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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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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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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688

작성
21.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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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4)

DUMMY

새벽 늦게서야 잠이 든 용기가 눈을 떴을 때에 바깥은 아직도 어두침침했다.


창 밖을 내다보니 비는 그쳐 있었지만 새까만 먹구름들이 하늘 전체를 잔뜩 뒤덮고 있어 온 세상이 어두웠다. 분명 해가 뜬 오전인 것 같았지만 먹구름들 때문에 햇빛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용기는 갑자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 문구를 만들어낸 천재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내 내일에는 태양이 뜨지 않았거든?’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모두들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침 식사라고 해 봐야 우유 없는 시리얼을 그냥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털어 넣는 것 뿐이었다.


연화는 여벌로 가지고 온 화산파의 하얀색 도복으로 갈아 입은 모습이었다. 집안이어서 그런지 굳이 장포를 뒤에 걸치지는 않았지만, 어디서 찾았는지 화장품으로 얼굴에 기본 화장까지 이미 하고 있었다.


로레나는 군복을 벗고 남자 옷을 입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 집안에는 로레나와 비슷한 신체 사이즈의 여자는 살지 않았던 모양이다. 유나는 옷을 갈아 입지 않고 예전의 찢어진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연화는 용기가 줏어 입은 옷을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저씨! 그 옷을 입고 거울을 보기는 한거야?”

“응. 봤는데?”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전혀 없고?”

“응. 없었는데?”


연화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용기는 얕은 회색 바탕에 양쪽 바깥 다리 선에 노란색의 줄이 길게 새겨진 츄리닝 바지에, 연초록색 바탕에 하얀색 지퍼가 달린 츄리닝 상의를 걸치고 있었다. 바지의 길이는 조금 길어서 말아 올려졌고, 허리는 조금 커서 두 겹을 말아 내린 상태였다.


용기는 연화의 말에 자신이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어디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살펴 보았지만 옷에 구멍에 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유나야. 너희 아빠는 원래 저렇게 옷을 입는 센스가 없냐?”


연화가 유나에게 물었다.


“응. 아빠는 원래 그래.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구멍난 옷도 그냥 입고 다녀.”


유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집은 시리얼을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그제서야 연화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용기는 ‘그딴 건 아무려면 어때?’ 라는 표정을 머쓱하게 지어보이고는 식탁에 앉아 차려진 우유없는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상적인 인간계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차원이 다른 용기의 패션 센스로 그들의 햇빛이 들지 않는 아침은 시작 되었다.


아침 식사 후, 연화는 먹을 음식들도 구하고 용기네 집에 들려 유나의 옷도 챙길겸 구천환기오행진 밖을 조심스레 나갔다.


로레나와 유나는 섬 안에 맞은편 집에 옷이나 먹을 것이 있는지 살피러 같이 갔고, 용기는 구천환기오행진을 좀 더 꼼꼼히 설치하는 마무리 작업을 했다.


어제는 일단 육지에서 바라볼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진을 설치해 놓기는 했지만 바다쪽에서 바라볼 때도 눈에 띄지 않는 진을 완벽하게 구성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용기가 구천환기오행진의 바다쪽 방향을 마무리 짓고 머물고 있는 저택의 뒷뜰에 있는 거대한 수영장을 바라보며 ‘여기다 수족관을 만들면 매일 싱싱한 활어회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쯤, 로레나와 유나가 맞은편 저택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로레나는 양손에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있었고 어깨에도 베낭을 하나 메고 있었다. 유나도 어른용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방을 등에 하나 매고 있었다. 하지만 걸음걸이로 보아 그녀의 가방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듯으로 보였다.


유나는 웃고 있었다.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힘없이 피식 웃는 정도는 넘어서는 미소를 로레나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로레나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둘 다 꽤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엄마의 죽음으로 풀이 많이 죽어 있을 아이에게 웃음을 가져다준 로레나에게 용기는 속으로 ‘고맙다’ 라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점심 때가 되어 갔지만 연화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용기는 디스푸가라 통신 단검으로 연화에게 괜찮냐고 왜 돌아오지 않냐고 물었다. 연화는 우연찮게 전기가 들어오는 집들 몇 개를 발견해서 그 집들의 냉장고를 털고 있느라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고 답했다.


용기가 가서 도와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괜찮으니 지금 머물고 있는 집의 냉장고 청소와 음식들을 보관할 아이스 박스들을 구해 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용기는 코를 막고 긴장된 가슴을 달래며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우웩!...오우야..."


역시나 짐작한 대로 음식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역한 냄새에 로레나와 유나는 이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닫고 맞은편 집에서 구해온 참치캔으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용기는 호흡을 멈추고 재빠르게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음식들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냈다. 얼추 냉장고 청소를 마치고 용기는 아이스 박스를 찾으러 그 집에 창고로 보이는 곳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 한쪽에는 커다란 대형 스크린 주위에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아늑해 보이는 의자들 여러 개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스피커들이 설비되어 있는 소형 극장이 들어서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포켓볼 당구대와 그 옆에 와인바가 진열되어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당구대와 와인바 위로 화려한 조명이 설치 되어 있으리라. 그는 와인바 아래에서 커다란 아이스 박스 두 개를 찾아 꺼냈다.


“아...”


그리고 그의 눈에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구분되어 진열되어 있는 와인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화이트 와인은 시호코가 좋아하던 주류였다. 형편이 좋지 않아 매번 싸구려를 마셨지만, 그래도 그녀는 기분이 좋은 날은 꼭 화이트 와인을 마셨었다.


용기는 화이트 한 병을 집어 들어 상표를 살폈다. 처음보는 상표였지만 화려한 문양으로 보아 꽤 비싸 보이는 고급 와인 같아 보였다.


그는 시호코가 살아 남아서 이 비싸 보이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웃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자 그렇게 해주지 못한 자기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


퍽!


그 화이트 와인병이 용기의 손에서 산산 조각이 나버렸다.


그가 손바닥에 남아있는 병조각들과 함께 주먹을 꽉 말아 쥐자, 병조각들은 금강불괴의 신체인 용기의 피부를 찢지 못하고 아주 작은 유리 알갱이로 둔갑하여 바닥으로 흩어져 내렸다.


연화는 커다란 보따리를 등에 매고 오후 네 시쯤에 로레나가 자기가 저녁을 준비해 보겠다고 주방에서 분주할 무렵에 돌아왔다.


커다란 침대 커버를 보따리로 사용해 거기에 담을 수 있는 한계까지 죄다 쓸어담어 가져온 모양이었다.


유나 옷은 물론이고, 로레나의 사이즈에 맞는 옷들과, 냉동실에 방금까지 있다가 나온 게 확실한 듯한 차갑게 얼어 붙은 베이컨, 돼지고기, 스테이크용 소고기 등등이 잔뜩 들어 있었다.


“어 이건?”


용기가 집어든 것은 다름 아닌 중국어로 적혀진 소스병이었다.


“어 운이 좋았어. 전기 들어오는 집들 중에 하나가 중국인들이 살던 집이었나봐. 내가 아는 소스들과 음식들이 좀 있더라고. 오늘 저녁은 이미 해결된 것 같고, 내일 점심 때를 기대 하라고. 내가 멋진 요리를 해 줄 테니까 말야.”


그녀는 주방에서 요리 중인 로레나의 등을 바라보며 답했다.


용기는 연화가 가져온 음식들을 미리 구해놓은 아이스 박스에 차곡차곡 쌓아 넣고 빙백신장(氷白神掌)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음식들을 얼리기 시작했다. 빙백신장이 워낙 강력해서 음식들이 너무 꽁꽁 얼지 않도록 그는 냉기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불어 넣었다.


“왜 웃어?”


용기가 옆에서 피식 웃고 있는 연화에게 물었다.


“백음 스승님이 생각나서. 스승님께서 자신이 가르켜 주신 최상승 무공인 빙백신장이 냉장고 역할 따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해서.”


“하....”


용기는 그 말에 한 숨을 내쉬었다.


“너 이건 백음 스승님한테는 절대 비밀이다!”


로레나가 준비한 저녁은 파스타였다.


요리의 시작은 원통형 모양의 펜네와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토마토 소스가 전부였지만 연화가 가져온 냉동 고기 중에 하나를 나중에 급하게 해동해서 첨가했다.


그녀는 모두가 포크를 들기 전에 자신의 성장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고아원과 군대에서는 남이 해준 밥만 먹어서 자신이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가 이것 뿐이라며 맛이 없어도 이해하라고 말했다.


“음...”


파스타를 한 입 떠먹은 용기는 확실히 맛이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파스타 소스를 만들 때 같이 들어가야 되는 양파나 당근 같은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재 사정을 고려하면, 맛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다.


게다가 용기나 연화는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파스타 한 그릇을 비우는 비우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원래 아무거나 잘먹는 유나는 두 그릇이나 먹었다.


로레나는 유나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잘 먹자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 본인은 정작 반 그릇 정도만 먹고 포크를 내려놨다.


“왜 더 안 먹고?”


연화가 물었다.


“아냐. 원래 스나이퍼들은 배불리 먹지 않아. 배가 부르면 신경이 둔해 지니까.”


이른 저녁을 먹은 그들은 식기들을 치우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연화가 오늘 밖에서 보고 온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진짜 사라졌어. 심지어는 시체를 찾아 보기도 힘들어. 물론 곳곳에 보이기는 하지만 반틈은 총상으로 죽은 시체들이야. 로레나 언니 말대로 요괴 놈들이 인간들을 싸그리 잡아가는 모양이야. 혹시 숨죽여 숨어 있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해서 중간 중간에 탐색을 해봤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가 없었어.”


“그놈들이 사람들은 어디로 데려 가는지에 대한 정보는 나도 들은 적이 없어. 아니면 내 계급으로는 그런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없었던지.”


“그놈들이 사람들을 데려가서 무엇을 하는지가 더 관건이야.”


용기가 무겁게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주로 연화와 로레나가 의견을 내면 용기는 그 의견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해 짧막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어둠이 깊게 내려 앉을 때까지 그리고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유나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때까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그들은 일단 당분간은 현재 거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정보를 좀 더 확보함과 동시에 생존자 수색 작업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날 회의의 일단락을 지었다.


작가의말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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