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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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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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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9화-첫 출전(5)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9화-첫 출전(5)




그날 저녁, 세레니아와 에네레실과 함께 저녁을 먹던 디트리히는 헌병대에 붙잡혀 드라마스 앞에 끌려갔다. 세레니아와 에네레실은 영문도 모르고 숟가락을 놓은 채 디트리히를 따랐다.


“왕자 전하!”


세레니아가 계단 아래 엎드렸다. 에네레실이 그런 세레니아 옆에 무릎을 꿇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으시옵니다. 디트리히는 죄가 없사옵니다!”


“나가!”


드라마스가 소리를 쳤다.


“누가 너 보고 오라고 했나?”


“전하, 말씀해 주시오소서. 디트리히가 도대체 무슨 큰 죄를 지었단 말이옵니까?”


“당장 저 놈을 끌어 내라!”


군사들이 세레니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에네레실이 군사들을 잡고 손짓 발짓으로 뭐라고 했다. 군사들 중 하나가 에네레실의 머리채를 잡았다.


“가자!”


세레니아가 외쳤다. “전하! 전하!”


디트리히가 속절없이 끌려가는 세레니아와 에네레실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쾅 하고 대원수의 집무실 문이 닫혔다. 디트리히가 고개를 돌렸다.


“디트리히.”


“예, 대원수님.”


“너는 오늘부로 소위로 강등이다. 수도방위군으로 꺼져라. 팔콘기사단의 부관 자리는 세레니아에게 내 줘라. 할 말 있나?”


드라마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종이를 집어던졌다. 반으로 찢어진 걸 철해놓은 베르단디의 전략회의 자료였다. 수십 장의 종이가 나풀거리며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누나가 같이 저녁 먹자며 왔다가 그냥 갔다! 근데 이걸 주고 가더구나.”


드라마스가 메마른 목소리로 하하하 하고 웃었다.


“이걸 누나가 너에게 줬다지. 적군의 게릴라들에게 갖다 주면 우리가 대승을 할 거라면서 원맨쇼를 했다지. 네가 아주 누나의 충신이구나!”


디트리히가 계단 앞으로 다가갔다.


“대원수님, 절 죽이셔도 좋습니다.”


“뭐라?”


디트리히가 엎드렸다.


“대원수님, 제발 보겐자 산의 사병들을 파하지 마십시오!”


드라마스가 차갑게 웃었다. “너도 날 믿지 못하는구나.”


“베르단디 공주가 대원수님의 군권을 월권했으니 죽을 죄를 지은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아케메네스 장군이 대원수님을 능멸한 것도 맞습니다.”


“그래서?”


“왕자님은 태자가 되셔야 마땅합니다.”


드라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놈이 나를 능멸하느냐?”


왕자가 디트리히의 턱을 들어올렸다.


“네가 죽고 싶으냐? 내가 태자가 되고 싶어 군을 휘두르는 자로 보이느냐?”


“아니옵니다.”


“그럼 그 따위 소리를 하는 이유가 뭐냐?”


“전하, 제발! 아케메네스 사령관에게 군사를 1만, 아니 5천, 3천만이라도 내어 주시옵소서. 롱생크가 무너지면 나라의 동쪽이 무너지옵니다!”


드라마스가 벌떡 일어섰다. “닥쳐라! 내 이미 아케메네스가 맞으면 대원수 자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대원수 자리를 내놓으신다고 잃은 영토가 돌아오진 않습니다!”


“이 놈이!”


드라마스가 디트리히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네가 정녕 미쳤느냐! 너만은 이해할 줄 알았다. 너도 수많은 군 장성들의 생각보다 아케메네스와 지크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느냐? 그러면 회의는 왜 하고 장성은 왜 있느냐? 지크에게 대원수를 하라고 해라!”


“전하!”


“설령 지크가 이번에 맞다고 치자. 이제부터 무조건 지크의 말만 들어야 하느냐? 군의 질서는 어디로 가느냐! 뒷발로 소 잡았다고 이제부터 뒷발만 써야 하느냐!”


“하지만...”


드라마스가 디트리히를 밀쳤다. 디트리히가 힘없이 계단 아래로 굴렀다. “체계와 조직을 무시하는 너 같은 놈은 필요 없다! 어디 기어가서 용병질이나 해라! 혼자 프리랜서나 해! 나는 조직적이고 강력한 군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의를 견뎌내는 것이 안 보이느냐!”


디트리히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전하, 노여움을 거두소서...”


하지만 드라마스는 불꽃이나 되는 것처럼 온 몸으로 노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드라마스가 외쳤다.


“건방진 놈! 오늘부터 너에게 세레니아를 붙이겠다. 어디 적이 보겐자를 기습하는지 안 하는지 한 번 보자. 이 일이 결판이 날 때까지, 세레니아의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마라!”




세레니아와 에네레실은 무사히 집에 돌아온 디트리히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디트리히의 얼굴은 어두웠다.


디트리히가 말했다. “드라마스 왕자가 브리태니커 우리 기수를 모두 팔콘기사단에서 쫓아내시겠대. 세레니아 너만 부관으로 들이고.”


“뭐?”


세레니아가 깜짝 놀랐다.


“왜?”


“우리가 다 베르단디 공주 편이라고 생각하셔.”


“말도 안 돼!”


세레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베르단디 언니는 공주긴 하지만 그냥 황족이잖아. 드라마스 왕자님은 대원수고. 어떻게 언니 편이겠어.”


“누나도 엄청나게 화났어.”


“아까 베르단디 언니랑 싸웠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자세히는 말 못해.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디트리히가 세레니아와 에네레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은 여기서 살아야겠다. 왕자님이 날 연금시키셨어.”


그 말을 들은 세레니아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가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언니 있으니까 뭐.”


에네레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수첩에 글을 썼다.


<뭐 좋아해? 내일 저녁에 맛있는 것 해줄게.>


디트리히가 웃었다. “그거 좋지! 뭐 해줄 건데? 세레니아, 술 많이 사와. 내일 한번 마셔보자!”


에네레실이 따라 웃었다. 에네레실이 손뼉을 쳤다.


<내일 재밌겠다.>


세레니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택연금 중이잖아. 술 먹고 실수하면 어떻게 해. 안 그래도 왕자님 공주님이 다 화나셨는데.”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에네레실이 일어섰다.


<화채 먹자. 아니면 팥빙수나 먹을까?>


“둘 다 좋지!”


디트리히가 애써 다시 웃었다. 에네레실이 같이 웃으며 주방으로 갔다. 그러자 방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윽고 세레니아가 입을 뗐다. “술 마실래? 먹다 남은 게 좀 있긴 한데.”


“있으면 조금만 줘.”


“가져올게.” 세레니아가 일어섰다. 그녀는 언니가 화채를 다 만들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셋은 화채와 소시지를 안주로 얼큰하게 취했다. 혀가 꼬부라진 세레니아가 디트리히를 툭툭 치며 웃었다.


“야! 너 인제 X됐어. 너 이제 승진 끝났어.”


“아하하하!”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하얘진 디트리히가 웃어젖혔다.


“괜찮아! 너 있잖아. 나 너 부관 시켜 줘!”


“그럼 나한테 잘 보여야지 임마! 차기 대원수님인데.”


세레니아가 엄청난 소리를 하며 디트리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멀쩡할 때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쌔끼가! 나한테 잘하란 말이야. 애첩으로 삼아 줄 테니까!”


“대원수님! 아하하하.”


에네레실과 디트리히가 숨이 넘어갈 듯이 웃었다. 세레니아도 따라 웃었다. 셋 모두 이렇게 취한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제 디트리히와 함께 이렇게 매일 밤 취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세레니아의 마음은 한층 따뜻했다.


누군가가 집의 문을 쾅쾅쾅 두드렸다. 세레니아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누구야? X발 헌병대인가?”


“아니 아까에 잡아가 놓고 뭘 또 잡아가! 개새끼들이.”


“야 가만있어 봐! 내가 다 쳐 죽여 버릴라니까.”


디트리히와 세레니아가 칼을 빼들고 문을 열어젖혔다.


“어떤 새끼야!”


둘이 시뻘개진 눈을 끔뻑였다. 문 밖에 시커먼 군복을 입고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모두 브리태니커 동기였다.


“어? 웬일이야?”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야.”


제일 앞에 선 시바이가 말했다.


“우리, 다 팔콘기사단에서 쫓겨났어. 오늘 말이야.”


시바이가 명령서를 내밀었다. 급하게 손으로 갈겨 쓴 명령서 아래 드라마스 대원수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디트리히와 세레니아가 침을 삼켰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너. 디트리히. 세레니아.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너희 때문에 브리태니커의 명성이 땅에 떨어졌어. 팔콘기사단은 다시는 브리태니커 출신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시바이가 외쳤다. “설명을 들어야겠어! 지금 당장.”


“시바이.”


술이 다 깬 세레니아가 조용히 말했다.


“일단 들어와. 너희들, 다 들어와. 이웃 사람들 다 깨겠다.”


시바이와 동기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다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집이 좁아서.”


“그럼 너만 들어와. 나머지는 주변에 술집에라도 있으라고. 우리가 곧 갈게.”


디트리히가 말했다.


“다 사실대로 말해 줄게. 어차피 못 숨길 일이니까.”




지크와 베르단디 공주를 제외한 38명의 브리태니커 신입 졸업생들은 세레니아의 집 앞에 4열 종대로 대열을 갖췄다.


맨 앞에 선 디트리히와 세레니아가 에네레실이 내려다보고 있는 세레니아의 작은 하숙집을 올려다보았다. 에네레실이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세레니아도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세레니아가 한 발 앞으로 나가 뒤돌았다.


“가자!”


세레니아 중위를 필두로 한 37명의 소위들이 발을 맞춰 아발론 궁으로 향했다. 정복을 갖춰 입고 베레모를 빈틈없이 눌러 쓴 대열이었다.


사람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저 뒤에서 한 무리의 기마병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헌병대도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가로막지 않았다.


아발론 궁 앞에 도착하자, 38명의 브리태니커 동기들이 다함께 베레모를 벗었다. 옷에 달린 훈장과 약장을 떼어 베레모 위에 올려놓고, 칼을 풀어 베레모 앞에 놓았다. 모든 행동이 자로 잰 듯 똑같았다.


동기들이 일제히 정복 웃옷을 벗어 발 앞에 잘 개켜놓았다. 군화도 벗고 미리 가져 온 운동화나 구두로 갈아 신었다. 이제 그들의 몸에 군인의 상징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군복을 모두 벗은 동기들이 아발론 궁 앞에 엎드렸다. 궁 저 안쪽에서 누군가가 우다다다다다 하고 달려왔다. 쾅 하고 문을 걷어차고 그들의 앞에 섰다. 귀까지 시뻘개진 드라마스 왕자였다.


“대원수님, 저희 38명은 오늘 부로 퇴역을 신고합니다!”


세레니아가 외쳤다.


“뭐야?”


드라마스 대원수가 소리를 쳤다.


“이 건방진 놈들이!”


디트리히가 외쳤다. “조국을 위해서, 저희 38명은 지금 즉시 보겐자 산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것은 출병이 아닙니다. 저희는 이제 민간인입니다!”


드라마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드라마스가 칼을 뽑아들었다.


“디트리히. 세레니아!”


드라마스가 이를 갈았다.


“너희가 감히 나를?”


드라마스가 디트리히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가 칼을 내리쳤다. 디트리히의 어깨에 칼이 박혔다.


“컥...”


디트리히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시뻘건 핏물이 땅으로 줄줄 흘렀다. 세레니아가 고개를 쳐들었다.


“대원수님, 저희는 이제 군인이 아닙니다. 저희가 보겐자 산으로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닥쳐라!”


드라마스가 피로 물든 칼을 뽑아들었다. 디트리히가 어깨를 잡고 파르르 떨었다. 금세 그의 입술이 시퍼래졌다.


세레니아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그녀가 디트리히를 껴안고 어깨의 상처를 싸매고 싶은 마음을, 제발 그만은 살려달라고 빌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 냈다.


“대원수님!”


세레니아가 고개를 쳐들었다.


“저희가 보겐자 산에서 아케메네스 장군을 돕게 허락해 주십시오. 나라를 위한 일입니다!”


“이건 모반이다!”


드라마스가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이 개새끼들, 다 죽여 주마!”


디트리히가 지지 않고 소리를 쳤다. “왕자님! 저희를 죽이셔도 좋습니다. 제발 보겐자 산에 군사를 보내주십시오!”


동기들이 입맞추어 소리를 쳤다. “왕자 전하! 보겐자 산에 군사를 보내주십시오!”


세레니아가 외쳤다. “대원수님,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동기들이 입 맞추어 외쳤다. “대원수님,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하!”


드라마스가 칼을 쳐들었다 내렸다 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성들이 동기들을 꾸짖었다.


“이 미친놈들이! 당장 근무지로 돌아가라!”


“미쳤느냐? 왕자 전하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


“너희가 감히 왕성을 협박하느냐!”


장군 하나가 소리를 쳤다. “헌병대는 뭐 하느냐? 이 놈들을 당장 끌어내라!”


헌병대가 우르르 몰려들어 동기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동기들이 스크럼을 짜고 버텼다. 헌병대가 동기들을 마구 걷어차고 칼자루로 내리쳤다.


“으아아악!” 동기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디트리히와 세레니아가 헌병들을 노려보았다.


“뭘 봐, 이 썅년아!” 헌병 중 하나가 세레니아의 짧은 단발머리를 잡고 끌어올렸다. 세레니아가 헌병의 손목을 붙잡고 버티며 소리를 쳤다.


“이 X발 개새끼야! 사람을 죄인 취급해? 난 애국자야!”


“이 미친년이!”


헌병이 주먹으로 퍽, 퍽 하고 세레니아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세레니아가 맞으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더 쳐 봐!”


보다 못한 디트리히가 외쳤다.


“대원수님, 그만하십시오!”


드라마스가 디트리히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대원수님! 저러다 다 죽습니다!”


“죽을 각오 안 하고 왔느냐?”


드라마스가 디트리히를 비웃었다. “그것 참 안타깝구나. 지금이라도 각오를 해라!”


“잠깐! 기다려!”


저 멀리서 흰 형체가 달려왔다. 베르단디 공주였다.


베르단디 공주가 헉헉대며 아수라장이 된 아발론 궁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녀가 군사들과 장군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동기들을 가로막고 드라마스 앞에 섰다.


“다 보내 줘, 드라마스!”


“누나.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얼굴이 시뻘개진 드라마스의 입술 한쪽이 위로 말려올랐다.


“이런다고 내가 눈 하나 꿈쩍할 것 같아?”


“내가 시키지 않았어. 믿을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야.”


베르단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안 시켰어.”


브리태니커 동기들이 헐떡이며 베르단디 공주를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야!”


베르단디가 소리를 쳤다. 드라마스의 사나운 눈초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누나. 정신 차려. 정말 내가 감옥에 가두기라도 해야 이 짓거리를 멈추겠어? 지금은 전시야.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이야. 언제까지 나를 흔드느라 군을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 거야?”


“날 가두고 싶다면 당장 가둬!”


베르단디가 외쳤다.


“마음대로 해. 그리고 보겐자 산에 군사를 보내. 지금 당장!”


“역겨워. 애국자인 척 그만 해! 누나가 뒤에서 무슨 짓거리를-”


“역겨운 건 너야!”


베르단디가 드라마스의 멱살을 잡았다.


“지크가 만들어 준 천재일우의 기회를 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날려버리다니! 역겨운 건 너야, 이 쓰레기야!”


“뭐야!”


“네가 왜 나를 자나 깨나 국왕 자리나 노리는, 믿을 거라곤 정실의 자식인 것뿐인 능력 없는 여자라고 오해하는지 알아? 바로 네가 그런 인간이라서야! 네가 딱 그 정도니까 남들도 그렇게 보는 거라고!”


“말 조심해!”


“드라마스! 제발.”


베르단디가 무릎을 꿇었다. 드라마스가 깜짝 놀랐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일어나!”


“드라마스!”


베르단디가 피맺힌 소리로 외쳤다.


“그래. 인정할게. 내가 졌어! 제발 보겐자 산에 군사를 보내 줘. 이렇게 애원할게. 제발!”


“누나.”


“뭐든지 할게. 궁을 떠나라면 떠날게. 평생 궁에서 나오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게. 네가 태자가 되는 걸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 이번 한 번만. 군대를 내어 줘. 제발! 안 그러면...”


베르단디가 눈물을 흘렸다.


“나라가 위태로와!”


디트리히가 울먹였다. “베르단디 누나!”


세레니아가 눈물을 흘렸다. “언니, 울지 마요!”


다른 동기들도 울기 시작했다. 헌병대가 동기들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동기들이 엎드려 통곡했다.


“왕자님, 제발 군사를 내어 주십시오.”


디트리히가 애원했다.


“저희라도 보내 주십시오!”


베르단디가 헐떡이며 눈물을 닦았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가, 디트리히.”


“누나.”


“어서 가라니까!”


베르단디와 드라마스가 눈싸움을 했다. 드라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보내 줄게. 그리고 군사도 내어 주겠어. 가서 아케메네스 장군을 도와. 적이 정말 나타난다면 말야. 그 대신!”


드라마스가 칼에 묻은 디트리히의 피를 뿌렸다.


“누나는 약속을 지켜.”


“무슨 약속?”


“다시는 끼어들지 마. 내 일에.”


베르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 드라마스 왕자. 네가 태자가 되는 걸 절대 방해 안 할게.”


드라마스가 화를 냈다. “그 태자 소리! 정말-”


베르단디가 드라마스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내가 실언했어. 네가 태자 자리에 미쳤다는 뜻이 아니야. 하여튼 널 방해하지 않을게. 절대로.”


“약속한 거야. 지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베르단디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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