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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70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10 12:00
조회
2,219
추천
41
글자
10쪽

8화-여자 친구(2)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8화-여자 친구(2)




지크와 세레니아는 그 날 이후 다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지크는 절대 세레니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았고, 세레니아는 지크와 디트리히를 슬슬 피해 다녔다.


졸업식은 금방 찾아왔다. 입학 등수는 졸업 등수와 똑같이 유지되었다. 디트리히가 1등, 베르단디가 2등, 세레니아가 3등이었다. 유일하게 지크가 29등에서 4등으로 올랐다.


사실 등수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베르단디 공주는 40명 동기 전원을 군에 추천하여, 팔콘기사단의 스카웃을 받지 않더라도 군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졸업식 피로연에서 네 명은 모여 앉아 디트리히의 장래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팔콘기사단에 들어가야겠지?”


디트리히가 스테이크를 씹으며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스테이크가 신기했던 지크가 먹지는 않고 고기를 쿡쿡 찌르기만 했다. 세레니아가 짜증을 안 내려고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단장님이 아까 물어보고 가셨어. 기사단에 들어올 거냐고.”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공주의 예복을 입은 베르단디 - 베르단디는 졸업식에 생도가 아니라, 생도들의 졸업식을 축하하는 황족으로서 참가했다 - 가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당연히 들어와야지. 전통인데.”


“팔콘기사단에 들어가면 계속 친위대만 하는 거지?”


“아니지. 친위대 생활 한 7년 하다가 친위대장 되면 장군 달아서 야전 돌고. 그러다가 돌아와서 사령관 거쳐서 대원수 되고 그러는 거지. 물론 승진 계속 누락되면 친위대만 하는 사람도 있긴 있어.”


“흠.”


디트리히가 턱을 매만졌다. 베르단디가 말을 이었다.


“지크는 아케메네스 사령관님처럼 전략부 장교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문제는 세레니아인데.”


“나 뭐?”


“너는 어디서 시작할래?”


“난 군인 싫은데.”


베르단디가 칼과 포크를 탁 놓았다.


“또 그 소리네.”


“난 틀에 맞춰 사는 거 딱 질색이라서. 여기서도 죽을 뻔 했어. 숨 막혀서. 난 용병 생활로 돌아갈 거야.”


“그럼 이별이네?”


디트리히가 말했다. “아쉽다, 세레니아.”


세레니아가 고개를 수그렸다. “응. 그렇게 될 것 같아.”


“누구 맘대로? 내가 허락 못 해.”


베르단디가 팔짱을 꼈다.


“팔콘기사단으로 들어가.”


“싫어!”


세레니아가 소리를 쳤다. “못해!”


“조국이 원하잖아! 충성심도 없니? 지금은 전시야!”


세레니아가 베르단디, 디트리히, 지크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여러분은 고아하고 여유 있는 분들이라서 나 같은 평민 사정은 이해 못하지.”


“무슨 소리야?”


“방세가 비싸서 안 돼!”


“무슨 방세 타령이야? 팔콘기사단에 들어가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그걸로도 부족해!”


“무슨 소리야? 너 빚 있니?”


“왜 너희들한테 내 사정을 꼬치꼬치 설명해야 하는데!”


디트리히가 조용히 말했다. “세레니아.”


세레니아가 턱을 당겼다.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사정이야?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 그럼 좋잖아.”


세레니아가 입술을 비죽였다. 그녀가 스테이크를 잘근잘근 자르기 시작했다. 지크가 입을 열려 하자 디트리히가 막았다.


셋은 가만히 기다렸다. 세레니아가 말하기 시작했다.


“쌍둥이 언니가 있어. 어렸을 때 흰무늬심충병을 앓아서 보지도 말하지도 못해. 듣고 냄새 맡고 점자 읽는 것만 할 수 있다고. 언니는 나사렛에서 안마사 일을 해. 난 1년이나 언니한테 도우미를 붙여 줬어. 이제 더 이상 도우미 붙일 돈이 없다고.”


“언니가 여기서 안마사 일을 하면 안 되나?”


“여긴 수도랑 가깝잖아. 언니 실력으론 돈 못 벌어. 도우미도 엄청 비싸고. 언젠가 언니가 혼자 살 수 있게 하려면 거기서 언니가 자리 잡을 때까지 있어야 돼. 그래서 거기서 용병 일을 하려는 거야.”


세레니아가 셋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입술을 틀어 올렸다. 단발머리 정수리가 분노로 곤두섰다.


“됐어? 이제 말해 봐. 어떻게 도와줄 건데? 너네가 눈이라도 하나씩 뽑아다가 언니한테 줄래?”


지크와 디트리히는 아무 말도 않았다. 베르단디가 말했다.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세레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웃었다.


“언니가 어떻게 도와줄 건데? 우리 언니 눈이라도 고쳐줄 거야? 도우미라도 공짜로 붙여줄 거야?”


“눈은 고쳐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베르단디가 천천히 말했다.


“가능성이 있어.”


세레니아가 눈을 부릅떴다.


“그게 무슨 소리야?”


“흰무늬심충병이라고 했잖아. 왜 진작에 말 안 했어?”


“그래서?”


베르단디가 팔짱을 꼈다.


“내가 그 병 전문가지.”


“언니 의사야?”


“그 병은 황실에서 나온 병이야.”


베르단디가 웃었다.


“우리 집안의 유전병이라고. 내 조카도, 부왕의 선대왕도 그 병을 앓았지. 세레니아, 운 좋은 줄 알아. 내가 네 언니를 고쳐 줄게.”




세레니아는 한 달이 걸려 쌍둥이 언니를 왕성으로 데려왔다. 그녀의 언니 이름은 에네레실이었다.


베르단디는 에네레실을 왕성 주치의에게 보여주는 대가로 세레니아를 팔콘기사단에 집어넣었다. 세레니아는 꾹 참고 답답한 기사단 생활을 견뎌 냈다.


에네레실은 3개월 만에 눈을 떴다. 암실에서 3개월 간 그녀를 치료한 주치의가 그녀 앞에 성냥불을 들이댔다. 에네레실이 눈물을 흘리며 빛에 적응해 갔다.


“이게 뭔지 알아요?”


베르단디가 에네레실에게 펜을 들어보였다.


“뭔지 알아보겠어요? 만져 봐요. 자.”


에네레실이 어어, 어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펜을 들었다. 그녀가 탁 하고 뚜껑을 벗기더니 종이 위에 글자를 썼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글씨가 엉망이었다.


“어어어.”


에네레실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베르단디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수화로 뭐라고 했다.


“뭐래는 거죠? 이 사람.”


수화사가 통역했다. “감사하답니다.”


“당연히 감사해야지.”


베르단디가 근엄하게 말했다.


“황실의 은혜는 동생의 충심으로 갚으세요.”


에네레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가 수화로 뭐라고 했다.


“자기가 세레니아 대신 최선을 다하겠답니다.”


베르단디가 웃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야죠. 지금은 전시니까요!”




에네레실은 일주일 만에 외부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녀가 암실에서 풀려나 세레니아를 만나자마자 수화로 한 말은 이랬다. <카레에다 밥 먹자.>


에네레실은 요리를 굉장히 잘 했다. 특히 카레를 잘 만들었는데, 예전 집에서는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끓이는 것까지 다 직접 했다고 했다. 집 구조가 익숙해서 불을 다루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다.


세레니아는 에네레실과 함께 친구들에게 대접할 음식 재료를 샀다. 에네레실과 함께 화창한 날의 시장 거리를 거닐 수 있다니,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


그녀는 계산을 하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 세레니아가 말했다.


“언니가 지팡이를 안 쓰는 걸 보니 기뻐서 죽을 것 같아.”


에네레실이 수화로 말했다. <나도 수화 안 쓰고 빨리 말하고 싶어. 말하는 건 못 고치나봐, 오래 말을 안 해서.>


“내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언니를 빨리 고쳐줬을 텐데! 정말 미안해, 언니!”


세레니아가 에네레실을 껴안고 엉엉 울었다. 시장에 장 보러 온 사람들이 세레니아와 에네레실을 가여운 눈길로 쳐다봤다. 이제 눈이 트인 에네레실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에네레실이 세레니아를 떼어내며 수화를 했다.


<넌 최선을 다 했어. 난 널 원망 안 해. 이제 내 눈을 고쳐 줬으니까 더 이상 위험한 일은 하지 마.>


“난 싸우고 싶어! 엄마 아빠를 죽인 진나라 놈들을 다 쳐 죽이고 싶어.”


<넌 유일한 가족이잖아. 네가 죽으면 난 어떻게 해?>


에네레실이 뺨 위에서 손가락을 뿌렸다.


<난 눈물만 마시다 죽고 말 거야.>


세레니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도망치자는 거야? 베르단디 공주가 가만히 안 있을 걸.”


<너만 도망쳐, 세레니아.>


에네레실이 세레니아의 손을 잡았다.


<내가 여기서 죽을 때까지 일할게. 내 빚은 내가 갚아야지. 이태까지 나한테 매여 사느라 너무 힘들었지.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살아!>


에네레실이 쌍둥이 동생의 손에 입을 맞췄다.


<줄곧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언니!”


세레니아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사실 나 너무 힘들어, 지난번에 말했던 애 있잖아, 걔 나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어. 매일 같이 생활하는데도 나한테는 신경도 안 써...”


세레니아가 고백했다.


“더 이상 디트리히 얼굴을 보기 힘들어!”


에네레실에 세레니아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도망쳐. 여기서 도망쳐서 너만 사랑해주는 남자 친구를 사귀어!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아. 이제 검의 길은 가지 마, 날 위해서라도!>


“그럴까?”


세레니아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더 이상 디트리히랑 같이 못 있겠어.”


<그렇게 해!>


에네레실이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주었다. 세레니아가 기겁을 했다.


<이 돈이면 지금이라도 도망칠 수 있을 거야.>


“어디서 났어?”


<모아 뒀어, 너 결혼할 때 주려고. 더 빨리 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에네레실이 웃었다.


<식사 대접은 나 혼자 할게. 넌 내일 아침, 여길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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