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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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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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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56
추천수 :
1,572
글자수 :
139,358

작성
24.05.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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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12쪽

악마의 이빨 (1)

DUMMY


21화 악마의 이빨 (1)




제약회사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몬스터 피를 정제하여 포션까지 만드는 곳이다.

적지 않은 제약회사가 있지만, 그중에서 최고라고 하면 단연 한 곳을 꼽는다.


당가제약.


특이하게 회사의 임원진이 모두 당가 패밀리로 이뤄진 회사. 당 씨 성을 갖지 못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간부가 될 수 없었다.

당가제약에서 만드는 건 약뿐만이 아니다. 뛰어난 약만큼이나 지독한 독도 만들어 낸다.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약성을 조금 바꾸면 독이, 독성을 조금 바꾸면 약이 되기 때문.

당가제약에서 만들고 취급하는 독은 만 개도 훌쩍 넘는다. 그중에선 한 톨만으로도 거대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맹독도 많았다.

당가제약은 엄청난 돈을 긁어모으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건 사훈, 아니 가훈이었다.


‘은혜는 두 배로 갚고, 원한은 10배로 갚는다.’

‘당가의 피 한 방울은 상대의 목숨으로 대체한다.’


이 말을 철칙으로 삼으며 살아간다.

만약 당가의 인물에게 생채기라도 남긴다면, 무시무시한 추격대가 지옥 끝까지 따라가 목을 베어낸다.

실수로 어린아이 한 명을 교통사고로 죽인 거대 가문이 하루아침에 멸족한 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일화였다.

일반 사람들에겐 거의 걸어 다니는 재앙과 같은 일족.

그런 자들이 마몬을 찾아온 것이다.


“다시 말한다. 네가 볼칼을 죽였나?”

“그런데?”


마몬의 말에 무인들이 얼굴을 찡그렸다.

초록색 무복은 당가의 상징.

설사 죄를 짓지 않아도 그들 앞에 서면 벌벌 떨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몬은 겁먹기는커녕 움츠러들지도 않고 있으니 황당할 수밖에.


“쯧! 이래서 촌구석 꼬맹이들은······.”


그들은 마몬이 그들 앞에서 당돌하게 나오는 게, 당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마몬은 당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설사 몰랐다고 해도 귓가에 시끄럽게 울리는 테라의 목소리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몬스터보다 더 흉포한 인간 집단입니다, 마스터. 조심하셔야 합니다.]


마몬이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자, 당가의 무인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몬스터에게 큰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코흘리개에게 죽다니······. 멍청한 새끼.”


당가의 무인들은 마몬이 큰 부상을 입어 정상이 아닌 볼칼을 암습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고작 15세에 불과한, 외견으론 그보다 어려 보이는 마몬이 6레벨의 볼칼을 죽였을 거라곤 아무도 생각지 않을 테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다.

상처가 심해 본신의 힘을 전부 활용할 순 없었으나, 마몬은 정면에서 볼칼과 싸워 이겼으니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그들은, 마몬의 비루한 겉모습을 보고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등신 새끼.”

“감히 본가의 무공서를 들고 도망친 배신자의 말로지.”


볼칼이 당가 출신이라는 소문은 있었지만, 아무도 그게 진실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의외로 사실인 모양.

지옥 끝까지 추격한다는 당가의 추격대는 정말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왔다.

그들의 첫 번째 임무는 배신자 볼칼의 처단.

두 번째는 볼칼이 훔친 당가의 비급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들은 마몬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벽진, 아니 볼칼은 본문의 비급을 빼돌린 후 도주했다.”

“비급?”


마몬이 볼칼과 싸운 건 그가 자신을 건드렸기 때문, 물건을 빼앗기 위함이 아니었다.

싸움에서 이겼지만, 부상이 워낙 심해서 3일 밤낮을 기절해 있었다.

물론 아지트에서 돈과 비싼 물건을 가져오긴 했지만, 비급은 아니었다.

그 뒤에 볼칼의 아지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비급을 네가 가져갔느냐?”

“아니.”


추궁하는 듯한 말에 마몬은 당당히 답했다.

그 말에, 뒤에 있던 무인 하나가 나서서 마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네가 볼칼의 물건을 가져갔느냐?”


심연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다.

그의 앞에 서 있으니, 발가벗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마몬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또박또박 답했다.


“패자의 물건을 가지는 건 승자의 권리지. 비급 같은 건 가져가지 않았어.”


눈높이를 맞춰 마몬을 유심히 보던 자가, 이내 일어서 다른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실이다.”


그 말에 다른 둘은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 놈이 비급을 어딘가에 숨겼다는 소리군. 이러면 일이 복잡해지겠는데?”


그들은 마몬이 거짓말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마몬은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실을 판별하는 능력인가?’


각성 스킬 중엔 별의별 것들이 있었다.

거짓말 탐지기로도 잡아내지 못하는 거짓말도 각성 스킬 앞에선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은 이제 마몬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빈손으로 복귀할 순 없다.”

“빈손은 아니지. 놈의 시체를 찾았으니까.”


마몬이 죽인 볼칼의 시체는 이미 그들 수중에 들어간 모양.

그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쨌든 볼칼을 죽였으니, 넌 우리와 함께 가야겠다.”


설령 배신하고 보물까지 훔쳐 갔어도, 볼칼의 원래 소속이 당가이란 건 변함 없는 사실이다.

그런 볼칼이 변경의 꼬맹이에게 살해당했다?

이건 당가의 체면 문제다.

마몬이 꼭 비급을 훔치지 않았어도, 그냥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도 입막음해야 하는 일.

당연히 마몬이 고분고분하게 따를 리 없었다.


“개수작이군.”

“······뭐?!”

“볼일 다 봤으면 꺼져. 귀찮게 굴지 말고.”


천하의 당가가 언제 이런 취급을 받아봤겠는가?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들은 이까지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네놈! 감히 당가를 우롱하는 거냐?!”

“우롱? 지랄하네.”

[마스터?!]


당가의 무인들이 당황한 만큼 마몬의 행동을 지켜보던 테라도 놀랐다.


[상대는 무자비한 당가입니다! 일단 지금은 숙이고 차분하게 냉정하게 상황을 타개해야 합니다!]


상대는 당가다.

전 세계를 주무르는 거대한 기업이자 문파.

당가 무인은 지닌 능력보다 최소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더 레벨을 높게 본다.

항상 지독한 독과 신묘한 암기를 품속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

아무리 포식의 힘과 네크로노미콘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혼자서 당가와 대적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

그럼에도 마몬은 굽히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인간과 짐승은 다르지 않다.

무섭다고 꼬리를 말고 도망치면 더 사납게 달려들어 공격한다.

상대가 공격적이면 공격적일수록 이쪽도 대범하게 나서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마몬이 정말로 싸우려 하자, 놀란 테라가 소리쳤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개미굴에 쳐들어가는 거와는 위험 정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물러서면 어차피 죽어.’

[마스터!]


마몬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두 명도 얼굴을 굳히며 칼자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진짜로 마몬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속셈.


“건방진 꼬맹이. 팔다리 하나씩 자르면 고분고분해지겠지.”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둘은 정말로 마몬의 팔과 다리를 자른 후에 끌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소문대로 잔혹한 손속.

마몬은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심장과는 달리, 머리는 빙산처럼 차가웠다.


‘한 방에 끝낸다.’


늘 그랬다.

자신이 작고, 어리고, 왜소하다고 방심한다.

바보 같은 짓이다.

호랑이도 토끼를 잡을 때 최선을 다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우습게 보고 들어온 이들은 모두 차가운 주검으로 변해, 지금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상대가 당가든 골든 서클이든 상관없다.

자신을 속박하고 억압하는 이들은 모두 대가를 치를 것이다.


츠츠츠츠!


검집 속에 있는 검이 요동친다.

응축된 다크 오러의 힘이 금방이라도 끓어 넘칠 듯했다.

하운드를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힘을 불어넣었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해.’


상대는 당가의 사냥개.

볼칼을 잡으러 출동한 만큼, 한 명 한 명이 볼칼과 필적하는 실력을 지녔다.

둘 모두 레벨 6의 초강자라는 뜻.

정상이 아닌 볼칼을 죽였을 때도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결국 이겼지만, 죽지 않은 게 기적일 정도로 몸은 엉망이었다.

하운드의 기운을 흡수하여 조금 강해졌고, 검왕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도 여전히 열세.

그 생각을 읽어서였을까?

가슴 속에 넣어두었던 네크로노미콘이 마몬에게 말을 걸었다.


[힘을······ 주게······.]


맑은 목소리의 테라와는 달리 칙칙하고 음산한 목소리.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생명력과 영혼을 타락시키는 마도 오파츠.

위기의 순간이 오자 마몬에게 계약을 요구하는 것이다.

개미 독에 당해 쓰러단 상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스터! 그 목소리를 들으면 안 됩니다!]


테라가 급히 소리쳤다.

과연 그녀가 말한 대로 마물인 건 분명했다.

분명 소유자로 인정했다고 했으면서도 절호의 기회가 생기자 놓치지 않았다.

상대를 파멸시키는 악마의 유혹.

그걸 알면서도 마몬은 미소지었다.


‘딱 좋을 때잖아.’


수명이 줄어도 상관없다.

영혼이 갈려도 상관없다.

설사 이지를 상실한 괴물이 되더라도, 눈앞의 적을 반드시 격살해야만 한다.

그렇게 마몬이 네크로노미콘이 내민 손을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그만!!”


체드였다.

어디서 나왔는지, 그가 가운데로 나서며 소리쳤다.


“거기까지다!”


체드는 마몬을 등지고, 당가의 무인들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소리쳤다.


“감히 내가 맡은 도시에서 사람을 납치하려는 거냐?”


체드의 가슴에 헌터 협회 표시를 확인한 당가 무인들은 눈을 찡그렸다.


“무슨 짓이지? 감히 대당가의 행사를 막으려는 건가?”


당가의 이름을 앞세워 위협했지만, 체드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가의 행사? 그럼 너희는 협회의 협약을 우습게 여긴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일을 정식으로 협회의 안건에 올려 볼까?”


그 말에 두 무인은 움찔했다.

그들이 여기에 온 건 배신자인 볼칼을 잡고, 무공을 회수하려는 것.

즉 당가의 치부를 지우기 위함이다.

이 일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가문에서도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똥 씹은 표정을 둘은 체드와 마몬을 번갈아 가며 보며 말했다.


“용감하군. 저 꼬맹이가 아들이라도 되는 건가?”


아무리 협회 직원이라고 해도, 당가 앞에 나서는 일이다.

둘 사이에 각별한 정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그걸 꼬집자 체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이들을 지키는 건 어른의 일이지. 아무리 세상이 개 같이 돌아간다고 해도 말이야.”


둘이 아직 어린 마몬을 핍박한다는 걸 우회하여 비난하는 말이다.

그 말에 수치심을 느꼈는지, 둘은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렇다고 협회의 지부장인 체드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이미 마몬을 죽이거나 협박해서 입막음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칫!”


혀를 찬 그들은 얌전히 검을 집어넣었다.

마몬을 포기하기로 한 것.

이미 마몬이 무공서를 못 봤다는 건 확인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체드가 나섰더라도 이렇게 쉽게 돌아서지는 않았을 거다.

그들은 마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혹시라도 네가 무공서와 관련이 있단 게 알려지면 다시 올 거다. 그때는 네놈 할아비가 와도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일반인이라면 꿈에서도 볼까 두려워하는 당가의 협박이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그들에게서 무사히 빠져나간 것도 감지덕지라 여기겠지만, 마몬은 달랐다.


“나도 경고하지.”

“??”


마몬 역시 손가락을 내밀어 둘을 가리키며 똑똑히 말했다.


“네놈들 얼굴 기억했다. 언제나 뒤통수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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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첫 번째 임무 (9) +3 24.05.25 1,162 55 14쪽
19 첫 번째 임무 (8) +7 24.05.22 1,329 77 13쪽
18 첫 번째 임무 (7) +2 24.05.21 1,395 72 14쪽
17 첫 번째 임무 (6) +2 24.05.20 1,454 66 12쪽
16 첫 번째 임무 (5) +5 24.05.19 1,523 60 14쪽
15 첫 번째 임무 (4) +1 24.05.18 1,596 58 14쪽
14 첫 번째 임무 (3) +3 24.05.17 1,704 66 14쪽
13 첫 번째 임무 (2) +2 24.05.16 1,855 61 16쪽
12 첫 번째 임무 (1) +2 24.05.15 2,031 63 16쪽
11 악마적 헌터 (2) +3 24.05.14 2,158 73 12쪽
10 악마적 헌터 (1) +1 24.05.13 2,247 72 12쪽
9 헌터 헌터 (2) +4 24.05.12 2,375 84 19쪽
8 헌터 헌터 (1) +3 24.05.11 2,489 85 15쪽
7 악마적인 재능으로 (3) +3 24.05.10 2,567 78 15쪽
6 악마적인 재능으로 (2) +2 24.05.09 2,698 73 14쪽
5 악마적인 재능으로 (1) +7 24.05.09 2,869 80 16쪽
4 운수 좋은 날 (4) +2 24.05.08 2,934 78 15쪽
3 운수 좋은 날 (3) +2 24.05.08 3,032 81 13쪽
2 운수 좋은 날 (2) +1 24.05.08 3,557 81 13쪽
1 운수 좋은 날 (1) +4 24.05.08 4,83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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