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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9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08 12:00
조회
2,631
추천
45
글자
8쪽

7화-검의 길(3)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7화-검의 길(3)




지크가 열일곱, 세루크가 열셋, 앙리가 여덟이 된 다음 해, 지크는 무난하게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에 입학했다. 검술은 겨우 과락을 넘겼지만 다른 과목은 모두 우수한 성적이었다.


디트리히도 아케메네스의 부탁으로 지크와 함께 브리태니커에 입학했다. 당연히 1등이었다.


평민이 1등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왕궁에서는 그를 특별히 왕자, 고위 장성들과 함께하는 점심 오찬에 초대했다. 디트리히는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초대에 승낙했다.


식사에 참석한 고위 장성들은 디트리히의 얼굴을 알아보았고, 히스토리아의 검은 호랑이는 그렇게 사양했던 1급 무공훈장을 그 자리에서 반강제로 수여받았다.


아케메네스 장군과 지크는 초대받지 못했다. 지크는 쓴 입맛을 다시며 디트리히를 보내야 했다. 디트리히는 왕궁의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크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스승님.”


지크가 수저를 놓았다. 그렇게 힘들었던 아침 식사도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세루크와 앙리도 편안한 표정이었다. 가슴에 약장을 찬 디트리히가 무심한 눈길로 쳐다봤다.


“왜.”


“안나는 언제 보러 가도 되나요?”


“브리태니커 졸업하면 갔다 와. 겨울까지만 참아.”


“사람을 보내 안나를 데려오면 안 돼요?”


“안 돼.”


디트리히가 딱 잘랐다. “놀러나 다닐라고?”


“얼굴 한 번만 볼게요.”


“안 돼.”


앙리가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세루크가 디트리히를 간절하게 보았다.


“스승님, 안나 누나 한 번만 보러 가게 해주시면 안 돼요? 엄청 기다릴 걸요.”


“누가? 안나가 얘를?”


“네. 맨날 울지도 몰라요. 형이 보고 싶어서요.”


디트리히가 헛웃음을 쳤다.


“안 그럴 걸.”




지크는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이 준 교과서를 바리바리 싸들고 그의 방에 짐을 풀었다. 1등으로 입학한 디트리히의 청으로 지크는 디트리히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스승님.”


“공부하라니까?”


디트리히는 지크에게 공부를 시키고 대신 지크의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군화와 생도용 칼을 반짝반짝하게 닦아 냈다. 지크가 눈치를 보다가 다시 말을 했다.


“스승님.”


“왜.”


“동기들 앞에서 스승님이라고 불러야 되죠?”


디트리히가 지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하하 웃었다.


“왜? 쪽팔려?”


“쪼금요.”


“안 그래도 돼. 나는 한 번도 너한테 스승님 스승님 하라고 한 적 없어? 존대하라고도 한 적 없어. 니가 알아서 한 거지.”


지크가 민망해져서 괜히 기지개를 켰다. 그가 헛기침을 했다.


“야.”


지크가 슬쩍 말을 걸었다. 디트리히가 피식 웃었다.


“왜?”


“너. 아직도 나한테 검술 똑바로 안 가르쳐 줬지?”


“어.”


“언제 똑바로 가르쳐줄 거냐? 브리태니커 졸업해야 되냐?”


“브리태니커를 졸업하면 실력은 웬만큼 될 거야.”


지크가 디트리히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넌 안 가르쳐 주겠다 이거야?”


디트리히가 지크의 새 신입생 구두가 든 상자를 탁 닫았다. 지크가 시선을 떨어뜨렸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앞에 섰다.


“이제 솔직히 말해도 되겠네.”


“제발 좀 솔직히 말해라. 애들까지 다 눈치 깠다.”


디트리히가 선언했다. “너, 검술 별로 소질 없어.”


지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어떻게 군인을 해?”


“칼 잘 써야 군인이냐? 니가 무슨 경비병이니?”


“칼 못 쓰는 장군도 있어?”


디트리히가 지크의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책을 톡톡 쳤다.


“아케메네스 장군.”


“그래?”


“아케메네스 장군은 한 30년은 칼 안 잡았을 걸. 하지만 존경받는 장군이고 승률도 엄청 높아. 그 사람이 자기 칼춤 따라서 카타르에서 이기고 바우돌리노에서 졌겠니? 장군에게 중요한 건 정치력과 전술력이야.”


디트리히가 지크의 볼을 쓰다듬었다.


“이제 검술은 브리태니커 졸업 수준만 익히면 돼. 그 정도면 1대 1로는 누굴 만나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어. 이제 지식을 쌓아야지. 수천 수만 병사의 목숨이 네 손에 달리게 될 거야.”


“그럼 난 기사단에는 안 들어가는 거네.”


“그래. 넌 야전 장교가 될 거야.”


디트리히가 말했다.


“팔콘기사단에는 내가 들어가 있을게. 너는 아케메네스 장군을 따라 야전에서 실전 경험을 익혀. 몇 년 만 고생하면 왕성에서 만날 수 있어.”


“근데 넌 원하는 게 뭐야?”


지크가 디트리히의 손을 잡았다.


“넌 왜 이렇게까지 날 도와주는 거지?”


“계약을 했어.”


“누구하고?”


디트리히가 고개를 돌렸다.


“나도 몰라.”


지크가 일어섰다.


“솔직하게 말해 줘, 디트리히. 전부 다!”


“나도 정확하게 알게 되면 말해 줄게. 지금은 아냐.”


디트리히가 지크의 어깨를 잡았다.


“넌 좋은 녀석이야. 계약을 안 했어도 널 만났다면 언제든지 도와줬을 거야. 넌 책임감 있고 머리도 있어. 넌 소질이 있어.”


“넌 도대체 누구야?”


“난 디트리히야. 그 이상은 나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나. 아홉 살 때 날 찾아온 사람과 계약을 한 후, 그 전의 인생은 아예 지워져 버렸으니까.”


“계약 내용이 뭐야?”


디트리히가 품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너덜너덜한 종이 안에 처음 보는 빛나는 잉크로 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디트리히가 지크에게 계약서를 건네주었다. “어렸을 때 내가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나도 몰라. 하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마음이 있어. 살고 싶었다는 거. 참 절박했다는 거. 아마 전쟁 고아였겠지 뭐.”


글은 아주 간단했다.


<보겐자 산의 지크 쿠아디스가 검의 길을 가는 한, 이 계약서의 주인은 그 어떤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으리라.>


글 아래 디트리히의 이름과 알 수 없는 문자로 된 다른 사람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거야. 사실 검의 길이 뭔지 나도 잘 몰라. 너를 가르치려고 나도 열심히 배우는 중이야.”


“이해가 안 되네. 계약 내용을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데?”


디트리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계약서 주인이 가만히 안 있겠지.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이니까 계약 내용을 어겨서 좋을 것 없어. 나도 내가 한 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상황이 어이가 없어. 왜 이렇게 강한지, 너와 내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어. 진짜 하나도 모르겠다고.”


디트리히가 답답한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의 정장을 벗어 던졌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너와 난 운명공동체라는 거야. 이제 조금 알겠어?”


“전혀 모르겠는데.”


지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다리를 꼬았다.


“하지만 네 말대로,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네.”


“그래. 우린 서로 완전히 코 꿰었어.”


두 친구가 서로를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지크가 답답한 넥타이와 셔츠를 벗어부치며 웃었다. “무슨 운명이냐. 결혼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디트리히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새끼가! 야! 너 왜 갑자기 옷 벗어? 하지 마!”


“미쳤냐! 나 여자 친구 있어!”


“농담이야 임마!”


디트리히와 지크가 웃어젖혔다. 지크가 답답한 정장 바지도 벗어 버리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벗어부친 몸을 쳐다보았다. 여기저기 상처가 참 많았다. 디트리히에게 칼자루로 맞아서 생긴 상처도 몇 개 있었다.


디트리히도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이제 너 안 때린다. 말 안 들으면 그냥 버려 버릴 줄 알아.”


“때린다고 들을 나이냐! 이제 나도 열일곱이야.”


“알아서 열심히 해 임마!”


디트리히가 지크에게 고대어 교과서를 던졌다. 지크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오늘 뭐 해야 하는지 알지?”


지크가 펜을 꺼내들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이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잔소리 그만 좀 해라! 이제 한다.”


디트리히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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