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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출세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7.20 15:47
최근연재일 :
2019.03.30 06: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240,499
추천수 :
3,465
글자수 :
1,683,635

작성
18.07.27 12:00
조회
4,698
추천
47
글자
8쪽

4화-첫사랑(1)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4. 첫사랑(1)




지크와 안나는 밤마다 같이 설거지를 한 지 일주일 만에 사귀게 되었다. 안나는 지크에게 의지하고 싶었고, 지크도 친구가 필요했으니까.


둘은 까진 도시 아이들처럼 서로 몸을 비비지는 않았다. 지크는 어머니가 죽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했고, 안나는 오빠가 죽었을 때 얼마나 괴로웠는지 이야기했다. 외로웠던 둘은 빠르게 가까워져 갔다.


율리우스는 곧 지크와 세루크, 앙리에게 새 신분을 만들어 주었다. 지크는 직접 몽상드리아 시청에 가서 죽은 사람의 이름을 지크, 세루크, 앙리로 바꾸고 율리우스의 양아들로 들어갔다. 시청 직원은 별 말 없이 서류를 꾸며 주었다. 그제서야 지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밤이 되면 예전 일을 이야기하고, 낮이 되면 일을 하며, 그들은 그렇게 오순도순 봄과 여름을 보냈다.


지크의 생일인 8월에는 율리우스가 지크를 안아주며 아들이라고 불렀다. 지크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라프와 아크의 죽음, 고단했던 보겐자 산에서의 삶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무인으로서의 길도 깨끗이 포기했다. 그는 안나와 결혼하여 율리우스의 오두막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생각만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8월 말, 율리우스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9월부터 세루크와 앙리는 학교에 들어갈 거다.”


“우와! 학교!”


세루크와 앙리가 펄쩍펄쩍 뛰었다.


“학교 간다! 학교!”


“학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 이제부터 형이 너희를 데려다 줄 거야.”


율리우스가 말했다. “10월 중간고사 못 보면 학교 그만 다니게 할 거다! 특히 수학. 수학 못 하면 학교 다닐 필요 없어! 나머지는 다 내가 가르쳐도 돼.”


아이들이 울상을 지었다.


“아저씨, 수학을 할 줄 아세요?”


“옛날에 대수학까지 배웠다.”


“어떻게요?”


“옛날에는 귀족이었어. 그리고 지크 너도 오늘부터 공부해라. 검정고시라도 보게.”


귀족이었다니, 난데없는 고백이었다. 지크는 더 이상 묻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지크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하고 지크는 애들 입학 수속 하고 와. 그리고 올 때 닭고기 좀 사오고. 빨리 와. 난 훈제 고기를 팔러 마을에 가야 해.”


“고기를 파신다구요?”


“외양간을 지어서 소를 길러 보려고. 이제 지크가 있으니까 할 수 있을 것 같다.”


율리우스의 얼굴이 밝았다.


“그러면 위험하게 사냥을 하지 않아도 돼. 한 3년만 고생하면 소들이 불어날 거야. 그러면 소들을 내다 팔면서 목장을 더 키우는 거야. 이 산을 깎아다가 다 내 목장으로 만드는 거지.”


“좋다!”


지크가 박수를 쳤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려면 3년은 죽을 고생을 해야 해. 그 전에 너는 꼭 검정고시를 붙어라. 3년만 지나면 세루크나 앙리, 둘 중 하나는 고등학교에 보낼 수도 있을 거야.”


“고등학교.”


지크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라. 세루크나 앙리 둘 중에 하나만 보내도 지크는 소원이 없었다.


안나가 지크의 손을 잡았다. 안나는 지크의 마음을 이해했다.


“내가 도와줄게. 3년, 금방 지나갈 거야.”


“고마워, 안나!”


지크가 안나를 와락 껴안았다. 둘의 넷째 손가락에 세루크가 만들어 준 풀꽃 반지가 있었다. 율리우스가 두 소년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놈들. 홀애비 외로워지게. 얼른 갔다 와!”




지크와 안나는 닭고기를 사고 나서도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낡은 면바지 위에 면티를 걸친 지크와 수수한 치마를 입은 안나는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둘은 수수깡으로 만든 달콤한 음료를 마시며 가축시장을 구경했다.


“지크, 저 송아지 괜찮다.”


“그래? 난 저 까만 게 더 건강해 보이는데.”


“아냐. 혓바닥 색을 보면 알아.”


안나가 새로 산 가축 관련 책을 꼼꼼히 훑으며 말했다.


“이젠 너도 다 알아야 해.”


“소들이 들어오면 그때부턴 진짜 바쁘겠네.”


“응. 잠도 못 자지.”


“그럼 그 전에...”


“뭘?”


지크가 쭈뼛거렸다. 그는 말주변이 참 없었다.


“아니야.”


“그 전에 뭐?”


“아냐. 그냥...”


지크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전에 결혼하자구.”


안나가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너 그런 소리를 여기서 하는 거야?”


“그럼 어떡해?”


“그건 프로포즈잖아! 멍청아! 반지는 어디 있어?”


“그런 거 살 돈 없어.”


“어이가 없네!”


안나가 인상을 썼다.


“너랑 결혼하는 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지크가 깜짝 놀라 안나의 손을 잡았다. “안나! 이러지 마.”


“이거 놔!”


“안나!”


지크가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그가 안나에게 키스를 했다. 키스를 하면 늘 화가 풀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안나가 지크의 뺨을 쳤다.


짝!


“안... 안나.”


안나가 울먹였다.


“너하고 절대 결혼 안 해. 어떻게 프로포즈를 이렇게 망칠 수 있어?”


“안나!”


지크가 화를 냈다.


“말 한 마디 한 거 가지고 오버하지 마! 내가 도대체 뭘 했다고 그래!”


“웃기지 마!”


안나가 다시 뺨을 때리려 했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어느새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지크가 사람들을 밀치고 안나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거 놔!”


“쪽팔리지도 않아? 빨리 와!”


“이거 놓으라구!”


지크가 안나의 손목을 잡고 마구 끌어들였다. 둘이 어두운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건물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모텔인데?”


“어린 놈이 아주 대단해!”


“여자는 저렇게 다뤄야지!”


사람들이 킬킬거렸다.




율리우스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지크와 안나가 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오지 않은 탓이다. 오기만 하면 혼을 내 주리라고 벼르고 있었다.


“세루크, 앙리!”


율리우스가 마루에 앉아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소리를 쳤다.


“공부 안 하고 뭐 해!”


세루크가 목을 잔뜩 움츠렸다. 그가 앙리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탁 닫았다. 율리우스가 에이, 하며 물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린다. 드디어 왔구나! 율리우스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누구... 음?”


율리우스가 당황했다. 문 뒤에 서 있는 것은 전혀 예상과 다른 사람이었다. 율리우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쇼?”


“율리우스 맞아요?”


“맞는데.”


“당신 양아들 좀 보러 왔소.”


“무슨 일로?”


“당신 양아들이 수배자랑 비슷해서.”


“수배자?”


율리우스가 인상을 썼다.


“뭔 미친 소리요?”


“당신 양아들은 군법을 위반한 범죄자요. 3급 무공 훈장을 받고도 수령하지 않고 신분을 버리고 도망갔소.”


“뭐요?”


율리우스가 다시 인상을 썼다.


“뭘 모르는 모양인데, 내 아들은 그런 사람 아니오.”


“지금 집에 있어요?”


“오래 전에 도망가 버렸소!”


“애들은? 여기 안 맡겨 놨소?”


“그런 것 없소! 이 봐요! 이거 뭐 하는 거야!”


장교 두 명이 억지로 율리우스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율리우스가 생각했다. 애들이 발견되면 이웃집 애들이라고 해야겠다. 장교들이 위층 방부터 지하 창고까지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세루크와 앙리가 들어간 방에 이르자, 율리우스가 그들을 졸졸 따라갔다.


“...없군.”


장교들이 방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한숨을 쉬었다.


“당신, 도주자를 숨겨 주면 같은 죄인 것 알지?”


장교들이 을러 댔다.


“지크 쿠아디스와 두 동생을 발견하면 즉시 잡아다가 압송하도록 해.”


“몽상드리아 성으로?”


“그래. 거기서 아발론으로 압송할 거다.”


“아발론? 아발론이라니? 왜 아발론까지 압송하는 거요?”


장교가 호통을 쳤다.


“아케메네스 장군의 지시다. 범법자 지크 쿠아디스를 군법 재판에 회부하라는 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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