보았다. 드디어 모래가 다 떨어졌다. 앙리가 꾸역꾸역 남은 과일을 다 먹었다.


“후아!”


앙리가 배를 문질렀다. 아케메네스가 손뼉을 쳤다. 세 형제가 일어나 새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아케메네스가 웃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첫날보다 30분이나 빨라졌구나! 앙리, 너만 잘 하면 된다. 세루크는 지금 당장 손님에게 보여도 괜찮겠구나. 지크, 넌 다리 좀 그만 떨어라.”


“네, 아버님.”


지크는 어느새 아버님이란 말이 익숙해졌다. 그는 밤에도 잠꼬대로 아빠, 아버님, 아버지 하는 말을 몇 번이나 불러 댔다. 아침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찍 일어나 성 주변을 달리고 검술 연습도 했다.


세루크는 눈치껏 일어나 아케메네스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재미있는 책이 참 많았다. 세루크는 싸움에 관한 책이란 책은 모조리 꺼내다가 끝까지 읽었다. 앙리는 아직 어려서 세루크와 지크를 따라다니며 변죽만 울렸지만, 세루크와 지크의 명민함을 보아 앙리도 곧 제 능력을 발휘할 터였다.


지크가 처음으로 한 번도 거슬리지 않고 아침 식사를 끝낸 날, 아케메네스는 세 형제를 불렀다.


“얘들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아니요.”


아케메네스가 지크를 보았다.


“오늘이 지크의 생일이다.”


“네?”


세 형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데요?”


“너희를 다 내 양아들로 삼았다고 했잖니.”


아케메네스가 지크의 손을 잡았다.


“오늘을 지크의 생일로 했단다.”


세 형제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들이 합창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아케메네스가 당황했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케메네스가 책상 아래서 선물을 꺼냈다. 지크가 활짝 웃었다.


“제 칼이에요?”


“그래. 내가 특별히 주문제작했다. 들어 봐.”


지크가 칼을 휘둘러보았다.


“가볍다!”


“그치?”


아케메네스가 웃었다. 두 동생들도 번갈아 칼을 잡아 휘둘러 보았다.


“진짜 가볍다! 신기해!”


“아버지!”


지크가 아케메네스를 꼭 껴안았다. 아케메네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 칼을 왜 줬는지 아니?”


“훌륭한 군인이 되라고요.”


“브리태니커에 들어가라고 주는 거다.”


“브리태니커요? 그게 뭐에요?”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 말이야.”


“그게 뭐죠?”


아케메네스가 지크의 등을 쓰다듬었다.


“기사단 양성 학교 중 최고의 학교다.”


“시험을 봐야 해요?”


“그래.”


“언제요?”


“3개월 후다.”


아케메네스 장군이 지크의 어깨를 짚었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넌 3급 무공훈장까지 받았어. 내가 추천서를 써 줄거다. 검술이 조금만 받쳐 준다면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그럼 진짜 기사가 되는 거예요?”


“그것도 황실의 근위대가 되는 거다.”


아케메네스가 근엄하게 말했다.


“위대한 팔콘기사단의 일원이 되는 거지!”


“우와!”


세 소년이 입을 떡 벌렸다.


“팔콘기사단이라니! 형이 팔콘기사단이 된다고?”


세루크가 물었다. “형. 그거 연봉 얼마야?”


“돈이 뭐가 중요하냐!”


아케메네스가 세루크를 질책했다.


“돈을 보고 기사가 되면 안 된다. 나라에 봉사하기 위해 하는 일이야! 위험한 일이고.”


세루크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일이면 안 하면 좋겠네요.”


“세루크!”


아케메네스가 세루크를 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세루크가 고개를 숙였다. 지크가 세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 세루크!”


지크가 하하 웃었다.


“내가 1등으로 들어가서 편한 보직을 차고 앉아 버릴 테니깐!”




지크는 그 날부터 3개월 간 맹훈련에 들어갔다. 아케메네스 장군은 그에게 직접 역사와 전략전술을 가르쳤다. 장군의 부관들은 번갈아 지크를 찾아와 그에게 검술을 가르쳤다. 지크는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잠을 자며 고군분투했다.


앙리와 세루크는 매일매일 달력에 가위표를 하며 시험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시험 당일 아침. 지크는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로 말에 올라탔다. 아케메네스 장군이 목발을 짚으며 그를 성문 앞까지 배웅했다.


“다녀올게요, 아버지!”


지크가 수면부족 때문에 멍한 눈으로 아케메네스 장군에게 인사를 했다.


“1등 할게요.”


지크가 마른 입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케메네스 장군이 지크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뜯어보았다. 그가 애써 웃었다.


“그래. 꼭 1등 하거라!”


말고삐를 쥔 람세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앙리도 그를 따라 고개를 저었다. 세루크가 앙리에게 꿀밤을 먹였다.


“보아 하니 안 봐도 1등이네! 금방 갔다와, 형!”


“어! 알았어.”


지크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람세스가 조심조심 말고삐를 돌려 길을 떠났다. 세루크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아케메네스 장군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거 아시죠?”


“형!”


앙리가 소리를 쳤다. 세루크가 앙리를 흘겨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모두 조용하거라!”


늙은 양아버지가 지팡이를 탁탁 쳤다.


“너희도 지크를 잘 봐 두어라. 너희도 지크처럼 고생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해!”


두 아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선독&댓글 부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악물고 출세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10화-권위와 긍지(6) 18.08.25 1,441 24 15쪽
37 10화-권위와 긍지(5) +3 18.08.24 1,523 25 17쪽
36 10화-권위와 긍지(4) 18.08.23 1,528 29 11쪽
35 10화-권위와 긍지(3) 18.08.22 1,572 28 14쪽
34 10화-권위와 긍지(2) 18.08.21 1,610 26 13쪽
33 10화-권위와 긍지(1) +1 18.08.20 1,686 28 11쪽
32 9화-첫 출전(8) +3 18.08.19 1,665 27 12쪽
31 9화-첫 출전(7) 18.08.18 1,752 32 13쪽
30 9화-첫 출전(6) 18.08.17 1,772 30 13쪽
29 9화-첫 출전(5) +3 18.08.16 1,797 30 17쪽
28 9화-첫 출전(4) 18.08.15 1,907 32 15쪽
27 9화-첫 출전(3) +2 18.08.14 1,920 35 12쪽
26 9화-첫 출전(2) +2 18.08.13 2,114 35 12쪽
25 9화-첫 출전(1) 18.08.12 2,271 35 14쪽
24 8화-여자 친구(3) +2 18.08.11 2,176 34 9쪽
23 8화-여자 친구(2) +2 18.08.10 2,219 41 10쪽
22 8화-여자 친구(1) +2 18.08.09 2,573 40 19쪽
21 7화-검의 길(3) +1 18.08.08 2,631 45 8쪽
20 7화-검의 길(2) +1 18.08.07 2,694 47 8쪽
19 7화-검의 길(1) 18.08.06 2,877 51 8쪽
18 6화-스승과 친구(3) 18.08.05 2,938 40 13쪽
» 6화-스승과 친구(2) 18.08.04 3,047 43 10쪽
16 6화-스승과 친구(1) 18.08.03 3,232 51 13쪽
15 5화-불경기(4) 18.08.02 3,140 38 8쪽
14 5화-불경기(3) 18.08.01 3,182 39 11쪽
13 5화-불경기(2) 18.07.31 3,357 37 9쪽
12 5화-불경기(1) 18.07.30 3,753 45 9쪽
11 4화-첫사랑(3) 18.07.29 3,846 46 7쪽
10 4화-첫사랑(2) +1 18.07.28 4,126 52 9쪽
9 4화-첫사랑(1) +2 18.07.27 4,698 47 8쪽
8 3화-다크엘프의 숲(2) +2 18.07.26 4,920 45 8쪽
7 3화-다크엘프의 숲(1) +2 18.07.25 5,581 56 8쪽
6 2화-소년가장(3) 18.07.24 5,970 75 7쪽
5 2화-소년가장(2) 18.07.23 6,344 75 8쪽
4 2화-소년가장(1) 18.07.22 7,127 82 10쪽
3 1화-재로 빚은 추억(2) +4 18.07.21 8,394 97 10쪽
2 1화-재로 빚은 추억(1) +4 18.07.20 10,998 105 9쪽
1 0화-프롤로그 +8 18.07.20 18,179 12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