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才能) 이(二)
“자자, 그보다 오늘은 면장을 함께 수련하자. 아 참, 그리고 양의신공을 익혔다며? 정말 축하해.”
진연은 생긋 웃으며 진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 사저 저 나이도 있는데…….”
나이라고 해봤자 열 넷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젠 아이취급은 슬슬 졸업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의 말에 진연은 볼을 부풀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너무해. 사저의 호의를 무시하는 거니?”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자아, 어서 면장을 수련하자.”
눈웃음을 유지한 채로 진연이 다가와 그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진양이 흠칫 놀라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진연은 보기 좋게 부푼 두 언덕을 등에 붙이며 진양의 양팔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저기……연 사저?”
“응?”
“무공을 배우는데 이렇게까지 붙어있을 필요가 있나요?”
“그럼. 사범의 말을 믿으렴. 면장의 경우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내가 붙어서 지도해야할 필요성이 있단다.”
“그런가요?”
“응. 언제 내 말이 틀린 적 있었니?”
“아뇨, 그건 아니지만…….”
확실히 진연의 무공 지도는 항상 확실하고 대단했다. 그녀가 말 한대로 수련하면 초식을 쉽게 이해하고, 자세도 교정 되서 문제 하나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붙어서 무공을 수련한다는 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는지라 의심을 다 떨쳐낼 수 없었다.
“무당의 면장은 초식이 셋밖에 없어. 하지만 이 초식은 모든 장법의 기본이 되며, 강호에선 나름 일류의 무공이란다. 그러니 우습게 생각해선 안 돼.”
말을 끝낸 진연은 진양의 몸을 움직여 왼손을 앞으로 뻗게 하고, 손의 각도는 비스듬한 대각선을 만들었다.
그리곤 발을 뻗어 진양의 허벅지에 넣어 무릎을 구부리게 만들었다. 남들이 보면 서로 진하게 껴안고 춤을 추려는 듯 한 연인의 자세였다.
“하늘의 바람이 가볍게 인도한다(天風輕導). 천풍경도는 이름에 걸맞게, 가볍게 응수해서 상대를 치거나 혹은 상대의 공격을 가볍게 흘릴 수 있지. 무당의 무학답게 부드러움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단다.”
“으음…….”
침음이 절로 나왔다.
딱히 초식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등에서 푹신푹신한 감각이 느껴지고 귓가에는 왠지 모르게 고혹적인 목소리가 고막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에선 정말 이게 제대로 된 무공 수련이 맞나 싶었지만, 진연의 태도가 워낙 진중했는지라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저는 항상 무공에 엄했잖아. 겉으론 이상해 보이긴 해도 이게 정상적인 게 분명해.’
사저에게 음심을 품을 정도로 자신은 글러먹은 놈이 아니었다. 진양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여, 흐트러지는 의식을 바로잡고 무공에 임하기로 했다.
이후에, 진연은 초식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가르쳐주었다. 물론 가르쳐줄 때마다 신체가 접촉하고, 이상야릇한 자세를 취하긴 했지만 진양은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냈다.
“그런데 양아.”
“네, 사저.”
“무룡관에 예쁜 사매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아, 쌍둥이 사저들이요?”
“응. 그녀들은 어때?”
“예쁘고 착해요.”
진양은 별다른 생각 없이 답했다.
“어머, 그래?”
왠지 모르게 그녀가 오늘따라 무서워보일 정도로, 사저는 섬뜩한 미소를 흘렸다. 그와 동시에 진양의 팔을 쥐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더해졌다.
꾸우욱
“끄윽!?”
사저의 악력에 진양은 낮은 비명을 흘렸다.
“양아, 양아. 양이는 큰 사람이 좋지?”
진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하면서 등에 닿은 가슴을 밀착했다.
진양은 등에서 느껴지는 행복한 감각에 순간 정신을 잃을 뻔 하다가, 가까스로 바로잡으며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대인배를 말하는 건가?’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진양은 자기 나름대로 이해했다.
“네. 큰 사람이 좋아요.”
“그래?”
방금 전까지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불쾌하게 느껴졌던 목소리가 다시 밝아졌다.
팔을 강하게 잡고 있던 악력도 약해졌고, 진연은 다시 상냥하게 웃으면서 동작을 하나하나 천천히 알려주었다.
“응. 우리 양이는 역시 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응, 그럼.”
오늘따라 사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진양이었다.
* * *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진양은 밥 먹는 것까지 잊을 정도로 무공 수련에 매진했다.
당연하지만 그 사이에 평소 하던 일과 중 하나인 요가도 잊지 않고 했기 때문에, 육체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도 크긴 하지만 연 사저는 여전히 크네.’
매일 신경 쓰는 영양과 요가 덕분에 신장은 제법 커서 동년배 중에서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젖살은 아직 남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진양의 신장은 열 넷이 아니라 열일곱에서 열여덟이라 할 정도였다.
다만 진연도 여자치곤 큰 신장이라, 그녀 앞에선 항상 누나와 동생 같은 느낌이 여전히 묻어났다. 물론 별로 상관없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시간도 잊을 정도로 무공 수련하던 어느 날 그는 실로 오랜만에 무룡관에 들렸다.
진연이 가끔은 대련을 통해서 실력을 확인하라 하였기 때문이었다.
“양아.”
무룡관에 들리자 진륜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야기는 들었다. 무당의 삼대신공을 익혔다며?”
진륜은 자상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룡관도 요새 많이 평화로워졌군요.”
“그야 항상 활동적이었던 진성은 강호에 나가고 없고, 사매들은 네가 양의신공을 익힌 소식을 듣자마자 자기들도 특별한 수련을 하겠다고 딴 장소에 틀어박혔으니 그렇지.”
“그렇군요. 사저들이…….”
참고로 진성은 약 반 년 전에 제법 무위도 높고, 나이도 차서 강호에 출두하였다. 장서각의 각주로서 무당에 남아야할 진륜처럼 남아야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둥이 사저가 진양에게 자극을 받고 따로 수련에 틀어박혔을 줄은 몰랐다.
“대사형. 괜찮으시다면 무공을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비록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우진 않았지만, 진양은 무룡관의 사형사저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그래서 진륜을 보고 친근하게 대사형이라 부르곤 했다.
“좋다. 나 역시 삼대신공 중 한자리를 차지하는 양의신공이 어떤 무공인지 알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진륜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승낙했다.
- 작가의말
진연의 ‘키잡’ 효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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