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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52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02 12:00
조회
3,139
추천
38
글자
8쪽

5화-불경기(4)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5화-불경기(4)




지크는 30분 거리의 라노르의 집까지 한달음에 뛰어갔다. 말똥 냄새가 풀풀 나는 작업복을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흘겨보았다. 지크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벌써 누가 세루크와 앙리를 잡아가지 않았는지, 오로지 그 생각 뿐이었다.


“세루크! 앙리!”


지크가 라노르의 집문을 열어젖혔다. 문에 말똥이 묻는 것도 아랑곳 않고 여기저기를 살폈다. 낮잠을 자고 있던 세루크가 깜짝 놀라 뛰어내려왔다.


“형!”


“당장 가자!”


“무슨 일이야?”


세루크가 지크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숨을 삼켰다.


“들켰대?”


“당장 가야 돼!”


지크가 2층으로 뛰어올랐다. 세루크가 지크를 달랬다.


“진정해. 일단 옷부터 벗어. 말똥 냄새 때문에라도 들키겠어!”


그제서야 지크가 말똥이 가득 묻은 작업복을 바닥에 벗었다. 그가 땀에 절은 몸으로 앙리를 안았다. 세루크가 앙리의 목발을 집어들었다.


둘이 나는 듯이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지크가 1층 라노르의 방을 마구 뒤져 돈을 찾아냈다.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지크가 입술을 깨물었다.


“형! 훔치는 거야?”


“안 그러면 어떻게 해!”


“그래도 아저씬...”


지크가 세루크를 노려보았다.


“나도 이런 짓 안 하고 싶어! 그럼 어쩌란 거야? 돈 한 푼 없이 어쩌란 거야!”


지크가 눈물을 흘렸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단 말이야!”


세루크가 목발을 집어던졌다. 그가 지크가 뒤지던 서랍을 마저 뒤졌다. 돈이 될 만한 건 모두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지크가 그런 세루크를 콱 때렸다.


“넌 하지 마!”


“이거 놔!”


“넌 하지 말라고!”


지크가 세루크의 주머니 든 라노르의 시계와 펜을 모두 서랍에 다시 집어넣었다. 세루크가 울먹였다. 지크가 그런 세루크를 잡아끌었다.


“당장 가자!”


세루크가 울며 지크에게 질질 끌려 밖으로 나왔다. 라노르는 말을 가진 게 없었다. 마굿간에 가서 돈 대신 말을 달라고 다시 말을 해 볼까. 하지만 이제 와서 그렇게 해 줄 리가 없다.


“어떡하지, 세루크.”


지크가 지친 얼굴을 손으로 닦았다. 자꾸 눈물이 났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해! 어디로 가지.”


“일단 말을 사야 해.”


세루크가 끄윽끄윽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말을 빌릴만한 곳이 없을까?”


“없어. 마굿간은 거기밖에 없어.”


세루크가 한숨을 쉬었다.


“일단 도망가자. 이 마을을 벗어나야 해!”


세루크와 지크가 마을 입구로 달렸다. 어느새 잠에서 깬 앙리가 파들파들 떨며 울고 있었다.


“형, 붕대를 풀어 줘.”


앙리가 말했다.


“나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날 업고 어떻게 산을 올라가.”


“넌 가만히 있어!”


지크가 짜증을 내며 계속 달렸다. 세루크가 든 아이용 목발이 자꾸 여기저기 걸렸다. 사람들이 우다다다다 하고 내달리는 두 명의 애들을 쳐다봤다.


세루크가 숨을 몰아쉬며 자꾸 멈춰섰다. 지크가 몸이 달아서 세루크를 다그쳤다.


“빨리 와! 빨리!”


“알았어.”


하지만 말 뿐이었다. 세루크가 무릎을 짚고 헐떡였다. 세루크가 손을 내저었다.


“형, 먼저 가.”


“안 돼! 빨리 일어나!”


지크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가 닥치는 대로 옆사람들을 붙잡고 사정했다.


“마차를 빌릴 수 있을까요? 말은요? 엄마가 아파요. 제발. 꼭 갚을게요!”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응해주지 않았다. 세루크가 지크의 손을 흔들어 댔다.


“가자 빨리!”


지크가 사람들을 노려보며 앞으로 달렸다. 세루크에게 보조를 맞추며 한 시간을 더 달리니 겨우 성문이 나왔다. 세루크는 얼굴이 퍼래질 정도로 기진맥진해 있었다.


지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다시 눈물이 나오려 했다. 아무리 지크라도 세루크와 앙리를 같이 업을 수는 없었다. 지크가 경비병에게 사정했다.


“병사님, 제발 말을 좀 빌려주세요.”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너희들, 한 달 전엔가 엄마를 찾아서 들어온 애들이지?”


병사가 인상을 썼다.


“엄마를 찾았어?”


“엄마는 다른 성에 있대요. 지금 당장 가야 해요! 엄마가 위독해요!”


마음이 다급해진 지크가 숨을 몰아쉬었다. 병사가 지크의 어깨를 다독였다.


“진정해. 진정. 라노르 선생님네 집에 얹혀 산다고 들었어. 선생님은 어디 계셔? 얘기 좀 해 봐야겠다. 그러면 내보내 줄게. 말도 빌려줄게.”


“선생님은 멀리 가셨어요. 한동안 안 올 거예요-”


“그런데 너희는 가는 거야? 너희들. 혹시...”


병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희들, 가방에 든 거 다 꺼내 봐!”


지크가 당황했다. “싫어요!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내놔!”


병사가 지크의 가방끈을 붙잡았다. 지크가 가방을 붙잡고 버텼다. 세루크가 달려들어 목발로 병사를 마구 때렸다.


“이거 놔! 이거 놔요!”


“이 놈들이!”


저 멀리서 다그닥 다그닥, 하고 말발굽 소리가 났다. 지크가 몸을 떨었다.


“당장 내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


지크가 병사의 칼을 뺏으려 했다. 병사가 기겁을 하며 지크를 밀쳤다.


“이 새끼가!”


병사가 칼을 허리에서 풀어 냈다. 지크가 몸을 웅크렸다. 병사가 칼자루로 지크를 마구 때렸다.


“아아악!”


지크가 비명을 질렀다. 앙리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세루크와 앙리가 지크를 감쌌다.


“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


세루크와 앙리가 울음을 터뜨렸다.


“잘못했어요! 병사님!”


병사가 벌개진 얼굴로 칼을 내렸다. 지크가 멍투성이가 된 얼굴로 벌벌 떨며 일어섰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서 라노르가 말을 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지크가 울음을 터뜨렸다. “라노르 아저씨!”


라노르가 헉헉대며 말에서 내렸다.


“자. 이걸 타고 가라. 시간이 없어!”


“아저씨...”


“괜찮다. 괜찮다!”


지크가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라노르가 지크를 꼭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라. 어서 말에 타!”


“아저씨. 죄송해요.”


“괜찮다. 괜찮아.”


라노르가 지크의 가방에서 떨어져 나온 동전을 주워다가 다시 가방에 넣어 주었다.


“이걸로 마굿간 돈 받은 셈 쳐라.”


“죄송해요! 의사 선생님.”


세루크가 엉엉 울었다. 라노르가 세루크와 앙리를 안아 주었다.


“맛있는 밥을 해 줘서 고맙다. 앙리! 잘 지내거라.”


지크가 눈물을 닦고 말에 올라탔다. 라노르가 세루크와 앙리를 말에 올렸다. 그가 허리띠를 풀어 세루크와 앙리의 허리를 지크의 허리에 묶어 주었다.


“잘 가라! 얘들아.”


라노르가 눈물 범벅이 된 안경을 옷에다 문질러 닦았다.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고마워요!”


지크가 고개를 숙였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지크가 말머리를 돌렸다. 라노르가 병사들을 다그쳤다.


“뭐 해? 빨리 문 열어! 애들 가야 돼!”


“엄마 보러 가야 해요!”


지크가 악을 썼다.


“문 열어 줘요!”


병사들이 서로 곁눈질을 했다. 병사 한 명이 지크의 등 뒤에 손가락질을 했다. 지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또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멈춰! 멈춰라!”


말 위에 올라탄 자들이 소리를 쳤다. 겁은 흉갑을 입고 장화를 신은 장교들이었다.


지크가 기겁을 하며 성문을 향해 말을 달렸다. 두꺼운 철문 앞에 서자 말이 주춤거렸다. 지크가 소리를 쳤다.


“빨리 문 열라구요!”


병사들이 대답하지 않았다. 병사들이 장교들을 향해 척 하고 경례를 했다. 장교 하나가 지크의 얼굴을 보고 파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이다! 큰일 날 뻔 했다. 이 놈이 도망갔으면 나도 모가지일 뻔했어.”


“네에?”


병사들이 깜짝 놀랐다. 장교 하나가 지크를 손가락질했다.


“뭐 하냐? 당장 이 꼬마들을 포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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