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소년가장(3)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1.2. 소년가장(3)
세루크와 앙리는 오늘도 녹초가 된 채로 마차에서 내렸다. 앙리가 오늘도 다쳤다. 세루크가 한숨을 쉬며 우는 동생을 달랬다. 형이 오려면 한 달 반은 걸릴 것이다. 빨리 형이 왔으면 좋겠다. 혼자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
“형!”
앙리가 울며 말했다.
“나 못 가겠어.”
세루크가 한숨을 쉬었다. “자. 업혀.”
세루크가 앙리를 업고 터덜거리며 아크 아줌마의 집으로 가는 산길을 올랐다. 앙리는 어느새 잠에 떨어졌다. 세루크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겨우 산길을 딛었다.
더벅머리의 세루크가 아크 아줌마의 집에 도착했을 때, 웬 말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세루크는 긴장했다. 또 군인인가? 혹시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고 왔을까?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루크가 흑흑 울며 눈물을 닦아 냈다. 앙리가 잠에서 깼다. 그가 세루크의 등에서 내렸다.
“왜 그래 형.”
“아니 그냥.”
“큰형이 죽었대?”
앙리가 커다란 눈에 가득 눈물을 담았다. “죽었대?”
“그런 거 아니야.”
“근데 왜 울어.”
“그냥 울었어! 짜증나게 이것 저것 물어보지 마!”
세루크가 확 짜증을 냈다. 집안에서 큰소리가 났다. 세루크가 앙리를 껴안고 나무 뒤로 숨었다.
“형. 뭐야?”
“몰라. 일단 가만 있자.”
두 형제가 서로 껴안고 벌벌 떨었다. 안에서 아크 아줌마가 애원하는 소리, 지크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크 아줌마가 비명을 질렀다. 세루크가 앙리를 놔두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형! 형! 왔어?”
“세루크!”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지크가 세루크를 껴안았다.
“앙리는!”
“밖에 있어.”
“왜 안 들어왔어. 걱정했잖아! 이 새끼야.”
“밖에 말이 있어서 안 왔어.”
지크가 한숨을 쉬었다.
“가자 빨리.”
“안 돼!”
아크 아줌마가 지크의 앞길을 막아섰다.
“네가 도망가면 우린? 난 어떻게 하라고? 우리가 어떻게 살 줄 아니? 넌 양심도 없어? 어?”
아크 아줌마가 지크의 멱살을 붙잡았다.
“넌 라프와 아크 대신 살아 왔잖아. 그런데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어!”
“이것 놔요!”
지크가 매몰차게 아크 아줌마를 뿌리쳤다. 아줌마가 울먹였다.
“내 아들은 너보다 훨씬 착했어! 내 아들은...”
지크가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세루크가 지크의 손을 잡았다.
“형, 나 별로 안 힘들어. 난 괜찮아. 도망가지 말자.”
“앙리가 다쳤다며!”
“그럼 나만 갈게. 앙리는 놔두고. 응?”
“니가 뭘 알아! 넌 학교에 가야 해!”
“형. 그러면 아크 아줌마가 대신 노역을 해야 할 지도 몰라. 안 그러면 벌금이야 형.”
“그런 게 아니야!”
아크 아줌마가 벌떡 일어섰다.
“내 아들도, 라프도 죽었어. 그런데 너희까지 우릴 떠나면 우린 어떻게 해? 어?”
아크 아줌마가 가슴을 쳤다.
“어떻게 하느냐구! 그깟 연금만 주면 다야? 어? 세루크. 나하고 약속했잖아! 날 떠날 거니? 응? 아줌마를 버릴 거냐구!”
세루크가 눈물을 흘렸다.
“아줌마...”
지크가 매몰차게 세루크를 잡아끌었다.
“아줌마! 잘 있어요.”
“세루크!”
“빨리 와!”
지크가 세루크를 마구 잡아끌었다. 세루크가 질질 끌려가며 손을 흔들었다.
“또 올게요! 꼭 아줌마를 보러 올게요!”
저 멀리서 앙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크가 세루크를 들쳐안고 앙리에게로 달렸다. 앙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가기 싫어. 가기 싫어!”
지크가 소리를 쳤다. “빨리 와! 난 태수한테 미움을 샀어. 여길 떠나야 해!”
“그럼 아줌마는? 같이 가?”
“같이 못 가.”
방 안에서 아줌마의 통곡 소리가 들렸다. 지크가 눈물을 참으며 두 동생을 말에 태웠다. 그가 컴컴한 숲속을 달려 나갔다. 아크의 작은 오두막의 불빛이 금방 등 뒤에서 사라졌다.
이아이누 태수의 일은 오늘도 한밤중이 되어서야 끝났다. 그는 포도주를 한 잔 마시며 오후에 만났던 검은 더벅머리 소년을 생각했다.
눈이 맑고 총기 있는 소년이었다. 태수를 칼로 쳐 죽일 듯이 대드는 독기도 대단했다. 악명 높은 지뢰 제거반에서 살아 돌아왔으니 정신력은 보장된 것이었지만 성까지 쳐들어오다니, 꽤나 성마른 성격인 것 같았다.
“호위병은 안 어울리고.”
이아이누는 지크에게 무슨 자리를 줄지 곰곰이 생각했다. 3급 무공훈장을 받았으니 장교를 시켜야 할 텐데, 어린 지크가 장교 생활을 하기에는 호위병이 제격이었다. 하지만 그 성격에 호위병 생활을 똑바로 할 리 만무했다.
“역시 전방으로 보내야 하나.”
어린 지크를 장교로 삼아 전방으로 보내는 것은 무리한 선택일 수 있었다. 이아이누가 손뼉을 딱 쳤다.
“그래! 브리태니커 로얄가드스쿨에 보내면 되겠군.”
그거 좋다. 로얄가드스쿨에서 공부를 시켜 기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곳에서 성질도 좀 죽이고 하면 아주 유능한 기사가 될 것이다. 이아이누가 싱글벙글하며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크의 추천서였다.
아주 명민하고 용기 있고 대차고... 또 뭐가 있더라. 사실 잘 모르는 놈이라 칭찬할 말이 기억이 안 났다. 이아이누가 대충 아케메네스 장군을 구한 일화를 주워 섬키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 정도면 브리태니커가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의 로얄가드스쿨은 충분히 들어갈 것이다.
근데 이 놈이 검술은 좀 아나? 평민이니까 아예 모르겠지. 일단 검술과 기초 교양은 내가 직접 가르쳐야겠다. 로얄가드스쿨 입학이 내년 3월이니까 그 때까지 시간이 한 3개월 남았구나.
아니면 아케메네스 장군에게 직접 교육을 부탁해도 좋겠지. 그래, 그게 좋겠다.
모처럼 재목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에 이아이누는 즐거워졌다. 그가 아케메네스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 때,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펜을 멈춰세웠다.
“태수님!”
태수의 비서가 이아이누를 불렀다. 이아이누가 인상을 썼다.
“뭐냐? 지크의 추천서를 쓰는 중이다. 지크는 왔나?”
“그거,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냐?”
“지크가 도망갔답니다.”
“뭐야?”
이아이누가 인상을 썼다. 대가 센 놈인 줄만 알았더니, 야생마 같은 놈이었군. 잡아다 혼을 내 줘야겠다.
이아이누가 쓰고 있던 추천서를 갈가리 찢어 버렸다.
“당장 잡아 와라. 그 놈의 두 동생이란 놈들까지 다! 내 직접 채찍을 치겠다!”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선독&댓글 부탁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