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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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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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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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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9,358

작성
24.05.13 15:0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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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글자
12쪽

악마적 헌터 (1)

DUMMY

10화 악마적 헌터 (1)




* * *


마몬이 정신을 차린 건 그날로부터 3일이 지난 후였다.

3일 동안 기절한 듯이 한 번도 깨지도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위해 테라가 억지로 재운 게 아니다.

그만큼 마몬의 상태가 엉망이었다는 뜻.


“으음······. 여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순백의 천장.

푹신한 매트리스가 느껴졌고, 코를 찌르는 듯한 알코올 향에 팔에는 링거까지 꽂혀 있었다.

몽롱한 상태의 마몬을 가장 먼저 부른 건 역시나 테라였다.


[깨어나셨습니까? 마스터.]

“여긴 어디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이곳은 헌터 협회의 치료실입니다.]

“그랬지.”


볼칼과의 싸움 이후, 이곳에 와서 치료받았던 게 생각났다.

걸레짝이 된 몸을 본 치료사가 비명을 지른 것도 떠올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지?”

[3일입니다. 무려 3일이요. 이제 왜 제가 그토록 휴식을 권했는지 아시겠죠?]

“상태가 안 좋긴 한 모양이었네.”

[축하드립니다. 마스터의 몸은 완벽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제 덕분이니 마음껏 고마워하십시오.]


그 말에 반사적으로 손과 발을 움직이며 몸을 확인했다.

통증은 물론이고 상처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단검 수십 개가 몸을 꿰뚫었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전에 없을 만큼 상태가 좋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푹 쉰 적이 없었으니.

그제야 마몬은 테라의 계약 때문에 복수를 미뤘던 게 기억났다.


“지금은 멀쩡해졌으니, 뭘 해도 괜찮겠지?”

[너무 무리하시지만 않으면 됩니다. 고난 역시 성장에 필수적인 조건이니까요. 하지만 복수할 생각이라면 목적을 달성하긴 힘드실 겁니다.]

“왜?”

[현재 마스터에 대한 소문이 마을에 쫙 퍼졌으니까요.]


혼자서 자신을 잡으러 온 헌터 무리와 볼칼 패밀리를 박살 냈다.

소문이 나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었다.


“······그래서?”

[마스터의 성깔······ 아니, 성격을 아는 자들은 전부 줄행랑쳤다는 뜻이죠.]


중간에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지금 마몬에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도망쳤다고? 놈들이?”

[참고로 이미 첫날에 도망쳤으니 따라잡으려는 건 시간 낭비랍니다.]


사냥감을 놓쳤다는 말에 기분이 상한 마몬이 얼굴을 구기자, 테라가 이번엔 당근을 주었다.


[이 또한 기념적인 일입니다, 마스터.]

“뭐가. 사냥감을 놓쳤는데.”

[놓친 게 아니라 도망친 겁니다.]

“그게 뭐가 달라.”

[다릅니다. 동물들은 물론이고 몬스터들은 자신보다 더 강한 개체의 냄새만 맡아도 꼬리를 말고 도망치죠.]


그 말에 마몬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든 포식자들은 영역을 지니고 있다.

더 강한 개체일수록 더 넓은 지역을 사냥터로 둔다.

약한 놈들은 냄새만 맡아도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게 당연한 일.

괜히 심기를 거슬렸다가는 다음 식사는 자신이 될 테니까.

예상대로 마몬이 잠잠해지자, 테라가 말을 이었다.


[그런 포식자들처럼, 마스터 또한 존재만으로도 두려움을 주는 강자가 된 겁니다.]


그 말에 마몬의 귀가 팔랑거렸다.

생각해 보니 사왕이 지나간다고 하면, 그 어떤 흉악한 놈들이라도 꼬리를 말고 숨기 마련이었다.

포식자 위의 포식자.

마몬 역시 도시에서 방귀 꽤나 뀌고 다녔던 볼칼을 처치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마몬 역시 남들이 두려워하는 헌터가 되었다는 소리.


“그건······ 나쁘지 않은 기분이네.”


마몬은 팔에 꽃인 링거 바늘을 전부 떼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지품은 바닥의 상자 안에 온전히 있었다. 테라가 따로 챙긴 것이다.

장검은 비교적 멀쩡했는데, 옷은 구멍이 숭숭 뚫려서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벗고 다닐 수 없으니, 그거라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이곳은 헌터 길드 건물의 꼭대기 층.

이 도시에서 제대로 된 의사와 의료 시설이 있는 유일한 곳이다.

1층으로 내려와서 체드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자, 옆에 있던 거구의 헌터에게 물었다.


“이봐. 체드는 어디 있지?”


마몬이 내려와 묻자, 지목당한 헌터가 괜히 움찔했다.

그도 마몬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이다.


“그······ 성문에 가지 않았을까···요?”

“왜?”

“아까 길드 퀘스트를 끝마친 헌터들이 돌아왔다고 들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어?”

“그게 말하자면 긴데······.”


험상궂게 생긴 거구가 조그만 마몬에게 쩔쩔매며 눈치를 보는 상황.

평소라면 다들 비웃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다른 이들도 혹시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니.


“할 수 없지.”


처음에는 이곳에서 체드가 돌아오길 기다리려다가, 몸도 풀 겸 나가기로 했다.

어떤 행사를 하는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예전이었다면 행사에 참여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마몬이라는 악명을 쌓는 동안, 자신을 노리는 자들도 많았으니.

언제나 쥐새끼처럼 숨어다녀야 하는 삶.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마스터. 마스터는 6레벨 헌터도 쓰러트린 강자이니까요.]


그동안 계속 기죽인 게 미안해서였을까?

테라는 오랜만에 듣기 좋은 달콤한 칭찬을 마몬에게 속삭였다.

마몬 역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세게 콧방귀를 뀌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 * *


잠시 후, 도착한 도시 성문.

마몬은 이곳에 근사한 행사라도 벌어질 줄 알았다.

오랜만에 일어난 대단위 길드 퀘스트다. 헌터 길드의 보상은 언제나 후하기로 유명했다.

아무리 반강제적이었다고 해도, 말 잘 안 듣는 이곳의 헌터들이 대부분 참여한 것도 그 때문.

길드 퀘스트를 클리어한 헌터들은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이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으으윽!”

“다들 비켜! 의사! 의사를 불러!”


개조 트럭에 피투성이로 누워 있는 수십 명의 헌터가 보였다.

팔다리가 잘린 이들도 여러 명.

단면이 고르지 않고 삐뚤빼뚤한 걸 보니, 몬스터의 이빨이나 발톱에 뜯긴 모양이었다.

마몬처럼 성문 근처에 모인 사람들은 그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설마 실패한 거야?”

“주변 도시까지 동원한 국가 단위의 퀘스트라며? 이 도시의 사왕까지 총출동했고. 그런데 실패할 수가 있나?”

“실패했으면 도시로 귀환하지도 못했겠지. 그래도 피해는 큰 모양이네.”


그동안 도시 밖에 나가 있었고 나중엔 기절했던 마몬은 모르는 내용이었다.

아마 역대급 길드 퀘스트가 있었던 모양.

많은 헌터들이 성치 않은 모습으로 귀환한 걸 보면, 난이도가 높았던 모양이었다.

그때 또 누군가가 소리쳤다.


“용병왕이다!”


서쪽을 다스리는 용병왕. 2m가 넘는 거구의 남미계 남자다.

회백색 머리카락에 잘 정돈된 수염. 비교적 깔끔한 전투복.

잔혹하고 흉포하다는 명성과는 다르게, 의외로 예리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의 등에는 거대한 총이 매달려 있었다. 소문으로는 저 총도 유물이라고 한다.


“역시 용병왕이야. 털끝 하나도 안 다친 모양이네.”


누군가의 말처럼 용병왕과 그를 따르는 부하들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모두 용병단 출신이라 그런지, 자유로운 분위기면서도 단단한 결속력이 느껴졌다.

대부분 총기를 소유하고 있고, 검과 같은 근접 무기를 지닌 이는 거의 없었다.

그 후로도 사왕의 행렬이 계속되었다.


“검왕이다!”


동쪽을 다스리는 검왕. 40대 중반의 중년인으로 보였다.

그를 따르는 수하들은 전부 동양인들이다.

내공심법을 수련하는 무인들.

일반 전사들와는 조금 다르게 분류된다. 외공보다는 내공을 중요시하니까.

용병왕과는 반대로 이쪽은 총기류를 소지한 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검 아니면 활과 같은 냉병기를 소유했다.


다음에 나타난 이는 남쪽을 다스리는 마도왕이었다.

50대 후반의 아프리카 계열의 남성이며 강력한 흑마법사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의 길드는 마도왕을 따르는 몇 명의 흑마법사와 노예병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예병들은 흑마법의 실험체들.

머리털이 하나도 없었고, 이마를 한 바퀴 빙 도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법으로 신체 능력을 대폭 상향했지만 대신 이지를 잃었다. 그래서 노예병들은 마치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걸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도시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 대부분이 다른 곳에서 도망쳐 이곳에 자리 잡은 흉악범들이었으나, 마도왕은 모두 두려워했다.

죽으면 죽었지, 저런 꼴로 전락하긴 싫었으니.

고위 마도사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바로 이 도시에선 저런 비인륜적인 행위도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마도왕이 지나갈 땐 조용하던 주민들이, 다음 행렬을 보며 반색했다.


“신성왕이다!”

“오오!”


북쪽의 신성왕이 나타났다.

하얀 성복, 찬란한 금발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백인 여성.

신성왕이 이곳에 자리 잡은 건 다른 이들처럼 범죄를 짓고 도망쳤기 때문이 아니라, 종교를 전파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8레벨의 신성 능력자라면 교단의 추기경급이었지만, 신성왕은 이 험지로 내려와 사람들을 도왔다.

이 도시에서 신성왕의 도움을 안 받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특히나 마몬 같은 고아들은 신성왕의 도움이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몬 역시 어렸을 땐, 저들이 준 무료 급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신성왕이 손을 흔들자, 다시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들의 행렬이 다 끝난 후에야 헌터 협회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선 체드도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 사람과 뭐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마몬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멀었다.


“체드.”


체드는 마몬이 다가온 걸 확인하자 반색하며 소리쳤다.


“마몬! 몸은 괜찮은 게냐?”

“문제없어.”


마몬이 어깨를 거침없이 돌리며 말하자, 체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말썽꾸러기 녀석. 정말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구나.”

“미안. 그리고 고마워.”


그동안 협회의 병실에서 아무탈 없이 휴식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체드 덕분일 거다.

체드가 숨기지 않았으면 3일 동안 칼 들고 병실에 쳐들어오는 놈들이 수백 명은 되었겠지.

마몬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 났어? 분위기가 왜 이래?”


범죄자의 도시, 데모니움이 시끄러운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낮부터 곳곳에 총성이 들리고, 조금만 음습한 뒷골목에 가면 시체 한두 구 정도 굴러다니는 건 예삿일일 정도.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달랐다.

도시를 지배하는 사왕이 총출동한 사건임에도 도시가 뒤숭숭했으니.

그러자 체드는 며칠간 과로로 찌든 얼굴로 힘 없이 답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는데. 근처 몬스터들이 죄다 날뛰고 있더구나. 지나다니던 상단 트럭이 죄다 몬스터에게 고립당했고, 실제로 적지 않은 수가 몬스터들에게 당했어.”


아무리 고립된 도시라고는 해도, 상단이 드나들지 않으면 물자가 없어 말라 죽어버린다.

헌터의 인구 비율이 높은 데모니움 도시에선, 몬스터 소재를 값 싸개 매입할 수 있다. 그러니 드나드는 소규모 상단도 적지 않았다.

도시와 상단이 공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의 몬스터들이 날뛰어서 드나드는 상단이 큰 피해를 입으니, 사왕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다.

대규모의 병력을 투입해서 일단 급한 불은 막았지만, 여전히 몬스터가 갑자기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체드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턱수염을 연신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몬스터가 갑자기 죽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예를 들면 다크 스타가 갑자기 죽었다던가······.”


뭔가를 떠올리던 체드의 시야는 마몬에게 멎었다.


“······.”

“······.”


뭐가 잘못되었냐는 듯이 쳐다보는 마몬의 시선에, 체드는 굳은 얼굴로 주변을 힐끔거린 후에 말했다.


“일단 들어가서 자세히 이야기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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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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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악마의 이빨 (2) +2 24.05.27 1,025 62 12쪽
21 악마의 이빨 (1) +1 24.05.26 1,117 61 12쪽
20 첫 번째 임무 (9) +3 24.05.25 1,162 55 14쪽
19 첫 번째 임무 (8) +7 24.05.22 1,329 77 13쪽
18 첫 번째 임무 (7) +2 24.05.21 1,394 72 14쪽
17 첫 번째 임무 (6) +2 24.05.20 1,453 66 12쪽
16 첫 번째 임무 (5) +5 24.05.19 1,523 60 14쪽
15 첫 번째 임무 (4) +1 24.05.18 1,595 58 14쪽
14 첫 번째 임무 (3) +3 24.05.17 1,704 66 14쪽
13 첫 번째 임무 (2) +2 24.05.16 1,855 61 16쪽
12 첫 번째 임무 (1) +2 24.05.15 2,031 63 16쪽
11 악마적 헌터 (2) +3 24.05.14 2,157 73 12쪽
» 악마적 헌터 (1) +1 24.05.13 2,247 72 12쪽
9 헌터 헌터 (2) +4 24.05.12 2,375 84 19쪽
8 헌터 헌터 (1) +3 24.05.11 2,489 85 15쪽
7 악마적인 재능으로 (3) +3 24.05.10 2,567 78 15쪽
6 악마적인 재능으로 (2) +2 24.05.09 2,697 73 14쪽
5 악마적인 재능으로 (1) +7 24.05.09 2,869 80 16쪽
4 운수 좋은 날 (4) +2 24.05.08 2,933 78 15쪽
3 운수 좋은 날 (3) +2 24.05.08 3,032 81 13쪽
2 운수 좋은 날 (2) +1 24.05.08 3,557 81 13쪽
1 운수 좋은 날 (1) +4 24.05.08 4,83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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