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이(二)
진양이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내공심법의 이름이다.
소청기공은 기초만큼은 확실한 무공이었다. 기가 흐르는 구간인 기맥(氣脈)을 튼튼하게 단련해주고, 또 운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머릿속의 잡념을 지워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익히기에 그다지 어렵지도 않으니, 무당 내에서도 수련법으로서는 최고였다.
다만 소청기공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단전에 내공을 쌓는 속도다. 보통 무당이 속한 구파일방 등 대문파의 경우 내공을 쌓는 속도는 일반적인 무공에 비해 격이 다른 편이다.
하지만 소청기공은 너무 기초에 열중하다 보니, 정작 내공을 쌓는 속도나 양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렸을 적에 소청기공을 익히게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소청기공은 입문 무공으로서 기맥을 강화하고, 운기조식을 하는 감각을 길러주는 용도인 셈이다.
때문에 나이 열두 살쯤이 되면 소청기공에서 태청기공으로 갈아타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의외로 약하고, 호기심 덩어리다. 때문에 극도로 안전한 것을 반복수련 시켜서, 수련 그 자체에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함인 것이다.
진양은 일찌감치 그 사실을 눈치 챘다. 이미 한국에서 나이 스물셋이 되었던 진양에게 이런 반복학습법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려고 해도 이런 식의 공부는 주효하다. 암기야 말로 공부의 왕도 아니던가?
여하튼 그렇게 운기조식에 집중하는 방법을 깨우친 아이들은 이제 조금 더 위험하지만, 더 효율적인 내공심법인 태청기공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이상 내공이 형성 되면 태청신공을 익히게 된다.
이쯤 되면 나이가 스무 살은 되어야 하고, 이때까지 부단히 노력했다면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진양이 기억하기로, 절정고수는 강호에 나가서 제법 대접을 받는 무인으로, 강호에 절정고수의 수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명문무가. 혹은 거대문파들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부단하게 노력하면 적어도 십 오년 만에 무조건 절정고수가 될 수 있는 무공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수련법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명문정파의 힘이다.
무당파도 그러해서, 부단히 노력하면 적어도 스물에 절정고수가 되고, 늦어도 스물다섯에는 절정고수가 된다고 한다.
강호의 다른 중소문파로서는 엄청나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태청신공을 배울 때 즈음에 만약 무당의 도인이 절정고수라면, 그때부터는 다른 무공도 배울 수 있다.
무당의 여러 절학인 육양신공(六陽神功)이라던가, 혹은 양의신공(兩儀神功) 같은 것들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을 익히려면 몇 가지 특수한 조건을 해결해야만 하지만. 그것 까지는 진양도 아는 바가 없었다. 나중이 되면 알게 되겠지.
‘후우. 슬슬 일어날까.’
아침에 행하는 운기는 약 한 시진. 그 이후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사대제자로서 일과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바쁘다.
“비켜비켜!”
“내가 먼저 갈 거야!”
눈을 뜨자마자 사대제자들이 벌써부터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몇몇 무리는 느긋하게 움직였는데, 이들은 아직 스승이 없는 제자들이었다.
그 외의 사대제자가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스승과 사형, 혹은 사저의 조식(朝食)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진양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조리원의 원주가 그의 스승이다 보니, 식당에 가면 식당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미리 챙겨주었기에 남들처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자리에서 느긋하게 일어나서, 마치 산책하듯 걷는 진양을 보고 청중은 그 뒷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살펴봤다.
‘진양이라 했나? 보면 볼수록 묘한 놈일세.’
청중의 눈에 진양이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원래는 한 달 전만 해도 평범한 아이였지만, 최근 들어 부쩍 속으로 성장했달 까, 묘하게 어린아이가 아니라 다 큰 성인 남성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애늙은이다. 열 몇 살도 아니고, 아직 어린아인 여덟 살인데 저렇게까지 성숙한 아이는 처음이었다.
뭐랄까, 어린아이 특유함의 순진무구함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치 산전수전을 겪은 성인 남성의 눈이었다.
“쩝. 청솔 사형도 별난 놈을 제자로 들였군.”
신경이 좀 쓰이긴 했지만, 그것뿐이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내린 근골이 가졌다는 등 신경 써야 할 아이도 아니었기에 청중은 자기 할 일에 집중했다.
“자! 너희들도 어서 식당으로 가서 밥 챙겨먹어!”
진양은 조리원에 들렸다가, 총 삼인분의 조식을 챙겨 들고 청솔이 있는 집무실에 들렸다.
삼인분을 챙긴 건, 자신과 스승. 그리고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운 사저의 몫까지였다.
집무실에 들리자마자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다섯 살 많은 사저, 진연(眞聯)이었다.
“양아, 좋은 아침.”
진연은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눈부신 미소를 보였다.
아직 열셋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진연의 미모는 무당 내에서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백옥같이 흰 피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비단결처럼 고운 흑색 머리카락에 갸름한 턱선. 눈꽃이 쌓일 것 같은 긴 속눈썹을 보면 아마 나중에 나이가 들면 굉장한 미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왔느냐.”
창가에 뒷짐을 쥐고 서있던 청솔이 몸을 돌려 막내 제자를 반겼다.
‘음. 언제 봐도 무서운 얼굴이야.’
진양은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하마터면 깜짝 놀라 손에 든 조식을 그대로 엎을 뻔했다.
자신의 스승인 청솔의 겉모습은 솔직히 도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차라리 한 산채의 우두머리를 하고 있는 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정도로, 청솔은 험상궂게 생겼다.
떡 벌어진 어깨, 곰처럼 거대한 몸체. 매섭게 찢어진 눈매와 더불어 굳게 다물어진 입 등을 보면 보자마자 힉, 하고 겁을 먹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저런 얼굴 때문에 사대제자 사이에선 무당과의 거리가 먼 수라(修羅)라는 별호(?)가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성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상하고 인자한 성격일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취미가 요리였는지라 진양과 진연에게 어렸을 적부터 맛있는 음식을 해주곤 했다.
“스승님, 좋은 아침입니다.”
진양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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