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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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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1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7,946
추천수 :
1,572
글자수 :
139,358

작성
24.05.08 10:22
조회
4,836
추천
86
글자
13쪽

운수 좋은 날 (1)

DUMMY


프롤로그




아프다.

너무 아프다.

전신의 뼈가 거의 다 부러진 모양.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렀다.

숨을 쉴 때마다 코와 입에서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온다.

과다출혈로 눈이 흐려지는데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머릿속에 앵앵거린다.


[······본사는··· 최선을···, 성장을···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


지잉잉 울리는 기계음.

시끄러워.

생각하는 데 방해된다.

분명 오늘이 내 15번째 생일이었을 터.

그런데 왜 이런 곳에 누워 있게 되었더라?


[생체 에너지··· 10% 이하··· 빠르게 계약······.]


무심코 눈동자만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수백 년 전 멸망한 유적 도시.

건물 사이에 수많은 인간의 부서지고 조각난 시체가 즐비했다.

날 추격하던 인간 사냥꾼들.

저놈들을 이곳으로 유인하여 처리할 생각이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이 근처 몬스터들을 역이용하여 놈들을 사냥했으니.

문제는 마지막으로 이용했던 몬스터가 너무 강했다는 점.


[······약정에··· 동의하시······.]


네임드 몬스터.

놈이 포효한 것만으로도 주변에 모든 게 산산이 부서졌다.

즉사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아니, 다행이 아닌가?

이대로라면 산 채로 먹힐 테니.


[······현 행성··· 알맞은 사용자 지원··· 시스템 검색······.]


냉정하게 상황을 따져봤다.

도주 능력 상실.

생존 가능성 제로.

결국 몬스터 한 끼 식사로 전락 엔딩.

흔한 헌터의 최후다.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지만.


[······프로젝트 테라··· 나노 생체 공학··· 업로드··· 동의하시겠······.]


그런데 저기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건 사람들을 공격했던 그 네임드 몬스터 아닌가?

혀도 쭉 나와 있는 게 영락없이 뒤졌네.

왜 저놈이 저기 죽어 있는 거지?

또 다른 포식자의 공격인가?

이 구역에 놈을 쓰러트릴 정도의 개체가 있었던가?


[······약정에 동의하··· 만약······ 동의··· 않으시면······ 계약··· 자동 취소······.]


아까부터 계속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생각을 이어갈 수 없다.

그만 좀 재잘거려.

머리가 계속 울리잖아.

최소한 최후의 순간만은 편안하게 있고 싶어.

열받은 나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내용이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10초 후에도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권은 다음 사람에게 양도됩니다. 정말 이 권리를 포기하고 넘기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양보?

넘겨?

내 걸?

누구에게?

미친 거 아니야?


아드득!


저절로 이가 갈린다.

누구도 내 걸 가져갈 수 없어.

동전 한 푼이라도. 쌀 한 톨이라도. 설사 코 푼 휴지라고 해도.

지금 당장 피 토하며 쓰러진다고 해도, 절대 내 것을 남에게 내주지 않아.

그게 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내 유일한 철칙이다.


그래서 여전히 목을 타고 오르는 핏물을 토하면서 억지로 소리를 짜냈다.


“······안 줘. 다······ 내 거다.”


[사용자의 동의 확인했습니다. 사용자 이름을 확인하겠습니다.]


“······마, 마몬.”


내가 이름을 외치는 그 순간, 가슴 속에서 고통을 싹 씻는 듯한 시원한 기운이 샘솟는 걸 느꼈다.


[포식 시스템 이식이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스터 마몬.]


사람이 죽기 직전에 평온은 느낀다는데, 지금이 그런 걸까?

죽는다고 생각하니 지난 기억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치기 시작한다.

왜 내가 이 꼴로 누워있는 걸까.

그래 모든 건 어제부터 시작이었다.

푸른 보석처럼 생긴 유물을 얻었을 때부터.

희미해진 정신 속에 기억이 또렷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바로 어제.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을 잡았던 그 시점부터.






1화 운수 좋은 날 (1)




쿠구구궁!


굉음과 함께 건물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광대한 도시 유적.

깎아지는 듯한 고층 빌딩 숲은, 주민이 사라진 지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장대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는 긴 세월에 풍화되었고 파고든 덩굴 식물과 이끼 등으로 바짝 곯아 있었다.

그러니 이처럼 작은 충격에도 무너질 수밖에.

이 붕괴를 만든 건 뜻밖에 작은 소년이었다.

방년 15세의 작고 왜소한 체구를 지닌 순수 동양인 혈통.

정돈되지 않는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에 밤색 눈동자.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황갈색을 띠었다.

먼지와 얼룩이 가득한 낡은 옷.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왜소하고 비쩍 마른 체구. 허리에는 작은 소검과 권총을 차고 있었다.

소년은 붕괴의 산발적인 파열음 멎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숨죽인 채,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주시했다.

단순히 붕괴의 위험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엔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나 이 폐허엔 이상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가 많이 돌아다닌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개체만 여러 마리. 보이진 않아도 어둠 속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몬스터는 수백도 넘을 것이다.

이 도시는 그 어떤 던전이나 몬스터 둥지보다도 위험한 곳. 상위 레벨 헌터들도 감히 발을 붙이지 않았다.

소년이 이곳에 온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일종의 보물찾기。

운이 좋아 고대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이나, 몬스터 사체를 찾으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기회의 장소지만 이곳에 사람이 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오는 놈들은 없나?”


나이답지 않은 단호하고 냉정한 목소리.

소년은 소음이 멎은 후에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건물 틈에서 빠져나왔다.

이 유적 도시를 탐사한 지 벌써 5시간째였다.

어느덧 주변의 색감이 건물의 짙은 그림자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해졌다.

서쪽 하늘을 보니 기운을 잃은 주황빛 태양이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쳐 있었고, 반대편에는 성질 급한 별부터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곧 두 개의 달이 뜰 것이다.

소년은 오랜만에 두둑한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인지, 미소가 자연스럽지 않고 얼굴 근육이 통째로 씰룩거렸다.

한창 웃을 나이인 15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굳은 얼굴.

어색한 표정은 금방 지워지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변했다.


“이제 돌아가야겠네.”


어둠이 내려오면 이곳엔 위험한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슬슬 돌아가려는 순간, 뭔가가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부서진 건물 잔해 틈, 어둠 속에서도 영롱한 푸른빛이 밝게 빛나는 물건.

소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보석?”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작은 푸른색 보석.

유물이 아니더라도 보석이라면 당연히 좋은 값에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보석이 아니었다.

보석을 머리 위로 들어 태양에 비추는 순간, 그 안에서 전류가 파지직 흐르는 게 보였다.

소년은 순간 놀라, 보석을 바닥에 떨어트렸다가 다시 주웠다.


“이건 도대체 뭐지?”


너무 보석에 정신을 팔린 탓인가?

코앞까지 닥친 위험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여기다. 여기 웬 꼬맹이가 있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등장한 거구의 흑인 사내가 바라보고 있었다.

적외선 고글을 쓰고, 대(對)몬스터용 소총을 장비한 모습.

몬스터를 처치한 후 사체를 팔아 돈을 버는 몬스터 헌터였다.

곧이어 비슷한 장비의 비쩍 마른 백인 남자가 나타나더니 소년을 위아래로 훑었다.


“동양인 꼬마잖아. 스케빈져인가?”


스케빈져.

몬스터를 직접 사냥하는 헌터와는 달리, 모종의 이유로 죽은 몬스터의 사체를 주워다가 생계를 유지하는 자들.

아니면 헌터들이 챙기고 남은 저렴한 부위를 취한다.


“꼬맹아. 뭐 얻은 거 있냐?”

“등에 있는 배낭을 이리 내놔.”


아무리 몬스터 활개 치는 세상이 되었어도, 가장 무서운 건 여전히 사람이다.

도시 밖의 헌터가 강도로 변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나운 몬스터를 사냥할 정도로 강력한 장비를 지닌 자들.

상대적으로 손쉬운 사냥감인 스케빈저나 상인을 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물건만 훔치면 다행이다.

심심풀이로 죽이거나, 노예 상인에 파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들은 소년을 보고는 탐욕 가득한 눈을 빛냈다.


“순혈 동양인 꼬마면 비싸게 팔리지 않나?”

“저번에 흑인 여자애가 십 골드 받았으니, 모르긴 몰라도 오십 골드는 받겠지.”

“켈켈켈! 오늘은 운이 좋네.”

“거봐. 내가 이 도시엔 팔아치울 비싼 물건이 많다고 했잖아.”


그들이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자, 소년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가진 거 다 드릴게요.”


소년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자, 그들은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부렸다.


“당연히 살려둬야지. 이렇게 아까운 상품에 흠집을 낼 수 있나?”

“겁도 없이 이런 곳에 혼자 오다니. 그러니까 이런 일을 당하는 거야. 그것도 희귀종 동양인 꼬마 놈이.”


뜻밖의 횡재에 기분이 들떴던 백인 남자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 동양인 꼬마? 소문에 이 정도 되는 소악귀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응? 그러고 보니 도시 서구에 마몬(mamôn)이라고 불리는 꼬맹이가 있다고······.”


거기까지 말하는 순간 소년이 바닥을 박차고 연어처럼 튀어 올랐다.

방심한 틈을 노린 일격.

섬뜩한 섬광이 흑인 남자의 목에 꽂혔다.


푹!


소검에 목이 꿰뚫린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눈을 부릅뜨는 것이 전부였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만 벙긋거리다가 이내 눈알을 뒤집고 피가래를 끓었다.


“그르륵!!”


동료가 절명하자, 백인 남자는 황급히 소총을 소년에게 겨누었다.


“이런 썩을!”


남자의 반응은 빨랐지만, 소년은 그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

죽은 남자를 방패로 삼아 뒤에 엄폐한 소년.

비대한 흑인 남자의 몸은 왜소한 소년의 몸을 감싸기에 충분했다.


두두두두!


총알에 맞을 때마다, 아직 싱싱한 근육이 펄쩍펄쩍 뛰는 게 전달되었다.

충격과 흑인 남자의 무게에 무릎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끝내 버텼다.


“제이스를 죽이다니! 개자식, 죽어!”


흥분해서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에 소년은 속으로 혀를 찼다.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이런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자살 행위다.

남자가 진짜 사고 치기 전에 소년은 권총을 들었다.

흑인 남자의 몸으로 엄폐한 소년과는 달리, 백인 남자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빗나갈 정도로 소년의 사격 실력은 형편없지 않았다.


탕!


“커억!”


정확히 가슴에 명중당한 남자가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그가 쓰러지자 소년은 벌집이 된 흑인 남자를 무심히 옆으로 밀어 쓰러트렸다.


털썩.


쓰러진 흑인 남자의 몸 밑으로, 붉은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가 완전히 죽은 걸 확인한 후에야, 바닥에 떨어진 총을 주워 확인했다.


“쳇! 망가졌네.”


방금 총격에 흑인 남자의 장비가 대부분 망가졌다.

수리비가 더 나올 테니, 이제 이것들은 고물이다.

소년은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고는 백인 남자의 물건을 확인했다.

찬찬히 가방을 뒤지고 있을 때 갑자기, 죽은 줄만 알았던 백인 남자가 몸을 들썩거렸다.


“쿨럭!”


영락없이 즉사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살아 있었다.


“마나 유저인가?”


가방으로 눈을 돌리니 레벨 1의 헌터증이 바로 눈에 보였다.

아무리 마나 유저라고 해도 고작 레벨 1이라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이 정도 거리에서 총알을 막으려면 최소 레벨 3은 되어야 한다.

역시나 남자는 즉사만 면했을 뿐,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중이었다.

출혈량을 보면 이대로 놔둬도 어차피 죽은 목숨이었다.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남자가 손짓하며 말했다.


“사, 살려줘. 가방에 치료약이······.”


남자의 말에 소년은 코웃음 쳤다.


“날 노예상에게 팔겠다는 놈이 이제는 살려달라고?”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목숨만은······.”

“날 안다고 하지 않았나? 말해봐. 내가 누구지?”

“마, 마몬······.”


본명은 아니다.

마몬은 신화에 나오는 특정 악마의 이름.

건들면 악마처럼 돌변하는 지독하고 탐욕스러운 성격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소년은 그 별명이 썩 마음에 들었다.

얕잡아 보이면 잡아먹히는 이 땅에서, 악마란 말은 칭찬에 가까웠다.


“맞아. 그리고 그거 알아?”


소년, 마몬은 총구를 남자의 이마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


“난 내 것을 탐내는 놈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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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 헌터가 AI를 주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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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악마의 이빨 (2) +2 24.05.27 1,025 62 12쪽
21 악마의 이빨 (1) +1 24.05.26 1,117 61 12쪽
20 첫 번째 임무 (9) +3 24.05.25 1,162 55 14쪽
19 첫 번째 임무 (8) +7 24.05.22 1,329 77 13쪽
18 첫 번째 임무 (7) +2 24.05.21 1,394 72 14쪽
17 첫 번째 임무 (6) +2 24.05.20 1,453 66 12쪽
16 첫 번째 임무 (5) +5 24.05.19 1,522 60 14쪽
15 첫 번째 임무 (4) +1 24.05.18 1,595 58 14쪽
14 첫 번째 임무 (3) +3 24.05.17 1,704 66 14쪽
13 첫 번째 임무 (2) +2 24.05.16 1,855 61 16쪽
12 첫 번째 임무 (1) +2 24.05.15 2,031 63 16쪽
11 악마적 헌터 (2) +3 24.05.14 2,157 73 12쪽
10 악마적 헌터 (1) +1 24.05.13 2,246 72 12쪽
9 헌터 헌터 (2) +4 24.05.12 2,375 84 19쪽
8 헌터 헌터 (1) +3 24.05.11 2,489 85 15쪽
7 악마적인 재능으로 (3) +3 24.05.10 2,567 78 15쪽
6 악마적인 재능으로 (2) +2 24.05.09 2,697 73 14쪽
5 악마적인 재능으로 (1) +7 24.05.09 2,869 80 16쪽
4 운수 좋은 날 (4) +2 24.05.08 2,933 78 15쪽
3 운수 좋은 날 (3) +2 24.05.08 3,032 81 13쪽
2 운수 좋은 날 (2) +1 24.05.08 3,556 81 13쪽
» 운수 좋은 날 (1) +4 24.05.08 4,83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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