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72,201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1.11.26 20:00
조회
312
추천
13
글자
20쪽

전설의 소환 (7)

DUMMY

연화는 가뿐 숨을 내쉬면서도 주위의 기척과 소리를 세심하게 탐지했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베낭에서 주먹밥을 꺼내 한입 베어 물었다. 단지 보기에는 깨만 들어가 있는 간단한 주먹밥임에도 불구하고 맛은 꿀맛 같았다.


“이야~ 선우 도사님의 실력은 아직도 그대로구나!”


그녀는 순식간에 주먹밥 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크게 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녀의 눈에 그제서야 주위의 풍경이 들어왔다.


푸른 하늘, 우거진 숲, 멀리 보이는 강, 이런 풍경 하나하나는 사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풍경이 자신의 고국 중국 땅에서 펼쳐지는 것이여서 그런지, 자신은 예전에 이 장소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친숙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




요괴들에 의해 은거처가 들통나고 표류하는 요트에서 하루 밤을 보낸 용기와 일행들은 그 다음날 새벽을 틈타 새로운 거처로 옮겼다.


새로운 거처는 예전 은거처와 비슷한 지형적 위치를 가진 ‘오크 아일랜드’ 라는 곳이었다.


용기는 비상시에 도주할 경로와 이동할 장소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이미 세워 놓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오크 아일랜드였는데, 사실 이 장소는 예전 장소에서 남서쪽으로 차로는 십 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까운 장소를 일부러 선택한 것은 요괴들의 심리를 역이용 하자는 전략이었다.


요괴들은 이미 바이온 아일랜드 주변 일대를 꼼꼼히 수색했을 테고, 용기와 일행들이 바다를 통해 다른 먼 곳으로 도망갔을 거라는 짐작을 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두고 간 물건들을 찾으러 올 수 있다는 짐작까지는 요괴들도 했을 터라 예전 은거처에 소수 병력을 잠복 시켜놨을 확률은 어느 정도 있었기에, 그 똑같은 장소로 돌아가는 것은 위험했다.


그렇다면 요괴들이 이미 수색을 해서 두 번 다시 수색하지는 않을 만한 예전 은거처에서 가까운 장소, 하지만 예전 은거처에 잠복해 있는 요괴들의 눈에는 띄지 않을 만한 거리는 되는 장소. 오크 아일랜드는 이 조건들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연화는 오크 아일랜드 전체에 걸쳐 구천환기오행진의 설치가 끝나자마자 용기에게 사명대사 유정 선인님이 주신 선물을 지금 쓰겠다며 자신이 중국에 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용기는 그게 무슨 소리나며 위험하니 가더라도 자신이 가겠다며 연화를 뜯어 말렸다.


하지만 연화는 자신이 중국 지리에 훨씬 더 익숙하고, 게다가 사명대사의 선물을 받은 사람은 사실 자신이고, 가장 중요한 이유로 용기는 중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펄베리스 순간이동 가루를 사용할 대상이 없으니, 자신이 꼭 해야만 한다고 우겼다.


연화의 고집을 말리지 못한 용기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내 주기로 했다.


“근데 이걸 꼭 지금 써야겠어? 우리의 실력이 조금 더 향상된 후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알아. 하지만 우린 숫자가 너무 부족해. 지금 당장 우리편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라는 것은 아저씨도 잘 알잖아?”


“그렇긴 하지. 흠...근데 펠베리스 가루를 쓸 대상은 누구로 하게? 그 대상이 이 난리통에 아직 살아 있을까?“


“응. 아마 그럴거야. 그분들은 높은 산에 살고 계시니까.”


“아! 화산파 도사님들!”


“빙고!”


잠시 후, 연화는 로레나와 유나에게 인사를 마치고 물병과 간식 몇 가지가 든 베낭을 등에 메고 펠베리스 가루를 앞에 흩날렸다.


꽤나 젋은 얼굴을 한 도사 한 명의 모습이 허공에 새겨 지더니, 연화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행이 성공인 모양이었다.


용기는 사라진 연화의 자리를 응시 하면서 사명대사 유정이 선물로 준 염주에 얽힌 내용들을 떠올렸다.


그 염주는 사천왕(四天王)을 소환할 수 있는 도구였다.


‘제석천’ 이라는 신이 신들이 전부 인간계에서 철수하게 되었을 때, 인간들의 안위를 염려해 창조되고 남겨진 사천왕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되지 않는 사념이 강한 귀신을 잡는 게 주요 임무였으나, 악인 천하의 세상에 소환되어 무고하게 희생되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천왕 소환시에는 몇 가지 조건과 규칙이 따라왔다.


첫번째로, 사천왕은 백 년에 한 번씩 밖에 소환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천왕들은 한 번 인간계로 소환되면, 그 소환된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또는 적에게 소멸 당할 때까지 인간계에 머물 수 있었다.


두번째로, 사천왕은 죽어도 완전 소멸을 당하지 않고, 영혼이 원래 있던 동상으로 돌아가 육체가 재생성 되는 불사의 존재였다.


세번째로, 소환을 요청하는 인간은 그 목적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 목적이 사천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환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또한 만약 처음 밝혔던 소환 목적이 거짓으로 들통나면 소환자는 커다란 벌을 받게 된다.


네번째로, 사천왕은 소환을 요청하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힘만큼만 소유 할 수 있었다. 즉, 소환을 요청하는 인간이 별 다른 힘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사천왕은 소환 되어도 그냥 힘없는 평민 정도의 활약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다섯번째로, 네번째 이유와 맞물려, 사천왕은 소환 결정을 할 당시에 소환을 요청하는 인간에게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그 인간이 보여주는 힘의 성격과 능력치에 따라 아예 소환을 거부할지, 아니면 허가를 해도, 그 인간을 ‘주군’으로 모실 건지, ‘동료’로 여길 건지, 아니면 단순 ‘소환자’로 간주하게 될지를 결정한다.


‘주군’일 경우는 사천왕이 인간 소환자에게 존칭과 복종을, ‘동료’일 경우에는 사천왕이 인간 소환자와 상호비존대를, 단순 ‘소환자’일 경우는 사천왕이 인간 소환자에게 하대를 하게 된다.


사천왕의 영혼이 담긴 동상은 낙양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백마사(白馬寺)에 있었다. 백마사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 이유로 현재 세계에서도 관광지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신라의 명랑법사은 당나라로 유학을 갔을 때, 사천왕의 비밀을 우연찮게 알게 되었고, 한걸음에 백마사로 달려가 신라의 백성들도 위급시에 사천왕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빌었다.


당연히 그 요청은 단번에 거절 되었다.


하지만 명랑법사는 삼 년을 그곳에서 보내며 지극정성을 보였고, 당시 백마사의 주지 스님은 그의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끝내는 염주 한 개를 내주며 사천왕을 신라에서도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신라로 돌아온 명랑법사는 당시 신라의 왕이었던 문무왕에게 자신이 백마사 주지 스님에게 들은 내용 대로 사찰을 지으면 쳐들어 오는 당나라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상주하고, 문무왕의 허락하에 사천왕사(四天王寺)를 짓게 되었고, 백마사에 있는 사천왕과 똑같은 동상들을 사천왕사 내부에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명랑법사를 도와 신라를 구한 적이 있던 사천왕은 나중에 사명대사의 소환 요청을 받고 임진왜란에 참전하게 된다.


당시 소환을 요청하던 사명대사의 내력이 워낙 별 볼일이 없어 소환 되어도 자신들이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 고심하던 사천왕은 사명대사의 눈물섞인 간곡한 요청과 그의 생명을 소중히 아끼는 마음에 의해 감동하여 끝내는 허락을 하게 되고, 승병에 합류하게 된다.


사명대사가 가는 곳마다 같이 따라 다녔고, 가진 내력은 별 볼일이 없어도 워낙 기본으로 가지고 있던 무술과 체술의 실력이 좋았던 그들은 승병들이 전투에 승리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마지막 임무로 사명대사와 같이 일본으로 가서 포로가 되어 있던 조선인 삼천오백 명을 무사히 데리고 오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명대사에게 ‘그대의 법술이 그렇게 신통방통 하다는데 내가 인정할만한 법술을 보여주면 그대가 원하는 조선의 포로들을 전부 풀어 주겠다’ 라고 했다.


곤란해 하는 사명대사를 위해 사천왕은 그들의 마지막 비기(秘技)를 선보였고, 그 후 힘을 다하여 소멸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사천왕이 인간 세상에 다시 소환 되었다는 기록이나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명랑법사 님께서 신라의 서라벌에 세우시고, 사명대사 님께서 사천왕을 소환 하셨다는 그 사천왕사는 이제 더이상은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는 거지.”


용기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현재는 터만 남아 있는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사천왕사지를 머리속으로 떠올렸다. 결국에 지금 사천왕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있는 백마사로 가는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고, 그곳이 목적지라면 확실히 자신 보다는 연화가 훨씬 더 적합자였다.


“아빠! 모모가 깨어났어! 빨리 와봐!”


“그래?! 알았어!”


용기는 유나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집안으로 향했다.



*****



마당에 떨어지기 시작한 낙엽들을 쓸고 있던 선우 도사는 뒤에서 갑자기 등장한 한 아가씨의 모습에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뉘...뉘시오?”


“선우 도사님은 그대로시네요.”


연화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저를 아시오?”


“저 연화에요. 기억 안나세요? 저기 산 아래에 수퍼마켓 할머니의 손녀 딸. 천연화. 제가 산에서 놀다가 다쳤을 때도 그리고 할머니 장례식 때도 전부 선우 도사님께서 도와주셨잖아요.”


선우는 연화의 말에 놀라 손에 쥐고 있던 빗자루를 땅에 떨궜다.


“네가...네가 그 연화란 말이더냐? 너무 커버려서 알아 볼 수가...가만...”


선우는 연화 앞으로 성큼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펴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얼굴형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구나.”


“제가 아홉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곳을 떠났으니까, 십 년이나 지나긴 했네요. 이제 기억 나세요?”


“어. 그래! 기억난다. 기억나!”


선우는 연화의 두 손을 덥석 잡고는 기뻐했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쩐 일이냐. 요괴들이 언제 들이 닥칠지도 모르는데 피난은 안 가고?”


“장문 도사님을 뵙고 싶어요.”


잠시 후, 연화는 화산파의 본관에서 다섯 명의 화산파 도사들과 마주하고 앉았다. 네 명은 전부 늙은 도사들이었고, 선우가 사십대 초반으로 가장 어렸다.


장문인인 효을은 요괴들의 진격이 중국으로 가까워지자 모든 제자들에게 하산하여 피난길에 합류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제자들이 모두 떠나갔지만 갈 곳도 없고 화산파에서 뼈를 묻을 생각이었던 효을과 나머지 세 명의 장로들은 화산파에 남았다. 선우는 자신도 화산파에서 생을 마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효을도 그 고집을 꺽지 못해 선우가 남는 것을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지금부터 도사님들께서 믿기 힘드신 이야기를 할 거에요. 하지만 저도 급한 용무가 있어서 빨리 가 봐야 하니 조금 짧게 줄여서 말씀 드릴게요. 혹시 제가 입고 있는 도복과 소매에 새겨진 문양을 알아보시겠어요?”


연화는 화을에게 선물 받은 화산파 도복들 중 마지막 남은 한 벌을 입고 있었다.


"흠...."


도사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매화꽃이 화산파의 상징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으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현재에 이르러 화산파의 매화 문양은 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었고, 도사들은 매화 문양이 새겨진 백색 도복은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잘 입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 고개를 좌우로 흔들 수 밖에 없었다.


“잠깐!”


계속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던 효을이 뭔가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눈을 황급히 뜨며 소리쳤다.


“모두들 나를 따라 오시오.”


효을은 앞장서서 본관을 나와 별관들 중에 가장 끝에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연화가 이동 중에 살펴보니 사람들이 없어진 화산파는 매우 싸늘하게 느껴졌지만 비교적 청소와 정리들이 매우 잘되어 있어서 황량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은 예전 화산파의 장문인이셨던 분들의 신주를 모시는 사당이네.”


효을은 그 별관 문을 열면서 말했다.


“예전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이 여기도 찾아 왔었네. 하지만 우리는 그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중요한 물건들을 우리 문파의 비밀 창고에 숨겨 아주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었지.

근데 그 비밀 창고라는 것이 다음 대의 장문인에게 구두로만 전달되는 것이고, 몇 백년 동안 문파의 위기라는 것이 없다 보니 실제로 사용된 적이 없어서, 나도 그때 처음으로 그 비밀 창고 내부를 보게 되었다네.

그리고 그곳에는 먼지에 뒤덥힌 아주 낡은 궤짝 하나가 있었는데, 그 궤짝에서 이걸 발견 했다네.”


효을은 사당 중앙에 향과 초가 세워져 있는 탁자 아래에서 목함을 꺼내 들고는 고급스러운 비단에 소중하게 싸여져 있는 뭔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의 손에는 성인의 손바닥만한 크기에 동그란 형태를 가지고 밝은 초록색 색깔을 은은하게 발하고 있는 옥돌같은 것이 들려 있었고 그 끝에는 오색의 수실이 고급스럽게 달려 있었다. 그리고 앞면에 ‘화산파 장문인’ 이라는 한자가 부드럽게 새겨져 있었다.


“이건 비취라는 보석의 일종인데, 언제부터 사용 되었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사용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무래도 오래전에 화산파의 장문인들께서 사용 하셨던 호패인듯 하네. 여길 보게 이 문양.”


아!


효을을 제외한 모두들이 탄성을 지어냈다. 효을이 가르키는 비취 호패 뒷면에는 연화가 입고 있는 도복 소매에 있는 매화 문양과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제 이야기가 좀 쉽게 풀리겠네요.”


화산파의 도사들은 그 사당에 방석을 깔고 앉아 연화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연화는 자신이 요계에서 탈출했던 이야기와 신계에 갔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의 숲에서 화을 스승에서 무공을 전수 받았던 이야기를 짧게 줄여서 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린 연화는 현재 미국에 있는 동료들 이야기와 백마사에 사천왕을 소환하러 간다는 이야기까지 한 후 마무리를 지었다.


화산파의 도사들 모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벌리고 놀라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연화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아무리 우리가 우화등선을 믿는 도사들이라고 하나 너무 엄청난 이야기라 믿기 힘들다는 점은 양해해 주게나.”


효을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믿지 않기에는 이미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지. 존재 한다고 생각치도 못했던 요계 그리고 그 세상의 존재들이 이미 우리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으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효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럼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전부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한 장로가 물었다.


“그럼요. 현재에는 몇 초식이 전수되고 있나요?”


“많이 실전되어 현재는 겨우 삼초식만 남아 전수 되고 있다네. 우린 사실 그 삼초식이 원래 이십사수매화검법의 몇 번째 초식인지도 알지 못하네.

게다가 예전의 선조분들처럼 내공을 쓰지 못하기에 원래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도 알 길이 없지. 그냥 그 삼초식의 검로만 열심히 단련할 뿐이지. 미안하지만 혹시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나?”


연화는 갈 길이 멀었지만 흔쾌히 승낙하고 사당 밖으로 나가 칠지도를 뽑아 들고 이십사수매화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리고 그녀는 효을과 나머지 도사들을 위해 천천히, 하지만 그들이 매화꽃 모양의 강기를 아주 잘 볼 수 있도록 오할의 공력을 사용해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첫번째 초식인 매화노방(梅花路傍)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 초식을 시작할 때마다 그 초식의 명칭과 몇 번째 초식임을 크게 말하였는데, 효을과 다른 도사들이 아는 세 가지 초식이 펼쳐질 때에는 어떤 이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연화가 마지막 초식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을 펼치자 그들 앞의 세상은 수많은 매화꽃 강기로 가득 채워치며 지켜보고 있는 도사들의 눈과 코를 매화꽃으로 현혹시켰다.


연화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신에게 선물 받은 비행검인 칠지도를 소개하며 간단한 비행을 선보임으로써 시범을 마쳤다.


효을과 나머지 도사들은 모두 흘러 내리는 감동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소.”


한 장로가 말했다.


“아니에요 도사님. 오래 오래 사셔야 되요.”


연화가 웃으며 답했다.


“이 효을. 화산파의 문주님께 정식으로 인사 올리옵니다.”


갑자기 효을이 두 무릎을 꿇고 연화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네 명의 도사들도 얼른 효을을 따라 무릎을 꿇고 똑같이 외쳤다.


그 모습에 당황한 연화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냐며 얼른 다들 일어 서시라고 그들에게 부탁했다.


“아닙니다. 화을 장문인님께서는 저희 화산파의 제 4대 장문인이셨습니다. 그분의 제자가 되신 연화 님은 당연히 저희보다 문파 내의 서열이 높아도 한참 높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연화 님을 따르는 것이 합당합니다.”


“아니...그래도...”


“이 늙고 못난 것들이 재주가 없고 능력이 되지 못하여 화산파의 무공을 더이상 세상에 알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연화 님께서 부디 저희 장문인이 되시어 앞으로 저희 화산파를 이끌어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효을은 무릎을 꿇은 채로 화산파 장문인이라고 새겨진 비취 호패를 연화의 손에 쥐어주며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나머지 네 명의 도사들은 이제 아예 머리를 바닥에 박고 부탁 드린다고 외치고 있었다. 연화는 거듭 거부의 의사를 밝혔지만 화산파의 도사들은 끈질겼다.


“하아...이럴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닌데...할 수 없지요. 승낙 하겠습니다. 이제 얼른 일어나세요.”


한참을 망설이던 연화는 끝내 승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효을과 도사들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같은 말씀은 제 앞에서 하지 마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연화는 그들과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연화는 일단 백마사에 먼저 가봐야 하니 비밀 창고에 이동진을 만들어 놓고 가겠다고 효을에게 안내를 부탁했고, 연화가 이동진을 만드는 동안 선우는 부엌에 가서 주먹밥을 만들어 가지고 와서 떠나는 연화에게 건넸다.


“그럼 제가 하루 이틀 안에 금방 다시 돌아올 테니까 그동안 몸 조심히 지내고 계세요.”


“몸 조심히 다녀 오십시오. 문주님.”


연화가 떠나자 효을과 도사들은 사당으로 다시 돌아와 맨 윗 상단에 있는 화을의 신주를 가장 중앙 앞자리로 옮기고 향을 다시 피우고 절을 올렸다. 그들은 화을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수백 번 올렸고, 화산파의 새로운 장문인이 된 연화가 이 어둡고 혼란한 시기에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했다.



*****



연화는 휴식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산에서 백음사는 자동차로 4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화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산속으로 비행을 하고 있어 시간이 더 걸렸다. 예상 대로라면 저녁 늦게서나 백음사에 도달할 수 있기에 노숙을 하지 않으려면 서두르는 편이 좋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4 전설의 소환 (5) 21.11.24 314 12 16쪽
83 전설의 소환 (4) +2 21.11.23 307 13 13쪽
82 전설의 소환 (3) 21.11.22 319 13 12쪽
81 전설의 소환 (2) 21.11.21 314 13 14쪽
80 전설의 소환 (1) 21.11.20 318 13 11쪽
79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8) +4 21.11.19 323 13 18쪽
78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7) +3 21.11.18 331 14 11쪽
77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6) +4 21.11.17 324 14 16쪽
76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5) +2 21.11.16 331 13 13쪽
75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4) +2 21.11.15 320 13 11쪽
74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3) +2 21.11.14 321 13 17쪽
73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2) +2 21.11.13 320 12 13쪽
72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1) +2 21.11.12 325 13 14쪽
71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2) 21.11.11 320 12 14쪽
70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1) 21.11.10 326 11 17쪽
69 각자의 선택 (8) 21.11.09 337 13 14쪽
68 각자의 선택 (7) 21.11.08 344 13 21쪽
67 각자의 선택 (6) 21.11.07 336 12 16쪽
66 각자의 선택 (5) 21.11.06 335 15 16쪽
65 각자의 선택 (4) 21.11.05 337 13 17쪽
64 각자의 선택 (3) 21.11.04 337 13 16쪽
63 각자의 선택 (2) 21.11.03 332 14 15쪽
62 각자의 선택 (1) 21.11.02 345 13 17쪽
61 작은 보답 (3) 21.11.01 337 12 16쪽
60 작은 보답 (2) 21.10.31 340 14 13쪽
59 작은 보답 (1) 21.10.30 341 14 12쪽
58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5) 21.10.29 342 14 14쪽
57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4) 21.10.28 343 13 17쪽
56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3) 21.10.27 338 15 13쪽
55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2) 21.10.26 359 13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