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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전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정원.
작품등록일 :
2014.10.27 17:08
최근연재일 :
2014.11.27 23:2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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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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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17
글자수 :
92,919

작성
14.10.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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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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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
글자
7쪽

사대제자(四代弟子)

DUMMY

달그락

청솔이 먼저 수저를 들고 한 입을 입 안에 넣자, 두 제자도 그제야 수저를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 동안 딱히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처음에 이 엄숙한 분위기가 진양은 하마터면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나름 몇 번 반복하다보니 익숙해질 수 있었다.

‘우리만큼 정숙한 곳은 없을 거야.’

스승도 스승이지만, 사저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니, 숨죽이고 식사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음. 잘 먹었다.”

다행히 식사 시간까지 길지는 않다. 만약 시간도 길었더라면 진양은 이 분위기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잘 먹었습니다.”

거의 동시에 진양과 진연도 수저를 놓았다.

세 사람의 그릇은 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청솔이 유일하게 엄하게 여기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무공도 도가의 공부도 아닌 식사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음식을 남기는 것은 굉장히 싫어했는데, 청솔 본인도 진양 자신처럼 과거엔 고아 출신이여서 그런 듯 했다.

부모에게 버려졌던 청솔은 어린 시절 세 끼 모두 굶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한 끼 챙겨먹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시절 때문에 청솔은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엄중했다.

심지어 청솔의 제자로 들어가면서, 구배지례 이후 가장 먼저 가르침을 받은 것이 바로 음식의 중요함일 정도였다.

“음. 아직 설거지 시간은 남은 것 같으니, 차 좀 타오도록 하거라.”

“예.”

진양은 익숙한 듯 식기를 한 쪽으로 쌓아두었다. 그리고 집무실 서랍에서 찻잎을 꺼내 차를 세 잔 분을 끓였다.

그리고 이 시간이 하루에서 처음으로 사제(師弟)가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다.

“음. 여전히 좋은 차로구나, 양아.”

차를 한 모금 마신 청솔이 흡족하게 웃으며 칭찬했다.

“양이가 끓여주는 차는 항상 맛있어요.”

진연도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를 칭찬했다.

“감사합니다.”

칭찬을 받자 진양도 순수하게 기뻐했다.

특히 청솔의 경우는 원주다보니, 요리에 대한 평가는 야박한 편이라서 칭찬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이점을 생각해보면 진양이 정말 차는 기가 막히게 끓인다는 뜻이었다.

청솔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곤 진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수련을 잘 되고 있느냐?”

어린나이의 제자들은 대부분 무조건적으로 단체로 기초단련을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열넷이나 열셋 미만은 대부분 스승에게 정신적인 가르침만 받을 뿐, 무공의 경우는 배우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기초를 완공(完功)한다면 더 이상 단체 수련에 참가하지 않고 스승에게 따로 배울 수 있었지만, 진양의 경우는 그러지 못하니 항상 청중 등의 무공 교관들에게 무공의 가르침을 받았다.

“예. 문제없습니다.”

“흠……어서 네가 기본을 끝냈으면 좋겠구나.”

청솔은 무공보다는 요리에 관심이 더 많은 스승이었다.

그는 여타 삼대제자들처럼 딱히 제자가 무공을 열정적으로 익히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도(道)라던가, 태극보다는 자신처럼 요리로 대성했으면 했다. 그러다보니 기초적인 수련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으면 했다.

진양의 사저인 진연은 이미 기초적인 단련이 대부분 끝나서, 청솔의 장기인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앞으로 여가 시간이 있다면 나나, 소연이에게 가르침을 부탁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으음. 그리고……양아, 너 요새 따라 부쩍 성숙해진 것 같구나.”

청솔이 갸웃 하고 머리를 기울였다.

청중이 눈치 챘는데, 스승인 청솔이 모를 리 없었다.

“스승님의 가르침이 워낙 좋기 때문입니다.”

“흐으으으응?”

청솔은 그다지 납득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제자를 추궁하지 않았다.

세상에 어느 스승이 제자가 뛰어나졌다고 뭐라 할까?

청솔은 ‘진양이 여타 아이들과 달리 오성(悟性)이 뛰어나서 그런가보구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스승님이 요리나 건강 외에 관심이 없어 정말 다행이다.’

솔직히 무언가를 배우기를 원하는 제자의 입장에선 그다지 좋지 않지만, 청솔은 제자에게 무언가 대단한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밥만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서 자신의 뒤를 잇기만을 바랬다.

무공을 가르치는데도 의욕이 별로 없으며, 거의 기초적인 것만 알려준다. 이러다보니 사대제자들 사이에선 아무도 청솔의 제자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하기야, 어느 누가 무당에 들어와서 무공이 아니라 요리를 배우려 할까? 덕분에 청솔은 제자가 없기로도 유명했다.

‘상냥하기나 별로 상관없어. 날 구해주신 은인이시고 하고.’

진양은 마음으로부터 청솔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아직 정말 자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간에 ‘진양’이란 인간은 청솔에게 구원을 받았다.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또한 현대인이었던 진양이기에 솔직히 육체 수련이나 고통 등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무협지에선 항상 스승 밑에서 격한 수련을 받았는데, 그런 걸 해주지 않으니 참으로 고마웠다.

‘잘 생각해보면 사저도 참 특이한 사람이지.’

청솔도 괴짜지만 진연도 스승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괴짜다.

듣자하니 그녀는 어린 시절 때 나름 그럭저럭 괜찮은 자질을 지녔다고 한다. 어쩌면 절정 고수를 넘어서 초절정 고수를 노려봐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진연은 무공이 아니라 청솔에게 요리를 가르침 받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제자들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였다. 진양 역시 그런 사저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자기가 좋다고 하겠다는데.

굳이 그걸 말릴 생각은 없었다.

“음. 일할 시간이구나. 그만 가 봐도 좋다.”

청솔이 자리에서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그에 따라 진연도 자기 몫의 찻잔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제자는 물러가보겠습니다.”

진양이 왔을 때처럼 공손하게 인사하며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청솔은 식사와 담소 시간이 끝나면 다시 일에 집중하고, 사저인 진연은 곁에서 그를 보조한다.

진양은 다 먹은 식기를 반납하기 위해서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식기를 반납하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사시(巳:09시~11시)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대제자의 하루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식사를 끝내면 곧바로 다시 수련동으로 집합하여 단체로 수련에 합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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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성장기(成長期) 오(五) +45 14.11.18 29,302 1,028 10쪽
22 성장기(成長期) 사(四) +45 14.11.17 29,804 1,057 7쪽
21 성장기(成長期) 삼(三) +36 14.11.16 27,194 1,044 7쪽
20 성장기(成長期) 이(二) +28 14.11.16 27,388 868 8쪽
19 성장기(成長期) +31 14.11.14 29,171 986 8쪽
18 유(流)의 묘리 이(二) +36 14.11.13 28,222 970 8쪽
17 유(流)의 묘리 +42 14.11.12 28,667 979 7쪽
16 무룡관(武龍觀) 팔(八) +26 14.11.11 29,418 1,001 9쪽
15 무룡관(武龍觀) 칠(七) +27 14.11.10 28,104 983 7쪽
14 무룡관(武龍觀) 육(六) +19 14.11.09 29,172 947 7쪽
13 무룡관(武龍觀) 오(五) +24 14.11.08 29,194 9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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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태극권(太極拳) 삼(三) +22 14.11.03 29,110 906 7쪽
7 태극권(太極拳) 이(二) +21 14.11.02 29,517 905 8쪽
6 태극권(太極拳) +17 14.11.02 30,605 930 7쪽
5 사대제자(四代弟子) 삼(三) +20 14.10.31 30,424 921 7쪽
4 사대제자(四代弟子) 이(二) +13 14.10.30 33,457 1,017 7쪽
» 사대제자(四代弟子) +20 14.10.29 34,317 98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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