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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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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7,959
추천수 :
1,572
글자수 :
139,358

작성
24.05.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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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2쪽

악마의 이빨 (2)

DUMMY


22화 악마의 이빨 (2)




마몬의 도발에 체드가 더 놀라 억지로 끌어내야 했다.

다행히 당가의 무인들은 부글부글 끓는 표정이었지만, 달려들지는 않았다.


“마몬! 이 녀석아! 어째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거냐?”

“내가 아니야. 저놈들이 먼저 시작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당가와······.”


체드는 몇 년은 더 폭삭 늙은 모습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까는 강한 척 나섰지만, 그 역시 당가와 정면으로 대치한 게 두려웠던 모양.

체드는 품에 있던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았는데, 그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당가가 널 찾는다는 말을 들었지.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길드 건물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 체드가 여기까지 온 건 우연이 아닌 모양이었다.

체드는 마몬의 어깨를 꽉 잡으며 신신당부했다.


“절대로 당가 놈들과 엮이면 안 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이다. 지금은 다행히 잘 벗어났지만,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마몬의 성격을 알고 있는 체드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아무리 마몬이 막 나간다고 해도, 당가에게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런 체드의 바람과는 달리, 마몬은 이미 놈들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 지리는 자신이 훤하게 알고 있다.

도시 내부에선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건 어렵겠지.

설령 목격자를 남기지 않는다고 해도 흔적은 반드시 남을 거다.

하지만 도시 밖은 어떨까?

아무리 강하고 노련한 헌터라고 해도, 사소한 실수 하나에 몬스터 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당가의 무인이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겠지.

이곳 지리는 마몬이 완전히 꿰고 있었다.

그들을 유인하여 처리한다고 치면······.


“뭐야? 방법이 열 가지도 넘잖아?”


마나가 전혀 없었을 때도, 헌터들을 유인하여 죽였던 마몬이다.

5레벨의 하운드를 정면에서 이긴 실력이라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너무나도 많이 있었다.

그런 마몬의 말에 체드와 테라가 합창하듯이 소리쳤다.


“마몬!”

[마스터!!]


체드는 당가를 건들이면 안 되는 이유를 순식간에 열 가지가 넘게 설파했다.

기묘한 추격술이라든지, 사냥감을 지옥까지 쫓는 집요함이라든지, 심지어는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 연유를 묻는 흑마법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론 마몬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테라는 보복을 멈추게 하는 대신, 방법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꼭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죠.]

‘그럼?’

[저들이 여기에 온 목적은 볼칼이 훔친 무공서를 찾기 위함이 아닙니까? 그걸 마스터가 가로채는 겁니다.]


그 말에 마몬이 비로소 관심을 보였다.


‘무공서를 훔치자고?’

[훔치는 게 아닙니다. 당연한 권리의 행사죠. 애초에 볼칼을 죽인 건 놈들이 아니라 마스터이니까요.]


패자의 물건을 갖는 건 승자의 당연한 권리다.

최소한 이곳에선 그게 상식이었다.

장물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도시.


[생각해 보면 볼칼의 죄 역시 당가에게 묻는 게 합당할 겁니다. 그의 무공은 당가의 것이니까요.]

‘그래서 그놈들을 죽이려는 거 잖아.’

[저들은 당가의 사냥개에 불과합니다. 저들을 죽여봤자 당가엔 아무런 타격도 없을 거고요. 하지만 당가의 귀중한 물건을 빼돌리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죠.]

“흐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물건이 사람의 목숨보다 훨씬 귀한 세상에 살고 있었으니까.

결국 마몬은 납득했다.


“알겠어. 참을게.”


테라의 말에 따른 거지만, 체드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 정말이냐?”


체드는 마몬의 고집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열변을 토한 거다.

다행히 마몬은 적어도 체드에게는 허언을 하지 않았다.

마몬이 하지 않겠다면 정말 하지 않는 거다.


“그래! 욘석아! 잘 생각했다. 앞으로도 놈들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아라.”


겨우 한시름 덜은 체드다.

기특하다는 듯이 마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참! 시간이 나면 대장간에 들리거라. 그곳에 네 물건을 만들어 놓았다.”

“물건? 무슨 물건?”

“요전에 네가 준 재료들 있지 않느냐? 그것으로 검을 만들어 두었다.”


전에 체드에게 맡긴 재료라면 분명 커터 레오파드와 다크 스타의 것이었다.

체드는 주변을 살피다가 마몬의 귓가에 대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비늘로 만든 검이다. 네 마음에 들 거다.”


역시나 다크 스타의 비늘로 만든 검이라는 소리였다.

무려 9레벨 몬스터 소재로 만든 검이다.

드래곤 본이라 불리는, 뼈보다는 강하진 않아도 엄청난 물건일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좋은 검이 필요한 참이었다.

지금 사용하는 검은 다크 오러의 힘을 받아내지 못해서 삐걱거리는 게 느껴졌으니.

이왕이면 권총도 바꾸는 게 낫겠지.


“고마워, 체드.”

“하아~ 부탁이다. 좋은 장비를 얻었다고 너무 함부로 움직이지만 말아다오.”

“걱정하지 마.”


체드는 헌터 협회 근처까지 데려오고서야 겨우 마몬을 놓아 주었다.

모두가 악마라 부르며 꺼리는 데도, 체드에겐 그저 어린아이로 보이는 모양.

간신히 체드에게서 풀려난(?) 마몬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수색하면 좋을까?”

[역시 볼칼의 아지트부터겠죠.]

“그곳은 당가 놈들이 샅샅이 뒤지지 않았을까?”


당가의 추적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만약 아지트에 물건을 숨겼다면, 그들의 눈을 피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들에겐 제가 없지 않습니까?]


당가가 무슨 수를 썼더라고 해도, 테라는 그들보다 더 나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지금까지 테라의 능력을 곁에서 똑똑히 보았던 마몬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고렙 헌터들도 찾지 못한 개미 몬스터의 의태를 단숨에 알아낸 테라였으니.


[대신 그곳에 아직 당가의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있으면 절대 마주해선 안 됩니다.]

“알겠어.”


마몬의 대답에도 불안했는지, 테라는 몇 번이나 더 물었다.

그렇게 도착한 볼칼의 아지트.

이제는 전 아지트다.

다행히 그곳엔 당가의 인물이 아무도 없었다.

몇 번이나 샅샅이 수색하고는 이곳에 없단 걸 확신한 모양.


“시체만 가득하네.”


아지트엔 시체만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예전 마몬이 죽였던, 볼칼의 수하들이 아니다. 그건 벌써 며칠 전의 전투였다.

이 시체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듯이 싱싱해 보였다.

아마 볼칼이 떠난 아지트를 차지했다가, 당가 무리들에게 걸린 거겠지.


“운이 없는 놈들이군.”


심지어 곱게 죽지도 못했다.

시체 여기저기엔 고문의 흔적이 가득했으니까.


“이제 어떻게 찾지.”


마몬이 아지트 한가운데 서서 물었다.

여기서 시간을 오래 지체할 수는 없다. 언제 또 당가의 무리들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

그러자 테라가 이상한 말을 했다.


[당가의 무인들이 샅샅이 뒤졌다면 물건은 여기에 없을 겁니다. 분명 물건을 찾는 능력자가 포함되어 있겠죠.]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을 확인했다.

이 먼 곳까지 왔다면, 분명 특정한 물건을 찾는 능력도 있을 터.


“그러면 우린 어떻게 찾는데?”

[아주 간단합니다. 볼칼의 흔적을 전부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마몬의 눈엔 수많은 발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형광색으로 강조되어 보이는 발자국.


[여기에 드나든 모든 발자국을 표시했습니다. 여기에서 볼칼의 것만 추려내겠습니다.]


테라의 말이 끝나자, 바닥을 가득 메웠던 대부분의 발자국이 사라지고, 몇 개만 남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적지 않은 숫자였지만, 최소한 지금은 움직이는 동선을 확인할 정도는 되었다.


[볼칼은 조심성이 많아서 물건을 건물 내부가 아닌 밖에 숨겼습니다. 덕분에 당가의 추격대도 물건을 찾지 못했죠. 하지만 그래서 문제가 생겼죠.]

“문제? 무슨 문제?”

[마스터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엄청난 보물을 자기 눈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면요.]

“음······ 글쎄?”

[사람들의 심리는 다들 똑같습니다. 그 보물이 잘 있는지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해 보겠죠. 물론 자연스럽게 움직이겠지만······.]


테라는 볼칼의 발자국을 천천히 지워나가면서 한 줄기만 남겼다.

밀집된 발자국의 집합이다.

똑같은 곳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동한 동선.


[그러면 이렇게 흔적이 남는 거죠.]


테라가 생각한 해결책이 바로 이것이었다.

흔적이라고 말했지만, 테라 정도의 AI가 아니라면 절대로 알아낼 수 없을 터.

마몬도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단하네.”

[에헴! 이 정도야 제겐 식은 죽 먹기죠. 그러면 진짜 놈들이 오기 전에 출발하죠.]

“좋지.”


즉시 테라는 길 안내를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마스터.]


마몬도 잘 아는 도시 지리에 친절하게 네비게이터까지 단 느낌.

테라의 안내에 쭉 길을 가 도착한 곳은, 뒷골목에 있는 한적한 공간이었다.

워낙 위험한 도시이기에 이런 뒷골목엔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


[볼칼의 흔적이 이곳에서 끊겼습니다.]

“이곳에? 하지만 이곳엔 아무것도 없는데?”

[후후! 볼칼의 지문이 가득 묻은 무언가는 있죠. 저길 보십시오.]


테라는 구석에 있는 허름한 벽면에 마몬을 안내했다.

그곳엔 약간 헐거운 듯한 벽돌이 있었다.


[거길 열어보십시오.]


테라의 말대로 벽돌을 치우자, 그곳엔 예기치 못한 물건이 있었다.


“이건?”


그곳에 있는 건, 낡은 책자.

큼지막한 제목도 보였다.


[혈접표]


“이거군.”


볼칼이 무려 당가를 배신하면서 탐한 무공이다. 그리고 당가는 그런 볼칼을 쫓아 이곳에 왔다.

대단한 무공일 게 분명했다.

마몬은 씨익 웃엇다.


“놈을 죽인 보람이 있군.”


검왕 자매들을 통해서 무공의 위력을 실감한 마몬이다.

초식 몇 개만으로도 전투력이 확 올라가는 걸 직접 몸으로 체감했다.

더 많이 알고,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마몬이 어디서 그런 고급 무공을 배울 수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당가의 비급이 저절로 손에 들어왔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무공서를 어떻게 처리하는 가다.

품에 가지고 다니는 건 너무나도 위험했다.

또 당가의 인물들이 무슨 기묘한 능력을 사용해서 이 무공서를 찾아낼 수도 있었으니.

마몬은 아주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책의 내용을 전부 외워버리는 거다.


샤락. 샤락!


마몬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무공서를 보았다.


[여기 말고 안전한 곳에서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 도시에서 안전한 곳이란 없어.”


테라의 경고에도 마몬은 꿋꿋이 서서 책장을 넘기더니, 결국 마지막 내용까지 전부 보았다.

그리고는······.


파지지직!!


다크 오러를 만들어 책자를 소멸시켰다.


[마스터? 이게 무슨······.]


허무하게 소멸한 비급서에 테라가 놀라 물었지만, 마몬은 덤덤하게 말했다.


“모두 외웠다. 이렇게 없애는 게 가장 깔끔하겠지.”

[그걸 전부 외웠다고요?]

“그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마몬.

물론 책자를 외우는 건 테라도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건 컴퓨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단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책의 내용을 전부 외우는 건, 인간 이상의 능력이 필요했다.


[솔직히 이젠 놀랍지도 않지만······.]


그 순간이었다.

분명 다크 오러로 소멸한 책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땡그랑.


바닥에 데구르르 구르는 건 둥근 원판.

아마 책 표지에 숨겨져 있었던 듯.

그런 물건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다크 오러에도 멀쩡했다는 점이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왔음에도 마몬은 물건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게 혈접표로군.”


볼칼이 훔친 무공서.

그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잔혹한 암기의 이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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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악마의 이빨 (2) +2 24.05.27 1,026 62 12쪽
21 악마의 이빨 (1) +1 24.05.26 1,118 61 12쪽
20 첫 번째 임무 (9) +3 24.05.25 1,163 55 14쪽
19 첫 번째 임무 (8) +7 24.05.22 1,329 77 13쪽
18 첫 번째 임무 (7) +2 24.05.21 1,395 72 14쪽
17 첫 번째 임무 (6) +2 24.05.20 1,454 66 12쪽
16 첫 번째 임무 (5) +5 24.05.19 1,523 60 14쪽
15 첫 번째 임무 (4) +1 24.05.18 1,596 58 14쪽
14 첫 번째 임무 (3) +3 24.05.17 1,704 66 14쪽
13 첫 번째 임무 (2) +2 24.05.16 1,855 61 16쪽
12 첫 번째 임무 (1) +2 24.05.15 2,032 63 16쪽
11 악마적 헌터 (2) +3 24.05.14 2,158 73 12쪽
10 악마적 헌터 (1) +1 24.05.13 2,247 72 12쪽
9 헌터 헌터 (2) +4 24.05.12 2,375 84 19쪽
8 헌터 헌터 (1) +3 24.05.11 2,489 85 15쪽
7 악마적인 재능으로 (3) +3 24.05.10 2,567 78 15쪽
6 악마적인 재능으로 (2) +2 24.05.09 2,698 73 14쪽
5 악마적인 재능으로 (1) +7 24.05.09 2,869 80 16쪽
4 운수 좋은 날 (4) +2 24.05.08 2,934 78 15쪽
3 운수 좋은 날 (3) +2 24.05.08 3,032 81 13쪽
2 운수 좋은 날 (2) +1 24.05.08 3,557 81 13쪽
1 운수 좋은 날 (1) +4 24.05.08 4,83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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