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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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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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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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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358

작성
24.05.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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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12쪽

악마적 헌터 (2)

DUMMY


11화 악마적 헌터 (2)




* * *


“다크 스타가······ 죽었다고?”


잠시 후, 체드의 집무실.

마몬에게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체드는 한참을 눈만 끔뻑거리다가 책상 밑에 있던 뭔가를 꺼냈다.

그건 이전 마몬이 맡겼던 배낭.

배낭을 손으로 뒤적거린 후에, 칠흑의 비늘을 꺼내 책상에 툭 던졌다.


“그러니까 이게 다크 스타가 죽어서 얻은 물건이라고?”

“전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나는 그냥 땅바닥에 떨어진 거 주워 온 줄만 알았지. 그걸 알고 있었으면······.”

“뭐가 달라져?”

“당연히 달라지지, 이놈아! 다크 스타는 무려 9레벨로 측정된 네임드 몬스터야! 전 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초특급 괴물이라고!”


체드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겼다.

다크 스타의 힘은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다.

그런 다크 스타가 죽었으니, 몬스터 세계의 균형이 삐꺽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이 사태는 그동안 다크 스타를 피해 숨죽이고 있던 몬스터들이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선 여우가 왕이라고, 저마다 힘을 과시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와중에 애꿎은(?) 인간들도 휩쓸린 셈.

그런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리지 않은 일에 체드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마몬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미안. 내가 그동안 조금 바빴거든.”


마몬에겐 다크 스타의 생존 유무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볼칼을 죽이는 데에 열중했으니.

볼칼과의 일을 떠올린 체드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그랬겠지.”


곰곰이 생각하던 마몬은, 새삼 놀랍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런 다크 스타를 지척에 두고 도시를 세운 거야?”

“이런 곳이니 가장 없고 못 사는 이들이 살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지. 도망자들은 나중에야 온 거고.”


의외로 다크 스타는 도시를 습격하지도, 인간을 사냥하지도 않았다.

그저 도시 유적 주변에만 눌러앉아, 침입자들만 제거했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다크 스타가 언제까지 인간을 지켜만 볼 거라 확신한 순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다크 스타 위용 덕분에 데모니움은 계속 도망친 자, 못 가진 자들의 안식처로 남을 수 있었던 것.

언제 다크 스타에게 무너질지 모르는 도시를 누가 탐내겠는가?

하지만 이젠 모든 게 달라졌다는 뜻이었다.

체드는 얼굴을 거친 손바닥으로 박박 비비곤, 벌게진 얼굴로 물었다.


“······이 사실을 또 아는 이가 있어?”

“아니, 없어. 나만 아는 사실이야.”

“잘됐네.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마몬, 너도 절대 발설하지 마.”


마몬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물었다.


“그러면 날뛰는 몬스터들은 어떻게 하게?”

“몬스터 세력 간의 서열이 정해지면 곧 잠잠해질 거야. 물론 몬스터 영역 지도는 다시 그려야 하겠지만······.”


체드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꾹 눌렀다.


“다행히 사왕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몬스터 정리에 힘 써줬어. 급한 불은 껐으니 일단 기다려 봐야지.”


체드는 다크 스타의 비늘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건 일단은 내가 가지고 있으마.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다크 스타에 관한 건 일단 감추는 게 낫겠지. 당장 돈이 급한 건 아니지?”

“응, 알았어. 체드 말대로 해.”

“좋아, 그럼······.”


체드는 의자에서 부서질 듯이 끼리릭 하는 소리가 나게 허리를 뒤로 젖히고 잠시 머리를 식혔다.

아무리 경험 많은 체드라고 해도, 요 며칠간 일어난 일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우습게도 이 모든 게 마몬 때문에 벌어진 일.

볼칼을 죽이고 위험에서 벗어난 건 천만다행이었지만, 새로운 위기가 생겼다.

위기는 마몬 그 자체.

지금 마몬은 걸어 다니는 화약고 그 자체였다.

누가 툭 건들기만 해도, 대형 사고로 번질 터.

볼칼을 처리할 정도의 실력을 얻었다면 한두 번은 괜찮을 수 있겠지만, 결국 마몬도 사건에 휩쓸릴 공산이 크다.

체드는 어린 마몬에게 이 도시에서 살아남을 방식을 알려준 사람이다.

물론 그런 체드조차 마몬이 이토록 환경에 잘, 완벽하게 적응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스케빈져로써의 삶이었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약자로 살아남는 방법.

이제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가르칠 차례였다.

바로 헌터의 삶이었다.


“일단······ 정식으로 헌터증을 발부받도록 하자.”


15살이 되면서 마몬도 정식으로 헌터가 될 자격을 갖췄다.

헌터 길드에서 정식으로 의뢰를 받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


“우선······ 마나부터 측정해야겠지.”


체드는 구석에서 기묘하게 생긴 기계를 꺼내다가 책상에 올려두었다.

마나량을 측정하는 기계다.

헌터들은 마나량으로 레벨을 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었다.

헌터들은 처음 길드에 등록할 때 측정한 후에 원할 때마다 요청하여 갱신할 수 있다.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한 세상.

헌터들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지부에 와서 검사받곤 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레벨로 다음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다가 손을 올려.”


체드의 말에 마몬은 얌전히 기계에 손바닥을 반듯이 펼쳐 올렸다.

기계가 반짝이자, 뭔가 찌릿한 느낌이 손바닥을 타고 전신을 감쌌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몸속에 있던 다크 오러가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체드는 결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2 레벨이네.”


체드의 말에 마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2 레벨이라고? 그것밖에 안 돼?”

“기계는 정확해. 내가 일부러 조작하려고 해도 조작할 수 없다. 여기 봐봐. 레벨이 나와 있지?”


마몬은 자신이 적어도 4레벨 중반은 된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볼칼과 그의 패밀리와 싸우면서 데이터를 뽑은 것이다.

그런데 고작 2레벨이라니······.

마몬이 의문을 감추지 못하자, 테라가 말했다.


[마스터의 다크 오러는 일반적인 오러와는 밀도, 순도가 다릅니다. 같은 양이라도 훨씬 더 강력하죠.]

‘그건······ 좋은 건가?’

[당연하죠. 만약 마스터가 4레벨 정도의 마나를 얻는다면 일반적인 6레벨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레벨을 올리는 게, 그러니까 마나를 몸에 축적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러니 마몬은 남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드래곤이나 사용하는 파괴적인 다크 오러를 사용할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레벨이 너무 높아 봤자, 다른 이들의 경계심만 높일 겁니다. 현재 마스터의 나이엔 딱 적당한 레벨입니다.]


그 말을 듣자, 낮은 레벨에 대한 불쾌함이 사라졌다.

레벨이 꼭 만능이 아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투의 우세나, 향방을 가리는 지표는 될 수 있겠지만, 꼭 그대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진 않는다.

테라의 말대로 오히려 낮은 레벨을 이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지.

그걸 떠올린 마몬은 표정을 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몬이 납득하자, 체드도 다시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제 이름을 등록해야 하는데······.”


마몬은 본명이 아니다.

그저 악마, 악종이라는 의미로 주변인들이 붙인 별명일 뿐.

헌터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는 절차이니, 당연히 본명을 이용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평소 마몬이 본명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린다는 걸 아는 체드는 말끝을 흐린 것이다.

역시나 마몬은 얼굴을 찌푸린 후에 답했다.


“그냥 마몬으로 해.”

“그러면 이제 마몬이 네 진짜 이름이 되는데······ 괜찮겠어?”


악마라는 별명을 지닌 것과, 실제 이름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마몬은 역시나 망설이지 않았다.


“나는 마몬이 마음에 들어.”


막무가내인 마몬의 말에 체드는 두 손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그러자 구나.”


체드는 마몬의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한 후에, 옆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건 팔찌 형태의 헌터 단말기다.

이것으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고, 은행을 대신하거나, 시간과 날짜 등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있었다.

헌터 생활, 아니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었다.

체드는 특별히 가장 좋은 기종을 선택하여 마몬에게 주었다.


“축하한다. 이제부터 너도 어엿한 헌터다.”

“음, 고마워.”


마몬은 새로 얻은 단말기가 신기하다는 듯이 이것저것 만져 보았다.

이 단말기는 어린아이, 꼭 어리지 않아도 헌터를 동경하는 모든 이들이 동경하는 대상이다.

심지어 마몬조차도 신기하다는 듯이 단말기를 한참이나 가지고 작동했다.

그러다가 레벨 옆에 쓰인 알파벳을 보고 인상을 썼다.


“F라고?”


항의하는 듯한 마몬의 모습에, 체드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 녀석아! 그건 레벨과는 별로의 등급이다. 처음은 모두 F등급으로 시작한다. 헌터 협회의 의뢰를 꾸준하고 착실히 수행해야 올릴 수 있다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레벨이지만, 헌터 등급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느냐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자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

그래서 거대 기업에서 의뢰를 맡길 땐, 레벨보다 등급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 이제 다 된 거지?”

“그래, 이제부턴 헌터 길드에 접수된 의뢰를 수행할 수 있어. 레벨과 등급에 따라 가능한 의뢰가 나뉠 거다. 그러니 우선 작은 일부터 수행하며 착실히 등급을 올리는······.”

“그러면 긴급 의뢰를 수주할게.”

“······뭐?”

“긴급 의뢰를 맡는다고. 지금 쏟아지는 긴급 의뢰가 한둘이 아닐 텐데.”


지금 마몬이 맡을 수 있는 의뢰는 한정적이다.

레벨도 2로 낮고, 등급은 최하위이니.

하지만 긴급 의뢰는 예외였다.

몬스터가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상황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일까?

레벨이 높건 낮건, 등급이야 어쨌든 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수밖에.

다크 스타가 죽고 몬스터가 난립하는 지금은, 그런 긴급 의뢰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의뢰는 헌터 단말기에서 바로 받을 수 있지?”


아무리 다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마몬이라고, 해도 헌터 단말기는 처음 다루는 거다.

아니, 아예 기계 자체를 다룰 기회가 없었다.

단말기의 이곳저곳을 누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단말기와 100% 연동이 끝났습니다, 마스터. 원하시는 걸 말하면 제가 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 것도 가능해?’

[이런 구식 기계 따위는 아주 가볍게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바로 촐동 가능한 긴급 의뢰를 찾으시는 게 맞으십니까?]


그렇게 말한 테라는 마몬의 눈앞에 메시지창을 띄워 가능한 의뢰 목록을 보여주었다.

마몬이 무심코 손을 들어 그것을 만지려고 했지만, 손은 글자를 뚫고 지나갔다.


[홀로그램입니다, 마스터.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시선으로 클릭할 수는 있을 겁니다.]


테라의 말대로 시야를 움직이니 금방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하자, 테라가 감탄했다.


[이런 곳에서도 악마의 재능이 돋보이는 군요.]


마몬은 어렵지 않게 원하는 임무를 찾을 수 있었다.

집합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15분 후.

시간도 딱 좋았다.


“고마워, 체드. 그럼 나는 가 볼게. 의뢰 시간이 촉박했서.”

“자, 잠깐······.”


설마 진짜 이렇게 바로 의뢰를 맡을 줄 몰랐던, 체드가 황급히 불렀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마몬은 문을 열고 밖으로 향해 있었던 것.


쾅!


“······.”


마몬이 나가버린 뒤 자리에 체드는 황망한 표정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내가 무슨 괴물을 깨운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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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악마의 이빨 (2) +2 24.05.27 1,025 62 12쪽
21 악마의 이빨 (1) +1 24.05.26 1,117 61 12쪽
20 첫 번째 임무 (9) +3 24.05.25 1,162 55 14쪽
19 첫 번째 임무 (8) +7 24.05.22 1,329 77 13쪽
18 첫 번째 임무 (7) +2 24.05.21 1,394 72 14쪽
17 첫 번째 임무 (6) +2 24.05.20 1,454 66 12쪽
16 첫 번째 임무 (5) +5 24.05.19 1,523 60 14쪽
15 첫 번째 임무 (4) +1 24.05.18 1,596 58 14쪽
14 첫 번째 임무 (3) +3 24.05.17 1,704 66 14쪽
13 첫 번째 임무 (2) +2 24.05.16 1,855 61 16쪽
12 첫 번째 임무 (1) +2 24.05.15 2,031 63 16쪽
» 악마적 헌터 (2) +3 24.05.14 2,158 73 12쪽
10 악마적 헌터 (1) +1 24.05.13 2,247 72 12쪽
9 헌터 헌터 (2) +4 24.05.12 2,375 84 19쪽
8 헌터 헌터 (1) +3 24.05.11 2,489 85 15쪽
7 악마적인 재능으로 (3) +3 24.05.10 2,567 78 15쪽
6 악마적인 재능으로 (2) +2 24.05.09 2,697 73 14쪽
5 악마적인 재능으로 (1) +7 24.05.09 2,869 80 16쪽
4 운수 좋은 날 (4) +2 24.05.08 2,933 78 15쪽
3 운수 좋은 날 (3) +2 24.05.08 3,032 81 13쪽
2 운수 좋은 날 (2) +1 24.05.08 3,557 81 13쪽
1 운수 좋은 날 (1) +4 24.05.08 4,83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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