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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서재입니다.

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73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7.20 16:44
조회
18,179
추천
120
글자
6쪽

0화-프롤로그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I부. 사선에서


1. 박해를 넘어


0.0. 프롤로그



지크는 느슨하게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오늘도 아무것도 없다.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오늘도 밤이나 주워다가 삶아 먹어야 할 팔자다.


“안녕.”


그가 괜히 발 옆의 풀꽃에게 말을 걸었다. 풀꽃은 햇빛과 물과 흙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지만, 그는 사람의 몸이라 필요한 게 너무나 많았다. 그는 생각했다. 그의 동생인 세루크와 앙리가 풀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덜 힘들여서 키울 수 있을 텐데.


그는 꿈이 없었다. 바라는 것도 많이 없었다. 불을 때면 따뜻해지는 두꺼운 벽돌집을 갖고 싶었다. 그의 나라에는 여름이 없고, 봄과 가을, 겨울 뿐이었다.


저 따뜻한 남쪽에는 여름이 있고, 집 앞에는 바다가 있다고 들었다. 그는 바다에 누워 여름 햇빛을 맞으며 맑은 바닷바람을 들이키는 상상을 했다.


지크가 주변에 보이는 쑥과 나물을 캐어다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걸로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내일은 아침 일찍 세루크와 함께 나가서 사냥을 해야겠다. 앙리는 아크나 라프네 집에 맡겨 놓으면 될 것이다.


저 멀리 밤송이가 하나 떨어져 있다. 지크가 냉큼 밤송이를 주웠다. 까서 주우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다. 빨리 많이 주워서 가져가야 한다. 밤이 저 멀리에 두세 개 떨어져 있다. 지크가 또 냉큼 주웠다. 밤이 두세 개씩 계속 떨어져 있었다. 마치 야광돌로 길을 표시해 놓는 것처럼 말이다.


지크는 밤을 보이는 대로 주워서 가방에 넣었다. 손이 따끔거렸지만 아파할 시간도 없었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밤을 주우며 나아가다 보니, 저 멀리 작은 오두막이 나타났다.


“아차.”


이 땅 주인인가 보다. 지크가 눈가를 찡그렸다. 집 앞에 누가 서 있었다. 붉은 손잡이가 달린 긴 칼을 등에 차고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남자였다. 검은 갑옷을 입고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깊은 눈매가 지크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뭘 그렇게 놀래?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여긴 깊은 곳인데.”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갸름한 얼굴과 깊고 검은 눈, 단정한 입술. 지크는 자기도 모르게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밤을... 주웠어요.”


“내 이름은 디트리히야.”


남자가 난데없이 자기 이름을 소개했다. 지크가 인상을 썼다.


“혹시 이 밤나무 주인은 아니시죠?”


남자가 미미하게 웃으며 발 아래의 밤송이를 툭툭 찼다. 밤송이가 데굴데굴 굴렀다. 지크는 그의 발 아래 무릎을 꿇고 밤송이를 주워 올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건 대체 무슨 마음이지.


“줄까? 밤.”


“네.”


“무릎 꿇어 봐.”


남자가 싱긋이 웃었다. 이런 놈이었구나. 지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밤 다시 드릴게요.”


디트리히가 웃었다. “뭐야? 생각보다 근성이 없네.”


지크가 웃으며 어깻짓을 했다. “근성 부릴 힘도 없어요. 배 고파서요.”


디트리히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그 정도야?”


지크가 주머니에 든 밤송이를 바닥에 우수수 떨궜다. “돌아갈게요. 애들이 기다려서요.”


“애들? 동생이 있어?”


“네. 한 명은 열 한 살이고, 한 명은 다섯 살이요.”


“흠.”


디트리히가 눈썹을 꿈쩍였다.


“넌 몇 살인데?”


“열 넷이요.”


“열 넷 밖에 안 되는데 동생이 두 명. 옷차림을 보아하니 오늘 먹을 것도 걱정하는 신세.”


디트리히가 천천히 말했다.


“그런데도 자존심을 세워? 어서 무릎 꿇어. 그러면 밤을 가지고 가게 해 줄게.”


“웃기지 마요.”


“뭐?”


“당신 하는 짓거리로 보아, 무릎 꿇어도 밤 줄 것 같지 않아. 사람 우습게보지 말라고.”


디트리히가 지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가 하하 웃었다.


“너, 열넷 맞니?”


“그러는 넌 몇 살인데?”


“나도 열넷이야.”


“유치한 짓 하는 게 딱 10대더라. 그럴 줄 알았어.”


“아주 웃기네. 너도 10대거든.”


“너처럼 별장이나 다니면서 놀고먹는 부잣집하곤 밀도가 다른 삶을 살아서 말이지.”


지크가 디트리히를 노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갈 테니까, 헛수작 하지 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서 파묻고 가 버린다.”


“하하하!”


디트리히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야지! 역시.”


“그래야 된다고? 미쳤냐?”


“이렇게 하자.”


“또 무슨 수작이야?”


“매일 와서 나랑 놀아 줘. 그러면 밤을 줄게.”


“뭐?”


지크가 인상을 썼다.


“사람을 뭘로 보고! 정말 죽여 줄까?”


“오해하지 마.”


디트리히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상한 소리 아니었어. 검술 상대가 필요할 뿐이니까.”


지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 놈이네. 나 간다.”


“밤은 그냥 갖고 가!”


디트리히가 소리를 쳤다.


“내 이름 기억해. 꼭!”


도대체 뭐 하는 미친 놈이지. 지크는 디트리히가 쫓아올까 봐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밤을 뺏기지 않아서 참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가서 얼른 삶아 먹어야지.


김이 호호 나는 밤을 까먹으며 좋아할 세루크와 앙리가 눈에 어른거렸다. 지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는 곧 디트리히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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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화-여자 친구(2) +2 18.08.10 2,220 41 10쪽
22 8화-여자 친구(1) +2 18.08.09 2,573 4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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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화-검의 길(2) +1 18.08.07 2,694 4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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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불경기(4) 18.08.02 3,140 38 8쪽
14 5화-불경기(3) 18.08.01 3,182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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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화-불경기(1) 18.07.30 3,754 4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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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화-첫사랑(2) +1 18.07.28 4,126 5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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