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71,970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1.11.05 20:00
조회
336
추천
13
글자
17쪽

각자의 선택 (4)

DUMMY

연화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짐과 동시에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려옴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오는 것이 누군가가 자신의 귀에 대고 북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게 아저씨가 말한 첫 살해의 후유증인가?’


용기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쳐 와서 대수롭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연화는 자신의 상태에 스스로 놀라했다. 그 후유증이라는 것이 이 정도로 자신을 압박하면서 꽁꽁 옭아맬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었다.


생각해 보면 용기와는 첫 살해의 의미가 다르기도 했다.


용기는 늑대족 요괴로 첫 살해의 후유증을 겪었지만, 자신은 자신의 검으로 생명을 빼앗은 첫번째 상대가 바로 자신이 요괴들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인간이 아니던가?


요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철저히 정신 무장을 했었지만, 인간계로 돌아오자 마자 첫번째로 펼친 검술이 아무리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고는 하지만 한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 버리다니 자신은 이런 상황을 꿈에서도 상상 못했었다.


연화는 자신의 검에 묻은 피가 자꾸 거슬려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귀는 열려 있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목소리만 ‘내가 사람을 죽였어! 내가 사람을 죽였어!’ 이렇게 계속 반복해서 자신의 머리속에 울려 퍼져갔다.


엘리시키 대원 세 명이 자신의 코 앞에 총부리를 겨눌 때까지 그녀는 그렇게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화야!”


세 자루의 소총에서 총알들이 연사로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용기는 연화를 감싸 안으며 호신강기를 급격히 끌어 올려 주위에 펼쳤다.


연화 앞에 반나체로 쓰러져 있는 여인도 보호하기 위해 호신강기를 일부로 크게 펼쳤는데, 그 덕에 일어난 커다란 기의 파동에 의해 연화에게 총을 쏜 세 명의 엘레시키 대원들은 이층 복도의 벽으로 튕겨져 나갔다.


“연화야 괜찮아?”


용기는 연화가 총알에 맞지는 않았는지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그녀의 눈을 보고는 ‘헉’ 하고 살짝 뒷걸음을 내딛었다.


“주...주화입마?!”


그녀의 눈빛이 온통 흑빛으로 물들어 있음을 본 용기는 얼른 연화의 맥을 짚어 보았다. 온몸의 기운들이 서로 부딪치며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폭주하며 흘러가는 것이 화타 선인과 청허 스승에게 배운 지식에 의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가 확실해 보였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기어코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보통 일반인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었을 때, 정신 세계가 무너지는 고통을 겪을 수는 있어도 직접적인 육체적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내공을 익힌 자는 그 커다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기가 역류해 폭주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고, 주화입마에 빠지면 뇌에 손상을 입어 식물 인간이 되거나 바로 즉사할 확률도 높았기에, 매우 주의해야 했다.


그러한 사실을 경험과 배움을 통해서 알고 있던 용기는, 혹시나 하고 연화를 따라 온 것이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생겼지만, 어찌 되었든 너무 늦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야.'


용기는 일단 침착하게 연화를 강제로 가부좌를 틀고 앉게 만들었다.


그사이 옆에 있는 반나체의 여인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과 연화를 놀라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연화의 상태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는 품속에 있는 부적을 꺼내, 연화의 가슴에 있는 단중혈과 기해혈, 등에 있는 신주혈과 명문혈,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에 있는 백회혈에 재빠르게 붙였다.


“아니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어따 대고 자꾸 총질이야!”


용기의 기운에 튕겨져 나갔던 세 명의 엘레시키 대원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떨어진 소총들을 집어 다시 자기쪽으로 겨냥해오자 용기는 빙백신장(氷白神掌)을 날려 세 명 모두를 벽에 붙여 얼려 버렸다.


죽지 않을 정도로 강도를 조절 했으므로 조금 지나면 자동으로 얼음이 서서히 녹을 터였다. 그사이 저체온증으로 죽으면 그건 그냥 쓰레기 같은 니놈들 운이 거기까지인 것이고.


그리고 용기는 서둘러 파사태청술(破邪太靑術)을 연화에게 펼쳤다. 청허 스승이 가르켜준 도술 중에 하나로 인간의 몸에 스며든 귀신이나 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도술이지만, 주화입마에 정신과 신체가 아직 완전히 잠식되지 않은 상태를 치료하는 데에도 유용한 술법이었다.


용기가 수인을 맺고 짧게 주문을 외우자 연화의 몸에 붙어 있던 부적들이 눈이 부시도록 밝은 광채를 내면서 한줌의 재로 변하더니 연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화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눈빛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연화야 괜찮아?”

“음....응. 어떻게 된 거지? 암튼 이제 괜찮아...”


연화는 어지러운지 머리를 짚으며 주위를 돌아보다가 복도 벽에 얼어 붙어 코만 벌렁 거리고 있는 세 명의 남자를 쳐다보고는 ‘저건 뭐야?’ 라고 물었다.


“아. 저놈들이 너한테 총을 막 쏘더라구. 그래서 내가 널 일단 구한 후에—”

“아저씨가 나를?”


연화는 용기의 말을 끊고 되물었다.


“응? 그래. 내가—”

“아저씨 오버 좀 하지마. 우린 금강불괴여서 총 맞아도 안 죽는 거 몰라?”

“아니...그래도...혜능 선인님께서 같은 곳을 계속 맞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신계의 시간의 숲에서 무공 수련이 막바지에 가까와지자, 깨달음으로 얻은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신체의 강도도 시험할 겸 혜능은 신계 군수 창고에서 먼지에 덮은 채로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 있는 신계가 개발한 ‘총’을 얻어 와서 용기와 연화에게 시험 삼아 맞아볼 것을 요구했다.


용기가 보기에는 총이 아니라 ‘헤어드라이기’에 더욱 가까워 보이는 그 도구는, 가장 최근 이백년 사이에 등선한 선인들의 설명을 바탕으로 인간계의 총을 재현해 보인 것이었는데, 선인들이 인간 세상에서 얼마나 ‘총’과 거리가 멀게 지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아무튼 혜능의 요구에 강제로 신계판 총을 맞아본 용기는 왜 신계가 그 헤어드라이기 스타일 총을 개발한 후, 그냥 창고에 처박아 놓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를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확실히 자신이 알고 있는 인간들의 총의 위력보다 훨씬 떨어져 보였다.


그래서 혜능은 탄지공을 응용한 작은 돌맹이들을 용기가 설명한 인간들의 최신 총의 위력에 맞춰 다시 용기에게 날려 보내는 시험을 하였고, 신체 부위의 똑같은 부분을 서너 번 연속해서 맞으면 금강불괴의 피부도 뚫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했었다.


물론 당시 실험 되상이 된 용기는 피를 쏟으며 비명을 지르느라 그 결론을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됐고. 이제 저 언니나 좀 치료해줘.”


연화가 로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용기가 로레나의 응급 치료가 되어 있는 헝겊 아래의 관통상을 살펴 보더니 품에서 금창약을 꺼내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하자, 연화는 ‘여기가 어떤 상황인지 짧게 설명해 주겠어요?’ 라고 로레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로레나가 아무 대답도 없이 정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연화는 다시 이름이 뭐냐고 재차 물었다.


[잠시 기다려 봐. 아무래도 가족인가 봐.]


용기의 전음에 연화는 ‘아차’ 하며 잠시 뒤로 물러섰다.


연화도 그 방향에 가슴이 무너져 내려 죽어있는 어린 아이의 시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군복을 입은 로레나가 그냥 일면일식이 없는 선량한 시민을 구하려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라 으레 짐작했기에 그들이 가족 관계였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잠시 후, 로레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벽 한쪽에 가슴이 무너져 죽어있는 자신의 조카를 조심히 들어 올려 눈을 뜨고 죽은 언니 넬리의 시선 옆에 고이 내려 놓았다.


흐느끼는 로레나의 등이 그녀가 얼마나 가슴 찢어지게 슬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견디기 힘든 슬픔의 고통을 어떻게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는지를 용기와 연화에게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연화는 주먹의 근육들이 뽀드득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힘주어 쥐며 이층 창밖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 왔다.


“이 쳐죽일 놈들이!”


연화는 창문을 와장창 깨뜨리며 뛰쳐 나갔다.


“연화야!”


용기가 급하게 창문으로 달려 갔지만 연화는 이미 길너편의 집으로 들어가 한 엘리시키 대원의 가슴에 검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는 연화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팔에 상처가 있는 여인의 안전이 걱정되어 그녀를 돌아봤는데, 그녀가 어느새 용기쪽을 미리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충혈된 눈으로 그리고 아직은 떨리는 목소리로 용기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로레나야. 도와줘. 부탁이야.”


로레나의 간절한 눈빛. 그는 그 눈빛을 잘 알고 있었다.


요계의 지하 감옥에 갇혔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과, 연화, 그리고 붉은 산의 황룡족들이 수없이 자아냈던 그 간절함의 눈빛. 그 거부할 수 없는 간절함이 용기의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용기는 통신용 단검 디스푸라가를 통해 로레나가 하는 상황 설명을 연화에게도 같이 들려 주었다. 그리고 로레나의 짧은 이야기가 끝나자 용기는 연화와 합류해 로레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을 북쪽으로 쏜살같이 나아갔다.


로레나는 자신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넬리의 집 지하실에서 비상용 휘발유통을 가져와 집안 곳곳에 뿌렸다.


언니와 조카를 정성스레 묻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방치하고 그냥 가자니 그들의 신체가 그냥 방 한구석에서 썩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집 통째로 화장을 해주기로 한 것이었다.


“언니....언니랑 언니의 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로레나는 다시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참느라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나 강해질께. 강해져서 언니의 복수 꼭 해줄께.”


로레나는 삽시간에 번져가는 불길을 넬리의 집 밖에서 다시 한 번 살핀 후 자신의 등에 매인 스나이퍼 라이플을 풀어 옆구리에 끼었다. 그리고 마을 북쪽으로 힘껏 뛰기 시작했다.


용기라는 남자가 발라준 약은 도대체 무슨 약인지 신기하게도 총알로 관통상을 입은 자신의 왼팔에서 더이상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치료 되고 있어, 총을 쏘는 데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연화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대충 정리해 놓은, 그렇지만 아직 숨을 쉬며 꿈틀 거리고 있는 엘리시키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머리에 총알을 한발씩 박아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



팅팅팅! 팅팅. 팅팅팅팅!


총알들이 튕겨 나가는 소리들이 마치 화음을 맞춰 하나의 곡을 형성하고 있는 듯한 한 장소. 엄폐물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기만 하면 그 소리들은 더욱 지랄 발광을 하며 요란을 떨어 댔다.


“제길. 요괴 놈들은 뭐하나 몰라. 저런 죽일 놈들 안 잡아 가고.”


이 모든 상황의 원인 제공자인 요괴들에게 엘레시키의 처리를 바라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 하다고 느끼며 그녀는 다시 한 번 손에 들고 있는 지도를 살펴 보았다. 빠져 나갈 길을 살펴 보았지만 역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으악!”


또 한 명의 부하가 엘레시키의 총격에 쓰러졌다. 의무병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서 쓰러진 부하의 상처를 살폈지만 이미 즉사해 있는지 의무병이 그녀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제기랄!!”


그녀는 분노해 바로 옆의 차문을 힘껏 내리 쳤지만 돌아오는 건 엘리시키 총알에 벌집이 되어가고 있는 자동차의 쇳소리 뿐이었다.



*****



“아니 이 병력으로 그리고 달랑 수송 트럭 4대로 카리야 주민들을 대피시키라뇨? 카리야는 인구 육백이 넘어가는 마을입니다!”

“이것 봐 셀린 중위! 현재 우리에게 남은 총 병력 숫자를 알기나 하고 질문하는 거야? 우린 당장 남은 무기를 배에 실어나를 병력도 부족해!”


이번 민간인 구출 호송 작전의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필리포스 소령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책상에 집어 던지며 짜증나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래도 스무 명 전부 여군이라뇨? 그리고 언제 요괴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20mm 머신건 하나 배치가 안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셀린 중위도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혀 말했다.


“왜? 그리스 여군에 대한 자부심이 그새 많이 떨어 지셨나?”


필리포스 소령은 한쪽 입가를 샐쭉거리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20mm 이상의 중형 화기들은 전부 호송선에 설치중인 거 안 보여! 눈이 없어?! 그래서 RPG-18 하나 배정했잖아? 뭐가 문제야?!”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여객선 위에서 발하고 있는 수백 개의 용접 불꽃들이 20mm 이상의 중형 화기들을 고정 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하지만...”

“시끄러! 정보에 의하면 카리야 주민들 대부분이 이미 피난을 떠난 상태고, 호주 본부에서 위성으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요계 군대들은 현재 주력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중동에 배치 되어 있고, 그들의 후군은 아직 그리스 지역으로 넘어오지 않았으니 별 문제 없을거야. 내 장담 하는데, 총알 한 발 쏠 일도 없을거야. 나가 봐!”



*****



셀린 중위는 다시 쏟아지는 엘레시키들의 총알들에 고개를 숙이며 깨어진 자동차의 창문을 통해 자신의 권총으로 반격했다.


하지만 그녀의 총은 몇 발 발사하지도 않았는데 ‘찰칵 찰칵’ 하는 빈 총 소리를 내었다. 탄창을 갈아끼우기 위해 그녀는 허리 벨트에 매어져 있는 탄창집으로 손을 뻗었지만 그곳은 이미 비어 있었다.


“으아아아!! 필리포스 이 개새끼! 뭐?! 총알 한 발 쏠 일이 없어? 이 자식을 내가 다시 만나기만 해 봐!”


그녀는 허공에 대고 고함을 버럭 질러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죽어 있는 부하의 시체를 보며 ‘나도 곧 저런 모습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암울해 지다가도,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쁜 생각을 떨쳐 보려 했다. 하지만 살길은 막막하기만 해 보였다.


매복해 있던 엘레시키의 숫자는 대략 이백 정도.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 앞의 광장 중앙에 수송 트럭을 세우자마자 그들의 총알은 사방의 유리한 고지에서 날아왔다. 길 한복판에서 총알 세례를 맞고만 있을 수 없어 셀린은 일단 부하들을 이끌고 그나마 엘레시키들이 미리 점하고 있지 않은 건물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이로 대피했다.


그사이 잃은 부하는 다섯. 업친데 덮친격으로 그중에 한 명이 달랑 하나 밖에 없는 무전기를 매고 있는 무전병이서 항구에 있는 임시 본부에 구원 요청을 할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


다들 스마트폰이 있기는 했지만 요계 선봉 부대가 그리스를 쓸고 지나간 이후에는 스마트폰이 제대로 터지는 지역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 방법 밖에는 없어 근처의 유선 전화나 스마트폰이 터지는 장소를 찾아보기 위해 가지고 있던 RPG-18 바주카포 두 발과 엄호 사격을 쏟아 부어 부하 두 명을 탈출 시켰지만 아무래도 그들이 살아남아 임무를 완수할 확률은 적어 보였다.


더군다나 RPG-18은 달랑 두 번의 발사 후에 고장이 나버린 상태였다. 1970년대부터 사용되던 소련제 구닥다리 바주카포의 한계였다.


그렇게 퇴로가 막힌 채, 언제 또는 아예 오지 못하는 구원 병력을 기다리며 엘레시키의 총알을 맞아 쓰러져간 부하는 이미 넷. 그중에 한 명은 자신의 휘하에 있던 리디아였다.


필리포스 소령이 남아있는 병력을 워낙 대충 짜집기해 급편성된 부대라 그녀는 현재 자신 주위에 있는 부하들 태반의 이름을 몰랐다.


“로레나만 있었어도...제기랄...”


그녀는 자신의 부대에 편성된 병력도 아닌 로레나가 자신의 수송 트럭 한 대에 마지막에 올라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모른 채 하고 넘어갔다.


실력은 최고지만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로레나의 성격탓에 로레나가 번번히 진급과 포상의 기회를 놓치자 그 불공평한 처사를 자신의 직속 부하도 아닌 그녀를 위해 셀린은 몇 번이나 상관들과 말싸움을 벌이곤 했기에, 로레나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로레나가 자신의 수송 트럭에 올라탈 때만 해도 그녀의 스나이퍼 실력이 이토록 간절하게 필요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엘레시키의 총알이 날아오자마자 종적을 감쳐버린 그녀가 셀린은 지금 당장 무척 보고 싶어졌다.


“중위님 저쪽....”


셀린이 부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남쪽 방향에 있는 마을 중앙쪽으로부터 비명 소리들이 들려 왔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이제까지 간간이 들리던 여성들의 비명 소리가 아닌 남성들의 비명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4 전설의 소환 (5) 21.11.24 312 12 16쪽
83 전설의 소환 (4) +2 21.11.23 306 13 13쪽
82 전설의 소환 (3) 21.11.22 318 13 12쪽
81 전설의 소환 (2) 21.11.21 314 13 14쪽
80 전설의 소환 (1) 21.11.20 316 13 11쪽
79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8) +4 21.11.19 322 13 18쪽
78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7) +3 21.11.18 330 14 11쪽
77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6) +4 21.11.17 323 14 16쪽
76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5) +2 21.11.16 330 13 13쪽
75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4) +2 21.11.15 320 13 11쪽
74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3) +2 21.11.14 320 13 17쪽
73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2) +2 21.11.13 318 12 13쪽
72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1) +2 21.11.12 323 13 14쪽
71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2) 21.11.11 320 12 14쪽
70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1) 21.11.10 326 11 17쪽
69 각자의 선택 (8) 21.11.09 335 13 14쪽
68 각자의 선택 (7) 21.11.08 342 13 21쪽
67 각자의 선택 (6) 21.11.07 336 12 16쪽
66 각자의 선택 (5) 21.11.06 335 15 16쪽
» 각자의 선택 (4) 21.11.05 337 13 17쪽
64 각자의 선택 (3) 21.11.04 335 13 16쪽
63 각자의 선택 (2) 21.11.03 332 14 15쪽
62 각자의 선택 (1) 21.11.02 343 13 17쪽
61 작은 보답 (3) 21.11.01 337 12 16쪽
60 작은 보답 (2) 21.10.31 339 14 13쪽
59 작은 보답 (1) 21.10.30 338 14 12쪽
58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5) 21.10.29 339 14 14쪽
57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4) 21.10.28 340 13 17쪽
56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3) 21.10.27 336 15 13쪽
55 더 높은 경지를 향하여 (2) 21.10.26 357 13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