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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7,962
추천수 :
1,572
글자수 :
139,358

작성
24.05.16 11:16
조회
1,855
추천
61
글자
16쪽

첫 번째 임무 (2)

DUMMY


13화 첫 임무 (1)




들개와 닮은 1레벨 몬스터.

쉐도우 울프보다는 약간 덩치는 작지만, 항상 수많은 무리와 함께 움직이는 게 특징이었다.

1레벨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무쇠도 찌그러트리는 치악력을 가졌기 때문에 놈들에게 둘러싸이면 순식간에 뼈만 남게 된다.

오죽하면 크레이지라는 이명이 앞에 붙었겠는가?

달리는 속도도 웬만한 차보다 더 빨라, 이런 넓은 황야에서 만나면 악몽과 같은 몬스터였다.

그걸 잘 아는 길잡이는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부아앙~~~!


다른 한 명은 능숙하게 지붕 위로 올라가 기관총을 잡았다.

아직 크레이지 리카온은 점처럼 작게 보였으나,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두!!


탄피가 사방으로 튀고 화약 냄새가 사방에 풍겼다.

어찌나 반동이 강한지, 무거운 트럭이 기관총의 움직임에 따라 들썩거릴 정도였다.

협회의 기관총답게 위력이 뛰어났고, 저 총알 모두 몬스터의 뼈를 깎아 만든 특수 탄환이었다.

저렙 몬스터 정도는 가볍게 관통할 수 있을 정도다.

다행히 크레이지 리카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케엥!]


총알에 맞은 크레이지 리카온이 앞으로 고꾸라진 후, 일어나지 못했다.


“모두 뒤져!!”


두두두두두!!


총구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기관포를 난사했다.

마치 재봉기를 사용한 것처럼 바닥에 촘촘하게 총알이 박히는 모습이다.

물 반 고기 반, 아니 몬스터 반이었다.

기관총의 명중률은 높지 않으나, 대충 쏴도 크레이지 리카온들이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가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수백 마리가 동시에 몰려들자, 모래 폭풍이 일어난 것처럼 한쪽 하늘이 누런색으로 물들었다.

수백m 떨어진 곳에서도 확연히 보일 정도.

무리의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더 많은 걸 확인하자, 길잡이들은 도움을 청했다.


“제길! 거기 헌터들! 뭐 하고 있는 거야? 소풍 왔어? 거기서 수다만 떨지 말고 우릴 도와줘!”


이동 중에 전투가 벌어지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일행은 익숙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트럭 옆으로 이동했다.

필릭스가 먼저 소총으로 몬스터를 겨누며 말했다.


“나~ 참! 한 번을 편하게 가는 일이 없네. 총알값 아까운데 말이지. 이거 모두 협회에서 보상해야 한다고!”


필릭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착실하게 전투에 돌입했다.

수다스러운 성격과는 달리, 일단 전투에 들어가니 진지하게 사격 자세를 취했다.


탕! 탕! 탕!


총알 하나에 한 마리씩, 어떤 때는 두 마리씩 쓰러졌다.

검사인 하운드는 대검을 꺼낸 채 자리만 지켰고, 마법사인 위드는 미리 주문을 외워놨다.

왕왕과 밍밍도 활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등에 멨던 단궁을 잡아당겼다.


퉁!


작은 단궁으로 쏜 거라고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화살이 날아갔다.

특히나 밍밍의 궁술은 놀라웠다.

정확히 크레이지 리카온 한 마리를 꿰뚫은 화살은 갑자기 방향을 획 틀더니 옆에 달려오는 놈에게 날아갔다.

화살 하나에 죽은 리카온의 수가 대여섯 정도.

고글을 통해 그걸 확인한 필릭스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휘릭! 얌전해 보이는 아가씨가 제법이군. 내력으로 화살을 조종하는 건가?”


볼칼 역시 무공으로 비도를 조종해서 마몬을 압박했었다.

밍밍 역시 그와 비슷한 능력을 사용하는 거라 예상되었다.

밍밍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화살을 계속 날렸다.


퉁! 퉁!


마몬 역시 권총을 꺼내 장전했다.


철컥!


옆에서 열심히 사격하던 필릭스는, 마몬이 볼품없는 리볼버 권총을 꺼내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이어이, 초능력자 꼬맹이. 여기는 사격장이 아니라 달리는 차 안이라고. 그런 물건으로는 움직이는 목표를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해. 나처럼 고오급 장비가 없다면 말이야.”


필릭스는 눈에 낀 고글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붉은 고글은 단순히 멋으로 달고 있는 게 아니다.

적외선 투시는 물론이고, 사격 보조 프로그램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고글로 얻은 정보는 두뇌에 설치된 컴퓨터에 정보를 전달한 후 기계 팔을 움직인다.

그 덕분에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사격할 수 있는 거다.

강화병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몸은 개조했기에 마나량과 마나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기계 성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없었다.

고점은 낮지만, 저점은 높다고 해야 할까?

강화 병사치고 3레벨이면 꽤 고렙에 속했다.

마몬은 처음 보는 필릭스지만, 분명 어딜 가도 인정받는 그런 헌터일 터.


“수다스러운 것만 빼면 좋을 텐데 말이지.”

“뭐? 꼬맹아!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마몬은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사격에 집중했다.


탕! 탕!


필릭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마몬의 명중률은 뛰어났다.

달리는 차 안에서 움직이는 사냥감을, 그것도 소총도 아닌 권총으로 맞추는 건 보통 사람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천부적인 감, 혹은 악마적인 재능으로 그 모든 악조건을 뒤집고 맞출 수 있는 거다.

그럼에도 명중률은 반반 정도.

옆에서 지켜보던 필릭스는 혀를 내두르며 놀랬다.


“와우! 어떻게 한 거야? 그것도 네 초능력인가?”


필릭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마몬은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실력을 키우든, 장비를 바꾸든 해서 어떻게든 명중률을 높여야 한다.

그때 테라가 나섰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헌터 단말기를 단숨에 해킹하여 마몬에게 홀로그램으로 보여준 테라다.

과학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마몬조차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듣기로는 헌터 단말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킹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단말기 자체를 훔칠 수는 있어도, 누구도 그것을 조작할 수는 없었다.

테라는 그걸 불과 몇 초 만에 뚫어버린 것.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너무 일렀다.

포식 권능를 제공한 것 말고는 아직 테라는 제대로 자신의 성능을 보여준 적 없었다.


[시야 인식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그 순간 마몬의 시야가 살짝 흐릿해지더니 이내 이상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그만 글자와 숫자가 어지럽기 난립하기 시작한 것.

주변을 둘러싼 모든 정보의 수치.

현재 날짜와 시간은 물론이고, 기후와 습도, 경도와 위도, 심지어 지구의 자전 속도와 방향도 표시되어 있었다.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너무 난잡하고 어지럽다.

마몬이 뭐라 지적하기 전에 테라가 먼저 움직였다.


[마스터를 위해서 최대한 간략화하겠습니다.]


필요 없는 숫자는 없애거나 글자 크기를 줄이고, 몬스터를 강조하여 표시했다.

덕분에 모래 먼지에 휩싸여 가렸던 크레이지 리카온이 뚜렷이 구분되어 보였다.

가장 중요한 건 조준선이었다.

레이저 포인트 같은 건 없는 구식 권총이었음에도, 조준 방향에 따라 나아갈 총알의 궤도가 보였다.


[사양이 낮은 권총이니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최대한 보정을 통해 87% 이상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그 정도면 되었어.’


마몬이 조준점을 보며 사격하기 시작하자······.


탕! 탕! 탕!


세 발 모두 달려오는 크레이지 리카온에 명중했다.

테라의 보조가 만능은 아니다.

덜컹거리는 트럭에서 사격이니, 숨을 참고 가만히 있어도 조준점의 변동이 엄청나게 심했다.

그걸 모든 걸 조절하여 방아쇠를 당기는 건 마몬의 역할.

시야와 조준점이 눈에 익자, 거침없이 사격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테라가 보정한 명중률은 87%. 그것도 조준선을 정확히 몬스터를 조준했을 때의 확률이다.

마몬의 명중률은 그조차 훌쩍 뛰어넘은 95%에 육박했다.

그걸 처음부터 지켜보던 테라는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새 적응한 겁니까?]


테라는 손 떨림 방지 기능까지 준비하고 있었지만, 마몬의 실력을 보고는 그만두었다.

지금 마몬의 사격술이라면, 그런 기능은 오히려 방해될 게 뻔했다.

기능을 넘어선 재능이라는 소리.

테라는 마몬에게 적합한 도움이 무엇인지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헌터들의 활약으로 크레이지 리카온의 수가 급격히 줄었으나, 여전히 트럭을 쫓는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쏟아지는 공격을 뚫고, 결국 근처까지 놈들이 다가왔다.


[컹컹컹!!]


이대로라면 몇 분 안으로 트럭에 닿을 거다.

크레이지 리카온들은 영악하고 똑똑하다. 사람을 사냥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바퀴부터 공략해 차를 전복시킨 후에 알맹이를 까먹듯이 안의 사람을 빼 먹었다.

타이어가 하나라도 망가지면 대위기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는 그때, 위드가 마침내 주문을 사용했다.


“파이어 월!”


화르르르!


바닥에서 거대한 불의 벽이 솟아났다.

폭은 20m가 넘고 높이도 족히 5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장벽이다.

단순한 장애물로는 놈들을 막을 수 없다. 기동성이 높은 크레이지 리카온들은 전력으로 달리는 와중에도 신속하게 방향을 전환해서 가볍게 벽을 우회할 수 있으니.

그때 위드가 두 손바닥을 펴 앞으로 힘껏 밀었다.

그 움직임에 반응하여, 거대하게 솟았던 불의 장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며 앞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쏟아진 파편들은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트럭과는 거리가 꽤 있음에도 열기가 얼굴과 안구를 태울 정도로 강렬했다.

열심히 총을 쏘던 필릭스 역시 이글거리는 열기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설 정도.


“앗! 뜨거!”


모래가 순식간에 녹아내릴 정도의 고온의 화염이다.

그걸 보고 놀란 리카온들이 주춤거렸지만, 이미 늦었다.

부채꼴로 빠르게 퍼지는 불의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화염에 노출된 리카온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재가 되었다.

고글을 고쳐 쓴 필릭스가 요란하게 손뼉 쳤다.


“와우! 장관이네! 역시 팀엔 마법사가 한 명씩 있어야 한다니까!”


근처에 있던 리카온들이 숯덩이가 되어 쓰러지자, 그 뒤에 미친 듯이 뛰어오던 놈들이 주춤거리는 게 느껴졌다.


[우우~~~!]


리더로 보이는 개체가 큰 소리로 울부짖자, 크레이지 리카온들이 멈춰서더니 더는 달려오지 않았다.

추격을 멈춘 것이다.

그걸 본 길잡이가 팔로 이마에 난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휴~ 물러선 건가?”


크레이지 리카온은 한 번 찍은 대상은 집요하게 노리는 걸로 유명했다.

사냥을 끝내면 죽은 자신의 무리까지 먹어 치우며 세력을 유지한다.

괜히 노련한 길잡이들이 긴장했던 게 아니었다.


“의외로 싱겁게 물러섰네. 저 미친놈들이 이렇게 빨리 물러선 건 처음 봐.”


파티의 평균 레벨이 높은 덕분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위드의 마법이 그만큼 위협적이었거나.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길잡이들이 한숨을 전부 내쉬기도 전에 변고가 발생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들썩거리며 흔들리기 한 것.

트럭이 뒤집힐까 걱정될 정도로 엄청난 진동이었다.


쿠구구구궁!!


겨우 한숨을 돌린 일행은, 갑작스러운 진동에 필사적으로 트럭을 붙잡아야 했다.


“우와! 이건 또 뭐야?”

“모두 꽉 잡아! 아무래도 큰 게 오는 거 같으니!”


불길한 예상은 빗겨 가지 않았다.

갑자기 트럭 100m 전방 바닥이 무너지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난 것.

저 크레이터 때문에 지진이 생긴 것이다.


“빌어먹을 갑자기 뭐야!”

“조심해! 저건 몬스터 굴이야!”


길잡이의 판단이 정확하다는 건 바로 증명되었다.

바닥에 뚫린 크레이터에서 갑자기 거대한 뭔가가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처음엔 거대한 뱀이 튀어나오는 줄만 알았다.

몸길이만 족히 50m, 두께도 5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원통 형태의 괴물이 크레이터에서 툭 하고 튀어나왔다.

지상에 몸을 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졌다.

실제로 그것이 지면에 닿자 트럭이 들썩거릴 정도로 땅이 울리기도 했고.


쿠웅!!


지상에 오니 놈의 형태가 뚜렷이 보였다.

기다란 몸통 군데군데에 촉수들이 지저분하게 달려 있고, 얼굴 부분엔 눈과 코는 없는 대신 양옆과 위아래 십자가 형태로 찢어진 거대한 입만 보였다.

그것이 트럭을 향해 입을 쩌억 벌리자, 안에는 톱니 같은 이빨 수천 개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났다.

저게 바로 분노조절장애 크레이지 리카온들도 순한 양으로 만든 원인이었다.


“빌어먹을! 어스 웜이다!”


사막의 제왕 어스 윔.

7레벨의 고위 몬스터다.

유사를 헤엄치면서 지나가는 사냥감을 잡아먹는 폭식가.

길잡이는 급히 핸들을 꺾었다.


끼이이익!


“저건 절대로 못 죽여! 꽉 잡아~!”


어스 웜은 거대한 몸집을 지녔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몸으로 뿜어내는 분비물은 모래를 고운 유사로 만든다. 그 유사를 헤엄치듯이 움직이며 빠른 속도를 얻는 것이다.

다행히 이 트럭에는 어스 웜과 같은 몬스터를 대비하기 위한 장치도 있었다.


“간다!”


길잡이가 어떤 버튼을 누르자, 차 뒤가 덜컹거리더니 철판이 열리며 추진 장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잡이는 이제는 즐기는 듯이 외쳤다.


“제트 엔진으로 간다!”


부앙!!!!


전투기에나 다는 제트 엔진이 불을 뿜자, 차의 가속도가 순식간에 두 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안에 있던 헌터들은 갑자기 오른 속도에 깜짝 놀라, 근처에 있는 손잡이에 매달렸다.


“크윽!”

“꺄아악!”


손잡이를 잡은 헌터들의 몸이 바닥과 수평으로 떠올랐다.

다행히 효과는 좋았다.

제트 엔진을 사용한 덕분에 쫓아오던 어스 웜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휴! 이제 되었어!”


다행히 어스 웜은 강하긴 해도 추격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단거리 속도는 빠르지만, 장거리 이동은 불가능하달까?

그보다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덮쳐서 사냥하는 것에 더 특화되어 있었다.

그걸 잘 아는 길잡이가 말했다.


“이러면 그 개새끼들이 날뛴 게 오히려 다행인 셈인가?”


어스 웜이 일찍 모습을 드러낸 건, 크레이지 리카온 때문이었다.

눈이 없는 어스 웜은 땅의 진동으로 먹잇감을 찾는다.

주변에 있던 놈이 많은 수의 크레이지 리카온이 움직이니 흥분해서 나타난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어스 웜이 트럭 바로 옆에서 튀어나왔을 수도 있었다.

겨우 숨을 돌린 길잡이들이 다시 떠들었다.


“제길! 집에 가면 복권이나 사야겠군.”

“운을 살아남는 데 다 썼는데 복권이 되겠냐?”

“놈을 만난 거 자체가 불운인데 뭔 소리냐?”

“그런가?”


죽다 살아났음에도 길잡이들은 여전히 활달한 모습이었다.

정말 겁이 없는 게 아니라, 아무 소리라도 해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듯이 보였다.

경험이 많은 하운드와 위드는 차분하게 장비를 점검했고, 상대적으로 어린 왕왕과 밍밍은 놀란 가슴을 다스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필릭스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필릭스는 마몬의 등을 팡팡 치면서 소리쳤다.


“크하하! 꼬맹이! 진짜 잘 싸우잖아? 괜히 악마라는 별명이 있는 게 아니구나! 캬하아! 내가 네 나이 때는 여자애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었는데 말이지.”


필릭스는 혼자 떠들다가 구석으로 가 바닥에 누웠다.

어린 나이에도 여러 인간 군상을 다 겪은 마몬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필릭스는 확실히 독특했다.

자신을 깔보고 무시하면 혹독한 대가를 알려주는 마몬이었지만, 필릭스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있어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

마몬과는 달리 테라의 평가는 확실했다.


[수다스러운 놈이군요. 옆에 있으니까, 머리가 띵할 지경이네요.]

“그러게, 누구 때문에 두 배로 힘들군.”

[어머~ 어머~ 그거 혹시 날 두고 말하는 건가요?]

“······.”

[마스터? 마스터어?]


마몬은 귀찮다는 듯이 입을 다물려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네 목소리가 처음보다 훨씬 선명하네.”


처음 테라를 만났을 땐,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는 느낌의 기계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뚜렷한 여성의 목소리다.

AI로 만든 여성 아나운서 같은 느낌이랄까?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


[그야 마스터의 마나가 증가해서 제 성능도 올린 겁니다.]

“성능을 올렸다고?”

[쉽게 말하면 컴퓨터 전원 공급 장치를 차세대 모델로 바꾼 셈이죠.]


여전히 마몬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였다.

아무리 악마적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생판 모르는 분야를 유추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러자 테라가 약간 짓궂은 어투로 말했다.


[지금이라면 제 외형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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