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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6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09 12:00
조회
2,572
추천
40
글자
19쪽

8화-여자 친구(1)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8화-여자 친구(1)




3교시.


지크와 디트리히는 지루하고 재미 없는 검술 수업을 끝냈다. 동기들이 헉헉거리며 흉갑을 벗어던지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크와 디트리히도 대충 눈치를 보며 흉갑을 벗고 바닥에 앉아 쉬었다.


동기들은 너무 지쳐서 서로 말도 못했다. 지크와 디트리히가 조용조용 얘기를 했다.


“야. 칼을 저기서 저렇게 잡는 게 말이 되냐?”


“그러니까. 여기 좀 이상하게 가르치는데. 그리고 자세를 이거부터 수련해야지 왜 이거부터 가르치냐? 다짜고짜.”


“교과서를 바꿔야겠어. 내가 다 뜯어 고쳐야지.”


저 건너편에서 카랑카랑한 소리가 들렸다.


“잘난 척 좀 그만 할래? 잘난 건 알겠는데.”


지크와 디트리히가 옆을 돌아보았다.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매끈한 얼굴의 금발 여검사가 그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 내가 틀린 말 했니?”


동기 중 하나인 세레니아였다. 지크가 웃으며 손을 뿌렸다.


“그냥 해 본 소리야! 뭐 과민반응하고 그래.”


“어이가 없어서 그래!”


세레니아가 흉갑을 집어 들며 코웃음을 쳤다.


“아케메네스 장군 양아들이라고 1등 옆에 찰싹 붙어서 잘난 척 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


지크가 잠시 생각했다. 세레니아가 평민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다. 성이 없었으니까. 지크가 나도 평민이거든, 하고 따지려다가 멈칫했다. 근데 왜 난 성이 있지?


지크가 벌떡 일어났다. 그가 세레니아에게 90도로 절을 했다.


“여왕님.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입을 꼬매 버릴게!”


지크가 슬랩스틱을 시작했다. 웁웁웁웁웁 하며 바느질 하는 시늉을 했다. 지크가 입술을 한 쪽만 뻐끔거리며 말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실랍찌요?”


디트리히와 다른 동기들이 웃음을 참았다. “크흡흡!”


세레니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짧게 자른 금발 뒤통수가 뒤로 홱 돌아갔다. 세레니아가 터벅터벅 걸어 사라졌다. 동기들이 떠들어 댔다.


“세레니아! 야! 쟤는 지가 건드려 놓고 저런다?”


“아이 쪽지시험 못 봐서 저래!”


여자 동기들 몇이 세레니아를 따라갔다. 베투리아가 지크를 나무랐다.


“야! 쟤 보기보다 여리단 말이야!”


지크가 계속 한쪽 입술만 뻐끔거렸다. “내가 뭘입쇼?”


베투리아가 지크의 머리통을 칼자루로 쳤다. 지크가 재빠르게 피했다. 그 꼴을 보고 있던 베르단디가 일어섰다.


“그만 해. 베투리아.”


베르단디가 입을 열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베르단디는 국왕의 첫째 공주였다. 공주가 말했다.


“다들 일어나자. 밥 먹으러 가야지.”


공주는 동기들 중 나이도 가장 많은 스무살이었다. 디트리히를 비롯한 동기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베르단디 공주가 세레니아가 놓고 간 칼을 집어 들었다.


“지크, 네가 갖다 주고 와. 울고 있으면 말 걸지 말고.”


지크가 얌전히 대답했다. “알았어. 누나.”


“디트리히. 전술 노트는 정리 했니?”


디트리히도 얌전히 대답했다. “응.”


“그거는 나 주고.”


디트리히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단디가 자기 혼자 쓰려고 노트를 만들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디트리히가 책과 실전을 통해 배운 전략 전술을 정리해서 동기들에게 다 나눠주고 있었다.


베르단디 공주는 모든 동기들을 디트리히만큼 전술 전략에 능수능란하게 만들고 싶었다.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에 들어올 정도면 이다볼 왕국의 재목 중의 재목이었다. 베르단디는 그들 모두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베르단디가 아이들을 이끌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차박차박 칼과 갑옷을 걸어 놓고 줄을 지어 식당으로 향했다. 애들이 점잖게 모여 앉아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베르단디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커피를 샀다. 아이들이 커피를 마시며 1년 전에 있었던 아케메네스 장군의 바우돌리노 패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크가 아케메네스 장군과 인연을 맺었던 그 패전이었다.


베르단디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장군들에게 전달할 생각이었다. 누가 누가 잘못했네 하는 이야기를 듣자 지크는 기분이 상했다. 주먹을 불끈 쥔 그가 아이들에게 싸움을 걸려 했다.


“이것들이! 니네가 그 자리에 있어 봤어? 니네가 뭔데 사람을 쉽게 평가해!”


디트리히와 베르단디가 인상을 썼다.


“지크!”


디트리히가 테이블을 탕 쳤다.


“앉아!”


“너 같으면 앉아있겠냐?”


베르단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지 못해? 아케메네스 장군이 그럼 다 잘해서 졌어? 너 네 아버지라고 무조건 편만 들래?”


“아니지.”


세레니아가 차갑게 말했다.


“아케메네스 장군이 고지대가 좋다고 무턱대고 빼앗으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거야. 지대가 높으면 약점도 커. 기병이 우위면 당연히 전선을 평원으로 끌고 나왔어야지!”


지크가 세레니아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디트리히와 동기들의 표정이 변했다. 지크는 한 번 화가 나면 상대가 누구든 앞뒤 없이 달려들곤 했다.


“그렇게 잘났으면 당장 나가서 진나라 새끼들을 다 쳐 죽이지 그러냐?”


“세레니아!”


베르단디가 세레니아에게 화를 냈다.


“넌 입을 언제 열어야 할지 못 가려? 지금 꼭 그런 소리 해서 얘 속을 뒤집어놓아야 시원해? 아케메네스 장군이 실수한 거, 지크도 알아! 전술 수업시간 내내 그 얘기만 했잖아!”


베르단디가 세레니아에게 쏘아대는 말이 지크의 가슴을 후벼팠다. 세레니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깔끔한 항복에 지크의 분노가 갈 곳을 잃었다. 지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베르단디가 지크의 어깨를 짚으며 세레니아를 보았다.


“세레니아, 그래서 어떻게 장교 생활을 하겠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알아야지. 똑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지크가 화내는 게 당연해.”


세레니아가 지크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크가 후우 하고 분노를 뱃속 깊은 곳으로 밀어 냈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등을 쾅 쳤다.


“야!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말하지 그럼 어쩌란 거야? 아케메네스 장군이 그럼 잘했어? 애들은 다 배운 대로 얘기한 건데 왜 화를 내고 지랄이야?”


지크가 디트리히를 노려보았다. 디트리히가 눈을 치떴다.


“이게! 그럼 장군이 잘했냐구! 어? 대답해!”


베르단디가 디트리히를 말렸다. “디트리히, 다그치지 마. 장군이 잘못한 건 얘도 알아.”


“어휴! 이 꼴통 새끼.” 디트리히가 커피를 꿀꺽꿀꺽 마셨다. 베르단디가 디트리히에게 눈을 흘겼다. 디트리히가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베르단디가 지크를 보며 팔짱을 꼈다. “지크, 바우돌리노 패전은 공부 안 할 거니?”


“할 거야.”


“할 거지?”


“몇 번을 말해! 할 거야! 어우 X발!”


“그럼 됐어. 애들한테 사과 안 해?”


지크가 성질을 냈던 애들한테 고개를 까닥였다.


“미안.”


애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휴. 꼴통 새끼!”


애들이 떠들어 댔다.


“성질만 보면 칼도 잘 쓸 것 같은데 왜 칼은 못 쓸까.”


“너무 급하니까 못 쓰는 거지. 전술이야 종이 앞에서 혼자 펜 굴리고 생각하는 거니까 1등하는 거고.”


“천상 작전장교네! 얘는 야전 나가면 난리 나겠다 야!”


“군사들 다 몰아 죽이지. 얘 성격에. 차분한 사람들도 전장 가면 홰까닥 미쳐가지고 가끔씩 자살공격 하는데.”


“야야! 그만해!”


지크가 짜증을 냈다.


“성질 고치면 되잖아!”


“디트리히가 저렇게 애걸복걸해도 못 고치는데 어떻게 고쳐?”


“고친다 고쳐!”


지크가 이를 갈았다.


“이놈의 성질머리 고치고 만다!”


“챠하하!”


디트리히가 웃어젖혔다. 베르단디도 싱긋이 웃었다.


“뭐, 아직 사춘기라 그러는 거겠지. 나이 먹으면 나아질 거야!”


“제발 좀!”


세레니아가 거들었다. 지크가 세레니아를 노려보았다. 세레니아도 지지 않고 노려보았다. 둘은 앙숙 중의 앙숙이었다.


베르단디와 디트리히가 테이블을 다시 쾅 쳤다.


“지크!”


“세레니아!”


세레니아가 애써 지크에게서 시선을 뗐다. 지크가 이를 갈았다.


“쟤, 언제 내가 한 대 친다.”


지크가 선언했다.


“한 번 꼭 친다!”


세레니아가 눈을 치떴다. 세레니아도 한 번은 그럴 생각이었다.







세레니아와 지크는 그 때 이후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지크는 동기들에게 보여줄 셈으로 이를 악물고 아케메네스의 패전 공부에 몰두했다. 다음 전략전술 쪽지시험도 1등은 지크의 차지가 되었다.


“지크!”


시험을 마치고 나온 지크의 어깨를 누군가 탁 쳤다. 먼저 시험장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던 디트리히였다. 그가 차가운 주스를 내밀었다.


“수고했다.”


“어.”


지크와 디트리히가 다음 교실로 걸어가며 주스를 원샷했다. 본래 시험 시간보다 10분이나 빨리 나온 그들에게는 2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캬아!”


지크가 포효했다. 디트리히가 킬킬거렸다.


“새끼. 야! 티 좀 내지 마라. 그러니까 세레니아 같은 애들이 싫어하잖아.”


“지가 싫어하면 어쩔 건데?”


등 뒤에서 문이 탁 열렸다 탁 닫혔다. 뚜벅뚜벅 군화 소리가 다가왔다. 디트리히가 뒤를 돌아보았다. 동기 중 3등이자 4등 지크와 앙숙인 세레니아였다.


“세레니아. 이번 시험은 잘 봤나 보네?”


디트리히가 세레니아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둘렀다. 세레니아가 밀쳐 냈다.


“뭐야? 또 왜 그래? 조울증이냐?”


세레니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디트리히가 하하 웃었다. 세레니아가 지크에게 다가갔다.


“야.”


“왜.”


“너 나랑 얘기 좀 하자.”


지크가 입술을 비죽였다.


“오늘이 그 날이냐?”


“뭔 개소리야?”


“한 판 하는 날이냐 이 말이야.”


“하!”


세레니아가 지크를 비웃었다.


“이게 뒤지고 싶나. 당장 따라 나와! 그런 거 아니니까.”


세레니아 지크를 위아래로 흘겨보았다. 그녀가 홱 뒤돌았다. 지크가 주먹을 그러쥐고 세레니아를 따랐다.


디트리히가 입맛을 쩝쩝 다시다가, 그냥 제 갈길 가기로 했다. 지크 실력으로 세레니아를 때려눕히진 못할 터였다. 세레니아도 생각이 있으니, 설마 퇴학당할 정도 지크를 많이 때리진 않을 것이다.



건물 뒤편으로 지크를 불러낸 세레니아가 뒤돌았다. 그녀가 짧은 단발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뭐?”


지크가 을러 댔다.


“빨리 덤벼!”


“너 여자친구 있냐?”


지크의 얼굴이 벌개졌다. “뭐, 뭐야, 너 그거 왜 물어보는데?”


“있어 없어!”


“당연히 있어! 너, 꿈도 꾸지 마!”


“그럼 디트리히는?”


“몰라! 없겠지 뭐.”


“됐어 그럼.”


용무가 끝난 세레니아가 등을 돌렸다. 지크가 인상을 썼다.


“뭐야? 혼자 왔다갔다 조현병이냐?”


“이게 진짜 뒤질라고!”


세레니아가 이빨을 드러냈다.


“너, 내가 이런 거 물어봤다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병신이냐? 쪽팔리게 누구한테 얘기를 해! 너 같은 애한테 고백을 받았는데! 이건 가문의 수치다!”


“뭐야?”


세레니아가 인상을 썼다.


“누가 누구한테 뭘 해?”


“야! 됐어 됐어. 없던 일로 해!”


세레니아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세레니아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마, 너!”


지크가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한 마디도 하지 마!”


세레니아가 하! 하고 헛웃음을 쳤다. 그녀가 칼을 빼들다가 집어넣고, 손을 하늘 위로 쳐들고 몇 바퀴 빙빙 돌았다. 지크가 긴장했다. 진짜 조현병인가?


세레니아가 지크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넌 진짜 구제불능이다.”


“누가 할 소리!”


세레니아가 자리를 떠 버렸다. 지크가 연신 침을 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안 들었겠지. 지크가 재빨리 디트리히를 찾아 교실로 뛰어올랐다.




베르단디와 디트리히는 최근 며칠 간 당황의 연속이었다. 지크와 세레니아의 분위기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세레니아가 지크에게 또 전략 시험을 져서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지크의 상태가 또 이상했다. 지크는 세레니아와 얘기를 하고 온 다음부터 아예 자습에 손을 놓아 버렸다.


“이 새끼가!”


지크가 일주일 째 헤롱대고 있자, 참다 못한 디트리히가 지크를 다그쳤다.


“미쳤냐? 미쳤어? 어!”


디트리히가 슬리퍼로 지크의 뺨을 쳤다. 지크의 눈빛이 약간 돌아왔다.


“지금 뭐 했냐? 이 새끼가!”


“세레니아한테 맞았어? 그 년이 뭐라고 했길래 상태가 이 따위야! 정신 차려 임마! 공부 안 해?”


지크가 디트리히의 손을 잡아챘다. 한 2년 운동했다고 그새 힘이 세졌다. 디트리히가 지크를 밀쳤다.


“솔직하게 말 안해?”


“나 못 다니겠어, 여기.”


“왜!”


디트리히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소리를 쳤다.


“왜!”


“고백 받았어.”


“뭐야?”


디트리히가 헛웃음을 쳤다.


“내가 너하고 24시간을 붙어 있었는데 누구한테 고백을 받아? 나도 소문 들었어. 도대체 어떤 새끼가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 거지?”


“세레니아.”


“뭐?”


“세레니아가 말하고 다니는 거야.”


디트리히가 인상을 썼다.


“걔가 너한테 고백을 했어?”


“어!”


지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나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하지?”


“안나가 누구야? 그 안나-”


지크가 끓어오르는 짜증을 눌러 참았다.


“너 아직도 그 안나 얘기하냐?”


“세레니아, 저 썅년 때문에 집중이 하나도 안 돼! 나 안나하고 결혼 못하면 어떻게 하지? 안나가 이 소문을 알아 봐!”


“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디트리히가 호통을 쳤다.


“뭐 멍청한 짓거리 했다간 맞아 죽을 줄 알아.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알았어?”


“어.”


지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디트리히가 지크를 남겨두고 방을 나갔다. 그가 곧장 화려한 베르단디의 방으로 갔다. 베르단디가 책을 쌓아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디트리히.”


“어. 누나.”


“왜 왔어?”


디트리히와 베르단디가 지크의 얘기를 했다. 베르단디가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렇게 얘기했다니까!”


“세레니아한테 들은 거랑 정반대야!”


“세레니아가 뭐라 했는데?”


베르단디가 입을 다물었다.


“그건 말 못해. 세레니아 입장도 있고.”


“아 진짜!”


디트리히가 테이블을 쾅 쳤다.


“그럼 세레니아가 지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가짜라는 거네? 그건 도대체 누가 퍼뜨린 건데?”


“하여튼 이 쪽은 아냐.”


“이 개새끼들! 도대체 누구야!”


디트리히가 화를 냈다. “잡히기만 해 봐라!”


“일단 지크하고 세레니아가 오해하고 있으니까 자리를 만들어서 얘기를 하자.”


“지금 당장 하자!”


디트리히가 벌떡 일어섰다.


“시간 아깝게 이게 무슨 일이야?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누나가 당장 세레니아 데리고 여기로 와. 내가 지크 데리고 지금 올 테니까!”




베르단디, 디트리히, 세레니아, 지크는 무릎을 맞대고 베르단디의 화려한 방에 모였다. 세레니아는 연신 울고 있었고, 지크는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디트리히가 테이블을 쾅 쳤다.


“지크! 빨리 말해!”


지크가 눈을 슬쩍 쳐들고 세레니아를 쳐다보았다. 세레니아가 고개를 수그리고 눈물만 방울방울 흘리고 있었다. 지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니?”


“이 개새끼야!”


세레니아가 쌍욕을 했다.


“너 때문에 이상한 소문났잖아...!”


세레니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짧은 금발의 단발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엉엉 울었다.


“니가 퍼뜨렸지! 너 때문에 망했어!”


세레니아의 좁은 턱이 벌벌 떨렸다. 그녀의 아몬드 같은 눈 안의 푸른 눈동자에 눈물이 샘솟았다.


“이제 어떻게 해!”


베르단디가 세레니아를 달랬다. 디트리히가 지크를 다그쳤다.


“니가 소문냈어?”


“소문 안 냈어!”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베르단디가 지크에게 쏘아붙였다.


“네 탓이야! 네가 저녁 먹으면서 동기들에게 세레니아 얘길 했다며! 그런 걸 왜 자랑해?”


“그냥 있는 그대로만 얘기한 거야! 별 거 아니잖아!”


“별거 아니라고? 웃기지 마! 너!”


세레니아가 도끼눈을 뜨고 지크를 노려보았다. “아주 푸들푸들 떨었으면서!”


디트리히가 한숨을 쉬었다. “니가 뭐라고 했는데.”


“여자 친구 있는지 물어봤다! 왜!”


디트리히가 인상을 썼다. “세레니아! 지크에게 그런 걸 왜 물어본 거야!”


“그냥 물어봤어!”


세레니아가 부르짖었다.


“물어보는 것도 안 돼?”


“어이가 없네. 아니 불러내서 물어 봤으면 이상한 거 맞네! 지크가 오해했다고 볼 수 없잖아!”


디트리히가 두 손을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베르단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대체 왜 알아서 오해 사는 짓을 했어?”


베르단디가 대신 대답했다. “그건 이유가 있었어.”


“무슨 이유?”


“그건 너희가 알 필요 없어! 중요한 거 아냐. 세레니아가 실수했어. 진짜 물어보려고 했던 건 그게 아냐.”


“뭘 물어보려고 했는데?”


“물어보려고 한 게 아니고, 지크하고 화해하려고 한 거야!”


“화해하는데 그런 걸 왜 물어봐?”


“말이 잘못 나왔어!”


베르단디가 입을 꾹 다물고 디트리히와 지크를 쳐다보았다.


“얘가 말실수를 한 거야!”


디트리히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세레니아와 지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야. 그냥 니네 사겨라. 어렵냐? 뭐 불법도 아니고. 그냥 해!”


“미쳤어!”


세레니아와 지크가 소리를 질렀다.


“절대 저 새끼하곤 안 해!”


“저런 미친년하고 무슨 연애야! 난 여자 있어!”


디트리히가 손뼉을 딱 쳤다. “야 됐다 됐다. 그럼 오해는 풀렸네. 지크! 다시는 그 따위 소리 하고 다니지 마. 세레니아! 지크는 이제 더 이상 오해 안 하니까 화 풀어. 됐지?”


“세레니아, 그만 울어.”


베르단디가 세레니아의 등을 두드렸다. 세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을 그쳤다. 지크도 고개를 들었다.


“뭐 내가 잘못한 거 하나 없구만.”


“이 새끼가!”


“이 새끼가 진짜!”


베르단디와 디트리히가 합창이나 하는 듯 지크를 혼냈다.


“입 다물어!”


지크가 입을 딱 다물었다. 디트리히가 세레니아와 지크의 손을 강제로 잡게 했다.


“이제 제발 좀 화해해라. 응?”


“화해해!”


베르단디가 명령했다.


“우리 1등부터 4등까지가 서로 잘 지내야지. 그래야 나라가 잘 돌아갈 거 아니니.”


“나라까지 운운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야?”


“대단하지! 너희는 나라의 재목이야.”


베르단디가 근엄하게 말했다.


“너희는 친하게 지내야 해. 그래야 군이 하나로 돌아가지! 난 너희들 말고도 신경 쓸 일이 많아. 그러니까 서로 친하게 지내고, 웬만한 문제는 알아서 처리하고 그러란 말이야.”


“공주님 말씀 들었지?”


디트리히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일어났다.


“피곤해 죽겠다. 지크! 가자. 당장 가서 공부해! 이 새끼야!”


“세레니아, 너도 공부해. 3등 자리 지켜야지. 장학금 안 받을 거야?”


세레니아가 조용히 일어났다. 세레니아가 디트리히의 눈치를 살폈다. 디트리히가 어깻짓을 했다.


“내 눈치 보지 마? 난 화 안 났어.”


“그럼 됐어.”


세레니아가 베르단디의 방을 뛰어나갔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의자를 걷어찼다.


“너도 당장 일어나! 이 귀찮은 연애불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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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9화-첫 출전(2) +2 18.08.13 2,114 35 12쪽
25 9화-첫 출전(1) 18.08.12 2,271 35 14쪽
24 8화-여자 친구(3) +2 18.08.11 2,176 34 9쪽
23 8화-여자 친구(2) +2 18.08.10 2,219 41 10쪽
» 8화-여자 친구(1) +2 18.08.09 2,573 40 19쪽
21 7화-검의 길(3) +1 18.08.08 2,631 45 8쪽
20 7화-검의 길(2) +1 18.08.07 2,694 47 8쪽
19 7화-검의 길(1) 18.08.06 2,877 51 8쪽
18 6화-스승과 친구(3) 18.08.05 2,938 40 13쪽
17 6화-스승과 친구(2) 18.08.04 3,046 43 10쪽
16 6화-스승과 친구(1) 18.08.03 3,232 51 13쪽
15 5화-불경기(4) 18.08.02 3,140 38 8쪽
14 5화-불경기(3) 18.08.01 3,182 39 11쪽
13 5화-불경기(2) 18.07.31 3,357 37 9쪽
12 5화-불경기(1) 18.07.30 3,753 45 9쪽
11 4화-첫사랑(3) 18.07.29 3,846 46 7쪽
10 4화-첫사랑(2) +1 18.07.28 4,126 52 9쪽
9 4화-첫사랑(1) +2 18.07.27 4,698 47 8쪽
8 3화-다크엘프의 숲(2) +2 18.07.26 4,920 45 8쪽
7 3화-다크엘프의 숲(1) +2 18.07.25 5,581 56 8쪽
6 2화-소년가장(3) 18.07.24 5,970 75 7쪽
5 2화-소년가장(2) 18.07.23 6,344 75 8쪽
4 2화-소년가장(1) 18.07.22 7,127 82 10쪽
3 1화-재로 빚은 추억(2) +4 18.07.21 8,394 97 10쪽
2 1화-재로 빚은 추억(1) +4 18.07.20 10,998 105 9쪽
1 0화-프롤로그 +8 18.07.20 18,179 12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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