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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3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7.26 12:00
조회
4,919
추천
45
글자
8쪽

3화-다크엘프의 숲(2)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3. 다크엘프의 숲(2)




지크는 예정보다 2주나 더 율리우스의 오두막에서 지냈다.


말이 기력을 되찾자, 율리우스는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가면 더 사냥감을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지크는 선선히 말을 내주었다.


율리우스는 산을 돌아다니며 온갖 산짐승을 잡아 왔고, 안나의 손 밑에서 고기는 하나같이 본연의 맛을 냈다. 세루크와 앙리는 내심 오두막을 떠나기 싫어했다. 지크도 슬슬 아예 눌러 지내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참이었다.


파삭, 하고 도끼가 내리찍혔다. 장작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지크가 장작을 울타리 안으로 던졌다. 산처럼 쌓인 장작더미 옆에서 앙리가 메뚜기를 잡으며 놀고 있었다.


“지크.”


안나가 지크의 손목에 아대를 둘러 주었다.


“이거 뭐야?”


“어제 세루크하고 만들었어!”


안나가 활짝 웃었다. 안나의 금발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났다. 안나의 웃음도 햇빛처럼 밝았다.


“좋지?”


“오. 쓸만 한데?”


지크가 웃으며 안나에게 팔을 둘렀다. 안나가 얼굴을 붉혔다.


“왜 그래?”


“뭐가.”


“가자! 앙리.”


안나는 앙리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루크가 창고에서 일을 하는 동안, 앙리는 집 안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손을 대고 있었다. 안나는 세루크와 앙리가 참 똑똑하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지크는 이 곳에 세루크와 앙리를 맡겨 두고 학교를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내가 그냥 감옥에 가면, 두 애들은 여기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설마 애들까지 손을 대진 않겠지. 여긴 보겐자와 몽상드리아의 경계니까 여기까지 찾아오진 않을 거야.


다시 이아이누 태수를 만날 생각을 하자 지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태수는 지크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채찍을 칠 지도 모른다.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형!”


누가 바지를 잡아단긴다. 지크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앙리가 그에게 물을 준다.


“물 좀 먹고 해. 근데 형 키 컸다!”




율리우스는 오늘도 집채만한 멧돼지를 잡아 왔다. 말을 가지고 다니니까 사냥감이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지크는 율리우스에게 배운 방법으로 멧돼지의 가죽을 벗기고 등살을 잘 발라냈다. 살을 오븐에 낮은 온도로 오랫동안 구웠다. 이제 한 4일만 바싹 말려 소금에 절이면 2달이 지나도록 보존할 수가 있다.


안나는 부드러운 안살에 달콤한 양념을 발라서 굽기로 했다. 지크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다. 율리우스는 이빨이 좋지 않아서 삶는 걸 좋아하지만, 지크가 온 후로 안나는 늘 지크 위주로만 요리를 했다.


다섯 명이 식탁에 앉았다. 세루크와 앙리가 소리를 질렀다.


“우와! 이거 뭐에요?”


안나가 웃으며 말했다. “멧돼지야. 아버지가 잡으신 거야.”


“이 냄새 좀 봐!”


“빨리 먹자!”


앙리가 포크로 식탁을 탁탁 쳤다.


“빨리 빨리!”


“기다려. 아저씨 좀 나눠 드리고.”


율리우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됐다. 난 이빨 아파서 많이 못 먹어.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난 이것만 먹을란다.”


아이들이 고기에 달려들었다. 세루크와 앙리가 뼈다귀를 하나씩 집어들고 마구 뜯어 먹었다. 지크도 마찬가지였다. 율리우스가 안나가 만든 수프에다가 멧돼지 고기를 잔뜩 담아서 휘휘 저었다. 안나가 아버지에게 콩과 고구마를 덜어 주었다. 율리우스가 말했다.


“세루크, 앙리. 너희 몇 살이지?”


앙리가 입에 고기를 가득 담고 말했다. “형은 열 한 살이구요, 저는 다섯 살이요.”


“학교 가야겠네?”


아픈 곳을 찔렸다. 지크가 애써 인상을 펴려고 노력했다. 안나가 지크 대신 대답했다.


“학교는 나중에 다닐 거래요.”


“무슨 소리야. 학교가 받아 주겠어? 지금 다녀야지.”


율리우스가 수프를 먹고 부드러워진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너네들, 여기서 학교 다닐래?”


“네!”


앙리가 대답했다. 세루크가 고기만 우물거렸다. 지크가 말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아저씨한테 폐가 될까 봐요.”


율리우스가 술잔을 쾅, 하고 내려놓았다.


“자. 인제 말해 봐라. 도대체 왜 도망을 갔던 거냐?”


“도망간 것 아니에요.”


“근데 왜 오도가도 못하고 안 가고 있어? 엄마 찾아 간다며. 그럼 당장이라도 엉덩이가 들썩거려야 정상 아니냐?”


지크가 아무 말도 못했다.


“착한 녀석 같으니 죄 짓고 도망가는 건 아니고. 무공 훈장을 받았다니 돈이 모자라서 세금을 못 낸 것도 아닐 것이고. 칼을 보아하니 귀족하고도 아는 사이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보겐자 태수하고 사이가 안 좋아요.”


“대들었어? 애들 노역 시키는 것 때문에? 얘네들 원래 공사장에서 일했었다며. 근데 네가 끌고 도망 온 거야?”


“네.”


“그러면 네 이웃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 때문에 그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잖아.”


“무공훈장 연금을 나눠주고 와서 괜찮을 거예요. 그걸로 벌금을 내면 돼요. 그건 이아이누 태수도 못 건드려요. 왕성에서 주는 거라서.”


율리우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벌개진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사실 난 아들이 있었지. 이름은 그리피스야.”


지크가 입을 다물었다.


“2년 전에 죽었어. 내 아들은 검술로는 동년배에서 비견할 바가 없는 대단한 놈이었어. 아들이라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아냐.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도 입학할 놈이었어. 돈이 없어서 못 보냈지만 말이야.”


“네.”


“그런데 죽었어. 씨X, 지뢰를 밟아 버린 거야. 죽은 줄도 모르고 죽었을 거야. 아들놈이 돌아왔는데, 다리하고 몸통 일부는 안 왔어. 너무 많이 흩어져 있어서 못 주웠대.”


지크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입대하려고 했어. 입대해서 진나라 놈들을 다 죽여 버리려고 했어. 그치만 못 했어. 얘 때문에.”


율리우스가 안나의 손을 잡았다.


“얘가 있었으니까 말이야.”


안나가 울먹였다. 율리우스가 안나의 손을 토닥였다.


“얘는 나 없으면 아예 혼자니까 말이야. 지크, 네가 온 건 죽은 내 아들이 보내준 선물이다. 난 그렇게 생각해.”


지크가 벌개진 볼로 안나를 보았다.


“난 너희가 계속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신분이야 새로 만들면 되고, 세루크와 앙리도 여기 있으면 학교에 다닐 수 있잖아. 산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은 사람들이 많아. 내가 그 중 하나를 알아보마. 아무도 너희가 누군지 모를 거다.”


“그럼 무공훈장은요?”


“포기해, 그딴 것. 산에서 토끼나 잡아먹으면서 같이 살자. 우리랑 같이. 세루크와 앙리는 학교에 보내고. 몇 년만 참으면 다 자연스러워져.”


지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케메네스 장군의 말이 생각났다.


‘넌 군인의 심장을 가지고 있어.’


지크는 죽은 아크와 라프를 생각했다. 동생인 세루크와 앙리를 생각했다.


아크와 라프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진 제국에 항복해서 지뢰 제거반 같은 일을 시킨 조국에 복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케메네스 장군을 생각하면, 그를 따라 군대에 돌아가 출세를 해 보고 싶기도 했다. 고급 장교가 되어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싶다. 적어도 징병을 당하는 것보다는 덜 위험할 테니까 일석 이조다.


그러나, 세루크와 앙리를 생각하면 여기서 쥐죽은 듯이 지내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생각해 볼게요, 아저씨.”


“그래 그래. 중요한 일이니까!”


율리우스가 안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하고 안나는 언제나 널 환영하니까. 그치? 안나?”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가 지크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크의 날카로운 콧대와 툭 튀어나온 광대, 날카로운 눈매와 고집스러워 보이는 검은 직모. 지크가 안나를 쳐다보자, 안나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뭐야? 둘이 뭐야?”


세루크가 입을 삐죽였다.


“눈치게임이야 뭐야?”


율리우스가 하하, 하고 웃었다.


“오늘은 이만 자자. 안나하고 지크, 너희 둘이서 설거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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