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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96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8.07 12:00
조회
2,694
추천
47
글자
8쪽

7화-검의 길(2)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7화-검의 길(2)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디트리히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의 눈이 사나워졌다. 지크가 소리를 쳤다.


“칼을 뽑아!”


디트리히가 허리춤에서 칼을 풀었다. 그가 칼자루가 꽂힌 채로 칼 손잡이를 쥐었다.


“덤벼 봐.”


디트리히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어디 칼을 배울 만한 수준인지 보자고.”


“이야아아아!”


지크가 달려들었다. 디트리히가 피하지도 않고 지크를 노려보았다. 칼을 비스듬하게 쳐들고 눈만 치뜨고 달려오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디트리히가 몽둥이처럼 칼을 휘둘러 댔다. 지크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이익!”


지크가 손을 뻗었다. 디트리히가 칼을 걷어차 버렸다. 지크가 디트리히의 칼을 뺏으려고 달려들었다.


“어딜!”


디트리히가 칼을 밑으로 촤악 뿌렸다. 칼자루는 놔두고 칼만 끌려왔다. 디트리히가 번개같이 칼자루를 잡고 지크에게 휘둘러 댔다.


“일어서! 일어서!”


지크가 나뒹굴었다. 디트리히가 지크를 인정사정없이 내리쳤다. 지크가 눈을 치떴다. 그가 죽기 살기로 디트리히의 다리를 붙잡고 넘어뜨리려고 애를 썼다. 디트리히가 지크를 콱 걷어찼다.


“아아악!”


지크의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디트리히가 지크에게 계속 칼자루를 내리쳤다.


“일어서! 맞기 싫으면 일어서!”


지크가 바닥을 기며 신음했다. 디트리히가 계속 지크의 등을 내리쳤다.


“일어서! 다리를 부러뜨리기 전에 일어서란 말이야! 시험장 가서도 이렇게 기어 다닐래? 전장에 가서도 기어 다닐래? 어!”


지크가 푸들거리며 손을 짚었다. 디트리히가 그를 걷어찼다. 지크가 맨손으로 디트리히의 칼자루를 붙잡았다.


“그만 해...”


지크가 피를 흘리며 말했다. 디트리히가 그를 계속 걷어찼다.


“누가 좀 맞았다고 기어 다니래! 일어나! 당장!”


“그만 해!”


지크가 디트리히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몸은 눈빛을 따라주지 않았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머리를 걷어찼다. 지크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만 해...”


지크가 땅을 짚고 파르르 떨었다. 디트리히가 차갑게 말했다.


“빌어 봐. 그만 때리라고 빌어 봐!”


“그만 해!”


“이게 끝까지!”


디트리히가 다시 칼자루를 내리쳤다. 지크가 도망가지도 못하고 매질을 당했다. 디트리히가 칼자루를 집어던졌다.


“일어서 당장!”


그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명령했다. 지크가 겨우겨우 일어섰다. 디트리히가 그의 뺨을 쳤다.


“이제 시원해? 덤비니까 이제 시원해? 어!”


지크가 얼굴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분노와 굴욕으로 안광이 형형했다.


“이제 어쩔 거야? 너 마음대로 해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너 성질머리대로 살고 싶으면 지금처럼 그렇게 도망이나 다니면서 살란 말이야! 그게 싫으면 참아!”


디트리히가 그를 다그쳤다.


“그 실력으로 칼 잡아서 어쩔 거야? 그 체력으로 금방 칼 배워서 브리태니커 들어가서 당장 내년이라도 대원수가 되지 그래!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보란 말이야! 혼자 그렇게 머리 굴리면서 마음대로 해 봐!”


디트리하가 지크의 가슴을 밀쳐 댔다.


“네가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아? 세상 일이 쉬운 줄 알아! 그 성질머리 죽이지 못해! 참고 끝까지 배우란 말이야! 그 죽을 고생 끝에 이렇게 좋은 환경이 주어졌는데 이것 하나 못 참아!”


지크가 디트리히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스승님.”


디트리히가 눈에 잔뜩 힘을 주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후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그렇게 혼자 마음대로 머리 굴리고 생각하라고 했어? 상대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으면 솔직하게 까놓고 물어봐! 솔직하게 대화로 풀란 말이야. 한번만 더 그렇게 혼자 성마르게 생각하고 달려들어 봐. 진짜로 혼날 줄 알아. 알겠어?”


“네.”


“못 이기는 상대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해? 이태까진 잘 해 왔잖아! 나는 네 스승이고 친구니까 봐 주지만 적들이라고 봐 주겠어? 너 화난다고 너 성질머리대로 행동해도 돼? 그렇게 앞뒤 없이 굴 거야? 세상이 네 위주로 돌아가는 줄 알아?”


“아닙니다.”


“일어나! 누가 무릎 꿇으라고 했어? 한 번 덤볐으면 끝까지 싸워. 죽어도 무릎 꿇지 말란 말이야!”


디트리히가 다시 소리를 쳤다.


“왜 이렇게 제멋대로야! 왜 이렇게 생각이 짧냔 말이야!”


지크가 고개를 숙였다.


“잘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얘기해야지! 또 어떻게 넘겨 보려고!”


“정말 잘못했습니다!”


디트리히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지크가 코에 주룩주룩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디트리히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


디트리히가 바지에서 펜을 꺼냈다. 그가 지크의 앞에 앉았다.


“코 이리 대.”


지크가 고개를 들었다. 그가 울고 있었다. 디트리히의 눈초리가 누그러졌다. 디트리히가 펜을 지크의 코 안에 쑤셔 넣고 코뼈를 맞춰 주었다. 코피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칼자루 가져와 가서.”


지크가 훌쩍이며 디트리히의 칼자루를 가져왔다. 그가 칼자루를 허리에 찼다.


“칼을 배우고 싶어?”


“네.”


“그럼 기초체력부터 다져야 해. 내가 때가 되면 꼭 가르쳐 줄 테니까 믿고 따라와.”


“네.”


“칼 가지고 들어가. 약 잘 바르고. 오후 수업 늦으면 혼날 줄 알아!”


지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디트리히가 지크의 어깨를 쳐 주려다 손을 내렸다. 지크의 고집 세고 의심 많은 성미를 고치려면 아직 멀었다.


지크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작은 아케메네스 성의 정문으로 걸어갔다. 성문 앞에서 세루크와 앙리가 두 손을 모아 쥐고 디트리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디트리히가 세루크와 앙리에게 고개를 저었다. 세루크가 앙리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앙리.”


두 아이가 성문 안으로 사라졌다. 지크가 연신 코를 훔치며 그들을 따라갔다. 디트리히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휴.”


디트리히가 어깨를 치며 신음했다. 칼자루를 너무 휘둘러서 천하의 디트리히도 어깨가 아팠다. 지크가 갑옷을 안 입었다면 이렇게까지 때리진 않았을 것이다.


저기서 누군가가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한쪽 다리가 없는 아케메네스 장군이었다. 생각해 보니 지크도 한 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디트리히의 마음에 걱정이 일었다. 내가 얼굴을 너무 걷어찼나. 눈은 다치지 않았겠지.


디트리히가 장군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해요, 장군님. 이 녀석이 칼을 들고 덤벼서.”


“아니다. 몇일 전부터 부글부글 하는 폼이 터질 줄 알았다.”


아케메네스가 디트리히의 손을 잡았다.


“너는 정말 좋은 스승이구나. 다리우스가 살아 있었다면 그 애도 너한테 맡겼을 거다.”


“과찬이세요.”


“지크가 브리태니커에 들어갈 수 있겠니?”


디트리히가 신중하게 말했다.


“이대로만 하면 충분히 가요. 지크에게는 비밀로 해 주세요.”


아케메네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이니?”


“네. 수석은 못해도 들어갈 순 있을 거예요. 지크한테 절대로 얘기하시면 안 돼요. 당장 안나 보러 간다고 난리를 칠 지도 모르니까요.”


아케메네스가 디트리히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디트리히! 네 1급 무공훈장 건은 내가 꼭...”


디트리히가 고개를 저었다.


“전 그런 것 필요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딱 하나예요.”


디트리히의 얇은 입술이 결연하게 말했다.


“지크가 검의 길을 가는 것, 오로지 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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