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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60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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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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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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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7쪽

10화-권위와 긍지(5)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0화-권위와 긍지(5)




지크와 베르단디는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지크는 베르단디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베르단디도 지크와 다른 브리태니커 동기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절대로 좁힐 수 없는 입장차가 있었다. 보겐자 산의 기습을 무마하기 위해 벌였던 베르단디의 행동은 이적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래. 결국 여기가 우리의 간극이구나.”


베르단디가 말했다.


“네가 끝까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무엇보다 나라의 생존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그것을 위해서는 그 어떤 걸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하지만 넌 나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거구나.”


“그런 뜻이 아니에요. 누난 아직도 이해 못했어요.”


“이 문제는 몇날 며칠을 얘기해도 합의가 안 될 것 같아.”


베르단디가 웃으며 지크의 술잔을 채웠다. 둘은 벌써 여섯 병이나 마셨다.


지크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럼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가요?”


“본론은 충분히 얘기했어.”


“나와 충성심에 대해 토론하고 싶어서 궁에서 도망쳤어요?”


“난 널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왔어. 너라면 날 이해해줄 줄 알았어.”


베르단디가 술잔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하지만 실패한 것 같네.”


지크와 베르단디가 서로를 보며 나직하게 웃었다. 지크가 베르단디에게 손을 내밀었다. 둘이 악수했다.


“그래도 얘기해서 좋았어요.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누나를 줄곧 미워했을 거예요.”


“나도 널 원망했을 거야.”


베르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해하니까 좋다.”


지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제 돌아가요. 공주님.”




지크는 베르단디와 함께 아케메네스 저택으로 갔다. 아케메네스 장군은 로비에 나타난 베르단디 공주에게 간단히 목례를 할 뿐, 말은 한 마디도 붙이지 않았다.


아케메네스 가족과 베르단디 공주는 철저한 침묵 속에서 식사를 했다. 지크는 앙리와 세루크에게 같이 아침을 먹은 예쁜 누나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지크는 베르단디 공주에게 복면을 씌우고 아발론 궁으로 갔다. 경비병들이 공주의 얼굴을 보려고 하자 화를 내며 드라마스 왕자의 이름을 들먹였다. 경비병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지크는 공주를 그녀가 유폐된 별궁으로 데려다 주었다. 공주가 복면을 벗고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배려해 줘서.”


“당연한 거죠.”


“어차피 조금 있다 보겠네.”


“누나도 오는 거예요?”


“응. 드라마스가 허락해 줬어.”


지크가 금빛 꽃 자수가 수놓아진 커튼을 보며 말했다.


“다행이다. 신년회를 같이할 수 있어서.”


그랬다. 오늘은 1월 1일 새해, 신년회가 있는 날이었다.


매년 1월 1일은 궁에서 모든 관료들과 장성들, 장교들을 모아 큰 파티를 연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도에서 녹을 먹는 자들은 모두 아발론 궁에서 식사를 하며 왕족들과 인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수도에 근무하지 않아도 1월 1일만큼은 휴가원을 쓰지 않고 궁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지크도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만, 드라마스 왕자가 베르단디 공주의 참석을 허락한 것은 의외였다.


오늘 신년회 자리에서, 아케메네스 원수는 태자 책봉에 관한 군의 입장을 발표할 터였다. 바우돌리노 재상도 그에 동조할 예정이었고, 베르단디 공주를 진 제국에 시집보내기 위한 무와틸리 사절단은 그 자리에서 드라마스 왕자의 명을 받아 출발할 예정이었다.


“공주님.”


지크가 베르단디의 손을 잡았다.


“우리 조금 있다 만나요.”


지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올 거죠?”


“왜. 혀 깨물고 자살이라도 할까 봐 그러니? 나 그렇게 유치한 사람 아니다.”


지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베르단디 공주가 하하 웃었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서 눈 밑이 퍼랬다.


“좀 있다 봐!”


“누나.”


지크의 마음 속에 불안한 예감이 스쳤다.


“괜찮은 거죠?”


“괜찮아, 지크.”


베르단디가 지크의 깡마른 볼을 쓰다듬었다.


“다 괜찮을 거야.”




신년회는 정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지크는 처음 참석하는 신년회라서 무척 긴장했지만, 수도에서 일했던 디트리히와 세레니아는 한 번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하급 장교인 그들이 걱정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다른 동기들과 모여앉아 있다가 베르단디와 드라마스에게 절을 한 번씩 한 후, 식사하고 귀가하면 그만이었다.


“얘들아.”


디트리히와 세레니아를 발견한 지크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셋은 오랜만에 한 데 뭉쳤다. 그런데 디트리히와 세레니아의 분위기가 좀 묘했다. 세레니아가 결국 눈치 챘나. 지크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지금은 둘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지크가 눈을 여기저기 돌리며 베르단디를 찾았다.


저 멀리서 베르단디 공주가 수수한 면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군 장성들은 대부분 고개를 돌려 무시했고, 바우돌리노 공작을 비롯한 장관들만 부복했다.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지크는 장성들이 보란 듯이 무릎을 꿇었다. 저 멀리서 휠체어를 탄 아케메네스 원수가 지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크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케메네스가 인상을 썼다.


“오랜만입니다.”


베르단디 공주가 우아하게 목례를 했다. 그녀가 드라마스 왕자의 옆자리를 차고 앉았다.


“잘 지냈니, 드라마스?”


“잘 지냈어. 누나.”


장군들이 다시 인상을 썼다. 몇몇 장군들이 보란 듯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베르단디는 머리카락 한 올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윽고 개막식 시간이 되었다. 악사들이 나팔을 몇 번 불고 나서 바우돌리노 재상이 앞으로 나섰다.


“바쁜 와중에 전국에서 모여 주신 장군님들, 장관님들과 모든 아발론 궁 식구 여러분. 반갑습니다. 재상인 바우돌리노 공작입니다.”


사람들이 몇 번 박수를 쳤다.


“작년은 특별한 해였습니다. 폐하께서 쓰러지시고 드라마스 왕자님께서 국사를 총괄하셨지만, 몇 년 만에 처음 있었던 적국의 기습 공격을 대파해 냈습니다.”


국왕이 뇌출혈로 쓰러진 1년 간, 드라마스는 군권을, 베르단디는 내치를 맡아 왔다. 하지만 바우돌리노 공작은 일부러 베르단디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이는 큰 승리입니다. 장차 있을 진 제국과의 전면전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재상으로서, 귀족으로서, 또 신민으로서 여러분께 청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결정해 주십시오. 폐하께서 쓰러지신 지금, 이제 이다볼 왕국을 누구의 손에 맡겨야 하겠습니까?”


“아케메네스 원수는 아닙니다!”


저 뒤에서 누군가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아케메네스 원수가 인상을 쓰며 저 너머를 보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머리에 태수의 관을 쓴 거대한 흑인이 나타났다. 흑인이 소리쳤다.


“적어도, 아케메네스 원수에게 나라가 넘어가선 안 됩니다! 저 자는 역적입니다. 간신 중의 간신입니다!”


“이아이누 태수!”


아케메네스가 이를 갈았다. 이아이누가 사람들을 휘둘러보며 외쳤다.


“저 자는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자입니다. 이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아이누가 눈을 크게 뜨고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보았다. 그가 높이 쳐든 그것. 아케메네스가 진 제국의 스파이들에게 흘린 지크의 전략 회의 초안 자료였다.


“저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서 이것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케메네스가 적국와 내통하여 나라의 국사를 좌지우지한 증거입니다!”


이아이누가 주머니에서 네 번 접힌 서류를 탈탈 털어 펼쳤다. 그가 다른 한 손으로 그것을 베르단디 공주에게 보였다.


“고발장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아케메네스 원수를 고발합니다. 용기있는 검사가 있다면 고발장을 접수해 주십시오! 한 명도 없습니까? 이 나라에 충신이 한 명도 없습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저 뒤에서 한 사람이 외쳤다.


“그 자료가 진짜가 아니라면 태수님은 무고죄요!”


이아이누가 홀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쳤다. “진짜요! 이건 진짜 자료요! 우리는 황실과 백성을 잇는 나라의 허리요. 우리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소. 폐하의 명으로 판결과 세금을 총괄하시는 베르단디 총리님, 아케메네스를 수사해 주십시오!”


드라마스가 이를 악물고 옆자리에 앉은 베르단디를 노려보았다. 베르단디는 앞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내가 그를 기소하겠소!”


저 멀리서 누군가가 헐떡이며 뛰어왔다. 붉은 피부에 금발을 한 작달막한 남자, 무와틸리 검사였다.


“무와틸리!”


아케메네스가 작게 탄식했다. 분노로 안광이 형형한 무와틸리가 그 자리에서 검사인을 꺼냈다. 그가 이아이누의 고발장에 검사의 도장을 찍었다.


이아이누가 문서를 쳐들었다.


“무와틸리 검사가 제 담당 검사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아케메네스 원수를 반역죄로 고발합니다!”


드라마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아이누가 거대한 몸을 앞으로 내세우며 우렁차게 소리를 쳤다.


“아케메네스 원수님을 지금 당장 군법 재판에 회부하십시오! 베르단디 총리님, 아케메네스 원수님을 처벌하십시오!”


이아이누 뒤에 줄지어 선 태수들과 판사, 검사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베르단디 총리님, 아케메네스 원수님을 처벌하십시오!”


바우돌리노 재상이 당황했다.


“다들 무슨 짓이냐? 어서 일어나거라! 여긴 신년회 자리다!”


하지만 관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검은 검사 법복을 입은 무와틸리가 이아이누 옆에 섰다. “아케메네스 원수님, 이 말이 사실입니까? 대답하십시오! 저는 검사입니다. 원수님은 제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아이누가 소리쳤다. “아케메네스 원수님, 어찌도 그렇게 바쁘십니까? 보겐자 산에서는 베르단디 총리님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더니, 아발론 궁에서는 드라마스 왕자님을 위해 불철주야 손바닥을 부비시는군요.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당신은 양심도 없습니까!”


관리들이 하나 둘 일어섰다. 그들이 아케메네스에게 비난을 퍼부어 댔다.


“아케메네스 원수! 그렇게 대원수가 되고 싶소?”


“그런 짓거리로 얻은 영광이 오래갈 것 같소!”


“자결하시오! 당신 같은 자야말로 매국노요!”


“원수 자리를 내놓고 낙향하시오! 늙어서 그렇게 노욕을 떨다니 보기 역겹소!”


드라마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가 칼을 뽑아들었다.


“이 역적놈들이! 지금 입을 연 놈들을 모조리 처형하라!”


베르단디가 의자 팔걸이를 쾅 하고 내리쳤다.


“누가 판결도 없이 나라의 손발에 손을 대느냐!”


그녀가 한 번도 낸 적 없던 굵은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감히 누가 나라의 기강을 잡는 판사와 검사들에게 손을 대려 하느냐! 저 자료를 당장 내게 가져오라. 대법관들은 당장 나서라!”


저 멀리서 세 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이 달려왔다. 그가 베르단디 공주 앞에 부복했다.


“공주 전하, 부르셨나이까?”


“당장 아케메네스와 그의 양아들 지크를 끌고 가라!”


법무관들이 우루루 달려가 아케메네스의 휠체어를 둘러쌌다. 드라마스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누구 맘대로!” 드라마스가 외쳤다. “친위대는 뭐 하느냐? 이것은 쿠데타다! 팔콘기사단은 이 놈들을 포박하라!”


“잡아라!” 팔콘기사단의 단장이 호통을 쳤다. 하지만 예상 같지 않았다. 팔콘기사단 단원들이 저 멀리서 서로 눈치만 보았다. 기사단장이 당황했다.


“이 놈들!”


기사단장이 단원 두셋을 베어 버렸다. “으아아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사방에 피가 낭자해졌다. 하지만 팔콘기사단 단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들이 나를 버렸구나!”


드라마스가 깊게 탄식했다. 팔콘기사단에 들어갔던 브리태니커 신입 단원들을 마음대로 내쫓았다 들였다 한 탓에, 드라마스는 군대의 꽃인 황실 친위대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헌병대! 헌병대는 어디 있느냐!”


아케메네스가 호통을 쳤다. 3급 장성인 헌병대장이 부하들에게 턱짓을 했다. 충성스러운 헌병대가 아케메네스의 휠체어를 붙잡았던 법무관들을 칼로 쳐 죽였다. 아케메네스의 몸이 피로 젖었다.


“으아아아아악!” “안 돼!” 검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헌병대들이 곤봉으로 태수들과 검사, 판사들을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헌병대 한 무리가 이아이누와 무와틸리를 둘러싸고 마구 매질했다.


“그만두시오!”


2급 관리인 장관들이 헌병대에게 달려들었다. “그만두시오!” “이 놈들이!” “군인도 아닌 자들에게 이리 하느냐!”


“뭐 하는 짓이오!” 2급 장성인 사령관들이 외쳤다. “장관들은 어서 물러나시오! 이건 군법이오!” 장관들이 들은 척도 않고 맨손으로 헌병대를 잡고 밀어 냈다.


사령관들이 손짓을 했다. 헌병대가 인정사정없이 곤봉으로 장관들을 내리쳤다. 그 꼴을 본 바우돌리노가 비명을 질렀다.


“안 된다! 그만둬라! 무슨 짓이냐!”


바우돌리노 재상이 긴 관복 자락을 틀어 쥐고 계단 아래로 달렸다. “안 된다! 그만 해!”


사령관들이 손짓을 멈췄다. 헌병대가 바우돌리노 재상은 치지 못했다. 장관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그걸 본 베르단디 공주가 일어섰다. 베르단디가 피맺힌 고함을 질렀다. “감히 나라의 장관에게 손을 대다니! 경비병들은 뭘 하느냐! 저 놈들을 모두 죽여라!”


베르단디가 계단 아래로 달렸다. 드라마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누나!”


“이거 놔!”


베르단디가 눈물을 흘리며 헌병대 앞을 막아섰다.


“이 빌어먹을 역적놈들! 너희 군대가 간신 아케메네스에게 휘둘려 국사에 관여하다니 나라가 망할 징조다. 역적이다. 너희가 모두 역적이구나! 나부터 쳐라! 나부터 쳐!”


“공주님!”


장관들이 엎드렸다.


“공주님! 피하십시오. 위험합니다!”


“난 여기서 죽을 것이다!”


베르단디가 드라마스를 손가락질했다.


“드라마스가 아케메네스와 손을 잡고 나를 몰아내려고 꾸민 짓이다. 내가 개처럼 끌려가 진국에 팔려갈 것 같으냐!”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 놈들이 나를 진국의 부차에게 첩으로 줄 것이다! 내 몸뚱이를 뇌물로 바쳐 화평 조약을 맺으려 한다!”


드라마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고! 바우돌리노 공작!”


베르단디가 시뻘개진 얼굴로 바우돌리노 공작을 돌아봤다.


“사실대로 얘기하시오! 나를 진국에 보쌈 보내는 서신을 무와틸리에게 보내서 정전 협정을 맺으려 한 사실이 있소, 없소!”


무와틸리가 벌떡 일어섰다. “사실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사실입니다!”


무와틸리를 본 바우돌리노 재상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우돌리노를 본 판관들과 검사들, 태수들의 표정이 변했다. 관리들이 외쳤다.


“굴욕이다!”


“싸움을 포기하다니! 백성들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그게 사실입니까? 재상님!”


바우돌리노 재상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발 밑에 그가 애지중지 키워 온 어린 검사들의 피가 낭자했다. 그가 피범벅이 된 아케메네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오.”


“그렇다면!”


머리가 깨져 피범벅이 된 이아이누가 절뚝거리며 일어났다.


“공작님, 총리님! 높으신 국왕 폐하의 녹을 먹는 자로서, 4급 관리의 충성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두 분께 요구하겠습니다. 아케메네스를 수사하십시오. 지금 당장!”


그 옆에서 피범벅이 된 무와틸리가 갈기갈기 찢긴 고발장을 쳐들고 외쳤다.


“수사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바우돌리노 공작이 돌아섰다. 그가 바닥에 엎드렸다.


“대원수님!”


공작이 고개를 들었다.


“아케메네스 원수를 수사해 주십시오!”


드라마스 왕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피투성이가 된 판사와 검사, 태수들, 동기의 시체를 안은 팔콘기사단 단원들이 드라마스 왕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맨 앞에서 베르단디 공주가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공주가 소리쳤다. “드라마스! 어서 헌병대를 물려!”


지금 아케메네스를 수사한다면 드라마스의 태자 책봉은 앞으로 기약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케메네스를 수사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태자가 되고 왕이 된들, 어떻게 이 자들을 이끌고 나라를 다스린단 말인가?


어린 검사 두세 명이 일어섰다. 그들이 아케메네스에게 다가갔다. 용감하게 아케메네스의 피에 젖은 휠체어를 잡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볼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검사들이 헌병대를 노려보며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아케메네스가 한숨을 쉬며 힘없이 휠체어에 등을 기댔다.


“너희가 충신이다.”


아케메네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검사들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베르단디가 소리를 질렀다.


“지크 중위는 어디 있느냐! 아케메네스의 양아들 지크 쿠아디스를 당장 포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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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8화-여자 친구(1) +2 18.08.09 2,572 4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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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불경기(4) 18.08.02 3,140 38 8쪽
14 5화-불경기(3) 18.08.01 3,182 39 11쪽
13 5화-불경기(2) 18.07.31 3,356 37 9쪽
12 5화-불경기(1) 18.07.30 3,753 45 9쪽
11 4화-첫사랑(3) 18.07.29 3,845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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