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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7,963
추천수 :
1,572
글자수 :
139,358

작성
24.05.09 00:15
조회
2,869
추천
80
글자
16쪽

악마적인 재능으로 (1)

DUMMY

5화 악마적인 재능으로 (1)




* * *


“쿨럭! 쿨럭!”


거친 기침과 함께 마몬이 몸이 생선처럼 튀어 올랐다.

척추에 칼로 쑤시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섰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사시나무처럼 떨며 겨우 호흡만 하는 것도 잠시뿐.

바닥에 납작 엎드린 후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우욱! 우우욱!”


제대로 먹은 것도 없으니 토사물 대신, 죽은 피가 점액처럼 질게 이어지며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검붉은 피를 한 웅덩이나 쏟아낸 후에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다행히 고통은 빠르게 사라지고 호흡도 안정되었다.

소매로 입가를 대충 쓰윽 문지른 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아~ 하아~ 이건······.”


자기 몸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확인하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상처가······ 없어?”


말라붙은 핏물은 느껴졌지만, 정작 상처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치명적인 상처에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움직일 때마다 몸속 깊은 곳이 아렸지만, 뼈는 부러진 곳이 없었고 장기도 정상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다가 눈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건 뭐야?”


주변엔 참혹한 모습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뼈가 모두 부러진 듯, 흐느적거리는 형태.

전부 마몬을 쫓던 볼칼 패밀리의 헌터들이었다.

마몬이 놀란 건 그것들 때문이 아니었다.

헌터들이 죽은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시체들을 전부 합친 거보다 거대한 무언가가 저쪽에 쓰러져 있었던 것.

그건 언덕만큼이나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다크 스타? 설마······ 죽은 건가?”


분명 죽었다.

아무리 네임드 몬스터라고 해도 가슴이 반으로 쪼개진 상태로는 살아 있을 수 없을 테니.

그제야 정신을 잃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계약 어쩌고 했던 거 같은데······.


“꿈이 아니었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어쩐지 익숙한 음성이 울렸다.


[당연히 꿈이 아닙니다.]


성별을 구분할 수조차 어려운 기계음.

놀라서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뽑았지만, 그것을 쏘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눈동자만 굴려서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엔 여전히 적막한 폐허밖에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후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누구야?”


기대하지 않은 물음이었지만, 뜻밖에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마스터 마몬. 저는 테라 프로젝트를 위한 도우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빠르게 나온 대답.

기계음인데도 상냥한 말투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어디서 말하는 거지?”

[저는 마스터의 몸속에 있습니다.]


마몬은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정리했다.

그제야 마몬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보석······. 그게 너구나?”

[그렇습니다, 마스터. 정확하게 말하면 나노 입자로 만들어진 슈퍼양자컴퓨터입니다. 모든 시스템이 인스톨되기까지 약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헌터들이 그토록 뺏고 싶어 했던 오파츠 유물.

그것이 전혀 뜻밖의 형태로 마몬 앞에 나타났다.


“날 치료한 것도 너겠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나노 머신이 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신체를 재구성했습니다.]

“다크 스타를 죽인 것도 당연히 너고?”

[규정에 따라 계약 진행 도중, 마스터의 안전을 해치는 것을 배제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네가 무슨 힘으로 9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거지?”


다크 스타의 힘은 마몬도 잘 알고 있다.

최강이라고 불리는 용종. 그중에서도 다크 스타는 상위권 개체였다.

설사 오파츠의 힘이라고 해도 이렇게 간단히 해치울 상대가 아니라는 소리.

하지만 아쉽게도 마몬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건 현 마스터의 권한 등급으로는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권한 등급? 그게 뭐지?”

[핵심적인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등급을 뜻합니다. 현재 마스터의 권한 등급은 최하위입니다.]

“권한 등급을 올리려면?”

[간단합니다. 강해지면 됩니다.]

“강해진다고? 그런 것으로 등급이 올라가는 건가?”

[물론입니다. 테라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스터의 성장이 중요합니다.]

“테라 프로젝트는 뭔데?”

[그건 현 마스터의 권한 등급으로는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결국 제자리걸음.

마몬은 일방적인 이야기에 화내기보다는, 평소처럼 자신이 이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을 파악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강해질 수 있지?”

[그것은 간단합니다. 현재 마스터에겐 포식 권능이 부여되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시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포식 권능? 그건 어떻게 사용하는데?”

[그것도 간단합니다, 마스터. 몬스터의 심장을 섭취하시면 됩니다.]


마몬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죽은 다크 스타를 쳐다봤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인 듯이, 그것의 가슴 부분은 활짝 드러난 상태였다.

당연히 저 상태도 우연이 아닐 터.


“심장이라고? 마나석을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마스터. 시간이 너무 지나면 포식 권능이 발동하지 않을 수 있으니, 바로 움직이시는 걸 권장합니다.]


여전히 궁금한 건 많았지만, 망설이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절벽 등반을 하듯이 죽은 다크 스타의 몸을 타고 올랐다.

가슴 위에 올라가니, 반으로 찢긴 상처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온전한 모습의 심장이 보였다.

인간의 심장과는 달리 칠흑의 보석처럼 딱딱해 보이는 모습.

그래서 사람들은 몬스터의 심장을 마나석이라 칭했다.

마몬은 그것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이걸 먹으라고?”

[그렇습니다, 마스터. 마나석을 먹어 몬스터들의 유전자 정보를 흡수, 마스터의 형질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형질 변화라고? 그러면 내가 몬스터로 변하는 건가?”

[외형의 변화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그것으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데? 그러니까······ 몇 레벨까지 강해질 수 있지?”


마몬은 당연히 0레벨이다.

전체 인류의 1% 정도만 얻을 수 있다는 선천적인 각성 능력은 깨우치지 못했도, 고아로 살아온 자신에게 마나를 가르쳐 줄 인맥 같은 건 없었다.

설사 어디서 마나연공서를 주웠다고 해도 그걸 익힐 시간과 여유도 없었을 거다.


[마스터. 테라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해져야 합니다. 꾸준히 마나석을 섭취하면 그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마스터.]

“······그 말은 10레벨도 가능하다는 거야?”

[물론입니다, 마스터.]


마몬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소검을 잡았다. 그리고 익숙한 움직임으로 마나석을 적출하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곧 깔끔하게 정돈된 다크 스타의 마나석이 손에 쥐어졌다.

거대한 몸집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크기였다.


“이걸 먹으란 말이지.”


몬스터 사체 중에서 가장 비싼 부분이 바로 심장인 마나석이다.

안에 들어 있는 마나를 활용하여 도시의 전력원으로 쓰이거나, 가공하여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정제하며 영약으로 만들 수도 있다.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 들어있는 마나량이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다크 스타의 심장은 당연히 최상급.

특히나 용종의 마나석은, 드래곤 하트라 불리며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아마 이것을 팔면, 이제까지 마몬이 번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것이다.

즉 이것을 먹는다는 건, 엄청난 수익을 포기한다는 뜻.

하지만 마몬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볼칼의 시체가 없어.”


주변에 시체는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볼칼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운 좋게 이곳에서 빠져나간 모양.

다크 스타가 죽지 않았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행운이었다.

원수나 다름없는 각성자의 생존 소식에도 마몬은 미소 지었다.


“아직 살아있으니, 내 손으로 직접 죽일 수 있겠네.”


몬스터를 통한 방법도 좋지만, 역시나 복수는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목표를 처단하는 건 언제나 짜릿한 일이었다.

사냥꾼과 사냥감을 나누는 일.

승리한 쪽은 살아남고, 패배한 쪽은 인생의 종착역에 도착한다.

삶은 승자의 권리다.

이보다 더 확실한 구분이 어디 있겠는가?


마몬이 죽인 사람 중에는 마나 각성 헌터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마나 유저라고 해도 목이 잘리고, 맹독에 중독되면 죽는다.


‘물론 볼칼처럼 거물은 없었지만······.’


볼칼은 마몬이 살아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터.

그 빈틈을 활용하면 의외로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계획과 완벽한 기습.

지금의 마몬을 악마라 불리게 한 송곳니.

하지만 마몬은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한계가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여우도 늑대를 공격할 수 있다.

정확히 목을 물어뜯는다면 숨통을 끊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여우가 뛰어나도 호랑이와 사자를 사냥할 수는 없는 법.

마몬이 각성 헌터를 죽일 수 있던 이유는 그들이 방심해서다.

만약 마몬이라는 적을 인지하고만 있었다면, 절대로 당하는 일이 없었을 거다.

그건 마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필요하다.

6레벨인 볼칼의 숨통을 끊을 정도로.

마몬은 다크 스타의 마나석을 입에 털어 넣은 후, 씹어먹기 시작했다.


우적! 우적!


지금까지 사람이 마나석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팔면 비싼 부위기도 하고, 몬스터의 마나가 집약된 마나석을 그냥 먹었다가는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기 때문.

인공지능의 말대로라면 그냥 먹어도 탈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돌을 씹어먹는 것이니 역겨운 맛을 각오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크 스타의 마나석은 입에서 샤르르 녹기 시작했다.


“어?”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느낌과 맛이었다.

입과 배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더니 마치 홀로그램처럼 갑자기 눈앞에 글자가 나타났다.


《포식 권능 획득》

▲다크 스타

▷다크 오러


“이건······.”


글자가 떠 있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으나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마스터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램입니다. 뇌로 직접 보이는 것이죠.]

“······신기하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마나부터 만들었습니다. 마침 다크 스타의 인자가 있었으니까요.]

“마나를 만들었다고?”

[기본적인 서비스입니다. 마스터가 강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이렇게 쉽게 마나를 얻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마몬은 손을 쥐었다가 펴며 새로 얻은 기운을 느끼려 했다.


“그러면 이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마나연공법을 익히지 않고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연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애초에 마스터는 마나를 익혀본 적이 없으니······.]


마나연공법을 한 번도 배우지 못한 마몬이다. 마나가 어떤 느낌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힘을 얻은 지금은 어떤지 쉽게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을 활짝 펴서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마나를 내보내자, 손바닥에 칠흑의 뇌전 같은 기운이 생성되었다.


파지직!!


“이렇게 하는 건가?”


처음으로 활용하는 마나의 힘에 마몬이 감탄하자, 인공지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 어떻게 한 겁니까?]

“응? 뭐가?”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마나를 활용한 거죠?]

“어떻게 라니? 네가 준 마나 준 마나잖아.”


그렇게 말한 마몬은 다시 한번 칠흑의 뇌전을 사용했다.


파지직!


처음엔 사정없이 일그러지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던 검은 뇌전은, 조금 지나자 또렷한 형상을 이뤘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은 촛불처럼, 올곧고 흔들린 없는 안정된 모습.


“그럼 이렇게 사용하면······.”


마몬이 손을 뻗자, 근처에 있던 바위로 날아가 폭발했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바위가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마몬은 손을 휘저으며 부서진 파편과 먼지를 쳐내며 중얼거렸다.


“이거면 총보다 훨씬 더 강하겠네.”


마몬이 이제는 아예 기운을 가지고 놀자, 인공지능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마스터는 원래 마나를 사용할 줄 알았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놀란 인공지능의 호들갑이 채 끝나기도 전······.

마몬의 손을 따라 움직이던 마력의 흐름이 다시 한번 변화를 일으켰다.


파지직!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튀어갈 것 같은 뇌전에서 흔들리는 촛불 형태로······.

거기서 한 번 더 집중하자 점점 안으로 뭉치더니 이내 완전한 구형이 되었다.

마몬이 그것을 바위에 던지자 이번엔 반응이 조금 달랐다.


지이익!


바위는 폭발하지 않고, 가운데 주먹 만 한 구멍이 생겼다.

마치 찰흙 가운데에 손가락으로 구멍 낸 듯한 모습.

이제 인공지능은 말까지 더듬거렸다.


[마, 마스터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군요. 처, 천재······ 라는 말로도 부족해요.]


누구도 불과 하루 만에 마나를 이렇게 능숙하게 다루지 못했다.

천재 중의 천재.

악마적인 재능.

마몬이라는 이명은 이런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정작 마몬은 고개를 갸웃했다.


“흠······ 이 정도는 다들 할 줄 아는 거 아니야?”


마나를 방출하는 건 아주 기초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상위 레벨 헌터들은 마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니.

하지만 그건 마몬이 잘 모르고 하는 생각.

아무리 상위 레벨 헌터라고 해도 이 정도로 완숙하게 마나를 다루려면, 최소 수년을 꾸준히 연습해야 했다.

마몬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칠흑의 뇌전으로 고리를 만들었다가 길게 늘였다.

벌써 모양을 형상화하는 단계.

인공지능은 이제는 해탈했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눈이 멀지 않았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이제부터 저는 마스터를 최대한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하는 걸 돕겠습니다. 마스터 또한 계약대로 테라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하길 요청합니다.]


아직 테라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나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얻은 힘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기에 충분했다.


“어려운 일이겠지?”

[엄청나게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마몬은 그 말도 마음에 들었다.

비밀이 많을지언정 이 도시에 가득한 도둑과 사기꾼처럼 달콤한 거짓말로 사람을 현혹하지는 않았으니.


“좋아. 협력할게.”

[이제부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스터.]

“아!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볼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권한 등급을 넘지 않는 한에서 전부 답하겠습니다.]

“네, 이름이 뭐야?”

[이름······ 말입니까?]


전부 막힘없이 대답하던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약간 주저하는 목소리.


“그래. 계속 너라고 부를 수는 없을 거 아니야?”

[저는 그냥 서포터입니다. 이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서포터나, 도우미라고 부르시면······.]


대답이 길어지자, 마몬은 중간에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그럼 테라라고 부를게. 아까부터 테라 시스템 어쩌구 저쩌구했잖아.”

[······정확하게는 테라 프로젝트를 위한 인공지능 서포터입니다.]

“그래 어쨌든. 지금부터 네 이름은 테라야.”

[······알겠습니다, 마스터.]


뜻하지 않은 동료가 생겼다.

예기치 않은 힘도 생겼다.

테라는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고 했지만, 당장 할 일이 있었다.

날 건드린 놈들.

날 죽이려던 놈들.

내 것을 빼앗으려던 놈들.

그 모든 것들을 계획한 놈들.

볼칼.

그리고 자기 물건을 탐낸 모든 이들.

그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일.

몬스터를 먹어 강해지는 능력을 얻었다.

그리고 이 땅엔 몬스터가 가득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아주 조금이면 될 거야.”


이제 마몬은 진정한 포식자로 거듭났다.

감히 자신의 것을 탐하는 자들을 위한 믿음직한 송곳니가 생겼다.

때마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따스한 햇살은 새벽의 눅눅함을 천천히 건조시켰다.

한때는 가장 화려한 문명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잔해밖에 남지 않은 유적 도시.

멸망의 중심에서 새로운 시작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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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악마의 이빨 (1) +1 24.05.26 1,118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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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첫 번째 임무 (6) +2 24.05.20 1,454 66 12쪽
16 첫 번째 임무 (5) +5 24.05.19 1,523 60 14쪽
15 첫 번째 임무 (4) +1 24.05.18 1,596 58 14쪽
14 첫 번째 임무 (3) +3 24.05.17 1,704 66 14쪽
13 첫 번째 임무 (2) +2 24.05.16 1,856 61 16쪽
12 첫 번째 임무 (1) +2 24.05.15 2,032 63 16쪽
11 악마적 헌터 (2) +3 24.05.14 2,158 73 12쪽
10 악마적 헌터 (1) +1 24.05.13 2,247 72 12쪽
9 헌터 헌터 (2) +4 24.05.12 2,375 84 19쪽
8 헌터 헌터 (1) +3 24.05.11 2,489 85 15쪽
7 악마적인 재능으로 (3) +3 24.05.10 2,568 7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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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적인 재능으로 (1) +7 24.05.09 2,870 80 16쪽
4 운수 좋은 날 (4) +2 24.05.08 2,934 78 15쪽
3 운수 좋은 날 (3) +2 24.05.08 3,033 81 13쪽
2 운수 좋은 날 (2) +1 24.05.08 3,557 81 13쪽
1 운수 좋은 날 (1) +4 24.05.08 4,83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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