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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전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정원.
작품등록일 :
2014.10.27 17:08
최근연재일 :
2014.11.27 23: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91,600
추천수 :
28,517
글자수 :
92,919

작성
14.11.13 23:00
조회
28,221
추천
970
글자
8쪽

유(流)의 묘리 이(二)

DUMMY

‘제법 큰 내력이 실렸다! 이때야!’

허나, 급박한 상황 속에도 진양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되려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쐐애애애액!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진양의 검도 날아나갔다. 다만, 진성이 아니라 진성이 쥐고 있는 목검이 목표였다.

진양의 검이 진성의 검과 충돌했다.

아니, 충돌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그의 목검은 마치 원래부터 진성의 검과 일심동체였다는 듯이 딱 달라붙어서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어엇?”

진성이 놀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진양의 목검이 부딪치자마자, 자신의 검은 통제를 잃고 그 힘 그대로 다른 방향으로 쏘아져 나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으아아악!”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한 진성은 그대로 앞으로 불성 사납게 고꾸라졌다.

그 광경을 본 청곤은 진성에게 다가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하마터면 심장이 입 바깥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화접목 이라고?’

이화접목(移花接木).

공격한 상대가 모르게 적의 공력을 이용하여 또 다른 적을 치는 상승의 무리(武理)를 말한다.

이화접목은 절정 고수, 아니 그 이상의 고수들이나 할 수 있는 최상승의 묘리였다.

“성공했다!”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무리를 펼친 지도 모른 채, 본인은 어제 자신이 고민하다가 깨달은 수법이 성공했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으아아! 또 졌어!”

한 쪽에선 패배한 것에 분해하는 진성이 소리치고 있었다.

청곤은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아이를 보면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게다가 어느 한 쪽도 다치지 않았다.’

사실, 이화접목 자체는 상당히 위험한 수법이다.

평범한 무림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내력도 잘 제어하지 못 할 때가 있는데 상대의 내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자칫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

그렇기에 웬만한 고수들도 이화접목처럼 고도의 수법은 잘 쓰지 않는다.

“진양아. 너 괜찮느냐?”

청곤이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하지만 진양은 그를 보고 그다지 심각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청곤이 평소에도 원채 표정 변화가 없는데다가, 사소한 일에도 얼굴을 찡그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예. 괜찮습니다. 솔직히 진성이가 사혈을 노릴 때 조금 식겁하긴 했지만요.”

진양이 살짝 질겁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청곤의 질문이 이화접목 때문이 아니라, 진성이 사혈을 노린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일지도 모른다.’


* * *


위험천만한 대련 이후, 진성은 청곤에게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났다.

진양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자칫 잘못해서 미래가 밝은 무당의 제자를 죽일 뻔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후, 청곤은 곧바로 장문인을 찾아가 이번 일을 보고했다.

“이화접목? 그게 정말 이느냐?”

선극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청곤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허……그걸 자유로이 쓸 수 있다고?”

선극 본인도 이화접목은 잘 쓰지 않는다. 일대 다수로 싸우거나, 혹은 상대방의 허를 찌를 때 어쩔 수 없이 쓰곤 한다.

“그건 아닙니다. 대련이 끝난 뒤에 물어보니 오직 진성에게만 쓸 수 있었답니다. 그 외의 상대에겐 무리랍니다.”

“음……네가 본 대련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겠느냐?”

청곤은 자신이 봤던 것을 선극에게 자세하게 전했다.

그러자 선극은 무언가 깨달은 듯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으음. 고놈 참 대단한 놈이로구나.”

“혹시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청곤은 고작 아홉 살짜리가 이화접목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네가 본 것은 이화접목이되, 이화접목이 아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화접목의 무리는 상대의 공력을 이용하는 건 알고 있겠지?”

“예.”

“그 이용이란 것은, 일시적으로 적의 운기에 끼어들어 자신의 내력으로 방향성을 억지로 비트는 것을 말한다.”

선극은 하얀 수염을 매만지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헌데 녀석은 진성이의 호흡에 맞췄다고 하였지?”

“예.”

“그렇다면 그건 끼어드는 수준이 아니다. 이화접목은 자신의 힘을 억지로 상대방에게 끼어들어 그걸 비틀거나 방향성을 바꾸는 것, 근데 진양은 아예 상대와 하나가 돼서 방향을 바꿨다. 터무니없는 짓이지.”

“허! 그렇다는 건 진양이 상대를 완벽하게 따라할 수 있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까?”

청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즉, 선극의 말대로라면 진양은 진성의 호흡을 완전히 따라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진성이 지닌 무위 자체를 완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일순간 하나가 됐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진양은 하늘이 내린 천재란 말인가?

청곤은 그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다.”

하지만 선극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나왔다.

“그건 우연에 불과하다.”

“예?”

“곤아, 아무래도 너무 멀리 생각한 모양이구나. 너도 소청심법의 구결을 알고 있지?”

청곤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탄성을 내뱉었다.

“아!”

“이제 이해했느냐?”

“예. 확실히 이번 일은 우연이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청곤은 무당의 아이가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진양의 사정은 이렇다.

진성의 호흡을 따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야, 진양도 진성도 똑같이 소청심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같은 무당의 호흡법이니,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집중하면 똑같이 호흡할 수는 있다.

문제는 움직임인데, 진성은 워낙 단순해서 그런지 검법 등이 훤히 잘 보인다.

게다가 진양도 똑같은 태극검법을 익혔기 때문에 초식도 잘 알고 있다.

움직임 역시 따라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며, 진성과 쉽게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즉, 비슷한 무위에 같은 심법에 같은 검법. 그걸 그대로 따라 해서 그 힘의 방향 자체를 조율한다.

게다가 움직임이 훤히 보이는 단순한 진성이다보니, 그걸 예상했던 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그 수법을 굳이 말하자면 이화접목이 맞긴 하지.”

“으음.”

“허나 그렇다고 해도 진양은 보통 아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비록 우연의 일치라곤 해도, 그 순간에서 그 정도 생각을 하고 호흡을 맞춰 이화접목과 비슷한 무리를 펼친다는 것은 보통이 아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선극의 말 대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진양은 진성을 완벽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의 때를 맞춰서 이화접목이되 이화접목이 아닌 것을 펼쳤다.

사실 이 묘리의 비밀은 서서밀치기에서 남을 얼마나 잘 보고, 또 타이밍을 잘 맞추느냐에 있어서 진양은 비교적 쉽게 펼칠 수 있었지만 선극과 청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알고 있다면 이 둘도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이 자리에 진양이 없으니 애석하게도 황금과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어쨌거나, 그래도 진양에게 공세를 교환하는 도중에도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청곤은 속으로 다짐했다.

‘무공 자체에 크게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싸움 자체에 대해선 뛰어난 재능이 있어. 무당의 미래를 맡길만한 아이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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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재능(才能) 삼(三) +44 14.11.27 30,037 987 7쪽
28 재능(才能) 이(二) +69 14.11.25 29,097 1,021 7쪽
27 재능(才能) +57 14.11.23 30,754 1,079 7쪽
26 양의신공(兩儀神功) 삼(三) +39 14.11.21 28,802 1,1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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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양의신공(兩儀神功) +41 14.11.19 29,592 1,028 8쪽
23 성장기(成長期) 오(五) +45 14.11.18 29,302 1,028 10쪽
22 성장기(成長期) 사(四) +45 14.11.17 29,804 1,057 7쪽
21 성장기(成長期) 삼(三) +36 14.11.16 27,194 1,044 7쪽
20 성장기(成長期) 이(二) +28 14.11.16 27,388 868 8쪽
19 성장기(成長期) +31 14.11.14 29,171 986 8쪽
» 유(流)의 묘리 이(二) +36 14.11.13 28,222 970 8쪽
17 유(流)의 묘리 +42 14.11.12 28,667 979 7쪽
16 무룡관(武龍觀) 팔(八) +26 14.11.11 29,418 1,001 9쪽
15 무룡관(武龍觀) 칠(七) +27 14.11.10 28,104 983 7쪽
14 무룡관(武龍觀) 육(六) +19 14.11.09 29,172 947 7쪽
13 무룡관(武龍觀) 오(五) +24 14.11.08 29,194 984 7쪽
12 무룡관(武龍觀) 사(四) +26 14.11.07 28,404 962 7쪽
11 무룡관(武龍觀) 삼(三) +25 14.11.06 28,687 900 7쪽
10 무룡관(武龍觀) 이(二) +18 14.11.05 28,833 969 7쪽
9 무룡관(武龍觀) +29 14.11.04 29,176 942 7쪽
8 태극권(太極拳) 삼(三) +22 14.11.03 29,110 906 7쪽
7 태극권(太極拳) 이(二) +21 14.11.02 29,517 905 8쪽
6 태극권(太極拳) +17 14.11.02 30,605 930 7쪽
5 사대제자(四代弟子) 삼(三) +20 14.10.31 30,424 921 7쪽
4 사대제자(四代弟子) 이(二) +13 14.10.30 33,457 1,017 7쪽
3 사대제자(四代弟子) +20 14.10.29 34,316 98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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