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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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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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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43
추천수 :
1,572
글자수 :
139,358

작성
24.05.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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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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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글자
19쪽

헌터 헌터 (2)

DUMMY

8화 헌터 헌터 (2)




볼칼은 눈을 찌푸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평소엔 머저리라고 욕하지만, 아무 능력 없는 애새끼 하나에 이렇게 형편없이 당할 수하들이 아니었다.

자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렙이긴 해도 경험 많은 헌터들.

몇 명은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반응이 없는 이들은 이미 죽은 듯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마몬은 볼칼을 보고서도 태연했다.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야.”


볼칼이 마몬을 살핀 것처럼, 마몬 역시 볼칼을 보았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멀쩡한 모습이다.

어쩌면 큰 상처를 입었다는 말조차 볼칼의 계략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자신을 벼르고 있었던 눈엣가시 같은 놈들을 솎아낼 수 있을 테니.

그런 교활함과 치밀한 덕분에 볼칼은 이제껏 세력을 이토록 크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마몬의 판단이 틀렸다.

볼칼은 극심한 내상으로 제대로 거동하기 불편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해하려고 찾아온 적을 두고,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기에 애써 멀쩡한 척한 것.


‘저 새끼 뭔가 분위기가······.’


눈치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볼칼이다.

뱀 같은 본능이 지금 자신에게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고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볼칼은, 손을 아래로 늘어트린 후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마치 서부극의 총잡이를 연상하는 듯한 동작.

긴장되는 전투가 생길 때마다 하는 그의 습관이다.


“······.”

“······.”


둘의 눈빛이 마주치자, 아지트에 긴장감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볼칼은 비도술을 익힌 무인.

암습에도 능하지만 이처럼 정면 대결에서도 얼마든지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고 긴장이 극에 달하는 순간······.


“죽어!”


볼칼은 재빨리 단검을 뽑아 마몬에게 던졌다.


쉐에에엑!


섬광처럼 날아간 단검.

어찌나 빠른지 주변에서 보면 날아가는 단검에 길게 꼬리가 이어지는 듯한 환영이 보일 정도였다.

일직선으로 날아가던 단검은, 마지막 순간에 끝이 부르르 떨리면서 갑자기 투수의 커브볼처럼 아래로 뚝 떨어졌다.

극적인 방향 전환임에도 가속도는 변하지 않았다.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신비로운 무공.

전환 타이밍과 급격한 낙하는 상대를 두 눈 멀쩡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게 했다.


‘아무리 유물이 강력하다고 해도 이 공격은······.’


볼칼은 단검을 던진 순간, 승리를 예감했다.

약간의 긴장은 있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무공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최악인 몸 상태에도 컨디션은 좋은지, 손가락 끝으로 단검의 재질이 생생히 느껴질 정도.

하지만 다음 광경에 올라갔던 입꼬리는 그 자리에 멈춘 채 경련을 일으켜야 했다.

모든 걸 꿰뚫을 것 같은 단검이, 얌전히 마몬의 손에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마몬은 태연한 얼굴로 단검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확인하고 있었다.


“뭐······ 어, 어떻게······.”


볼칼은 순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어버버거렸다.

누구도 저런 식으로 자신의 단검을 잡아낸 적 없었으니.

정작 마몬은 당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단검 자체는 평범하네.”


계속 궁금했었다.

단검에 뭔가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직접 보니 몬스터의 사체로 만들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은 없었다.

볼칼의 내력이 여전히 남아서 생선처럼 퍼드득거렸지만, 계속 쥐고 있자 이내 잠잠해졌다.


“자, 그럼······.”


마몬은 볼칼이 있는 2층을 확인하고는 몸을 웅크렸다가 점프했다. 그러자 단숨에 그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쿵!


“이런 빌어먹······.”


놀란 볼칼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그보다 내리찍는 마몬의 검이 더 빨랐다.


쾅!!


단검을 휘둘러 간신히 검을 막았지만, 그 충격은 고스란히 어깨와 팔로 전해졌다.


“커억!”


어깨뼈가 뒤틀렸고, 손목뼈가 부러졌다.

볼칼을 황급히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마몬은 벌써 저만치 도망친 볼칼을 향해 유유히 걸으며 입을 열었다.


“과연 단단하네. 저 정도의 무인이면 다크 오러도 막아낼 수 있다는 건가?”

[상대도 오러 유저입니다. 다크 오러가 무적은 아님을 제가 내내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볼칼의 칼날에도 희뿌연 안개 같은 게 감싸고 있었다.

6레벨의 무인답게 내기를 유형화하여 단검에 덧씌울 수 있었던 것.

뼈가 부러진 걸 보면 다크 오러의 기운이 몸속에 파고드는 건 막을 수 있었지만, 압도적인 파괴력 자체는 막을 수 없었던 모양.


“크으윽!”


마몬은 어긋나 뼈마디를 겨우 맞추며 뒤로 물러섰다.

내공을 수련한 무인의 육체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튼튼하다.

그런데 단 한 번의 공방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


‘진짜 각성했어? 설마······ 신체 강화 능력을 얻었나?’


신체 강화 능력은 가장 저평가 받는 능력이다.

초반엔 나름 쓸만하지만,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활용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

그것을 깨달은 볼칼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 새끼 고작 그따위 능력으로 나를······!”


아무리 신체가 강화되었다고 해도, 대응법은 단순했다.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건 볼칼의 특기였다.


“죽여버린다!”


볼칼이 양손을 윗옷 깊숙이 넣었다가 빼자, 손가락 마디마다 비도가 끼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로 잰 듯이 정확한 간격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비도들.

볼칼이 손을 휘두르자, 십여 개의 비도가 폭발하듯이 마몬을 향해 쇄도했다.


슈슈슈슈슛!


처음 비도는 마구잡이로 날아간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각도를 좁히며 정확히 마몬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왔다.

이내 마몬은 날아오는 비도에게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쏟아진 비도의 모양과 크기는 어느 하나도 같지 않았다.

어떤 것은 크고 무거웠고, 어떤 것은 가볍고 날렵한 형태.

모양과 질량이 모두 다르니, 전부 다른 속도와 궤적으로 날았다.

공통적인 건 단 하나, 모두 마몬을 노리고 날아간다는 것뿐.

하나라도 명중하면 치명상일 정도로 강맹한 공격.

그런 공격에도 마몬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당!


마몬의 몸이 잔상만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단순히 빠른 게 전부가 아니라,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어지럽게 날아오는 비도를 전부 명중시켰다.

마치 주변에 폭죽을 터트린 것처럼 허공에 현란하게 불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검에 부딪친 비도는 찌그러지거나 반으로 잘려, 어지럽게 회전하며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걸 본 볼칼이 소리쳤다.


“마, 말도 안 돼!”


지금까지 볼칼은 수많은 헌터들과 싸웠다.

당연히 그중에는 신체 능력이 뛰어난 근접 계열 헌터도 있었다.

대부분이 수년간 전투술을 연마한 능력자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처럼 자신의 비도를 모두 쳐내진 못했다.


“이 괴물 같은······! 이 악마 같은 마종이!”


그제야 볼칼도 마몬의 이명을 떠올렸다.

그 악마 같은 재능은 마나 활용법은 물론이고 검술에도 닿아 있었던 거다.

더 놀라운 건, 아직 마몬은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점.

검술은커녕 제대로 된 파지법도 익히지 못했다.

그저 감각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

그 어설픈 동작이 볼칼의 경각심을 더 부추겼다.


‘지금 죽여야 해! 저놈이 더 성장하면 절대 안 돼.’


각성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런 성장세라면, 몇 년이 흐르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겠는가?

만약 제대로 검술까지 배운다면?

그것을 떠올린 볼칼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여 무공을 사용했다.

멀리 보내진 비도에 내기의 끈을 연결하여 조종하는 신기.

심지어 마몬이 검으로 튕겨내 멀리 날아간 비도까지, 다시 끄집어내어 재차 공격했다.


슈슈슉!


“죽어!”


볼칼이 출력을 높이자, 마몬도 두 눈을 크게 뜨고 집중력을 높였다.

총알보다 더 빠른 비도가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몇 개는 장검으로 쳐내고 몇 개는 피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타다다당!


검과 부딪치며 다시 사방으로 흩어지는 비도들.

더 강한 힘으로 휘두르자, 비도는 부서지거나 벽면에 처박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역시나 정교한 초식도 없이 휘두른 검은 빈틈이 많았다.

미처 쳐내거나 피하지 못한 공격이 그대로 들어와 몸에 박혔다.


퍼버벅!


마몬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피부와 장기를 찢는 섬뜩한 소리가 좁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볼칼이 환호성을 질렀다.


“잡았다! 멍청한 놈!”


사나운 몬스터라고 해도 이 공격을 맞고 무사할 수 없었다. 볼칼은 당연히 마몬이 즉사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볼칼의 마지막 패착이었다.

문득 마몬의 얼굴을 보았을 때,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두 눈이 보였다.


“무슨!”


놀란 볼칼이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그보다 더 먼저 마몬의 손이 쭉 뻗어와 그의 목을 붙들었다.


콰직!


“켁! 켁!”


볼칼은 마몬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마치 거대한 렌치가 죄이는 듯한 느낌.

위기를 느낀 볼칼이 다시 단검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마몬이 손에 힘을 더 주자, 전신의 힘이 쭉 빠졌기 때문.


“크르륵! 크르륵!”


마몬이 볼칼의 목을 힘주어 아래로 누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볼칼이 피가래를 끓으며 흐느적거렸다.

마몬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한 눈빛으로 볼칼을 내려보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붙든 목을 통해서 볼칼의 맥박이 생생히 느껴졌다.


두근! 두근!


줄기차게 뿜어지는 생명의 박동.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흐름을 완전히 틀어쥐었다.

마몬은 송곳니가 드러나게 미소 지었다.


“드디어 잡았군.”


그 어떤 위협보다도 공포스러운 미소다.

마치 막 낚시한 물고기를 과시하는 듯했다.

오직 볼칼만이 본 마몬의 표정.

볼칼의 눈에 비친 마몬은 더 이상 겁 없는 꼬맹이가 아니었다.

승리에 도취한 무자비한 포식자.

그 사냥감은 바로 자신이었다.


“안······!!”


볼칼이 애원하려는 순간, 마몬의 손이 자비 없이 움직였다.


콰직!


목뼈가 부러진 볼칼은 힘없이 늘어졌다.

수십 년간 심심풀이로 사람을 죽였던 악당의 허망한 최후였다.

마몬은 죽은 볼칼의 시체를 잡고서 한참을 서 있었다.

더 이상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 않는 걸 깨달은 후에야 그것을 놓았다.


털썩.


혀를 길게 뺀 볼칼의 시체가 바닥을 굴렀다.


“끝났군.”


마몬은 미련 없다는 듯이 손을 탁탁 털었다.

여전히 마몬의 몸 곳곳엔 볼칼의 비도가 박혀 있는 상황.

고슴도치 같은 모습으로도 마몬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주변을 살폈는데, 이미 아지트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눈치만 살피던 볼칼의 수하 역시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친 것.

마몬은 품에서 포션을 꺼낸 후에야 덤덤히 몸에 박힌 단검을 뽑았다.

재생 능력과 포션의 효과 꽤 좋은 덕분에, 출혈은 금방 멈췄다.

익숙한 솜씨로 붕대로 꽁꽁 감고 있자, 테라가 말했다.


[마스터, 몸은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다행히 급소를 피했어.”


수십 개의 비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전부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빠르게 결단했다.

단검을 허용하되,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게 조절한 것이다.

그 덕분에 뼈나 간과 같은 중요 장기는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장이 찢기는 것까지 막을 수 없었다.


[마스터는 아직 고통을 줄이는 능력은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괜찮으십니까?]


아무리 피부가 단단해졌다고 해도 칼날이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가면, 벌겋게 달군 인두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마몬 역시 그러할 텐데, 지금까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 고통이라면 지겨울 정도로 많이 겪었어.”


이곳 데모니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많은 것을 인내해야 했다.

설사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느껴도 절대로 비명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안 된다.

무기력한 사냥감만큼, 습격자들을 흥분시키는 건 없었으니까.

마몬은 끝내 신음도 흘리지 않고 상처 치료를 마쳤다.

무시무시한 인내력.

마몬의 신체 리듬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테라가 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아직 마스터의 능력은 영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레벨 헌터와 싸우다니요. 만약 저자가 부상을 입지 않았으면 쓰러진 건 마스터였을 겁니다.]


마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인정했다.

지금 볼칼은 댜크 스타에게 얻은 상처로 엄청나게 쇠약해진 상황이었다.

본신의 능력을 전부 활용하긴 무리일 터.

아무리 잘 쳐줘도 4레벨 정도였을까?

하지만 마몬은 여전히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도 살아남은 건 나야.”


과정이 어떻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여전히 살아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

이것이 마몬이 이 지옥 같은 도시에서 살아남은 비결이었다.

마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단 걸 깨달은 테라는, 이번엔 조심스럽게 설득하기로 했다.


[아직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스터는 앞으로 빠르게 강해질 겁니다. 그러니 조급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만으론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는 부족해.”


자신 레벨 4 수준이라는 걸 확인했다.

물론 볼칼의 가공한 비도술을 고려하면 레벨 5정도라고 쳐줄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아직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테라가 준 포식 권능.

듣기에 따라서는 무한히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능력 칸의 제한이 있었다.


[그건 아직 마스터의 신체가 완숙하지 않아서입니다. 성인이 되면 그런 능력 칸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는 소리잖아.”


마몬의 볼멘소리에, 테라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말을 이었다.


[혹시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다크 오러의 총량이 늘어난 것을요?]

“다크 오러의 총량이 늘어났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또한 포식 능력의 힘입니다. 능력 칸만이 아니라 몬스터를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마스터의 능력은 조금씩 상승합니다.]

“그런 거였어?”


다른 헌터들.

무인, 마법사, 초능력자들은 마나 운용법을 통해서 마나 단전의 크기를 늘릴 수 있다.

마몬은 그런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달리, 사냥을 통해서 마나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는 소리.


“그런 중요한 사실을 왜 진즉에 안 알려줬어?”

[마스터가 너무 무모하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몬스터 능력을 복사하는 것과 기운 자체를 흡수하는 것.

이것이 마몬이 지닌 포식 권능의 활용법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지.”


무작정 능력을 흡수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아무거나 먹기보다는 가려서 먹어야 할 듯했다.

신체가 성장하면 능력 칸도 늘어난다지만, 당장 내일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이런 땅에서 한가하게 자라길 기다릴 수도 없었다.


“역시 ‘질 좋은 휴식’은 괜히 먹었어. 괜히 칸만 차지한 기분이네.”

[마스터와 같은 성장기에는 휴식의 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십시오, 마스터.]

“그렇다면야······.”


크게 심호흡하며, 폐에 공기를 가득 불어넣은 마몬은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본 테라가 황급히 말했다.


[기다리십시오, 마스터. 지금 또 어딜 가는 겁니까?]

“어디긴. 아직 못 죽인 놈들이 있잖아. 아직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고.”


유물은 탐낸 이들과 도망친 볼칼 패밀리 헌터들.

약속했던 대로 마몬은 그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가장 거슬렸던 볼칼을 잡았으니, 이제 놈들 차례다.

테라는 그런 마몬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지금 마스터의 몸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포션으로 겨우 출혈만 막았을 뿐입니다. 헌터 길드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 건 나중이야. 지금은 일단 놈들을 해치운다.”

[마스터!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일단 치료하고 다음에 상대해도 되지 않습니까?]

“나중 같은 건 없어.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더 큰 위협이 되어 나타날 거야.”


이 또한 마몬이 살아온 방식이었다.

한가하게 훗일을 대비하는 것보다 당장 일을 처리해야만 후환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테라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판단은 내가 해.”

[그럴 순 없습니다. 지금 마스터의 행동은 중대한 계약 위반입니다. 우리의 계약은 쌍무적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쌍무······ 뭐?”

[서로 의무가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을 무적이라고 착각한 마스터가 천방지축으로 날뛰다가 죽으면 저만 손해라는 뜻이죠.]

“······.”


마몬이 인상을 찌푸리자, 테라가 몰아붙였다.


[제가 마스터에게 준 폭식 권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그야······.”


헤아릴 수도 없을 거다.

만약 돈으로 판다고 하면 황금을 짊어지고서라도 서로 사려고 하겠지.


[제 역할은 마스터를 안전하게 지켜, 테라 프로젝트를 이루는 겁니다. 마스터의 몸은 본인의 것만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이건 계약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흐음!”

[볼칼과 싸움을 도운 것으로 저는 마스터에 할 도리는 다 했습니다. 이젠 마스터가 약속을 지킬 차례입니다.]


마몬은 그 어떤 강자가 억압한다고 해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 강하게 반발한다.

피해를 기억했다가 어떤 방식으로든 몇 배로 되갚는 것이 마몬의 철칙.

하지만 그런 마몬에게도 약한 부분이 있었다.

체드에게 그런 것처럼 도움과 은혜를 받으면 의외로 쭈그러든다.

물론 이런 막장 도시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게 얼마나 있겠느냐만.

간신히 이성을 찾은 테라의 말과 마몬은 자신을 돌이켜봤다.

확실히 받기만 했지, 테라에게 보답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네, 알겠어.”


마몬이 의외로 순순히 답하자, 오히려 테라가 놀랐다.


[인정······ 하신 겁니까?]

“그래. 테라에게 빚을 갚을 때까지는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을게.”

[다행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면 이제 뭐 할까?”

[당연히 휴식이죠! 마스터는 상처를 치료해야만 합니다!]


태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마몬은 지금도 중상이었다.

아무리 재생 능력이 있어도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마몬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전에 할 일이 있어.”

[이번엔 또 뭔가요?]

“일단 여기를 탈탈 털어야지.”


이곳은 볼칼 패밀리의 아지트.

분명 잘 뒤져보면 이들이 숨긴 재물이 있을 것이다.

테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것만입니다. 빠르게 훑고 이동하죠.]


테라 역시 재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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